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박근혜 발목 잡는 'MB 그림자' 막후

세월호 살생부에 MB도 올랐다?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박근혜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관계는 누가 뭐래도 악연이고 정치적 앙숙이다. 정권 교체 이후 해소된 듯 보였던 두 사람의 질긴 악연은 최근 세월호 사태로 새삼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박근혜정부가 위기를 맞을 때마다 주변엔 어른거리던 이 전 대통령의 그림자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박근혜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은 악연이다. 지난 2007년 대선 후보경선에서는 숙명의 라이벌전을 벌였고, 이 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에는 세종시 문제 등으로 사사건건 대립했다.

18대 총선에서는 친이계가 이른바 '친박 학살' 공천을 실시했고, 다음 총선에서는 비대위원장을 맡았던 박 대통령이 '친이 학살'로 되갚았다. 지난 대선에서 이 전 대통령이 자당 후보인 박 대통령의 당선을 막기 위해 안철수 후보를 지원하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에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질긴 악연
숙명의 라이벌

하지만 정권교체와 함께 두 사람의 질긴 악연도 드디어 끝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이 전 대통령의 그림자는 지금까지도 박 대통령을 끈질기게 괴롭히고 있다. 박근혜정부가 위기를 맞을 때마다 주변엔 이 전 대통령의 그림자가 여전히 어른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정권 출범과 거의 동시에 박 대통령을 괴롭혀온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이 대표적이다. 대선개입을 지시한 의혹을 받고 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이 전 대통령의 '서울시 인맥'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인물이었다.

이 전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행정1부시장을 지내며 청계천 복원과 뉴타운, 대중교통 개편 등 굵직한 사업을 함께 이뤄냈고, 이명박정부의 첫 행정안전부 장관을 맡기도 했다. 원 전 원장은 지난 1998년 안전기획부(안기부)가 국정원으로 개칭한 이래 최장수 국정원장이다. 그만큼 이 전 대통령의 신뢰가 두터웠던 인물이다.

점점 커지는 '세월호 MB 원죄론'
불 지피는 배후에 '친박' 있다?


박 대통령은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으로 취임 후 1년간은 그야말로 아무 일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국정원 의혹과 관련 제1야당인 민주당은 천막당사를 짓고 100일 넘게 장외투쟁을 이어갔다. 게다가 이명박정부 시절 통과된 국회선진화법(국회법 개정안)은 야당의 강력한 무기가 됐다.

박근혜정부의 각종 법안과 예산은 사사건건 발목이 잡혀 옴짝달싹 못했다. 과반의석을 점유하고도 새누리당은 법안과 예산을 통과시키기 위해 많은 양보를 해야만 했다. 이 과정에서 진짜 힘 있는 여당은 민주당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친박 진영에선 이 전 대통령이 벌여놓은 일들이 현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명박정부가 실시했던 감세정책도 현 정권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명박정부는 지난 2008년 세제개편에서 법인세율과 소득세율을 일괄 인하했다. 현재 세수가 예상보다 적게 걷히는 현상은 경기부진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현 정권 안팎에서는 경제가 평균 2%대 성장을 하고 있음에도 세수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이명박정부가 시행한 감세정책의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세수 부족
경기 침체

이명박정부의 감세정책으로 인한 지난 5년간 세수 감소분은 적게는 20조원에서 많게는 100조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세수 부족으로 대선공약의 상당부분을 뒤엎어야 했고, 그 결과로 야권의 집요한 공격을 받고 있다.

일각에선 이명박정권이 했던 부자감세만 철회해도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 대부분을 실현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한번 감세하기는 쉬워도 이를 원상회복하는 데는 엄청난 조세저항이 따른다.

특히 현재 감세대상이 새누리당의 주요 지지층이라는 점에서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다. 경기가 크게 회복되지 않는 한 세수 부족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결국 이명박정부가 실시했던 감세정책은 현재 박 대통령이 내세운 모든 공약의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명박정부가 추진했던 경인아라뱃길사업이나 4대강사업도 박 대통령의 발목을 잡고 있다. 경인아라뱃길사업의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고, 4대강사업은 건설사들에게 약이 아니라 독이 됐다. 건설사들은 공사를 하면서 적지 않은 손해를 봤고 담합 혐의로 관급공사 입찰 제한이라는 된서리를 맞았다. 이로 인해 이미지에 타격을 입으며 해외 공사 수주까지 어려워졌다. 건설 분야가 침체되면서 파장은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박근혜정부의 복지시스템의 근간을 뒤흔들어 놓은 송파구 세 모녀 자살사건도 거슬러 올라가보면 이명박정부가 있다. 과거 이명박정부는 꾸준히 기초연금수급자수를 수를 줄여나갔다. 복지사각지대 해소보다 부정수급자 발굴에 몰두한 결과였다. 하지만 그 결과로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도미노 자살이 이어졌다. 송파구 세 모녀 자살사건은 사회의 큰 파장을 일으키며 박 대통령은 유감까지 표시해야 했다. 

