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정치권 권력재편 시나리오

세월호에 휘말린 정국…비주류 뜨고 주류 진다

[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여야 정치권의 권력지형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다가오는 6·4지방선거, 7·30재보선 등 향후 정치일정을 감안하면 지난 8일 여야 원내사령탑(원내대표) 교체를 시작으로 정치권의 권력재편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세월호 참사'로 인해 조성된 이른바 '세월호 정국'도 권력재편 움직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 권력재편 시나리오를 전망해봤다.

정치권력을 바꾸는 것은 선거다. 작게는 당내 경선에서부터 시작해 크게는 전국규모의 선거까지 모든 선거는 정치권력을 바꿀 수 있는 '기회의 장'이다. 이런 측면에서 지난 8일 이뤄진 여야의 새 원내대표 선출을 시작으로 줄줄이 이어지는 '6·4지방선거→7·14새누리당 전당대회→7·30재보선' 등 주요 정치일정은 현재의 정치권 권력지형을 바꿀 터닝 포인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줄줄이 예고된 선거
권력지형 바꿀 기회

5~7월 권력재편기를 맞은 새누리당은 그 시작으로 이완구 의원(충남 부여·청양)을 새 원내대표로 선출했다. 경쟁자 없이 추대형식으로 선출된 이 원내대표는 5월15일 황우여 당대표 이하 당 지도부의 임기가 만료되는 만큼 7·14전당대회까지 당대표의 역할을 겸하는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사실상 당을 책임지고 이끌어갈 예정이다.

충남에서 3선 의원, 충남지사까지 지낸 이 원내대표는 충청권을 대표하는 정치인이자 범친박(친박근혜)계 인사로 분류된다. 박근혜 대통령과는 지난 2009년 당시 이명박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는 데 뜻을 함께해 충남지사직까지 던지며 깊은 인연을 맺었다.

이 원내대표의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에는 비박계로 분류되는 3선의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을)이 임명됐다. 또 야당과의 실무 협상을 담당하는 원내수석부대표는 친박계 재선의 김재원 의원(경북 군위·의성·청송)이 임명돼 충청과 TK(대구·경북) 조합의 임시지도부가 꾸려졌다.


이 원내대표의 선출은 차기 당대표 선출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관측된다. 차기 당권경쟁은 지난해 10월 재보선을 통해 친박 원로 서청원 의원(경기 화성시갑)이 원내에 복귀한 후 줄곧 비주류인 김무성 의원(부산 영도)과 서 의원이 양강구도를 형성해왔다.

여기에 충청권의 맹주를 꿈꾸는 이인제 의원(충남 논산)이 가세하며 3파전 구도가 만들어졌지만, '특정지역 몰아주기' 논란을 피하기 위해 당대표-원내대표는 같은 지역 출신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는 관례에 따라 이 원내대표와 고향이 같은 충청도인 서 의원과 이 의원의 당권쟁취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야 새 원내대표 선출, 권력재편 신호탄
권력지형 바꿀 주요 선거일정 줄줄이 대기

반면 PK(부산·경남)를 지역기반으로 하는 김 의원이 당권을 잡을 경우에는 'PK-충청-TK' 지역 출신 인사들로 구성된 균형감 있는 지도부가 꾸려질 수 있다. 여기에 세월호 참사 여파로 새누리당이 지방선거에서 고전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친박계를 대표하는 서 의원보다 비주류인 김 의원에게 유리한 국면이 만들어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원내대표의 출신지역과 세월호 참사로 인해 상대적으로 김 의원이 유리해졌다는 의미다.

세월호 여론악화
당심도 이상기류

실제로 세월호 참사로 인한 여론악화는 당심의 이상기류로도 이어져 친박계 인사들의 당내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 실정이다. 일례로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시장 후보경선에서 친박계 후보인 조원진·서상기 의원을 제치고 비박계인 권영진 전 의원이 후보로 낙점된 것은 친박계의 추락한 위상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이외에도 대구 외 광역단체장 후보경선에서 '비박의 약진'이 도드라지고 있는 현상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미 친박계가 차기 당권, 대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동력을 잃어버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러한 기류가 7·14전당대회까지 이어질 경우 친박계는 차기 당권은 물론, 최고위원 입성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일 수 있다. 이에 친박계 일부에선 서 의원을 대신해 친박계 대표로 최경환 전 원내대표가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최 전 원내대표는 지난 7일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7·14전당대회에 출마하느냐"는 질문에 "(그간 원내대표를 맡으며) 심신이 지쳐 있어 쉬고 싶다는 생각뿐이다"라며 차기 당대표 도전 가능성을 일축했다. 현재로서는 판을 흔들 수도 있는 최 전 원내대표의 당권도전 가능성은 높지 않은 셈이다.

