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여야 신임 원내대표 이완구·박영선

첫 충청·첫 여성…‘궁합’ 잘 맞을까?

[일요시사=사회팀] 이광호 기자 = 19대 국회 후반기 첫 1년간 원내 활동을 지휘할 여야 신임 원내대표가 선임됐다. 새누리당은 충청 출신의 이완구(64·충남 부여·청양) 의원을, 새정치민주연합은 경남 출신의 박영선(54·서울 구로을) 의원을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했다. 새로운 원내대표 체제로 각각 재편성됨에 따라 향후 세월호 참사 수습과 선거정국에 충돌이 예상된다. 여야 원내 사령탑의 궁합이 어떨지 지켜봐야겠다.
 

 
새누리당 이완구(충남 부여·청양)·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서울 구로을) 의원이 지난 8일 여야 원내사령탑이 됐다. 이들은 19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협상과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 협상 등을 주도하게 된다. 

새 원내대표
동시 선출

여야 신임 원내대표는 이른 시일 내에 협상력과 정치력을 평가 받을 것으로 보인다. 두 원내대표는 임기 초반부터 국회에서 세월호 참사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를 놓고 팽팽한 기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다.
 
여야는 참사의 원인과 당국의 책임을 밝히고 종합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국회 차원의 활동이 필요하다는 데 이견이 없지만, 시기와 방식에 대해선 견해 차이를 보인다. 새누리당은 국정조사를 미루고 우선 수습에 주력하자고 나오는 반면 새정치연합은 명확한 진상규명과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두 원내대표는 전임 원내대표들이 마무리하지 못한 6월 국정감사와 국회선진화법 개정 문제도 풀어야 하는 입장이어서 이런 문제들이 새 원내대표들의 협상력과 리더십의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19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문제에 관해서는 둘 다 신속하게 마무리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난항을 겪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의장단 선출과 상임위원장 배분에 대해서는 별다른 문제의 소지가 없어 보이지만, 새누리당 일각이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서 방송 관련 업무를 별도 상임위로 분리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어 야당의 반발을 사고 있다. 또 전반기와 달라진 정당별 의석분포를 이유로 여야 어느 한 쪽에서 상임위 정수조정을 요구할 경우 여야 간 이해가 첨예하게 맞선다는 점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새누리당 새 원내대표에 친박계 3선인 이완구(충남 부여·청양) 의원이 지난 8일 선출됐다. 앞으로 이 의원은 19대 국회 후반기 첫 1년간 새누리당의 원내 활동을 지휘하게 된다.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에는 비박계인 3선의 주호영(대구 수성을) 의원이 당선됐다. 이완구·주호영 의원은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 총회에서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 후보로 단독 출마해 표결 없이 박수로 만장일치 합의 추대됐다.
 
이 원내대표는 당선 뒤 “힘을 합치는 과정에서 건강한 당·정·청 긴장관계가 필요하다”면서 “엄중한 시기에 집권당 원내대표라는 중역을 맡아 정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군림하는 느낌의 대표가 아닌 당의 심부름꾼인 총무가 돼서 당의 의견을 정부와 대통령과 언론에 잘 전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께 어려운 고언의 말씀을 드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번 결과를 보면 지역적으로는 충청권과 텃밭 TK의 구성이고, 계파로 보면 친박과 비박 인사의 조합이다. 비교적 무난한 모양새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영남권이 지역 기반인 새누리당에서 충청 지역 출신 의원이 원내 사령탑에 오른 것은 이례적이다. 충남 청양이 고향인 이 신임 원내대표는 충남지사를 역임한 여권의 대표적인 충청권 정치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경제 분야 관료 출신이지만 충북·충남경찰청장을 지낸 평범하지 않은 이력으로 정치권의 문을 두드려 15·16대 의원을 지냈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충남지사에 당선됐지만, 2009년 당시 세종시 원안을 고수했던 박근혜 대통령과 뜻을 같이하면서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 반발해 지사직을 사퇴했다. 


‘합의 추대’이
‘여성 최초’박
 
주 신임 정책위의장은 전임 이명박 정부에서 특임장관을 지내는 등 판사 출신으로 친이계의 핵심 인사였지만, 합리적인 성품 덕에 계파를 뛰어넘어 폭넓은 인맥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원내대표와 주 정책위의장은 당선 직후 원내 수석부대표와 정책위 수석부의장으로 재선의 김재원 의원과 나성린 의원을 각각 임명했다. 추대로 원내대표에 선출된 이 원내대표는 취임 초기부터 험난한 정국을 헤쳐가야 할 전망이다.
 
이 원내대표는 시작부터 정치력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야당이 세월호 참사 후속 대책과 관련해 특별검사와 국정조사, 국정감사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정부·여당의 책임론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높은 시점이기 때문이다.
 
