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6·4지방선거 지역별 판세 분석 ⑧영남권

본선보다 치열한 예선…"새누리 공천=당선"

[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6·4지방선거가 2개월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여야 정치권이 일제히 지방선거 체제로 돌입했다. 여야가 각각 필승의 각오를 다지며 당의 조직과 기능을 선거 체제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여야의 후보군 윤곽이 드러나며 지방선거 열기도 점점 달아오르고 있는 모양새다. 이에 <일요시사>에서는 특히 관심을 모으고 있는 주요 지역 후보군 면면과 판세를 기획연재로 독자들에게 소개할 예정이다. 8편은 전통적 여권의 텃밭으로 본선보다 예선전이 더 치열한 대구, 울산, 경북, 경남 등 영남권이다.

여권의 텃밭인 영남권에서는 '새누리당 공천=당선'이라는 등식이 여전히 유효하다. 때문에 본선보다는 예선전인 당내 경선이 더 치열하다. 다만 무소속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부산'만 여권 후보가 당선을 장담할 수 없는 백중세다. 그러나 '부산편'은 앞서 본지 949호에서 이미 따로 다뤄 이번 호에는 부산을 제외한 영남권의 후보와 판세를 취재했다.

경선 과열

대구부터 살펴보면 우선 새누리당의 대구시장 후보로는 서상기·조원진 의원, 권영진 전 의원, 이재만 전 동구청장 등 4명이 경합을 벌이고 있다. 이들의 지지율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지난 14일 2차 컷오프에서 탈락한 주성영 전 의원이 서 의원 지지를 선언하며 서 의원 쪽으로 약간 기우는 분위기다.

하지만 주 전 의원의 서 의원 지지와 관련해서는 조 의원이 공개적으로 "주 전 의원의 서 의원 지지 표명은 경선과정에서 지역정가에 널리 퍼졌던 주 전 의원의 서 의원 지지와 서 의원의 지역구(대구 북구을)를 맞바꾸는 추문이 실체를 드러낸 것"이라며 "대구시민을 속이고 당원을 우롱하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하는 등 반발도 거센 상황이다.

이는 서 의원이 본선 후보로 낙점되면 공석이 되는 대구 북구을 7월 재·보궐선거에 주 전 의원이 출마를 할 것이라는 관측을 겨냥한 것으로, 주 전 의원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당당하게 임할 것"이라고 의혹을 부인하지 않았다. 이와 같은 모양새는 서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를 주 전 의원에게 지지의 대가로 물려주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어 역풍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새누리당 내부에서 치열한 경선이 벌어지고 있는 사이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민련)에서는 이렇다 할 경쟁후보 없이 김부겸 전 의원이 후보로 낙점됐다. 김 후보는 지난 총선에서 대구 수성갑에 출마해 친박(친박근혜) 핵심 이한구 의원(52.8%)을 상대로 40.4%를 얻을 정도로 예상 밖 선전을 보인 야권의 기대주다.

하지만 수성갑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새누리당 후보군에 비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지지를 얻고 있어 새누리당 후보 4명과의 가상 양자대결에서도 모두 20%p 차이 이상의 격차로 뒤쳐지고 있다. 김 후보도 "대구는 새누리당이기만 하면 다 어려운 상대다"라고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통합진보당 송영우 지방자치위원장, 정의당 이원준 대구광역시당위원장도 출마를 준비 중이지만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편, 새누리당의 대구시장 후보는 당초 4월20일 후보자 선출대회를 열어 확정될 예정이었지만 전남 진도 해상에서 발생한 세월호 침몰사고로 전 지역 선거운동이 일시 연기되며 4월27일로 미뤄졌다.

여-김관용·홍준표·김기현 후보 확정
일부 과열경선 후유증 우려…대구 27일

울산에서는 당 정책위의장을 지낸 김기현 의원이 지난 12일 경선 경쟁자였던 강길부 의원을 3.2%p 차이로 가까스로 제치고 새누리당 후보로 확정됐다. 새민련에서는 지난 9일 후보로 확정된 이상범 전 울산 북구청장이 나선다. 그러나 여권이 한 번도 시장직을 야권에 빼앗긴 적이 없었던 지역인 만큼 이번에도 여권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다만 야권에서 이 후보 외에도 통합진보당 이영순 전 의원, 정의당 조승수 전 의원 등 만만찮은 인사들도 출격할 예정이어서 야권단일화 여부가 본선을 앞두고 최대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경북에서는 3선에 도전하는 김관용 지사가 지난 10일 경선 경쟁자인 권오을·박승후 예비후보의 후보직 사퇴로 자연스레 단수후보로 확정됐다. 당초 권·박 예비후보는 김 지사의 아들 병역비리 의혹과 논문표절 의혹 등에 대한 문제를 강하게 제기하며 당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지만,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 산하 클린공천감시단이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불복해 후보직을 사퇴한 이들은 "검은색을 검다 해도 회색이라 하고 흰색을 희다 해도 회색이라 하는 현실에서 저희가 설 자리는 없다"며 불만과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김 지사의 본선 상대로는 새민련의 오중기 경북도당위원장, 통합진보당의 윤병태 경북도당위원장, 정의당의 박창호 경북도당위원장이 나설 예정이나 50% 이상의 압도적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김 지사가 이변이 없는 한 무난하게 당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여, 무난한 당선?

새누리당의 경남지사 후보로는 지난 14일 홍준표 지사가 확정됐다. 이날 경남 창원에서 열린 후보자선출대회에서 홍 지사는 친박 주류의 지원을 받았던 박완수 전 창원시장을 5%p 차이로 누르고 최종후보로 확정되는 기염을 토했다. 당심의 외면을 여론 우세로 극복한 홍 지사는 본선에서는 당심마저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재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홍 지사의 맞상대로 새민련은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과 정영훈 변호사 간의 경선을 통해 최종후보를 선출할 예정이다. 통합진보당에서도 강병기 후보가 나선다.

<경남신문>이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3월29~30일 경남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여야를 막론한 경남지사 후보적합도 조사에서 홍 지사가 31.9%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최근 경선에서 탈락한 박 전 시장이 18.7%로 2위, 김 본부장이 11.4%로 3위, 통합진보당 강병기 후보가 2.0%로 4위, 정 변호사가 1.6%로 5위를 차지했다(조사방식 : 유무선 전화 RDD 방식,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 : 15.3%).

 

<carpedie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차기 부산시장, 권철현-오거돈 접전

<부산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13일 부산시민 1500명을 대상으로 부산시장 선거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새누리당 권철현 예비후보와 무소속 오거돈 예비후보가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권 예비후보와 오 예비후보는 42.5% 대 42.6%로 초박빙의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새누리당 서병수 예비후보와 오 예비후보의 가상대결에서는 오 예비후보가 45.5%로 서 예비후보(38.9%)를 오차범위 밖인 6.6%p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 예비후보는 또 새누리당 박민식 예비후보와의 가상대결에서도 52.7% 대 31.1%로 21.6%p 앞섰다.

한편, 새누리당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는 권 예비후보가 29.7%로 1위, 서 예비후보가 23.9%로 2위, 박 예비후보가 10.6%로 3위를 차지했다(조사방식 : 유무선 전화면접 방식,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에서 ±3.1%p, 응답률 : 16.4%). <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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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