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지방선거> 새누리당 '비리전력자' 컷오프 통과 실태

"비리전력쯤이야…" 과거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일요시사=정치팀] 새누리당의 6·4지방선거 공천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약속한 '기초선거 무공천 공약' 파기 역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예비경선(컷오프) 통과자의 비리전력이 잇달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정치쇄신을 요구하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공천 잡음에 당 안팎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12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당시 민주통합당은 비리혐의자 공천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보좌관이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은 임종석 사무총장의 공천에 대한 안팎의 반발이 컸기 때문이다.

결국 임 사무총장이 사퇴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이 사태는 민주당의 공천 갈등을 촉발시켰다. 반면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시스템 공천', '비리전력자 공천 배제' 등의 원칙을 내세우며 정치쇄신 아젠다를 선점해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다.

김관용 경북지사
비리종합세트?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극에 달한 요즈음 6월 지방선거에 나서는 후보자들에게는 작은 흠도 치명적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를 감안해 여야는 앞다퉈 도덕성에 결함이 있는 인사는 후보 자격에 제한을 둔다는 기본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공천 신청자에 대한 컷오프 결과를 두고 도덕성, 범죄전력 여부에 대한 공정하고 면밀한 심사가 있었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 측근비리, 병역비리, 논문표절 등 비리 의혹이 짙은 후보들이 컷오프 통과자로 버젓이 이름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경북도지사 예비후보 경선에서는 3선 연임을 위해 지난달 27일 경북지사직을 내려놓고 후보로 나선 김관용 예비후보의 각종 비리 의혹이 불거지며 경선이 파행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김 예비후보가 받고 있는 의혹은 크게 아들 병역비리, 측근비리, 논문표절 등 세 가지다.

하나씩 살펴보면 우선 병역비리 의혹은 김 예비후보가 구미시장으로 재직하던 때인 1997년 10월 그의 부인 김모씨가 당시로서는 거금에 해당하는 2500만원을 모 병원 사무장과 의사에게 주고 허위진단서를 발급받아 아들을 군대에 보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돈을 받은 사무장과 의사는 배임수재 혐의로 지난 2002년 1월 징역형과 함께 추징금을 선고받기도 했다. 다만 김씨는 공소시효(배임증재 혐의는 공소시효 3년)가 지나 처벌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 의혹은 지난 2002년 처음으로 제기된 이후 선거 때마다 불거졌지만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 예비후보 측은 "만약 병역법을 위반했다면 검찰과 병무청이 재검신청과 관련한 법집행을 했어야 하는데 안했다"며 "국립대 병원인 경북대병원에서도 면제사유로 진단받은 병명과 같은 아토피성 천식 판정을 받았고, 검찰이 지정해 준 영동세브란스병원에서도 동일한 진단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측근비리 의혹은 최근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으며 사실로 드러났다. 김 예비후보의 측근인 이 전 칠곡부군수는 도청이전추진단장 시절인 지난 2011년 대우건설로부터 5억2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지난 1월9일 법원으로부터 징역 9년에 벌금 5억2000만원, 추징금 4억9000만원을 선고받았다.

경북의 숙원사업인 도청이전(대구→경북 안동)을 위한 신청사 건립 과정에서 발생한 거액의 뇌물사건에 최종책임자인 김 예비후보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논문표절 의혹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당내 경선 경쟁자인 권오을 전 국회 사무총장과 박승호 전 청와대 행정관에 따르면 김 예비후보가 지난 2001년 영남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받은 석사학위 논문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이성봉·이형근 연구원이 1988년 공동집필한 정책연구보고서 수십 페이지를 복제 수준으로 베꼈다.

김관용, 아들 병역·측근비리·논문표절 '얼룩'
서병수, 인사청탁 뇌물·측근비리…1심서 '유죄'

이에 대해 권오을·박승호 예비후보는 지난 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예비후보의 아들 병역비리, 논문표절, 측근 뇌물비리 의혹에 대한 진실규명이 없다면 경북지사 경선은 없다"며 진실규명이 이뤄질 때까지 경선을 연기할 것을 요청했다. 또한 김 예비후보를 겨냥해 "즉각 국민과 도민들에게 사과하고 후보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당내 경선임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후보 간 공세 수위가 높은 것은 김 예비후보의 비리 의혹이 심각하다는 판단과 함께 새누리당의 텃밭인 경북에서는 새누리당 공천만 받으면 사실상 당선된 것과 마찬가지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김 예비후보 의혹 관련) 투서가 공천위에 이미 전달됐었다"며 "하지만 당에서는 당 공헌도와 당선 가능성 등을 고려해 김 전 지사를 그대로 밀어붙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친박 핵심 서병수
측근비리에 '곤혹'

