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지방선거> 새누리당 '비리전력자' 컷오프 통과 실태

"비리전력쯤이야…" 과거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일요시사=정치팀] 새누리당의 6·4지방선거 공천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약속한 '기초선거 무공천 공약' 파기 역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예비경선(컷오프) 통과자의 비리전력이 잇달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정치쇄신을 요구하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공천 잡음에 당 안팎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12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당시 민주통합당은 비리혐의자 공천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보좌관이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은 임종석 사무총장의 공천에 대한 안팎의 반발이 컸기 때문이다.

결국 임 사무총장이 사퇴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이 사태는 민주당의 공천 갈등을 촉발시켰다. 반면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시스템 공천', '비리전력자 공천 배제' 등의 원칙을 내세우며 정치쇄신 아젠다를 선점해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다.

김관용 경북지사
비리종합세트?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극에 달한 요즈음 6월 지방선거에 나서는 후보자들에게는 작은 흠도 치명적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를 감안해 여야는 앞다퉈 도덕성에 결함이 있는 인사는 후보 자격에 제한을 둔다는 기본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공천 신청자에 대한 컷오프 결과를 두고 도덕성, 범죄전력 여부에 대한 공정하고 면밀한 심사가 있었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 측근비리, 병역비리, 논문표절 등 비리 의혹이 짙은 후보들이 컷오프 통과자로 버젓이 이름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경북도지사 예비후보 경선에서는 3선 연임을 위해 지난달 27일 경북지사직을 내려놓고 후보로 나선 김관용 예비후보의 각종 비리 의혹이 불거지며 경선이 파행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김 예비후보가 받고 있는 의혹은 크게 아들 병역비리, 측근비리, 논문표절 등 세 가지다.

하나씩 살펴보면 우선 병역비리 의혹은 김 예비후보가 구미시장으로 재직하던 때인 1997년 10월 그의 부인 김모씨가 당시로서는 거금에 해당하는 2500만원을 모 병원 사무장과 의사에게 주고 허위진단서를 발급받아 아들을 군대에 보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돈을 받은 사무장과 의사는 배임수재 혐의로 지난 2002년 1월 징역형과 함께 추징금을 선고받기도 했다. 다만 김씨는 공소시효(배임증재 혐의는 공소시효 3년)가 지나 처벌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 의혹은 지난 2002년 처음으로 제기된 이후 선거 때마다 불거졌지만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 예비후보 측은 "만약 병역법을 위반했다면 검찰과 병무청이 재검신청과 관련한 법집행을 했어야 하는데 안했다"며 "국립대 병원인 경북대병원에서도 면제사유로 진단받은 병명과 같은 아토피성 천식 판정을 받았고, 검찰이 지정해 준 영동세브란스병원에서도 동일한 진단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측근비리 의혹은 최근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으며 사실로 드러났다. 김 예비후보의 측근인 이 전 칠곡부군수는 도청이전추진단장 시절인 지난 2011년 대우건설로부터 5억2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지난 1월9일 법원으로부터 징역 9년에 벌금 5억2000만원, 추징금 4억9000만원을 선고받았다.

경북의 숙원사업인 도청이전(대구→경북 안동)을 위한 신청사 건립 과정에서 발생한 거액의 뇌물사건에 최종책임자인 김 예비후보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논문표절 의혹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당내 경선 경쟁자인 권오을 전 국회 사무총장과 박승호 전 청와대 행정관에 따르면 김 예비후보가 지난 2001년 영남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받은 석사학위 논문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이성봉·이형근 연구원이 1988년 공동집필한 정책연구보고서 수십 페이지를 복제 수준으로 베꼈다.


김관용, 아들 병역·측근비리·논문표절 '얼룩'
서병수, 인사청탁 뇌물·측근비리…1심서 '유죄'

이에 대해 권오을·박승호 예비후보는 지난 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예비후보의 아들 병역비리, 논문표절, 측근 뇌물비리 의혹에 대한 진실규명이 없다면 경북지사 경선은 없다"며 진실규명이 이뤄질 때까지 경선을 연기할 것을 요청했다. 또한 김 예비후보를 겨냥해 "즉각 국민과 도민들에게 사과하고 후보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당내 경선임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후보 간 공세 수위가 높은 것은 김 예비후보의 비리 의혹이 심각하다는 판단과 함께 새누리당의 텃밭인 경북에서는 새누리당 공천만 받으면 사실상 당선된 것과 마찬가지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김 예비후보 의혹 관련) 투서가 공천위에 이미 전달됐었다"며 "하지만 당에서는 당 공헌도와 당선 가능성 등을 고려해 김 전 지사를 그대로 밀어붙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친박 핵심 서병수
측근비리에 '곤혹'

