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렌터카 불법영업 실태 <1탄> ‘채널조직’ 해부

“나는 AJ렌터카의 머슴이었다!”

[일요시사=경제팀] AJ렌터카가 영업조직의 등골을 뽑고 있다. 이른바 ‘채널’이라고 불리는 불법 영업조직을 가동하면서 모든 영업 관련 리스크를 채널들에게 전가하고 본사인 AJ렌터카는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3년 남짓 AJ렌터카 채널로 활동했던 사업자 김모 씨는 “3년 동안 영업해서 AJ렌터카 본사에 입금한 돈이 5억이 넘는데 정작 내 손에는 중고차 한 대도 남지 않았다”면서 “AJ렌터카의 채널이 된 것 자체가 비극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김씨가 AJ렌터카의 채널이 되기로 한 것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때문이었다. 이 법에 따르면 렌터카 업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 50대의 차량과 차고지가 필요한데 그 비용이 만만치가 않다. 차량 1대 가격을 1000만원만 잡아도 50대면 최소 5억원이 기본적으로 필요하고, 차고지와 사무실, 영업사원 월급 및 부대비용까지 합치면 얼추 잡아도 7억원 이상의 자본이 있어야 렌터카 영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차량 50대
차고지 필수
 
차량을 할부로 구입하면 그 보다 작은 자본으로도 렌터카 업을 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돈이 필요했다. 문제는 김씨에게 그 정도의 자금여력이 없었다는 것. 영업은 자신이 있는데 자본력이 없었던 김씨는 지인을 통해 AJ렌터카의 이른바 ‘채널영업’이라는 제도를 알게 되었다. 
 
AJ렌터카의 채널이 되면 5대나 10대 남짓한 규모로도 렌터카 영업을 할 수 있다는 소리에 관심이 생긴 것이다. 영업이 잘 되서 차량이 부족하면 그때그때 AJ렌터카 본사에 증차를 요청하면 되고, 영업이 잘 안되면 차량을 반납할 수 있다는 말에도 구미가 당겼다. 물론 사무실과 영업조직을 만들어야 하는 부담까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AJ렌터카’라는 브랜드를 업고 영업활동을 하면 나름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 씨는 곧바로 AJ렌터카를 찾았다. 영업채널이 되기 위한 절차를 밟은 것이다. 그리고 AJ렌터카 주식회사와 ‘차량운용 및 업무지원 계약서’와 ‘부속약정서’ ‘운용차량 매출 목표 확인서’ ‘고객정보 보안관리 서약서’ ‘프리랜서 계약서’ 등 총 6종의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영업조직에 리스크 떠넘기고 
앉아서 월 불입금 받아 챙겨
 
계약 체결 당시 김씨는 약간의 의구심이 생겼다. 주 계약서인 ‘차량운용 및 업무지원 계약서’와 보조계약서인 ‘부속약정서’ 등은 일반적인 대리점 계약서와는 형태부터 달랐기 때문이다. 계약서의 몇몇 조항은 마음에 걸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씨는 AJ렌터카와 채널계약을 체결했다. 렌터카 업체의 1,2위를 다투는 유명회사가 자신과 같은 일반인을 속일 까닭이 없다고 믿은 탓도 있고, 결국 영업만 잘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판단이었던 것이다.
 
그 후 3년 동안 김씨는 개인사업자 등록을 낸 뒤 AJ렌터카 간판을 달고 영업을 하다가 최근에 채널영업을 접었다. 사업 초기에는 나름 열심히 뛰어서 얼마간의 이익을 남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남는 것은 없고 오히려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3년 동안 AJ렌터카에 올려준 매출이 5억이 넘지만 정작 자신의 손에는 중고차 한 대 남지 않다는 것에 대한 허탈감도 작용했다. 김 씨는 다른 채널 영업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했다. 채널영업이라는 형태 자체가 본사는 아무런 리스크가 없고, 채널영업자가 모든 리스크를 감수하는 체계라는 것이다. 
 

<일요시사>가 AJ렌터카와 계약을 체결한 몇몇 채널영업자로부터 입수한 계약서 사본을 살펴보니 채널영업자에게 불리한 항목이 많았다.
 
일단 ‘차량운용 및 업무지원 계약서’라는 명칭에서부터 일반적인 대리점 계약서와는 달랐다. 계약서 제목만 보면 마치 AJ렌터카가 채널영업 사업자를 지원해주고 돌봐주기 위한 계약서인 것처럼 보이지만 세부내용을 들여다보면 전혀 딴판이다. 
 
