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공천개입 수법 대공개

무공천 철회하자마자 '공천장사' 부활?

[일요시사=정치팀] 새정치민주연합이 기초선거 무공천 방침을 철회하면서 지역사회에서는 국회의원들의 ‘공천장사’가 다시 시작됐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는 정치권이 기초선거 공천을 폐지하려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였다. 그들은 그동안 어떤 방식으로 선거판을 주물러 왔던 것일까?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민련)이 기초선거 무공천 방침을 철회하면서 여야 모두 본격적으로 기초선거 공천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여야는 무공천 공약을 지키지 못한 대신 최대한 공정한 개혁공천으로 국민들에게 보답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벌써부터 각 지역에선 공천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천 잡음

무공천 방침 번복 이후 "국회의원들이 잠시 닫았던 '공천가게'를 다시 열었다"는 비아냥도 들려온다. 현역 국회의원들이 공천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떤 방식으로 선거판을 주무르고 있는 것일까?

우선 기초선거 공천 폐지 대안으로 상향식 공천 제도를 도입한 새누리당은 당초 취지와는 달리 곳곳에서 파열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은 상향식 공천제 도입으로 지역 국회의원이나 원외 당협위원장들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를 방지하고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고 공언해 왔었다. 하지만 막상 상향식 공천이 실시되자 경선과정에 불만을 갖고 탈당 혹은 탈당의사를 밝힌 기초선거 후보자들이 우후죽순 나오고 있다.

예비후보 자격심사 기간 중앙당 공천위에 접수된 이의신청은 과거 '하향식' 때와 비교해 오히려 크게 늘어났다. 시도당 공천위가 본 경선 전에 1차적으로 후보들의 컷오프(후보압축)를 실시하다보니 이를 주도하는 지역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들의 입김이 기존보다 더 강해진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지역마다 들쭉날쭉한 컷오프 기준이다. 어느 지역에서는 무소속 출마 경력을 문제 삼아 특정후보를 컷오프시키는가 하면 다른 지역에서는 문제 삼지 않는 식이다.

또 새누리당은 현재 지역마다 '당원 50%+국민여론조사 50%' 경선 방식과 '국민여론조사 100%' 경선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해 사용하고 있는데, 어느 방식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후보 간 유불리가 명확하게 갈린다. 따라서 지역 국회의원이 입맛에 맞는 후보를 당선시키려고 마음 먹는다면 컷오프 기준과 공천 룰을 조금만 손보면 된다.

새누리당은 공천 룰과 컷오프 룰을 지역 시도당 공천위가 지역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적용하도록 했지만 이를 악용해 얼마든지 특정후보 밀어주기가 가능한 구조가 되어버린 것이다.

여기에 정확한 기준 없이 이뤄지고 있는 기초단체장 여성 우선 공천지역 선정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일부 지역은 타 후보에 비해 인지도나 경쟁력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여성후보가 출마했다는 이유만으로 전략공천지역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지난 4년간 이번 선거만 보고 달려온 남성 후보들에겐 날벼락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일각에선 출마 후보자와 중앙당과의 관계에 따라 여성 우선공천지역이 결정된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공천개입 시작됐다!" 지역마다 잡음
좀 더 교묘하게 진화한 공천 개입


새민련은 뒤늦게 무공천 방침을 철회하는 바람에 이제야 본격적인 공천 작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시작부터 잡음이 일어나고 있다. 특정후보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해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후보에 적용하는 부적격 기준을 다르게 했다는 논란 때문이다.

기초단체장 후보 공천에서는 비리 전력자를 예외 없이 배제하겠다는 방침과 달리 광역단체장의 경우 '선거를 통해 유권자의 심판을 받은 경우는 공천 받을 수 있다'는 예외 규정을 둔 것이 문제가 됐다. 지난 2004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안희정 충남지사를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또 기초선거 후보 컷오프 과정에서도 새누리당과 마찬가지로 공정하지 못한 이중 잣대로 몸살을 앓고 있다.

물론 여야를 막론하고 고전적인 방법도 여전히 쓰인다. 벌써부터 지역에선 후보 낙점설과 내천설이 파다하다. 현역 국회의원이 주변 지지자들에게 자신이 어떤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간접적으로 알리는 것이다. 지역에서 막강한 조직동원력을 가진 국회의원이 움직이면 '당심'은 특정후보에게 쏠릴 수밖에 없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노골적인 방법까지 동원해 특정후보를 밀기도 한다. 모 국회의원은 주변 지인들에게 특정후보를 지지하라는 말을 공공연히 하고 다닌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기도 했다. 심지어 이 국회의원은 평소 사이가 좋지 않던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여해 찬물을 끼얹는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해당 국회의원은 개소식 축사를 통해 '모 후보가 다소 독선적이라 겉돈다는 이야기가 있다' '외모가 호감형이 아니라 재선이 가능할지 모르겠다'는 등 농담과 악담 사이를 교묘하게 오가는 축사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영호남 지역의 경우 특정정당의 공천이 곧 당선을 의미해 본격적인 선거전보다 공천과정에서의 잡음이 더 심각하다. 때문에 양당 모두 최소한 영호남 지역에서만큼은 무공천 약속을 지켜야 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또 지역 국회의원의 입김이 가장 강하게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은 비례대표 선출이다. 과거부터 비례대표 공천은 지역 국회의원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면서 공천장사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진 분야다. 비례대표는 투표를 통해서는 선출되기 힘든 계층과 전문성을 지닌 인사들의 정치 참여를 보장하려고 마련한 장치지만 각 당마다 주관적인 선출 기준 때문에 전문성보다는 당 공헌도에 초점이 맞춰지는 경우가 많았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당 공헌도는 사실 현역 국회의원에게 얼마나 충성했느냐를 기준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때문에 비례대표 선출과 관련한 비리 의혹도 끊이질 않고 있다.

4년 전 지방선거 때는 비례대표 선출과 관련해 '7억원이면 공천, 6억원이면 탈락'이라는 '7당6락'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 정도였다. 과거 사례를 보면 공천헌금의 유형도 점점 진화하고 있다. 달러를 주고받는 외환치기나 지역구 의원 사무실 비용 대신 내주기, 차용증을 받고 빚으로 위장하기 등 교묘한 수법이 쓰이고 있다.

공천 비리?


지난 2006년 지방선거에서 불법 헌금 같은 공천 비리로 입건된 사람은 118명이고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때는 공천 비리를 포함해 금품 선거사범으로 붙잡힌 사람이 1700여명이나 됐다. 이처럼 지방자치 20년간 공천비리로 법의 심판을 받은 이는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방선거 공천 제도의 전반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면서도 "지방선거 공천 제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정답이 반드시 무공천은 아니다. 우선 지역 국회의원의 입김이 작용할 여지를 주지 않도록 고무줄 공천 기준을 좀 더 명확하게 하고, 공천 비리 관련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mi737@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