이 원내대표는 야당의 특검·국조·국감 요구에 대해서 “희생자의 49재가 있고 아직 35명 정도의 실종자가 남아있기에 이런 문제를 제쳐놓고 특검·국조·국감을 한다면 현장에 있는 해경 요원이나 해군 관계자가 다 국회로 와야 하는 문제가 있다”면서 “신중하게 야당과 협의하고 언론의 양해와 의원들의 동의를 받아 접근하겠다”고 말했다.
 
정치권 새로운 체제 재편 ‘강대강’ 불가피
세월호 참사 수습과 선거정국 대충돌 예상
 
이처럼 새누리당이 국정조사 수용 입장을 정한 것을 두고,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세월호 참사 후폭풍에서 벗어나려는 출구를 모색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참사 수습 후 국정조사 실시’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도 사태 수습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원내대표는 야당의 특검 요구와 관련해선 “특검은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고 수사 결과가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됐다고 판단될 경우 실시하면 될 일”이라며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혔다. 야당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국가 대개조 문제는 대통령도 말했지만 여야와 이념, 정파 문제가 아니다”라며 “야당의 쓴소리도 들어야겠다. 야당의 협력도 받아내야겠다. 진정한 집권당으로서 책임의식을 갖고 이 문제 해결에 접근해야겠다”고 강조했다.
 
충남 청양에서 태어난 이 원내대표는 1974년 행정고시(15기) 합격 후 재정경제원에서 경제개발계획에 참여했다. 그는 홍성경찰서장을 거치며 치안직으로 자리를 옮겼고 충북·충남 경찰청장을 역임한 뒤 96년 15대 총선에서 신한국당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97년 대선을 치른 뒤 정권교체가 되자 여당행을 선택해 충청 지역정당인 자유민주연합(자민련)으로 당적을 옮긴 그는 당 대변인과 원내총무 등 주요 당직을 두루 맡고 2000년 16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2002년 대선 직전 한나라당으로 당적을 옮겨서 철새 정치인으로 비난받았다. 그 후 2003년 한나라당 소속 의원 11명이 ‘스카우트비’ 등의 명목으로 당 재정국이 불법 모금한 대선자금 중 2억원 이상씩을 전달받았다는 ‘이적료 파문’에 2004년 17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미국으로 떠나 UCLA 교환교수로 1년여를 지낸 뒤 2006년 귀국해 한나라당 충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지사직을 내려놓은 2009년에는 다발성골수종(혈액암) 때문에 치료에 전념했다. 건강 악화로 2012년 총선 출마를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지난해 4월 부여·청양 재보궐 선거에서 77.40%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화려하게 여의도 재입성에 성공했다.
 

지난 대선에서 이 원내대표는 새누리당 충남도당 공동 선대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지난해 11월 친박계 의원들이 주축으로 만든 국가경쟁력강화포럼에 명예대표로 참여했다. 이 포럼에 함께 참여한 주호영 신임 정책위의장과 이때부터 러닝메이트로 원내대표 경선 참여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국회는…
고지전 준비 중?
 
새정치민주연합의 새 원내대표에 3선의 박영선 의원이 선출됐다. 헌정 사상 첫 여성 원내대표에 오르는 신기원을 열었다. 앞서 새정치민주연합 신임 원내대표 경선은 지난 8일 오후 의원총회에서 3선 노영민(충북 청주흥덕을)·최재성(경기 남양주갑)·박영선(서울 구로을), 4선의 이종걸(경기 안양만안) 의원 간의 4파전으로 치러졌다.
 
전체 130명 중 128명이 투표한 1차 투표 결과, 노영민 의원이 28표, 최재성 의원이 27표, 박영선 의원이 52표, 이종걸 의원이 21표를 얻었다. 무효·기권표는 없었다. 아무도 과반 투표를 얻지 못하면서 관련 규정에 따라 노영민·박영선 의원 간 결선투표가 곧바로 진행됐다. 전체 130명 중 128명이 투표한 결선투표에서 박영선 의원은 69표를 얻어 59표를 얻은 노영민 의원을 10표 차로 앞섰다.
 
박 원내대표 당선에는 이른바 강경파 성향의 초재선 의원들의 지지가 바탕을 이룬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의 지지로 1차에서 압도적으로 앞선 후, 2차 투표에서 3, 4위에 그친 최재성, 이종걸 후보를 지지했던 의원들의 표를 노영민 후보와 나눠가지면서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특히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 등 지도부 측에선 친노·민평련의 지지를 받고 있던 노영민 의원이 원내대표가 되면 지도부와 원내대표 간의 갈등을 제어하기 힘들다고 보고, 2차 투표에선 박영선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원내대표도 강경 성향이기는 하지만 계파색이 없기 때문에 협력관계를 맺기 쉽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박 원내대표의 정견발표가 당선에 한몫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박 원내대표는 정견발표에서 진도 팽목항을 다녀왔던 기억을 떠올리며 애절함을 나타냈다. 이 과정에서 울먹이는 모습을 보여 장내를 숙연하게 하기도 했다. 그는 그러면서 강한 대여투쟁을 예고하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국면에 제1야당의 원내수장으로 뽑힌 박 원내대표는 세월호 문제와 함께 6·4지방선거와 7·30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승리로 이끌기 위한 원내 지원도 지휘하게 된다.
 
