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업계 전방위 '입법로비' 실태 추적

세월호 사태 공범 '해수마피아' 국회가 키웠다?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세월호 침몰 참사의 후폭풍이 거세다. 정치권에서는 내각 총사퇴론까지 불거졌고, 검찰은 이번 참사의 1차적 원인인 항만업계의 고질적인 비리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그런데 검찰 수사과정에서 항만업계의 전방위 입법로비 정황이 포착됐다. 국회는 정말 세월호 참사의 숨은 공범인 것일까? <일요시사>가 이른바 ‘해수마피아’의 국회 입법로비 실태를 집중 추적했다.

수학여행을 떠난 안산 단원고등학교 학생 325명과 교사 14명을 포함해 승객 476명이 타고 있던 여객선 세월호가 지난 16일 전남 진도군 해상에서 침몰했다. 게다가 이번 사고의 희생자 대부분이 어린 학생들이라는 점에서 국민들이 겪는 슬픔과 충격은 더욱 컸다.

숨은 공범

한편 검찰이 이번 참사의 1차적 원인인 항만업계의 고질적인 비리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하는 과정에서 항만업계의 전방위 입법로비 정황이 포착됐다. 벌써부터 국회가 세월호 참사의 숨은 공범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우선 인천 여객선사들로 구성된 친목단체 '인천연안여객선협의회(약칭 인선회)'가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를 전망이다. 검찰은 인선회가 해운조합과 정치권에 로비를 시도한 정황을 포착하고 여객선사들이 업계 이익을 위해 조직적으로 로비를 벌였는지를 수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선회는 지난 2007년 3월과 5월 한국해운조합 인천지부 간부를 초청해 해외 골프를 접대했고, 지역 국회의원에게는 후원금 200만원을 내고 업계에 유리한 법안을 발의하도록 의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해운조합은 압수수색을 전후해 내부문건을 대량 파기하는 등 증거인멸에 나서 의혹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검찰은 일단 증거인멸 혐의로 해운조합 인천지부장과 팀장급 간부 등 3명을 체포했다. 해운조합 인천지부장 이모씨는 인선회의 총무를 맡아 왔다.

해운조합 인천지부가 운영하는 인천항 운항관리실은 여객선 안전점검과 입출항을 실질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조합과 여객선사 간 유착고리가 형성됐다면 부실한 안전점검과 입출항 관리로 이번 사태를 키웠을 수도 있다.

인선회는 지난 2001년 10월 여객선사 간 정보교환과 현안 공동 대처를 위해 인천지역 7개 여객선사 대표를 회원으로 발족했다. 현재는 인천 8개 선사 대표로 구성돼 있다. 해외 골프접대와 입법로비 의혹이 있는 2007년에는 세월호의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안모 전 회장이 인선회 회장직을 맡기도 했다.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해당의원은 이후 실제로 여객선에 싣는 차량에 대해 부가세를 면제하자는 법안과, 연도교 건설로 피해를 본 여객선 업체들에 보상을 확대하자는 법안을 잇달아 발의했다. 그러나 당시 두 법안은 17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만약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청해진해운은 27억원의 정부보조금을 추가로 받을 수 있었다.

후원금 받고 업계 유리한 법안 발의
국회 비호 속에 뒤로 밀린 국민안전


그러나 해당의원은 당시 지역주민들과 만난 것뿐이라며 입법로비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특정단체가 관련 자금으로 정치후원금을 전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한국선급도 정·관계 로비 의혹에 휩싸였다. 한국선급은 해양수산부의 위탁을 받아 대형 선박의 안전점검을 독점하고 있는 민간회사다. 침몰한 세월호도 지난 2월 한국선급 주관으로 안전점검을 받았다. 당시 세월호는 총 200여개 항목에서 모두 '양호' 판정을 받았다. 부실 검사 의혹이 이는 대목이다. 검찰은 이미 한국선급이 선박 검사 과정에서 선사로부터 수수료 이외의 뒷돈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선급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한국선급이 과거 정치인들에게 '쪼개기' 방식으로 후원금을 전달했다가 처벌받은 사실도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선급의 오모 전 회장은 지난 2011년 쪼개기 후원금과 관련한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바 있다.

한국선급은 지난 2007년 11월 선박안전법 개정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국회의원에게 로비를 시도했다. 직원 93명이 1인당 10만~20만원씩, 총 980만원을 모아 국회 재경위원회와 농림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7명에게 쪼개기 형태로 후원했다.

이 같은 로비는 지난 2008년 4월 제18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도 시도됐다. 직원 151명이 오 전 회장이 지명한 국회의원 18명에게 1인 당 10만~20만원씩 모두 1천550여만원을 쪼개기 형태로 후원했다. 오 전 회장은 직원들에게 "관련 상임위 의원의 도움을 받아야 하니 기부하라"고 지시한 것 알려졌다.

오 전 회장은 국회의원에게 후원하지 않으면 인사상 불이익을 줄 수도 있다는 암시를 줘 직원들이 강제 후원에 나서게 만들었다. 당시 한국선급으로 부터 쪼개기 후원을 받은 국회의원은 조경태, 김형오, 강봉균, 허태열, 배기선, 서갑원, 주승용, 정세균, 채수찬 의원 등으로 여야를 막론한 거물급 인사들이 포진해 있었다. 해당 정치인들은 합법적으로 정치자금을 받은 것으로 판단돼 따로 처벌받지 않았다.

후원금을 받은 국회의원들은 10만원 단위의 소액 후원금은 누가 냈는지 일일이 확인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로비를 위해 기부금을 낸 것인데 당연히 기부금을 낸 후 직간접적으로 이를 해당 국회의원에게 알렸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 전 회장은 지난해까지 7년 연속 한국선급 회장을 지냈다.

MB정권도 불똥

검찰은 오 전 회장이 회장 재직 시절이던 2013년 1월, 횡령한 자금의 일부를 자신이 특별사면 받기 위한 로비자금으로 썼다는 관련자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회장은 회장 재직 당시 신사옥 공사비 등 80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오 전 회장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기소돼 2011년 5월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 확정됐었다.

그는 형이 확정된 뒤에도 회장직에서 물러나지 않고 있다가 2013년 1월 특별사면됐고, 그해 4월까지 회장직을 수행했다. 오 전 회장이 사면된 때는 이명박정부의 마지막 사면이었다.

당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천신일 전 세중나모여행 회장, 박희태·박관용 전 국회의장 등 거물급 정치인과 경제인 55명이 특별사면됐다. 대부분 거물 위주의 사면이었는데 오 전 회장이 그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자칫 세월호 참사의 여파가 이명박정권에까지 불똥이 튀는 것은 아닌지 정치권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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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