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폐유 모르쇠’ 영안모자 공장 '현장고발'

검은 기름 탄천으로 흘렸나?

[일요시사=경제1팀] 한종해 기자 = 영안모자 소유의 GM대우 정비공장에서 폐유를 무단으로 흘려보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장이 예상된다. 공장은 왕복 2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하천과 마주보고 있어 심각한 환경오염이 우려되는 상황. <일요시사>가 현장을 직접 찾았다. 기름 냄새가 진동했다.

탄천. 경기도 용인시에서 발원해 성남시 중앙부를 관통하여 서울 송파구와 강남구를 거쳐 한강으로 흘러드는 하천이다. 90년대 말 용인 지역 난개발로 인해 수질이 급속도로 악화됐지만 이후 생태하천 복원사업으로 주변 경관과 수질이 호전됐다. 그런데 이곳이 다시 오염되고 있다.

기름 냄새 진동

한국지엠 분당서비스센터는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403번지 일대에 위치해 있다. 뒤로는 사송버스공영차고지가, 앞으로는 왕복 2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탄천과 마주 보고 있다. 탄천 건너편은 성남시민들이 애용하는 야탑동 물놀이장이 위치해 있다. 지하철 야탑역과 1km도 채 떨어져 있지 않다.

이 센터에서 운영하는 쓰레기장에서 폐유가 무단으로 방출되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제보자에 따르면 다 쓴 엔진오일 통이 여기저기 널려있고 통에서 흘러나온 폐유는 소각장 배수로를 통해 탄천으로 흘러가는 상태. 사실 확인을 위해 지난 15일 오후 2시께 센터를 찾았다.
 

센터는 정비 작업이 한창이었다. 최근 입주한 닛산 정비센터를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니 제보자가 말한 쓰레기장이 나왔다. 문은 열려있었고 관리자는 보이지 않았다. 쓰레기장은 2차선 도로와 매우 인접해있었다. 쓰레기장 내부에는 깨진 자동차 범퍼 등 고철이 쌓여있었으며 다 쓴 엔진오일·부동액·워셔액·코팅제·에어크리너 등 차량 정비에 쓰이는 각종 폐기물이 널려있었다. 바닥은 흘러나온 기름으로 제대로 서있기 조차 힘들었다.
 


‘분리 해놓은 통에다 각기 종류대로 버려 주십시오’라는 문구가 벽에 적혀있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폐기물은 서로 뒤엉켜있었다. 굴러다니던 부동액 통을 살펴봤다. 통 뒷면에는 ▲눈에 심한 자극을 일으킴 ▲태아 또는 생식능력에 손상을 일으킬 수 있음 ▲장기에 손상을 일으킴 ▲장기간 도는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장기에 손상을 일으킴 등 유해·위험 문구가 적혀있었다. ‘관련 법규에 명시된 경우 규정에 따라 내용물, 용기를 폐기하시오’라는 예방조치 문구도 눈에 띄었다. 엔진오일, 코팅제, 워셔액 등의 경고 문구도 이와 비슷했다.

분당 자동차정비센터 각종 폐기물 방치
여과·정화 없이 소각장 배수로로 방출

소각장 뒤편으로 연결된 배수로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액체로 가득했다. 배수로를 따라 뒤편으로 이동했다. 쓰레기장에서 시작된 배수로는 건물 담벼락을 지나 도로 배수구로 연결되어 있었다. 배수로 곳곳에 낙엽이 쌓여 있는 등 관리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센터는 올해로 설립 18년째다. GM대우뿐만 아니라 과거 폭스바겐, 크라이슬러, 캐딜락, 아우디, 미쓰비시 등 수입차 정비를 담당했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주말에는 정비를 받으러 온 사람들과 차량으로 북새통을 이룬다.