일단 모든 매출은 전부 본사 명의로 잡도록 되어 있다. 신용카드 결제가 원칙이고 현금 매출이 생기면 무조건 즉시 본사 송금이 강제되어 있다. 일단 모든 매출은 본사로 송금했다가 수수료 형태로 받아가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 수수료 정산에 대한 조항에 문제의 소지가 숨어 있었다. 계약서 제 4조 ‘차량운용비용 및 일반 업무지원 수수료 정산’ 조항을 보면 ‘갑(AJ렌터카)과 을(채널영업자)은 운용차량에 대한 매출목표를 설정하여 관리한다’는 조항이 있다. 덧붙여 설정한 ‘매출목표’가 달성되면 초과분에 대해서는 AJ렌터카가 채널영업자에게 수수료를 지급하지만 미달 시에는 영업채널이 모자란 차액을 AJ렌터카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자격 없는 개인과 계약
전국 8000대 이상 추정
 
차종에 따라 다르지만 차량을 출고할 때마다 정해지는 ‘매출목표’가 월 60만원이라고 할 때 100만원의 매출이 오르면 40만원을 수당으로 지급받고, 40만원의 매출이면 20만원을 AJ렌터카에 납부해야 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영업채널이 영업을 잘하면 돈을 벌지만 그렇지 못하면 영업채널이 오히려 AJ렌터카에게 돈을 물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매출목표’ 기준 정산방식은 AJ렌터카 입장에서 아무런 리스크가 없다. 영업채널이 영업을 잘하든 못하든 60만원이라는 고정매출이 생기기 때문이다. 사실상 AJ렌터카는 영업채널에게 차량을 장기렌트 해 준 것과 마찬가지 효과가 생긴다.
 
게다가 미수금이 발생하면 영업채널에 지급할 수수료에서 상계하도록 되어 있으니 돈 떼일 염려도 없다. 혹시나 만약을 대비해서 차량 가격의 일정 비율에 상응하는 담보물을 걸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영업채널 입장에서는 AJ렌터카 이름을 걸고 영업을 하려면 보증금을 예치하거나 부동산에 근저당을 설정해 줘야 하고, 그도 아니면 연대보증인을 세워야 한다. 추후 채널의 차량 운행 대수가 담보액을 초과하면 별도의 담보를 제공해야 함은 물론이다. 
 
 
심지어 영업채널이 점포를 열 때도 AJ렌터카의 통제를 받도록 되어 있다. AJ렌터카가 입안 설계한 내용대로 인테리어를 해야지 영업채널 임의대로 공사를 할 수 없도록 강제한 것이다. 직영점에 대한 매뉴얼이라면 모를까 계약 상대방의 인테리어까지 규제하는 것부터 문제의 소지가 있다.
 
부속약정서를 통해 영업채널 간의 조합결성 등의 집단행위도 금지시켜 놨다. 영업채널들이 뭉쳐서 ‘매출목표’ 하향조정을 요구하는 행위를 미연에 방지한 것이다. 
 
결국 AJ렌터카로서는 영업채널이 많을수록 유리하다. 일반고객을 상대로 장기렌트를 하든 영업채널에게 장기렌트를 주든 차량만 많이 나가면 그만인 것이다. 당연히 AJ렌터카는 채널영업자를 늘리기 위한 노력을 전개했고 그 결과 AJ렌터카 간판을 건 다수의 채널영업자가 등장했다. 같은 AJ렌터카 간판을 단 채널영업자 간의 경쟁이 치열해진 것도 이 때문이다. 
 

모든 매출 본사로
목표 미달 시 채워야
 
차량을 세워놓는 것 자체가 손실로 이어지니 다른 업체보다 싼 가격으로라도 영업을 해야 했던 것. AJ렌터카의 채널영업을 하고 있는 박모씨 또한 김씨의 의견에 동감하고 있다. 그 역시 AJ렌터카의 채널이 되면 적은 돈으로도 렌터카 사업을 할 수 있다고 해서 시작한 케이스다.
 
사업 초기에는 사무실 얻고, 영업사원 뽑고, 차량 보유대수도 점차 늘려가는 등 비교적 영업을 잘 했다. 그러나 AJ렌터카가 채널 사업자를 너무 많이 늘리면서 문제가 생겼다.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니 아무리 열심히 영업을 해도 직원 월급주고 임대료 내고 나면 별반 수익이 안 났다. 
 