부산시장 후보로 나선 친박(친박근혜) 핵심 서병수 의원의 측근비리도 최근 확인됐다. 서 의원의 측근이었던 박모 보좌관은 지난 2009년 한국수력원자력 간부에게 인사청탁 명목으로 거액을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지난 1월24일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800만원을 선고받았다.

특히 판결문에 따르면 박 보좌관은 서 의원의 부산 지역구 사무실에서 버젓이 금품을 주고받아 서 의원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서 의원은 잡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박 보좌관을 즉각 면직처리하고,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적으로 사과하기도 했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 한 관계자는 "서 의원의 최측근인 보좌관이 부산시민이 가장 불안해하는 원자력발전소의 안전 부실을 초래한 비리의 중심에 있다"며 "서 의원도 보좌관의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꼬집었다.

기초단체장선거에 나서는 새누리당 예비후보들의 비리전력도 심각한 수준이다. 경북 예천군수 공천에는 이현준 현 군수와 김학동 근혜동산중앙회 자문위원, 오창근 전 예천경찰서장이 후보 등록을 했는데, 이 중 두 후보의 비리전력이 이미 드러났다.

김 예비후보는 지난해 새누리당 당직자들에게 식당에서 음식물을 제공하는 등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특히 현역 프리미엄을 가진 이 예비후보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건축자재 생산업자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벌금 80만원과 추징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또 이 예비후보는 재임시절 불거진 예천군 공무원 비리에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감사원 감사 결과 예천군 공무원 A씨가 "도청 이전 지역 인근 땅을 싸게 주겠다"고 군민들을 꼬드겨 46억여원을 공금계좌로 받아 빼돌린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현재 피해자들은 예천군을 상대로 여러 건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인데, 이중 한 건에 대해 1심 법원은 "군청에도 50%의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이 예비후보의 책임론이 충분히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기초단체 선거 후보
비리전력자 '수두룩'

경남 사천시장 선거에 나서는 정만규 현 시장은 지난 2000년 선거법 위반으로 시장직을 잃은 전력과 함께 지난해에는 측근인 비서실장이 뇌물수수로 구속 기소됐지만 지난달 31일 컷오프를 통과했다. 정 예비후보의 당내 다른 경쟁자들이 이러한 비리전력을 문제 삼아 공동으로 정 예비후보의 공천배제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부산 영도구청장 선거에 나서는 어윤태 현 구청장은 재임 중 직권남용죄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지만 새누리당 부산시당은 그의 당내 경선 참여를 허용했다. 지난 2월13일 한층 강화된 공직선거법에 따라 이번 지방선거부터는 벌금 100만원 이상의 범죄경력은 모두 선거 공보물에 기재되지만, 이를 크게 문제 삼지 않은 셈이다.

정치쇄신 요구 역행하는 공천심사
당 공헌도, 당선 가능성만 고려?

이외에도 경북 의성군수에 나서는 김주수 예비후보는 음주 뺑소니로 벌금 1000만원을 낸 전력이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김 예비후보 측은 "8년 전 식당에서 밥을 먹고 반주로 술을 한잔하고 차를 빼다가 남의 차를 들이 받아 차를 옆으로 빼 놓은 적이 있다"며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은 것은 맞지만 뺑소니를 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한 지역구에서는 선거법위반, 음주운전, 폭력 등 전과가 있는 공천신청자가 수두룩했지만 대부분 컷오프에서 통과됐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지역 국회의원
개입이 원인?

기초선거 공천에 특히 비리전력자가 더 많은 것은 지원한 후보가 많은 까닭도 있지만, 지역 국회의원들이 공천 과정에 실질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심지어 한 의원은 지역 내 사이가 나쁜 기초단체장선거에 나서는 후보의 탈락까지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다.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공천 과정에서 나오는 잡음은 향후 본선에서도 악재가 될 것"이라며 "지난 총선에서 공천잡음으로 예상 밖 참패를 당했던 민주통합당의 사례가 이번에는 우리에게 적용될 수도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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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