'아직도?' 박근혜 발목 잡는 'MB 그림자' 막후

세월호 살생부에 MB도 올랐다?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박근혜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관계는 누가 뭐래도 악연이고 정치적 앙숙이다. 정권 교체 이후 해소된 듯 보였던 두 사람의 질긴 악연은 최근 세월호 사태로 새삼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박근혜정부가 위기를 맞을 때마다 주변엔 어른거리던 이 전 대통령의 그림자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박근혜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은 악연이다. 지난 2007년 대선 후보경선에서는 숙명의 라이벌전을 벌였고, 이 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에는 세종시 문제 등으로 사사건건 대립했다.

18대 총선에서는 친이계가 이른바 '친박 학살' 공천을 실시했고, 다음 총선에서는 비대위원장을 맡았던 박 대통령이 '친이 학살'로 되갚았다. 지난 대선에서 이 전 대통령이 자당 후보인 박 대통령의 당선을 막기 위해 안철수 후보를 지원하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에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질긴 악연
숙명의 라이벌

하지만 정권교체와 함께 두 사람의 질긴 악연도 드디어 끝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이 전 대통령의 그림자는 지금까지도 박 대통령을 끈질기게 괴롭히고 있다. 박근혜정부가 위기를 맞을 때마다 주변엔 이 전 대통령의 그림자가 여전히 어른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정권 출범과 거의 동시에 박 대통령을 괴롭혀온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이 대표적이다. 대선개입을 지시한 의혹을 받고 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이 전 대통령의 '서울시 인맥'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인물이었다.

이 전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행정1부시장을 지내며 청계천 복원과 뉴타운, 대중교통 개편 등 굵직한 사업을 함께 이뤄냈고, 이명박정부의 첫 행정안전부 장관을 맡기도 했다. 원 전 원장은 지난 1998년 안전기획부(안기부)가 국정원으로 개칭한 이래 최장수 국정원장이다. 그만큼 이 전 대통령의 신뢰가 두터웠던 인물이다.

점점 커지는 '세월호 MB 원죄론'
불 지피는 배후에 '친박' 있다?


박 대통령은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으로 취임 후 1년간은 그야말로 아무 일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국정원 의혹과 관련 제1야당인 민주당은 천막당사를 짓고 100일 넘게 장외투쟁을 이어갔다. 게다가 이명박정부 시절 통과된 국회선진화법(국회법 개정안)은 야당의 강력한 무기가 됐다.

박근혜정부의 각종 법안과 예산은 사사건건 발목이 잡혀 옴짝달싹 못했다. 과반의석을 점유하고도 새누리당은 법안과 예산을 통과시키기 위해 많은 양보를 해야만 했다. 이 과정에서 진짜 힘 있는 여당은 민주당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친박 진영에선 이 전 대통령이 벌여놓은 일들이 현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명박정부가 실시했던 감세정책도 현 정권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명박정부는 지난 2008년 세제개편에서 법인세율과 소득세율을 일괄 인하했다. 현재 세수가 예상보다 적게 걷히는 현상은 경기부진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현 정권 안팎에서는 경제가 평균 2%대 성장을 하고 있음에도 세수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이명박정부가 시행한 감세정책의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세수 부족
경기 침체

이명박정부의 감세정책으로 인한 지난 5년간 세수 감소분은 적게는 20조원에서 많게는 100조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세수 부족으로 대선공약의 상당부분을 뒤엎어야 했고, 그 결과로 야권의 집요한 공격을 받고 있다.

일각에선 이명박정권이 했던 부자감세만 철회해도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 대부분을 실현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한번 감세하기는 쉬워도 이를 원상회복하는 데는 엄청난 조세저항이 따른다.

특히 현재 감세대상이 새누리당의 주요 지지층이라는 점에서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다. 경기가 크게 회복되지 않는 한 세수 부족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결국 이명박정부가 실시했던 감세정책은 현재 박 대통령이 내세운 모든 공약의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명박정부가 추진했던 경인아라뱃길사업이나 4대강사업도 박 대통령의 발목을 잡고 있다. 경인아라뱃길사업의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고, 4대강사업은 건설사들에게 약이 아니라 독이 됐다. 건설사들은 공사를 하면서 적지 않은 손해를 봤고 담합 혐의로 관급공사 입찰 제한이라는 된서리를 맞았다. 이로 인해 이미지에 타격을 입으며 해외 공사 수주까지 어려워졌다. 건설 분야가 침체되면서 파장은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박근혜정부의 복지시스템의 근간을 뒤흔들어 놓은 송파구 세 모녀 자살사건도 거슬러 올라가보면 이명박정부가 있다. 과거 이명박정부는 꾸준히 기초연금수급자수를 수를 줄여나갔다. 복지사각지대 해소보다 부정수급자 발굴에 몰두한 결과였다. 하지만 그 결과로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도미노 자살이 이어졌다. 송파구 세 모녀 자살사건은 사회의 큰 파장을 일으키며 박 대통령은 유감까지 표시해야 했다. 