“본사가 채널 영업자를 너무 많이 양산했다. 그러면서 ‘목표매출’을 낮춰주는 것도 아니고. 자기들은 굴리는 차량 대수가 많을수록 이익이니까 채널들 입장 따위는 생각도 안한 것 같다. 알아서 살아남으란 식이니 많이 악랄하다고 비난 받아 마땅한 처사다.”
 
채널 영업자의 입장과는 달리 AJ렌터카가 채널영업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자동차 판매회사에 대한 협상력이 높아진다. 전국 각지의 채널들이 발주한 차량을 모아 구매할 경우 자동차 회사로부터 더 많은 할인혜택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사업의 핵심인 차량의 조달원가에서부터 영세 렌터카 업체와는 현격한 차이를 벌릴 수 있는 것이다. 조달원가가 낮으니 군소 렌터카 업체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커지는 선순환 구조를 갖는다. 
 
 
게다가 매입한 자동차의 할부금과 본사의 기본적인 이익은 해당 차량을 주문한 채널들이 ‘목표매출’ 달성이라는 형태로 부담한다. 결국 영업이 잘되든 아니든 상관없이 AJ렌터카는 영업채널의 희생위에 안정적인 매출과 수익을 누릴 수 있는 구조다.
 
차량의 장기렌트를 신청한 고객의 요청으로 출고된 차량이 약정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반납된 경우가 생기면 채널영업자가 잔여기간의 목표매출의 20%를 위약금으로 부담해야 한다. 본사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이중의 안전장치다. 
 
채널들이 각지에 퍼져 있다 보니 전국적인 영업망이 확보되는 건 덤이다. 만약 AJ렌터카가  직영으로 전국 영업망을 확보해야 한다면 사무실 세팅 및 유지비용, 정규 영업직원 고용에 대한 인건비 및 홍보비는 물론이고 영업실적이 부진으로 발생하는 손실 등과 같은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지만 채널영업 형태를 취하면 이 모든 것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대신 AJ렌터카가 회피한 모든 리스크는 채널영업자에게 떠넘겨진다. 영세 렌터카 업체처럼 지입 형태로 사업자가 모인 경우 보유차량의 할부금은 지입한 사람의 부담이다. 영업 부진에 대한 손실 역시 차량 보유자의 몫이다. 대신 해당 차량의 처분권은 가질 수 있다. 신규 차종을 확보하기 위해 그동안 보유했던 렌트 차량을 중고로 팔거나 장기렌트 고객에게 잔여 비용을 받고 매각하는 등의 방법으로 손실을 보존할 수 있는 것이다.
 
일반 대리점 계약서와 딴판 
영업자에 불리한 항목 수두룩
 
그런데 AJ렌터카의 채널영업자가 되면 손실을 보충할 방법이 없다. 계약서에 나와 있듯이 차량 자체는 갑, 즉 AJ렌터카의 것이고, 을인 채널영업자는 갑의 영업장에 배차되어 있는 차량의 운용권한만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업을 위해 주문한 차량의 할부금과 본사의 기본 이익금이 포함된 ‘목표매출’에 대한 부담은 채널영업자가 지지만 중고로 차량을 매각할 권리는 AJ렌터카에게 있는 것이다. 
 
전직 채널영업자 김씨가 “3년 동안 본사에 올려준 매출이 5억이 다 되지만 나중에는 내 손에 중고차 한 대도 남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본사는 ‘AJ렌터카’라는 브랜드만 가지고 ‘땅 짚고 헤엄치기’식으로 이익을 남기고 있는데 채널영업자는 모든 리스크를 감수하고도 별반 손에 쥐는 것이 없는 상황이다. 
 
김씨와 박씨 등은 “어차피 자신들이 결정한 일이라 남 탓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자조하고 있다. 자신들은 다른 군소 렌터카 업체처럼 최소 50대의 차량과 차고지를 확보하는 투자 없이 AJ렌터카와 같은 유명브랜드를 이용하여 돈을 벌려다보니 불공정한 계약을 감수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AJ렌터카의 채널영업자들 때문에 다른 영세 렌터카 업체들이 더욱 고전했을 것”이라는 말을 더했다. 
 