토지면적만 4300여평, 지하1층∼지상3층 규모의 정비사업소와 지상1층∼2층 정비공장, 유류저장고, 경비실, 창고, 자동차관련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이 기간, 센터 주인은 수차례 바뀌었지만 센터 위치는 변함없었다. 20년 가까운 기간 동안 조금씩 폐유가 탄천으로 흘러들어갔다는 얘기가 된다.
 

센터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센터는 ‘자일자동차판매’(이하 자일자판) 소유다. 자일자판은 93년 대우자동차의 판매 부문을 분리, 대우그룹 임직원 3만1400여명이 주주로 참여하여 설립된 종업원 출자회사다. 94년 우리자동차판매로 상호를 변경하고 96년 한독과 합병해 주식을 상장했다. 97년 1월에는 대우그룹 계열에 편입됐고 3월에 대우자동차판매로 상호를 변경했다. 99년 IMF 당시 워크아웃이 확정된 뒤 2000년 4월 대우그룹 계열사에서 제외됐다.

대우자판은 독자생존해 2012년 영안모자에 인수됐다. 앞선 2003년 영안모자는 대우자동차가 3개 사업부문(중소형 승용차·상용차·버스) 중 버스 사업을 영위하는 대우버스를 인수한 바 있다.


영안모자는 경기도 부천시에 위치한 모자 생산업체다. 자일대우버스와 OBS경인TV 최대주주다. 59년 2월 서울 중구 청계천 4가에 노점형태의 모자점을 전신으로 한다. 현재 연간 모자 생산량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회장은 백성학이다. 백 회장은 한국전쟁 전쟁고아 출신으로 11세에 홀로 월남해 모자 하나로 세계를 평정했다.

센터 관계자 "하천 연결" 인정
모르쇠 영안 측 사진보고 '확인중'

백 회장이 모자 외의 사업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90년대부터다. 95년 코스타리카 버스 생산업체를 사들인데 이어 99년 숭의초·중·고·여대 등을 거느린 학교법인 숭의학원을 인수했다. 2001년에는 통신기기 개발업체 알커뮤니케이션을 설립하고 2003년에는 미국 클라크지게차와 대우버스를 인수했다.

2004년에는 광고업체 다보애드를 세웠고 2005년에는 경인TV최대주주에 올랐다. 지난해 매출은 2조6000억원대다.

어엿한 중견기업인 영안모자는 폐유 유출과 관련해 무덤덤했다. 센터 관계자는 쓰레기장 배수로가 탄천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기름이 흘러갈 우려가 있어 항상 주시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떤 식으로 관리하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배수로를 닦아주고 있다"는 엉뚱한 대답을 했다. "이미 흘러간 폐유는 어떻게 할거냐"는 질문에는 "관리하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본사 관계자도 마찬가지였다. 영안모자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해당 사업장과 직원들에게 확인한 결과 기름을 무단으로 흘려보내는 등의 행위는 전혀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기자가 현장 사진을 보여주자 "사진과 관련한 내용 확인해 다시 연락주겠다"고 전한 뒤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음을 알려왔다.
 

분당경찰서는 최근 '깨끗한 경찰-깨끗한 탄천' 가꾸기 캠페인을 정자동∼수내동 탄천에서 가졌다. 송파구청은 지난 3월 수륙양용차까지 동원해 탄천 정화활동을 펼쳤다. 같은 달 강남구청도 '세계 물의 날'을 맞이해 탄천물재생센터에서 행사를 갖고 물의 소중함을 알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아닐 수 없다.

비 오면 '끔찍'

<일요시사>가 현장을 확인했을 때 영안모자 GM대우 정비센터에는 어떤 여과·정화 장치도 없었다. 제보자는 비가 오면 쓰레기장 내 대부분의 기름이 쓸려 내려간다고 했다. 제보자는 "탄천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상관없이 주민들의 여가·휴식 공간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며 "각종 정화활동도 좋지만 '외양간'을 먼저 고치는 게 우선 아닐지 생각해 본다"고 전했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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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