[이] “대통령에 고언할 것”
[박] “대통령과 맞설 것”
 
박 원내대표는 당선 뒤 “올바른 대한민국, 새로운 야당, 새로운 정치를 여는 힘을 모으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제가 해야 할 첫 일은 세월호특별법을 만들어 통과시키는 일”이라며 5월 국회 소집을 위한 여야 원내대표 협상을 조속히 시작하자고도 제안했다.
 
무엇보다 박 원내대표는 ‘존재감 있는 야당’을 강조했다. 그는 당선소감에서 “국민 앞에 우뚝 서는 새로운 새정치연합을 보여드리겠다”라며 “국민들에게 당당한 야당으로, 존재감 있는 야당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경남 창녕에서 태어난 박 원내대표는 2004년 초 MBC 선배인 정동영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에 의해 당 대변인으로 발탁되면서 정계에 진출했다. 방송 기자와 앵커 경력으로 다진 대중적 인지도를 기반으로 ‘당의 입’으로 맹활약해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152석으로 과반을 확보하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돼 17대 국회에 입성했다. 그는 기획재정위원으로 활동하며 금산분리법 통과 등 재벌개혁에 앞장섰다. 특히 금산분리법을 소급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해 국내 최대 기업집단인 삼성과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2007년 대선 때는 정동영계의 핵심 측근으로 대선 후보 비서실장을 지내며 ‘BBK의혹’을 주도적으로 파헤쳐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저격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듬해 총선에서 야당의 수도권 참패 분위기 속에서도 서울 구로을에 출마해 당선됨으로써 입지를 확실히 굳혔다. 18대 국회에서는 법제사법위원회와 정보위원회 간사로 활약하면서 이명박 정부를 전제하는 최전방 공격수 역할을 했다. 천성관 검찰총장, 김태호 총리 후보자 낙마에 결정적 역할을 했고, 사법개혁특위 검찰소위 위원장을 맡아 검찰 개혁에 팔을 걷어붙였다. 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으로 기용돼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는 데도 앞장섰다.

정국 순항
‘시계제로’
 
2011년 5월 여성으로는 처음 당 정책위의장에 임명돼 이른바 ‘3+1(무상 급식·의료·보육+반값 등록금)’ 등 보편적 복지 정책을 설계했다. 같은 해 치러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천정배 추미애 신계륜 의원 등 쟁쟁한 경쟁자를 모두 제치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돼 주가를 높였다.
 
비록 무소속 시민사회 후보로 나선 박원순 현 서울시장과의 야권 단일후보 경선에서 패해 본선에 진출하지는 못했지만, ‘무조건 양보’로 박 시장의 당선을 도와 자신의 입지를 강화했다.
 
이후 당과 국회에서 잇따라 ‘여성 최초’의 기록을 갈아치우며 탄탄대로를 걸었다. 2012년 1·15 전당대회를 통해 최고위원에 뽑혀 한명숙 대표와 함께 민주당에서는 최초로 여성 선출직으로 지도부에 입성했고, 19대 총선에서 구로을에 출마해 3선에 성공한 뒤 첫 여성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에 올랐다.
 
이후 국회 본회의의 관문인 법사위를 맡아 외국인투자촉진법에 반대하고, 검찰 개혁법안인 상설특검법과 특별감찰관법을 관철하는 등 제1야당의 선명성을 강조했다. 법안 처리와 관련해 새누리당으로부터 ‘월권을 행사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법사위 내에서는 여야 협의에 따라 원만한 운영 능력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khlee@ilyosisa.co.kr>
 

[이완구 원내대표는?]
 
▲충남 청양 출생
▲양정고 졸업
▲성균관대 행정학 학사
▲미국 미시건주립대 석사  
▲단국대 행정학 박사
▲행정고시(15회)·경제기획원
▲홍성경찰서장
▲LA총영사관 영사
▲충북·충남지방경찰청장
▲15·16대 국회의원
▲UCLA 교환교수
▲2006∼2009 충남도지사
▲2010 새누리당 충남도당 명예선대위원장
 
 
[박영선 원내대표는?]
 
▲경남 창녕 출생
▲수도여고 졸업
▲경희대 지리학 학사
▲서강대 언론대학원 석사
▲경희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
▲MBC 보도국 기자, LA 특파원
▲MBC 보도국 경제부장
▲17·18·19대 국회의원
▲열린우리당 대변인
▲국회 정보위원회·법제사법위원회 간사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
▲민주당 정책위의장
▲민주당 최고위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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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