그러나 AJ렌터카의 영업방식은 비단 김씨와 박씨 같은 채널들의 문제만이 아니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32조(자동차대여사업의 관리위탁)의 조항에 명백히 배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조항에 의하면 AJ렌터카와 같은 자동차 대여사업자가 직영점이 아닌 다른 이에게 자동차대여사업의 관리를 위탁하려면 시·도시자에게 허가를 받아야 하고, 위탁받을 사람 또한 자동차대여사업자에 국한되도록 명시되어 있다.
 
즉, 최소 50대의 차량과 차고지 보유 조건을 충족한 사업자와만 관리위탁 계약을 할 수 있지 애초부터 김씨와 박씨 같은 영세 개인사업자와는 위탁계약 자체를 체결하지 말아야 했던 것이다. 김 씨 등과 같은 개개인은 이 사실을 모르거나 간과할 수 있지만 AJ렌터카와 같은 회사에서 이 같은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
 
AJ렌터카는 김씨 등과 체결한 계약이 ‘자동차대여사업의 관리위탁 계약’이 아닌 ‘차량운용 및 업무지원 계약’ 및 ‘부속 계약서’라는 것은 채널영업자와 체결한 계약 자체가 위의 32조에 명백히 저촉되는 행위임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반증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에 대한 확인 취재에 AJ렌터카 측은 처음에는 ‘채널영업’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다가 본지가 확보한 일련의 계약서를 본 후부터 아예 입을 닫았다. 딱히 할 말이 없다는 것이다.  
 
어떻게 AJ렌터카 같은 유명브랜드가 이 같은 불법영업을 자행해 올 수 있었을까. 렌터카 관련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 접촉해봤다.
 
국토교통부 김용철 주무관은 “AJ렌터카의 영업형태는 ‘명의이용금지’ 조항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단속이나 시정조치 권한은 각 시도에 이양되어 있으므로 그쪽으로 처리해야 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AJ렌터카 채널이 가장 많이 활동하고 있는 서울시의 입장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렌터카 관련 행정을 맡고 있는 서울시 택시물류과의 담당자는 “자격이 없는 업체와 관리위탁 계약을 체결한 것 자체부터 불법이기 때문에 사실로 밝혀질 경우 행정처분이 내려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서울시의 입장은 관할 구역 내에서의 일일 뿐 전국에 퍼져있는 불법영업 형태를 시정하기 위해서는 누군가 전국 각지 시군구 행정관청에 민원을 제기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민주당 강기정 의원은 “불법적인 형태의 영업계약은 공정거래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는 만큼 공정위를 통해서라도 반드시 시정되도록 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AJ렌터카와 같은 거대기업이 중소기업에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렌터카 시장에서 불법적인 형태의 영업행위를 전개하고 있는 것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이다. 

악어와 악어새?
불편한 관계!  
 
업계에서는 AJ렌터카가 보유한 차량 중에서 대략 8000대 이상이 바로 채널사업자가 모든 리스크를 감당하고 있는 차량으로 추정하고 있다. 보통 개별 채널영업자가 보유한 차량이 20여 대 정도라고 하니 돈 없고 힘없는 무수한 채널영업자가 AJ렌터카의 머슴살이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창근 기자 <manchoic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내 렌터카 시장 현주소
 
렌터카 시장은 대기업들이 진출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업계 1위는 KT금호로 24.7%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이어 ▲AJ렌터카(13.5%) ▲현대캐피탈(9.9%) ▲SK네트웍스(6.0%) ▲레드캡투어(3.6%) ▲삼성카드(2.7%) ▲아카존카(2.7%) ▲동부익스프레스(1.6%) 등 순이다.
 
차량 보유 대수도 다르지 않다. 렌터카는 총 37만1821대가 등록돼 있는데, 이중 KT금호가 9만1668대를 보유해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은 ▲AJ렌터카(5만200대) ▲현대캐피탈(3만6832대) ▲SK네트웍스(2만2446대) ▲레드캡투어(1만3236대) ▲삼성카드(1만59대) ▲아카존카(1만51대) ▲동부익스프레스(6045대) 순이었다.
 