부산시장 후보로 나선 친박(친박근혜) 핵심 서병수 의원의 측근비리도 최근 확인됐다. 서 의원의 측근이었던 박모 보좌관은 지난 2009년 한국수력원자력 간부에게 인사청탁 명목으로 거액을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지난 1월24일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800만원을 선고받았다.

특히 판결문에 따르면 박 보좌관은 서 의원의 부산 지역구 사무실에서 버젓이 금품을 주고받아 서 의원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서 의원은 잡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박 보좌관을 즉각 면직처리하고,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적으로 사과하기도 했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 한 관계자는 "서 의원의 최측근인 보좌관이 부산시민이 가장 불안해하는 원자력발전소의 안전 부실을 초래한 비리의 중심에 있다"며 "서 의원도 보좌관의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꼬집었다.

기초단체장선거에 나서는 새누리당 예비후보들의 비리전력도 심각한 수준이다. 경북 예천군수 공천에는 이현준 현 군수와 김학동 근혜동산중앙회 자문위원, 오창근 전 예천경찰서장이 후보 등록을 했는데, 이 중 두 후보의 비리전력이 이미 드러났다.

김 예비후보는 지난해 새누리당 당직자들에게 식당에서 음식물을 제공하는 등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특히 현역 프리미엄을 가진 이 예비후보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건축자재 생산업자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벌금 80만원과 추징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또 이 예비후보는 재임시절 불거진 예천군 공무원 비리에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감사원 감사 결과 예천군 공무원 A씨가 "도청 이전 지역 인근 땅을 싸게 주겠다"고 군민들을 꼬드겨 46억여원을 공금계좌로 받아 빼돌린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현재 피해자들은 예천군을 상대로 여러 건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인데, 이중 한 건에 대해 1심 법원은 "군청에도 50%의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이 예비후보의 책임론이 충분히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기초단체 선거 후보
비리전력자 '수두룩'

경남 사천시장 선거에 나서는 정만규 현 시장은 지난 2000년 선거법 위반으로 시장직을 잃은 전력과 함께 지난해에는 측근인 비서실장이 뇌물수수로 구속 기소됐지만 지난달 31일 컷오프를 통과했다. 정 예비후보의 당내 다른 경쟁자들이 이러한 비리전력을 문제 삼아 공동으로 정 예비후보의 공천배제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부산 영도구청장 선거에 나서는 어윤태 현 구청장은 재임 중 직권남용죄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지만 새누리당 부산시당은 그의 당내 경선 참여를 허용했다. 지난 2월13일 한층 강화된 공직선거법에 따라 이번 지방선거부터는 벌금 100만원 이상의 범죄경력은 모두 선거 공보물에 기재되지만, 이를 크게 문제 삼지 않은 셈이다.

정치쇄신 요구 역행하는 공천심사
당 공헌도, 당선 가능성만 고려?

이외에도 경북 의성군수에 나서는 김주수 예비후보는 음주 뺑소니로 벌금 1000만원을 낸 전력이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김 예비후보 측은 "8년 전 식당에서 밥을 먹고 반주로 술을 한잔하고 차를 빼다가 남의 차를 들이 받아 차를 옆으로 빼 놓은 적이 있다"며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은 것은 맞지만 뺑소니를 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한 지역구에서는 선거법위반, 음주운전, 폭력 등 전과가 있는 공천신청자가 수두룩했지만 대부분 컷오프에서 통과됐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지역 국회의원
개입이 원인?

기초선거 공천에 특히 비리전력자가 더 많은 것은 지원한 후보가 많은 까닭도 있지만, 지역 국회의원들이 공천 과정에 실질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심지어 한 의원은 지역 내 사이가 나쁜 기초단체장선거에 나서는 후보의 탈락까지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다.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공천 과정에서 나오는 잡음은 향후 본선에서도 악재가 될 것"이라며 "지난 총선에서 공천잡음으로 예상 밖 참패를 당했던 민주통합당의 사례가 이번에는 우리에게 적용될 수도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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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