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차기 권력구도 이상기류 대해부

비주류 급부상…서청원·김무성 '양강구도' 깨지나

[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서청원·김무성 의원 간 양강구도로 흐르던 여권의 차기 당권 경쟁이 이상기류를 보이고 있다. 비주류의 부상, 친박(친박근혜)계의 분화 등 다양한 정치적 변수들이 겹치며 고착화되는 듯했던 양강구도가 깨질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구도에 직접적 변화를 야기할 수 있는 최경환 원내대표,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7·14전당대회 출마설까지 불거지며 여권 차기 권력의 향방은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새누리당은 5월초 원내대표 경선, 5월 말 국회의장 선출, 7월14일 전당대회 등 6·4지방선거를 전후한 시기에 내부적으로 굵직한 정치일정이 줄줄이 잡혀 있다. 외견상 독립적 형태의 정치일정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누가 어떤 자리로 가느냐에 따라 다른 자리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얽혀있다.

김문수 당권 도전
대권 위한 빅카드

이 중에서도 백미는 단연 7·14전당대회다. 이날 선출될 새누리당 차기 당대표는 7·30재보선을 시작으로 2016년 20대 총선까지 공천권을 행사하는 막중한 권한을 가지게 된다. 특히 대권잠룡이 당권을 쥘 경우에는 단숨에 유력주자로 발돋움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당초 차기 당권구도는 일찍이 도전의 뜻을 밝힌 '빅2(서청원·김무성 의원)'에 충청권의 맹주를 꿈꾸는 이인제 의원이 가세한 3파전으로 짜여졌다.

그런데 최근 새누리당 지방선거 후보자 선출대회에서 비주류의 강세가 이어지며 김문수 도지사도 전대 출마를 진지하게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권 도전을 위해 경기지사 3선 도전을 포기한 김 지사가 도지사 임기가 끝난 이후(6월 말) 다음 대선까지 잊혀지지 않기 위해 다양한 선택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던 상황에서 차기 당권은 가장 매력적인 카드다.


김 지사 측 관계자는 "김 지사가 7·14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을 열어 놓고 당내 진행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지방선거 후보경선에서 친박 주류가 힘을 못 쓰고 있는 상황에서 김 지사가 마음먹고 출격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 한 관계자도 "김 지사가 차기 대권주자로서 '미래권력'에 대한 기대감을 높일 수만 있다면 '양강'이라 불리는 서청원·김무성 의원보다 전당대회에서 당심을 더 얻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현재 경선레이스에서 초강세를 보이고 있는 비주류 후보들이 본선에서도 선전할 경우에는 이를 계기로 여권의 차기 권력구도 자체가 새롭게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지방권력을 잡은 비주류를 중심으로 당 권력이 재편되며 구심점을 잃은 친박계가 힘을 잃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게다가 비주류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혁신연대 모임도 '당 쇄신'을 외치며 외연 확장에 나서고 있다.

지방선거 비주류 초강세…맥없이 밀린 친박계
겹치는 정치적 변수에 차기 권력 향방 안갯속

이미 지방선거 후보자 경선 과정에서는 '박심(박근혜 대통령 의중)' 논란이 오히려 역풍을 불러오며 친박계가 맥을 못 추고 있는 실정이다. 일례로 서울시장 경선에서 친박 주류가 지원하는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비주류인 정몽준 의원에게 밀리며 박근혜 대통령이 당을 떠난 친박계 결집력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경남지사 경선도 친박 주류가 밀었던 박완수 전 창원시장이 비주류인 홍준표 현 지사에게 무릎을 꿇었다.
친박계가 경선에서 이처럼 힘을 못 쓰는 이유는 그간 친박계 인사들은 박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 아래에서 주로 참모형으로 성장을 한 반면, 비주류는 나름대로 각자도생하며 정치력을 키워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권의 한 재선의원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비주류가 급부상한 것은 친박 내에는 전국구급 인물이 드물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며 "비주류 후보가 중심이 돼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선거 직후 열리는 7·14전대에서 당내 역학구도가 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 지사가 당권 도전에 나설 경우 서청원·김무성 양강구도가 깨지고 3자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셈이다. 다만 비주류 측 후보가 김무성 의원과 김 지사로 나뉘면서 친박계가 어부지리를 얻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일각에선 친박계가 김 지사에게 일정부분 힘을 보태는 조건으로 원내대표를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 지사나 김 의원이 당대표 이후 차기 대권주자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친박계가 굳이 선택한다면 세가 강한 김 의원보다 김 지사를 선택하는 것이 힘의 쏠림 현상을 막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당권파 실세 최경환
서청원 대신 나오나