전국렌터카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렌터카 시장은 2000년만 해도 약 5000억원(5만6000대) 규모였다. 2010년 처음으로 2조원(25만5000대)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 3조2000억원(37만2000대)으로 급증했다. 전국 렌터카 사업자 중 500대 미만 중소 규모 영세 사업자 비율은 95%에 달하지만 전체 점유율은 30%대에 불과하다. <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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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국민의힘 행사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다가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국민의힘에서 ‘보수의 김어준’을 꿈꾸는 것 같다. 전씨는 과연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했던 영향력을 단번에 얻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지난 8일, 대구 EXCO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지난 3월 창간한 <전한길뉴스> 소속 언론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선거판 난장판 하지만 전씨는 언론 취재의 한계를 넘어 반탄(탄핵 반대) 성향 후보들의 연설 도중 응원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반대로 찬탄(탄핵 찬성) 성향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이 연설할 때마다 “내부 총질” 혹은 “배신자” 등 원색 비난을 했다. 이날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는 전씨를 직접 지칭해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지고, 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정당화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투쟁할 수 있겠느냐”면서 비난했다. 그러자 전씨는 김 후보에게 욕설하면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격동시켰다. 찬탄 성향 조경태 당 대표 후보가 연설할 땐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을 들고 항의하는 등 지지자들의 조 후보 비난을 유도했다. 그러자, 찬탄 성향 일부 당원들이 전씨에게 물병을 던지면서 항의했다. 한 당원은 전씨에게 “난 20년 차 당원인데, 입당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당신이 왜 이런 난동을 부리느냐”고 따져 물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씨의 전당대회 출입을 막기 위해 대의원이 아닌 일반 당원의 행사장 출입을 금지했다. 이어 전씨에 대한 징계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러자 전씨는 <전한길뉴스> 발행인 신분을 내세워 “언론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이처럼 전씨는 국민의힘 당원과 언론인이란 신분을 왕래하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개입하고 있다. 지난달 31일과 지난 7일엔 시사평론가 고성국씨 등과 함께 주최한 ‘자유 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각각 장동혁·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출연시켜 ‘면접’을 보는 위력을 국민의힘 내외에 과시했다. 특정 진영의 강경파를 대상으로 언론사·유튜브 채널 등을 운영하면서 힘을 과시하는 모델로는 방송인 김어준씨가 있다. 김씨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친문(친 문재인) 강경파 성향 당원·지지자를 대상으로 라디오·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당 대표 후보들을 면접하는 형식은 김씨가 지난해 3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민주당 총선 후보자였던 이언주·전현희 의원과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출연시켜 객석의 청중에게 큰절을 시킨 것과 비슷하다. 김씨가 지난 6월 기획·진행한 ‘더 파워풀’ 콘서트엔 ▲문재인 전 대통령 ▲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등 다수의 민주당 내 유력 정치인이 참석했다. 입당하자마자 영향력 과시 물의 당원·언론인 오가며 전대 개입 김씨는 지난 2011년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로 활동하면서부터 민주당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왔다. 물론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한 영향력을 전씨가 단기간에 얻긴 어렵다. 이 때문인지 전씨는 국민의힘에 입당하자마자 ‘10만 당원 양병설’ 등을 주장하면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위해선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하고, 연 1회 이상 교육을 받은 책임당원이어야 한다. 전씨는 지난 6월 온라인으로 입당했고, 당 대표 후보 등록일은 지난달 30일부터 단 이틀 동안이었다. 따라서 전씨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수 없었다. 출마 길이 막힌 전씨는 전당대회에서 당원·언론인 신분을 교차하면서 자신을 따르는 당원들을 선동해 영향력을 과시하려고 한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가 민주당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주변 진영 전체를 둘러싼 질서는 20세기 초·중반에 활동했던 이탈리아 사회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이 갖는 틀과 비슷하다. 