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찌라시’ 배달앱 '허와 실'

무늬만 스마트…일일이 “중국집이죠?”

[일요시사=사회팀] 이광호 기자 = 이른바 '찌라시(홍보전단지)'로 음식을 주문하는 시대는 갔다. 이제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원하는 음식을 배달 받는다. 주문·결제가 간편해 많은 이들이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생각하는 주문 방식과는 달랐다. 알고 보니 앱을 통해 음식을 주문하면, 앱 업체 직원이 주문 내용을 확인한 뒤 해당 음식점으로 전화를 거는 시스템이었던 것. 직접 주문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등 스마트 앱의 이면에는 아날로그 방식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스마트폰 이용자라면 한 번 쯤은 배달앱에 대해 들어봤을 것이다. 그만큼 배달앱은 우리 생활과 밀접해 있다. 현재 위치를 기준으로 주변 음식점들을 안내해주니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다. 특히나 젋은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데 이 앱을 통해 황당한 일을 겪은 사람들의 사례가 전해지면서 배달 앱의 실체가 드러났다. 
 
10만 업소 등록
 
배달앱은 이미 10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고 등록 업소도 10만 곳이 넘는다. 하루 평균 주문량도 10만 건에 이른다고 한다. 이 같은 이유는 배달앱이 근처 배달 음식점 메뉴는 물론 이미 주문해 본 사람들의 사진과 별점, 리뷰까지 공개되면서 배달 마니아들의 필수아이템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 이 앱의 장점은 ‘바로결제’에 있다. 친구와 메시지를 나누듯이 간편하게 주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주문으로 포인트도 쌓고, 할인도 받을 수 있다. 결제 방법도 포인트, 쿠폰, 휴대폰 결제, 체크카드, 신용카드 등으로 다양하다.
 
어플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업소 목록에서 바로결제 버튼이 있는 업소를 누르면 업소 정보로 이동한다. 그리고 메뉴와 가격이 나온다. 장바구니에 담긴 메뉴를 결제하면 된다. 그런데 배달앱 홈페이지에 ‘자주 묻는 질문’ 페이지를 보면 이 앱의 맹점이 드러난다. 주문한 내용이 배달된 음식이랑 다르다는 것. 
 
대학생 A(22)씨는 친구들과 치킨, 피자 등 배달음식을 시킬 때마다 스마트폰의 배달앱을 애용했다. 종류별로 잘 정리돼 있는 메뉴와 이용자들의 평점이 마음에 들었다. 출출할 때면 어김없이 앱을 실행시켰다. 주변 맛집을 빠르게 검색할 수 있고, 클릭 한 번으로 결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앱을 꾸준히 사용하다보면 나중에는 포인트도 쌓이고 할인도 받을 수 있어 일석이조라는 것.
 

그런데 직접 주문보다 배달이 느리다는 단점이 있었다. 배달이 늦을 때면, 바쁜 줄 알고 그러려니 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앱으로 피자를 주문한 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저기요. 피자집이 없어졌는지 전화를 안 받네요. 다른 데로 다시 주문해주세요.” A씨는 황당했다. 누군가 중간에서 다시 주문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챘다. 앱에 대한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직장인 B(32)씨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겪었다. 싱글인 B씨는 평소 배달을 달고 살았었다. 특히 퇴근 후 저녁은 무조건 배달 음식이었다. 한식, 중식, 분식, 치킨, 피자 등 골고루 시켜먹는 재미가 있었다. 문제는 볶음밥이 짬뽕으로 배달되는 등 황당한 일이 발생한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배달이 잘못됐다는 주문자의 항의에 배달자는 사실을 토로했다. 한 음식점 직원에 따르면 배달앱 시스템은 음식을 주문하면 앱 업체 직원이 단말기에 뜬 주문 내용을 확인하고 해당 음식점으로 전화를 걸어 재주문하는 방식이다. 즉 이 과정에서 주문이 누락되거나 잘못 입력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음식 주문·결제 간편…1000만 다운로드
고객이 고르면 업체가 다시 식당에 전화
 
앱 업체에 확인해본 결과 재주문 방식은 사실이었다. 실제로 업계 선두인 ‘배달의 민족’과 독일계 서비스인 ‘요기요’ 등이 이 같은 전화 재주문 방식을 쓰고 있었다. 주문자가 치킨을 주문하고 앱 상에서 카드 결제를 하면, 앱 측에서 이를 확인하고 해당 치킨집에 전화를 걸어 “효자동 ○○번지 핫양념치킨 한 마리요”라고 대신 주문을 넣는 방식이었다. 대부분의 앱 이용자들은 이런 시스템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매우 아날로그적인 접근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두 번의 주문이 이뤄지다 보니 직접 전화로 주문하는 것보다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또한 밀려든 주문에 실수로 메뉴 혹은 배달 장소가 바뀌는 경우도 다반사라는 것이다.
 

이용자가 많기 때문에 소비자 불만도 많은 상태다. 스마트폰 이용률 1위라는 배달앱의 이면에는 신속, 정확보단 수동적인 방식이 자리 잡고 있었다. 
 
시급한 문제는 ‘주문 알림 단말기’의 보급화다. 앱을 통한 원스톱 주문이 가능하려면 대도시부터 시골 촌구석까지 무려 10만개가 넘는 배달음식점에 주문 알림 단말기를 설치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 앱 측에서 음식점 주인의 휴대전화에 문자를 보내 알리는 방법도 있지만, 이는 주문이 제대로 전달됐는지 확인하기가 어려워 여전히 전화로 재주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배달앱은 스마트폰을 통해 보편화됐지만, 그에 맞는 배달 시스템은 아직 스마트하지 못한 게 현실이다.
 
잘못 배달 허다
 
업주들은 배달앱이 뜨거운 감자라고 입을 모은다. 앱 이용자가 많은 만큼 광고효과가 크다는 건 사실이다. 찌라시를 돌리며 홍보하는 것보다 배달앱에 등록하는 것이 매출신장을 위해 좋다는 것이다. 반면 카드결제, 그리고 수수료와 부가가치세를 생각하면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고 한다.
 
그래서 몇몇 업주는 배달 시 주문자에게 “다음에는 앱이 아닌, 직접 전화로 주문해주시면 더 잘 해드리겠다”고 말하기도 한다고 한다. 그러나 앱을 통한 포인트를 생각하면 직접 주문보단 앱 주문이 낫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그렇지만 포인트나 할인쿠폰을 썼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다고 전해진다. 앱을 통해 쌓은 포인트로 결제할 시 배달되는 음식의 양이 평소의 양과 확연히 적은 모습이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앱을 통해 업소 번호만 참고해 직접 주문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한다.
 
한 배달앱 관계자는 “음식점 업주들이 앱을 이용하면 홍보 효과가 높다”며 “그 대신 12.5%의 수수료를 받는다”고 말했다. 여기에 부가가치세는 별도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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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