차기 당권구도를 흔들고 있는 또 다른 변수는 최경환 원내대표의 출전 가능성이다. 최근 친박계 일각에서는 서청원 의원 외에 최 원내대표를 내세우자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이는 친박계 분화와 맞닿은 주장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 입성한 지 2년째에 접어들며 구심점을 잃은 당내 친박계는 서 의원을 중심으로 한 원로그룹과 최경환·윤상현·홍문종 의원 등을 중심으로 한 당권파, 이한구·강석훈·이종범 의원 등 전문가그룹으로 분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같은 친박이지만 결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그룹 간 다른 목소리가 나올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외에도 최 원내대표가 급부상한 것은 5월 초 선출되는 차기 원내대표 경선을 코앞에 두고 '이완구 낙점설'이 불거지고 있다는 점이 한몫하고 있다. 이완구 의원은 충남 홍성 출신으로 서 의원(충남 천안)과 출신지가 겹친다.

새누리당은 관례상 당의 투톱인 ‘당대표-원내대표’ 출신을 의도적으로 다르게 선출해왔기 때문에 이 의원이 원내대표로 먼저 선출될 경우 서 의원보다는 최 원내대표로 가지 않겠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최 원내대표는 경북 경산 출신으로 이 의원과의 지역안배 면에서 적절하다는 평가가 많다.

최 원내대표 측 한 관계자는 "최 원내대표가 공개적으로 당권에 도전하겠다는 말을 한 적은 없다"면서도 "당 안팎에서 출마를 권유하는 목소리가 있고, 따라서 지인들에게 폭넓은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 원내대표는 3선 의원으로 당대표를 맡기에는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약점이 있다. 새누리당 핵심 당직자는 지난 12일 한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최 원내대표가 3선으로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견해도 있지만, 원내대표직을 무난히 수행한 데다 유력 당권주자들과 달리 자기정치를 하지 않기 때문에 청와대가 믿고 호흡을 맞출 수 있는 당권주자"라고 말했다.

김문수·최경환, 당권 경쟁 가세?
서청원·김무성, 여전히 막강 전력

그러나 그가 나설 경우 서 의원과 지지세가 겹친다는 점에서 비주류 후보에게 어부지리를 안겨줄 수 있기 때문에 청와대에서 어떤 식으로든 '교통정리'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와 관련해 지난 10일 제주도에서부터 시작된 새누리당 '6·4지방선거 광역단체장 후보자 선출대회'에서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인사들은 모두 얼굴을 내비쳤으나 서 의원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냈다. 

서 의원 측에 따르면 광역단체장 후보자 선출대회에 서 의원은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경기도 선출대회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특별히 참석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연초에 서 의원이 전국 곳곳의 당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석하며 전국을 무대로 광폭행보를 보였던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이에 일각에선 '서청원=국회의장' '최경환=당대표'로 친박 내 교통정리가 벌써 이뤄진 것 아니냐는 말도 흘러나오고 있다.

친박계-비주류
교통정리 필요

그러나 서 의원은 전국을 무대로 당원교육 등 '순회정치'는 꾸준히 진행하고 있어 아직 당권 도전의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서 의원 본인도 당권을 잡아 박근혜정부 국정 운영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서청원·김무성' 양자구도가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양 진영을 대표하는 또 다른 거물급 인사들이 경쟁에 뛰어들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최종 구도와 최후의 승자는 과연 누가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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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