이외에도 이명박정부에서 추진된 역사교과서 개정 문제는 박근혜정부에서 곪아 터졌다. 대부분의 학교들은 친일·독재 미화 논란에 휩싸인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채택을 철회했다.

박 대통령이 차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새누리당 김황식 서울시장 예비후보도 스스로 '박심' 논란에 불을 지피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로 박 대통령을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좀처럼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지 않는 정몽준 후보를 이기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이다. 김 후보는 이명박정부에서 감사원장과 국무총리를 지낸 인물이다. 

이중에서도 특히 최근 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세월호 사태 이면에 이명박정부의 그림자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새삼 박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의 악연은 새삼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이명박정부는 지난 2008년과 2009년 각각 해운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여객선의 제한 선령을 20년에서 25년으로, 다시 30년까지 늘려줬다. 그 결과 5년 만에 20년 이상의 선박비중이 7%에서 31%까지 높아졌다.

만약 이 같은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았다면 청해진해운이 18년이나 운행한 일본선박을 매입할 일도 없었을 것이고 따라서 세월호 사태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참사에 이명박정부의 규제완화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이명박정부는 이외에도 각종 해운법을 사업자에 유리한 방향으로 대폭 완화했다. 압류된 내항 여객선의 운항을 허용하고 변경 등록 미이행 시 처벌조항을 1년 이하의 징역에서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로 낮췄다.

세월호 사태
MB가 범인?

지난 2012년에는 선원의 편익 증진을 위해 업무정지(1∼3개월) 등의 징계에 대해 일정 교육을 이수할 경우 징계를 대신하는 징계집행 유예제도를 도입했다. 이 같은 각종 규제 완화는 해양사고 급증으로 이어졌다. 해양사고는 지난 2005년 658건에서 2008년 480건으로 점차 감소하다가 2009년부터 723건으로 급증하기 시작했다. 2011년에는 946건으로 2008년에 비해 2배가량이나 늘어났다.

게다가 세월호 사태의 한 원인으로 이명박정부가 시행했던 각종 규제완화가 거론되면서 박근혜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던 규제개혁 행보는 모두 중단됐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이 전 대통령이 내심 원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또 이명박정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가 폐지되고, 해체 수준으로 격하되면서 이번 사태를 더 키웠다는 주장도 나왔다. 류희인 전 NSC 사무차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당선자 인수위원회 안보분과에 보고를 들어가 사무처와 위기관리센터의 존속을 요구했지만 소용없었다. 사무처가 폐지되면서 청와대에는 재난관리 컨트롤타워 기능이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MB정부 감세정책에 세입 펑크
사사건건 발목 잡는 이명박 그림자


때문에 최근 정치권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세월호 MB원죄론'이다. 야권에서 먼저 나온 주장이지만 최근에 들어서는 MB원죄론에 불을 지피는 게 친박계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세월호 사태의 책임을 전 정부에 떠넘김으로써 출구전략으로 삼으려 한다는 이야기다. 최근에는 '세월호 살생부'에 이 전 대통령도 올라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물론 이명박 전 대통령을 직접 구속한다거나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른바 물타기 전략이다. 박근혜정부는 가만히 있다 뒤통수를 맞은 피해자라는 프레임을 강화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명박정부가 각종 규제를 완화해 세월호 사태를 촉발시켰고 야권이 발목을 잡는 통에 해운관련 안전법도 통과시킬 수 없었다는 프레임으로 가해자에서 피해자로 변신하려는 전략이다.

프레임 변화
출구전략

지난 대선 이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바닥을 쳤고, 정권교체의 여론은 높았지만 박 대통령은 승리했다. 이러한 선긋기 전략은 두 사람의 특수성 때문에 여전히 유효하다. 이는 특히 현재 지방선거에서 약진하고 있는 친이계들을 견제하는 1석2조의 효과도 가져온다.

만약 약진하고 있는 친이계가 대거 지방선거에서 승리한다면 당장은 새누리당이 정국의 주도권을 유지하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이들이 세력화하면서 박 대통령의 레임덕을 앞당길 수도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금쯤 내사에 들어가면 지방선거가 끝난 후쯤 가시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겠느냐"며 "18대 국회를 주도했던 친이계들은 결코 세월호 원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월호 사태로 박 대통령에 대한 부정여론은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지고 있다. 세월호 MB원죄론은 과연 궁지에 몰릴 대로 몰린 박 대통령의 출구전략이 될 수 있을까? 귀추가 주목된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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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