이외에도 이명박정부에서 추진된 역사교과서 개정 문제는 박근혜정부에서 곪아 터졌다. 대부분의 학교들은 친일·독재 미화 논란에 휩싸인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채택을 철회했다.

박 대통령이 차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새누리당 김황식 서울시장 예비후보도 스스로 '박심' 논란에 불을 지피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로 박 대통령을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좀처럼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지 않는 정몽준 후보를 이기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이다. 김 후보는 이명박정부에서 감사원장과 국무총리를 지낸 인물이다. 

이중에서도 특히 최근 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세월호 사태 이면에 이명박정부의 그림자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새삼 박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의 악연은 새삼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이명박정부는 지난 2008년과 2009년 각각 해운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여객선의 제한 선령을 20년에서 25년으로, 다시 30년까지 늘려줬다. 그 결과 5년 만에 20년 이상의 선박비중이 7%에서 31%까지 높아졌다.

만약 이 같은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았다면 청해진해운이 18년이나 운행한 일본선박을 매입할 일도 없었을 것이고 따라서 세월호 사태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참사에 이명박정부의 규제완화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이명박정부는 이외에도 각종 해운법을 사업자에 유리한 방향으로 대폭 완화했다. 압류된 내항 여객선의 운항을 허용하고 변경 등록 미이행 시 처벌조항을 1년 이하의 징역에서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로 낮췄다.

세월호 사태
MB가 범인?

지난 2012년에는 선원의 편익 증진을 위해 업무정지(1∼3개월) 등의 징계에 대해 일정 교육을 이수할 경우 징계를 대신하는 징계집행 유예제도를 도입했다. 이 같은 각종 규제 완화는 해양사고 급증으로 이어졌다. 해양사고는 지난 2005년 658건에서 2008년 480건으로 점차 감소하다가 2009년부터 723건으로 급증하기 시작했다. 2011년에는 946건으로 2008년에 비해 2배가량이나 늘어났다.

게다가 세월호 사태의 한 원인으로 이명박정부가 시행했던 각종 규제완화가 거론되면서 박근혜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던 규제개혁 행보는 모두 중단됐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이 전 대통령이 내심 원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또 이명박정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가 폐지되고, 해체 수준으로 격하되면서 이번 사태를 더 키웠다는 주장도 나왔다. 류희인 전 NSC 사무차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당선자 인수위원회 안보분과에 보고를 들어가 사무처와 위기관리센터의 존속을 요구했지만 소용없었다. 사무처가 폐지되면서 청와대에는 재난관리 컨트롤타워 기능이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MB정부 감세정책에 세입 펑크
사사건건 발목 잡는 이명박 그림자


때문에 최근 정치권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세월호 MB원죄론'이다. 야권에서 먼저 나온 주장이지만 최근에 들어서는 MB원죄론에 불을 지피는 게 친박계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세월호 사태의 책임을 전 정부에 떠넘김으로써 출구전략으로 삼으려 한다는 이야기다. 최근에는 '세월호 살생부'에 이 전 대통령도 올라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물론 이명박 전 대통령을 직접 구속한다거나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른바 물타기 전략이다. 박근혜정부는 가만히 있다 뒤통수를 맞은 피해자라는 프레임을 강화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명박정부가 각종 규제를 완화해 세월호 사태를 촉발시켰고 야권이 발목을 잡는 통에 해운관련 안전법도 통과시킬 수 없었다는 프레임으로 가해자에서 피해자로 변신하려는 전략이다.

프레임 변화
출구전략

지난 대선 이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바닥을 쳤고, 정권교체의 여론은 높았지만 박 대통령은 승리했다. 이러한 선긋기 전략은 두 사람의 특수성 때문에 여전히 유효하다. 이는 특히 현재 지방선거에서 약진하고 있는 친이계들을 견제하는 1석2조의 효과도 가져온다.

만약 약진하고 있는 친이계가 대거 지방선거에서 승리한다면 당장은 새누리당이 정국의 주도권을 유지하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이들이 세력화하면서 박 대통령의 레임덕을 앞당길 수도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금쯤 내사에 들어가면 지방선거가 끝난 후쯤 가시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겠느냐"며 "18대 국회를 주도했던 친이계들은 결코 세월호 원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월호 사태로 박 대통령에 대한 부정여론은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지고 있다. 세월호 MB원죄론은 과연 궁지에 몰릴 대로 몰린 박 대통령의 출구전략이 될 수 있을까? 귀추가 주목된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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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