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의 수상한 '제 식구 감싸기' 내막

"연이은 사고 뒤에 황당 인사 있었다?"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의 관심이 '안전'에 쏠려 있는 가운데, 특히 서울시민들은 연이은 안전사고로 불안에 떨고 있다. 게다가 시민들의 안전을 최종적으로 책임져야 할 박원순 서울시장은 각종 안전사고에도 불구하고 비상식적인 제 식구 감싸기에만 몰두하고 있어 시민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연이어 터진 안전사고 뒤에는 박 시장의 황당 인사스타일이 있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1월 서울대공원에서는 황당한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호랑이가 사육사를 물어 심모씨가 사망한 사건이었다. 숨진 사육사 심씨는 호랑이에게 먹이를 주고 전시장 내부를 청소한 뒤 나왔다가 열린 전시장 출입문으로 튀어나온 호랑이에 물린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 당시 호랑이가 있던 곳의 담장 높이는 1.41m에 불과했고, 담장 밖엔 곧바로 관람객들이 있었다. 호랑이가 그대로 탈주했다면 대형참사가 일어날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그런데 더욱 황당한 것은 사고 이후 서울시는 벌써 반년 가까이 책임자들을 처벌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호랑이 잘못?

심씨의 유족들은 여전히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책임자들은 사고 이후에도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각종 행사에 참석해 활짝 웃는 얼굴로 기념촬영을 했다. 그 모습을 보며 유족들은 분통만 터뜨려야만 했다.

사고 이후 서울시는 정작 책임자에 대한 처벌은 뒤로 미룬 채 사고를 일으킨 호랑이를 안락사 시킬 것인지에 대한 고민만 하고 있었다.

사고 발생 후 서울시의 사고처리를 지켜봤던 한 관계자는 "사고 당시 유가족들이 서울시 관계자들에게 '호랑이가 나쁜 놈이야? 호랑이 소굴로 밀어 넣은 놈이 나쁜 놈이야?'라며 따졌는데 서울시의 판단으론 호랑이의 잘못이 더 컸던 모양"이라며 혀를 찼다.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안영노 서울대공원장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측근으로 임명 당시부터 낙하산 인사 논란이 있었다. 박 시장은 희망제작소를 이끌었던 지난 2007년 안 원장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 원장은 연세대 사회학과 대학원에서 석·박사과정을 수료하고 홍익대 예술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뒤 10여 년간 문화기획 분야에 종사해왔으며, 한때는 홍대에서 인디밴드로 활동하기도 했다. 아무리 살펴봐도 전문성과는 거리가 먼 인사다.

그러나 서울시는 안 원장이 창조적 문화콘텐츠 구축으로 서울대공원을 테마동물공원으로 탈바꿈시킬 것이라며 임명이유를 설명했다.

어찌됐던 사고 발생 이후 반년이 지났음에도 안 원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이상하다. 대형 사고가 나면 최고 책임자가 직접적인 과실 관련 여부를 떠나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것이 그동안의 관례였다.

인디밴드 출신을 서울대공원장에
인명사고 났는데 솜방망이 처벌만


특히 사육사 심씨는 사고가 발생하기 3개월 전 이미 안 원장에게 "잠금장치와 벽면 등 시설이 전반적으로 너무나 낙후돼 호랑이가 탈주할 우려가 있다"고 건의했지만 안 원장은 이를 묵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원장의 직접적인 책임도 있다는 것이다.

경찰 조사 결과 당시 사건은 분명한 인재였다. 경찰은 노모 서울대공원 동물원장과 이모 동물복지과장, 사고 당일 당직과장 등 책임자 4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그러나 이들 역시 지금까지 정상근무를 하고 있다.

행정전문가들은 인명사고까지 발생했음에도 책임자에 대한 인사 조치가 없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행정전문가는 "인명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자에 대한 즉각적인 대기발령과 인사 조치는 일반적인 일이다. 인명사고가 발생했음에도 반년 가까이 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매우 특이한 케이스"라며 "당장 해임이 불가능하다면 대기발령 등의 인사 조치는 얼마든지 가능한데 박 시장이 사실상 책임자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서울시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본 후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당장 인사 조치를 취할 수 없는 특별한 이유가 있냐고 되물었지만 서울시 측은 그저 "검찰의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그렇다면 언제 수사 결과가 나오냐는 질문에도 "조만간 나오지 않겠냐"는 애매모호한 답변만 했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안 원장이 이 분야의 전문가라서 꼭 필요한 인물이고 대체할 사람이 없다면 박 시장의 인사정책을 뚝심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안 원장은 잘 알려진 것처럼 비전문가 출신으로 한마디로 동물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다. 현재 서울시의 행태는 제 식구 감싸기 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 시장은 또 지난해 7월 발생한 노량진 배수지 수몰사고의 최고책임자였던 서울상수도사업본부장을 지난 연말 서울시 산하기관인 서울산업통상진흥원 윤리경영실장으로 임명해 논란이 되고 있다. 당시 사고 역시 분명한 인재였다. 폭우로 한강 수위가 높아졌음에도 공사를 강행하다 7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당시 시공사인 천호건설은 영업정지 상태였지만 서울시는 이를 인지하고도 공사를 강행시켰다.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건설사라도 이미 수주 받은 공사는 계속 진행할 수 있지만 서울시가 이 같은 사실을 인지했다면 최소한 점검을 강화하는 등의 조치는 취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런데 박 시장은 사고의 최고책임자를 사고 후 불과 4개월여 만에 서울시 산하기관에 임명한 것이다. 이에 대해서도 서울시는 관리책임을 물어 대기발령을 한 후 파견한 것이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발생한 지하철 사고도 박 시장의 낙하산인사 탓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은 지난 4일 "서울메트로의 상위 보직 책임자 중 소위 '낙하산'들이 있다"며 "서울대공원 사육사 사고와 같은 원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김익환 전 서울메트로 사장이 해고자 복직 문제로 서울시와 충돌한 후 물러난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분명한 인재

박 시장은 서울메트로 민영화에 반대하며 파업을 주도했던 해고자 16명의 전원 복직을 밀어붙였고 이 과정에서 김 전 사장 등이 반발해 사장 교체로 이어진 바 있다. 현 장정우 서울메트로 사장은 박 시장 취임 후 유일하게 살아남은 1급 공무원이기도 하다.

박 시장은 취임 후 1급 공무원들을 대폭 물갈이했지만 유독 장 사장만은 핵심 요직인 시의회 사무처장을 거친 후 지난해 2월 서울메트로 사장에 임명됐다.

지금까지 지하철 전력공급 및 출입문 오작동 등의 사고는 수차례 있었지만 열차 추돌사고가 발생한 건 서울 지하철 40년 역사상 처음이다. 장 사장은 사고 이후 사의를 표명했지만 서울시에서 연이어 터진 안전사고 뒤에는 박 시장의 황당 인사스타일이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mi737@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발목 잡힌 안영노 해임건의안 
"사과했으니 된 거 아니냐?"

새누리당 소속 서울시의회 이지현 의원이 지난해 12월 대표발의한 '안영노 서울대공원장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새정치민주연합 측의 반대에 부딪혀 지금까지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아시다시피 서울시의회는 새정치연합이 다수당이다. 그런데 새정치연합 측은 안 원장이 이미 해당 사건에 대해 사과를 했고, 사태 수습이 우선이라는 이유로 지금까지 건의안을 상정조차 시켜주지 않고 있다"며 "책임소재를 떠나 안 원장은 비전문가고, 비전문가에 의한 인재가 발생한 만큼 반드시 해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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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