연장선에서 전당대회가 끝난 이후 청와대와 여당의 관계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여당은 청와대의 지시를 그대로 따르는 일방통행식 관계를 맺어왔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지금의 기류대로 비박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지도부가 바뀌게 될 경우 청와대와 여당 사이에 균열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에서는 세월호 참사로 지지율이 추락한 박 대통령이 지방선거에서도 여당이 패하고, 전당대회에서도 비박계가 당의 주도권을 쥐게 될 경우에는 조기 레임덕을 맞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영선의 부상
신주류의 몰락?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민련)의 권력지형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8일 박지원계로 분류되는 3선의 박영선 의원은 헌정사상 첫 교섭단체 여성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주목할 부분은 1차 투표에서 전체 128명의 표 중 52표를 얻은 박 원내대표가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 등 신주류의 물밑 지원을 받은 4선의 이종걸 의원(21표)과 친노(친노무현)계의 지원을 받은 3선의 노영민 의원(28표), 정세균계의 지원을 받은 3선의 최재성 의원(27표) 등 만만찮은 경쟁자들을 모두 제쳤다는 점이다.

특히 1차 투표에서 신주류가 밀었던 이 의원이 꼴찌를 차지했다는 것은 김-안 공동대표 체제에 대한 원내 반감이 매우 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박 원내대표는 2차 결선 투표에서는 노 의원(59표)을 10표 차이로 제치고 새 원내사령탑에 선출됐는데, 이는 새로운 리더십을 원하는 원내의지가 반영될 결과로 풀이된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BBK 저격수로 활약하며 대여공세의 선봉에 섰고, 19대 국회에서는 상반기 국회 법사위원장을 맡으며 검찰개혁과 재벌개혁 등 강경한 목소리를 내온 강경파로 분류된다.

새민련 한 당직자는 "박 원내대표의 선출은 지난 1년간 여당에 끌려 다니기만 한 지도부에 대한 반감으로 의원들 상당수가 박근혜정부와 여당에 맞설 수 있는 강단 있고 야성이 강한 원내대표를 원한 결과다"라고 말했다.

여-이완구, 충청 출신 원내대표…당권은 PK?
야-박영선의 부상…김한길·안철수 체제 쇠락?

이에 따라 김-안 공동대표 중심의 당 운영이 박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주도권이 옮겨갈 수 있다는 섣부른 관측이 나온다. 새민련 한 관계자는 "강경파인 박 원내대표의 선출은 곧 중도개혁 성향의 김-안 공동대표의 쇠퇴를 의미한다"며 "지난 1년 새누리당에서 주도권을 황우여 대표가 아닌 최경환 원내대표가 사실상 잡고 있었던 상황이 이번에는 새민련에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니총선급 재보선
지방선거와 연동?


오는 7월30일 열리는 재·보궐선거는 10곳 이상의 지역구에서 열리는 미니총선급 재보선이 될 전망이다. 그 어느 때보다 재보선의 규모가 크고, 국회 내 권력지형에도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여야의 거물급 원외 정치인들도 다수 출마할 것으로 관측된다.

당장 새누리당에서는 김문수 경기지사, 이혜훈 최고위원 등의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고, 새민련에서는 손학규 상임고문, 김두관 전 경남지사 등의 출마 가능성이 거론된다. 대권잠룡으로도 꼽히는 일부 유력인사들이 재보선을 통해 원내에 진입하게 될 경우 당내 권력지형뿐 아니라 차기 총·대선에도 그 여파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방선거 이후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재보선이 열리는 만큼 지방선거와 재보선 결과는 연동돼 나타날 것으로 관측된다.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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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