그람시는 “자본주의는 견고하게 발전할 것”이라는 대전제를 토대로 “언론·문화 등 각 분야에 진지를 구축해 참호전으로써 상대 세력을 약화해야 한다”는 사상을 정리했다. 각 분야에 구축한 진지는 결정적인 시기에 전개할 기동전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자본주의 구조가 뿌리내리면서 러시아 2월·10월 혁명과 같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 뒤집는 혁명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람시는 주도권 다툼으로써 체제 내 혁명을 추구하는 취지의 사상을 구체화했다. 우리나라에선 소련 해체가 가시화되던 1980년대 후반부터 기존 노동운동에 문화·예술운동을 접목하는 단체가 활동하는 등 각계에서 다른 방향의 노동운동을 전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민주당을 받치는 양대 축은 각계의 시민단체들과 진보 성향 매체들이다. 대규모 정치 이벤트가 진행될 땐 민주당 지원 사격을 맡으면서, 정치적 명분과 정당성을 구축·홍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민주당에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주요 선거 등 대규모 기동전이 필요한 상황에선 각자의 진지에서 일시에 뛰쳐나와 물량을 공급하는 식이다. 이 같은 구조를 상징하는 사람이 민주당 윤미향 전 의원이다. 정의기억연대 대표로 오랫동안 활동하던 윤 전 의원은 민주당을 통해 국회의원이 됐지만, 횡령 의혹이 유죄로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같은 당 추미애 의원 등 민주당 일각에선 윤 전 의원의 사면을 강하게 지지했고, 결국 8·15 광복절특사를 통해 사면·복권됐다. 민주당과 그람시 하지만 시민단체와 매체는 대중을 직접 동원하기가 어려운 데다, 매체는 언론 고유의 한계가 있다. 시민단체 역시 시민들의 참여가 부실하다는 핸디캡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도 존재해 왔다. 이 때문에 삼각 구조를 받쳐줄 또 하나의 하부 구조가 필요했다. 이 문제를 해결해준 사람이 바로 김씨였다. 김씨는 지난 1998년 ‘안티 <조선일보>’라는 깃발을 내걸고 <딴지일보>를 창간한 후 풍자·B급 정서·유머를 지향해오고 있다. 당시 <딴지일보>에선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찍어 먹는 용도로 내는 간장의 위생 상태를 취재해 기사화하거나 국가혁명당 허경영 명예대표의 대권 도전 과정을 풍자하는 등 ‘신선한 B급 정서’를 지향해 독자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한편으로 김씨에게 평생 따라다닐 놀림거리를 남겼다. 김씨가 <딴지일보>의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용 성인용품을 판매했고, 성인남녀의 만남을 중개하는 사이트를 개설했던 탓이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여전히 김씨를 비판하면서 당시의 전력을 함께 언급한다. 이후 김씨는 ▲황우석 박사 옹호 ▲영화감독 겸 코미디언 심형래씨 옹호 등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황 박사 옹호는 그럴 듯한 음모론을 제시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는 김씨의 특성과 깊이 맞물린다. 당시의 논란도 김씨에 대한 비판론을 형성하는 중심축이다. 그랬던 김씨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계기로는 크게 2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를 처음 시작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 중 1명으로 활동했단 것이었다. 김씨는 당시 민주당 백원우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거친 항의를 말리고 고개 숙여 사과하는 문 전 대통령을 주목했다. 이후 김씨는 문 전 대통령의 킹메이커를 자처했고, 이는 ‘나는 꼼수다’ 진행 이후 문 전 대통령의 대세론으로 이어졌다. ‘나는 꼼수다’는 김씨 특유의 B급 정서·음모론이 이명박정부에 대한 다양한 불만과 맞물려 대성했던 방송이었다. ‘나는 꼼수다’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김씨의 성향을 구체화한 방송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해당 팟캐스트의 상징으로 통하는 “쫄지 마”는 여전히 회자된다. ‘나는 꼼수다’는 구체적인 사실관계 검증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명확한 당파성을 매개로 특정 정당·진영 사람들이 선호할 음모론과 괴담을 이미 밝혀진 사실관계와 섞어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선을 적당히 왕래하면서 민주당 지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영웅과 악당들 이는 집단의식으로 연결됐고, 김씨에겐 거대한 영향력을, 민주당엔 거대한 지지 집단을 만들어줬다. 김씨는 ‘나는 꼼수다’를 통해 단순·명쾌한 이분 구도를 완성했다. 그를 선호하는 민주당 지지자의 정치관은 “보수진영이란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운다”는 것이다. 이는 정의로운 주인공이 지구 정복을 노리는 악당의 무리에 맞서 싸우는 어린이용 만화의 서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울러 현재 민주당 핵심 지지 세대로 알려진 4050세대가 미국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선호하는 것과 연결해볼 수 있다. 이 세계관엔 초월적인 힘을 갖고 모든 생명체의 절반을 죽여 우주를 정화하려는 악당에 맞서는 영웅들이 등장한다. 이 세계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사건은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사건이었다. 이들에게 노 전 대통령 사망사건은 거대 악당과 싸워야 하는 당위성을 제공해주는 절대적인 명분이었다. 