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경제1팀] 한종해 기자 = 프리선언을 하는 아나운서들이 늘어나고 있다. 종편으로 인해 달라진 방송 환경과 아나운서에 대한 인식의 변화로 프리를 선언한 아나운서들이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기 때문. 하지만 언제 일이 끊길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방송국 사내 위화감 조성 등 부담감도 분명히 있다.
스포츠 아나운서로 활동하던 조유영 아나운서가 XTM과 계약 만료 후 연기자 데뷔를 준비 중이다. 조유영 소속사 지앤지 프로덕션은 "최근 조유영과 계약을 마쳤다”며 “아나운서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로 발을 넓혀보고 싶어 연기자 데뷔를 준비 중에 있다"고 전했다.
앞서 3월18일에는 김민아 아나운서가 MBC스포츠플러스에 사표를 제출했다. 김민아의 새로운 소속사는 "오랫동안 몸담았던 회사이며 남다른 애착이 있었기에 퇴사를 결정하기까지 많은 생각과 고민을 했다"며 "스포츠 분야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송활동을 통해 인사드리고 싶었기에 어렵게 퇴사를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친정 떠난다
이지애 아나운서도 지난 1일 KBS에 정식으로 사표를 제출했다. 2006년 입사 후 8년 만이다. 이지애는 한동안 개인 시간을 가지며 프리랜서 활동을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3월11일에는 이지연 아나운서가 KBS를 떠났다. 14년 아나운서 생활의 종지부를 찍은 것. 이지연은 JTBC <빅스타 리틀스타>를 통해 첫 예능에 출격한다.
배지현 아나운서는 지난 3월4일 자신의 SNS를 통해 퇴사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배지현은 "SBS스포츠 채널에서 스포츠 아나운서로서 행복했던 3년의 시간을 지난 2월 말로 정리하게 됐다"며 "아쉽고 죄송한 마음이 크지만 저에게 변화의 시기가 찾아와 이렇게 힘든 결정을 하게 됐다"고 퇴사 이유를 밝혔다.
박지성의 연인 김민지 아나운서 역시 지난 3월 아나운서국을 퇴사해 결혼 준비에 돌입했다. 이와 관련해SBS 아나운서국은 "비타 민지, 사랑해 자주 놀러와"라는 글로 애정을 전했다.
이렇게 친정을 떠난 아나운서들은 그들만의 넘치는 끼를 발휘하면서 방송가를 종횡무진하고 있다. 전현무, 오상진, 박지윤, 최희, 문지애 등이 대표적인데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현무는 MBC <나 혼자 산다> <연애고시-연애조난자 구출프로젝트>, JTBC <히든싱어>, SBS <K팝스타 시즌3> 등의 MC에 거푸 발탁됐다. 오상진의 경우 SBS <별에서 온 그대>와 영화 <관능의 법칙>을 통해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열었다. KBS2 <진격의 역지사지 토크쇼-대변인들>에서는 아나운서 출신 유정현과 조우종, 김구라, 성시경과 함께 입심 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박지윤은 결혼과 출산 후 Ystar <식신로드>, JTBC <썰전>에서 입담을 과시한 덕에 '욕망 아줌마'라는 애칭을 얻기도 했다. 최희는 프리 선언 후 KBS2 <미스터 피터팬> 출연에 이어 Ystar <부부감별쇼 리얼리?>에 이휘재와 공동 MC에 낙점되기도 했다.
줄줄이 프리랜서 활동 준비
3년간 출연제한 "이해된다"
대박과 쪽박 종이 한 장 차이
이처럼 아나운서들의 잇다른 프리선언의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수익’이다. 여기에 만능 엔터테인먼트라는 끼가 한몫한다. 방송국 소속 아나운서의 경우 TV 출연료는 2만원, 라디오는 5000∼1만원 선으로 알려져 있다. 프리 아나운서는 회당 수십만~수백만원을 받는다.
제한받지 않는 넓은 활동 영역도 프리선언 이유 중 하나다. 아나운서는 80년대까지만 해도 '뉴스 진행자'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9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끼 있는 아나운서들이 특집 프로그램에서 춤 추고 노래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이미지가 바뀌기 시작했다.
2000년대에는 뉴스와 예능 전반을 오가는 아나운서가 나오고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아나운서가 심심찮게 보이기 시작하면서 아나운서들에 대한 대중의 시각이 달라졌다.
잃는 것도 있다. 안정적인 생활이다. 언제 일이 끊길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항상 있다. 고액의 출연료를 받는 까닭에 부담감도 크다.
이들을 바라보는 누리꾼들의 시선도 제각각이다. 아이디 wani****은 자신의 블로그에 "방송 환경이 급변하고 있고 방송사 시스템 속에서 아나운서 영역은 축소되고 있다"며 "소속 아나운서는 자유로운 방송활동이 어렵다"고 전했다. 이 누리꾼은 이어 "뿐만 아니라 소속 아나운서는 살인적인 스케줄에, 당직 근무 등 일반 업무까지 봐야 하는데 보수는 적기에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고 아나운서 프리선언을 옹호했다.
아이디 band****은 해당 글 댓글에 "아나운서들은 보도국에서는 기자에게, 교양프로그램에서는 전문가에게, 예능프로그램에서는 개그맨들에게 밀리면서 입지가 좁아졌고 방송국 임원 진출도 상대적으로 어렵다"며 "전문영역을 개척하고 능력 발휘를 위해 프리선언을 하는 것"이라고 적었다.
반면 아이디 fjwod****은 트위터에 "방송국에서 공들여 인재를 만들어 놓고 자본력이 좋은 대형기획사에 넘겨 준 꼴"이라며 "프리로 돌아온 아나운서들에게 이전과 다른 고액의 출연료까지 지급해야 한다. 방송국에게 프리 아나운서들에게 괘씸함을 느낄 수 있다. 방송사에서 프리 목적으로 퇴사 시 3년간 출연을 제한하는 것이 당연하다. 방송사는 예능인 양성소가 아니다"고 토로했다.
방송사=양성소?
아이디 pg23****은 프리선언 후 감감무소식인 아나운서들을 꼽으며 무분별한 프리선언을 지양해야 함을 경고했다. 이 누리꾼은 "프리선언 아나운서들에게 빛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어둠도 확실히 존재한다. 대표적인 게 김경란이다. 2012년 9월 퇴사해 어느 한 곳에서도 얼굴을 제대로 비치지 못하고 감감무소식이다. 작년 종편에서 잠깐 얼굴을 보였지만 이내 사라졌다"고 전했다.
또한 "KBS의 붐이던 강수정도 프리선언 이후 맡고 있던 프로그램들을 천천히 놓고 결혼까지 하게 되면서 방송에서는 전혀 볼 수 없게 됐다. 쌍둥이 임신소식이 들려왔지만 그마저 유산되어 슬픔을 주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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