김씨가 이 사건에 주목하고, 상주로서 백 전 의원의 항의를 제지하던 문 전 대통령을 주목한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우리 고전문학 중 전설은 김씨의 평소 주장과 비슷한 서사 구조를 띠고 있다. 전설은 능력이 뛰어난 주인공이 현실의 한계에 좌절하고 무너지는 비극적인 구조를 취한다. 또 설득력을 부여해야 많은 사람에게 퍼질 수 있어서 실제 존재하는 지역·지명을 매개로 그럴듯하게 전개된다. 여기엔 각박한 현실을 바꿔줄 새로운 영웅의 출현을 기대하는 민중의 소망이 담겨있다. 그래서 조선시대엔 “정씨 성을 가진 영웅이 새 나라를 만들어 왕이 될 것”이란 취지의 예언서가 오랫동안 돌아다녔다. 김씨의 주장은 21세기판 전설이라고 할 수 있다. 김씨는 민주당과 주변 진영을 취약한 상황에서 거대한 악에 도전하는 영웅으로 묘사하고, 지지자들은 그 영웅담에 환호한다. 그러면서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우는 영웅을 또 잃을 수 없다”는 공감대를 공유한다. 그들은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같은 목표를 공유한다. 김씨는 ‘김어준 유니버스’ 혹은 ‘민주 유니버스’를 만들었고, 지지자들은 관객을 넘어선 참여자로서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 <한국일보>는 지난 2017년 이들의 세계관을 소개하면서 “대통령이 국민을 지켜야지, 왜 국민이 대통령을 지켜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완전히 다른 ‘B급 정서’ 카타르시스·도파민 차이 김씨는 ▲세월호 고의 침몰설 ▲천안함 피격 사건 관련 가짜 뉴스 살포 ▲코로나19 대구 확산설 등 주장을 이어가면서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했다. 그들이 김씨를 통해 느낀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은 고스란히 민주당의 정치적 자양분이 됐다. 그래서 총선 출마 후보들은 김씨가 보는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큰절을 해야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김씨를 지목했던 것은 김씨에게 엄청난 이익이 됐다. 당시 계엄군은 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스튜디오 주변을 통제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13일 국회에서 “계엄군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사살한 후 북한 소행으로 공작하려고 했다”면서 “정보 출처는 국내에 대사관이 있는 우방국”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그 우방국은 미국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미국은 국무부·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이를 부인했다. 반면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어준님’의 증언을 허구로 단정하고 비난부터 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은 민주당과 그 주변 세력처럼 정교한 조직체를 만들지 못했다. 보수 세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피커 역할은 전씨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맡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김씨처럼 진영 전체를 들썩일 수 있는 정치적 유머 감각과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하지도 못한다. 이 때문에 이들의 주장은 강경 보수 지지자들 외 국민 사이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고, 국민의힘 내부서도 강하게 비판한다. 국민의힘이 지난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이겼을 당시엔 민주당에 비판적인 2030세대 남성과 6070세대를 아울러 민주당을 지지하는 4050세대와 2030세대 여성을 포위한다는 ‘세대포위론’ 전략이 제시됐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불화 끝에 결별하면서 이 연합은 얼마 가지 못해 해체됐다. 당시 승리를 주도했던 국민의힘 지지층은 이 대표 특유의 합리주의를 지지하는 젊은 유권자와 강경 보수를 지향하는 노년 유권자로 분열됐다. 전씨는 많은 공무원 제자를 거느린 유명 한국사 강사였다. 따라서 적절히 순화된 주장과 교묘하게 선정한 정치적 입지를 섞어서 정치 전면에 나섰더라면,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와 달리 그럴듯한 이야기를 구성하고 유머를 섞는 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 전씨의 옛 제자들은 그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절대로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는 김씨와 달리, 직접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려 하는 등 적당히 선을 긋지도 않는다. 정치인들이 알아서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큰절을 하게 만드는 김씨와 달리, 전씨는 스스로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전당대회서 눈에 띄는 행동을 했다. 전에겐 없는 것들 무엇보다 김씨가 “이 대통령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가진 것 아니냐”는 설까지 나올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구축하기까지 15년이 걸렸단 사실도 제대로 통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국민의힘은 정치 구조를 통찰하지 못해 민주당이 장기간 공들여 구축한 정치 구조체를 갖추지 못했다. 그런데도 전씨는 ‘전한길 유니버스’ 제작을 멈추지 않는다. 과연 전씨는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