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지방선거> 새누리당 '비리전력자' 컷오프 통과 실태

"비리전력쯤이야…" 과거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일요시사=정치팀] 새누리당의 6·4지방선거 공천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약속한 '기초선거 무공천 공약' 파기 역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예비경선(컷오프) 통과자의 비리전력이 잇달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정치쇄신을 요구하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공천 잡음에 당 안팎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12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당시 민주통합당은 비리혐의자 공천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보좌관이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은 임종석 사무총장의 공천에 대한 안팎의 반발이 컸기 때문이다.

결국 임 사무총장이 사퇴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이 사태는 민주당의 공천 갈등을 촉발시켰다. 반면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시스템 공천', '비리전력자 공천 배제' 등의 원칙을 내세우며 정치쇄신 아젠다를 선점해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다.

김관용 경북지사
비리종합세트?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극에 달한 요즈음 6월 지방선거에 나서는 후보자들에게는 작은 흠도 치명적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를 감안해 여야는 앞다퉈 도덕성에 결함이 있는 인사는 후보 자격에 제한을 둔다는 기본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공천 신청자에 대한 컷오프 결과를 두고 도덕성, 범죄전력 여부에 대한 공정하고 면밀한 심사가 있었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 측근비리, 병역비리, 논문표절 등 비리 의혹이 짙은 후보들이 컷오프 통과자로 버젓이 이름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경북도지사 예비후보 경선에서는 3선 연임을 위해 지난달 27일 경북지사직을 내려놓고 후보로 나선 김관용 예비후보의 각종 비리 의혹이 불거지며 경선이 파행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김 예비후보가 받고 있는 의혹은 크게 아들 병역비리, 측근비리, 논문표절 등 세 가지다.

하나씩 살펴보면 우선 병역비리 의혹은 김 예비후보가 구미시장으로 재직하던 때인 1997년 10월 그의 부인 김모씨가 당시로서는 거금에 해당하는 2500만원을 모 병원 사무장과 의사에게 주고 허위진단서를 발급받아 아들을 군대에 보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돈을 받은 사무장과 의사는 배임수재 혐의로 지난 2002년 1월 징역형과 함께 추징금을 선고받기도 했다. 다만 김씨는 공소시효(배임증재 혐의는 공소시효 3년)가 지나 처벌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 의혹은 지난 2002년 처음으로 제기된 이후 선거 때마다 불거졌지만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 예비후보 측은 "만약 병역법을 위반했다면 검찰과 병무청이 재검신청과 관련한 법집행을 했어야 하는데 안했다"며 "국립대 병원인 경북대병원에서도 면제사유로 진단받은 병명과 같은 아토피성 천식 판정을 받았고, 검찰이 지정해 준 영동세브란스병원에서도 동일한 진단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측근비리 의혹은 최근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으며 사실로 드러났다. 김 예비후보의 측근인 이 전 칠곡부군수는 도청이전추진단장 시절인 지난 2011년 대우건설로부터 5억2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지난 1월9일 법원으로부터 징역 9년에 벌금 5억2000만원, 추징금 4억9000만원을 선고받았다.

경북의 숙원사업인 도청이전(대구→경북 안동)을 위한 신청사 건립 과정에서 발생한 거액의 뇌물사건에 최종책임자인 김 예비후보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논문표절 의혹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당내 경선 경쟁자인 권오을 전 국회 사무총장과 박승호 전 청와대 행정관에 따르면 김 예비후보가 지난 2001년 영남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받은 석사학위 논문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이성봉·이형근 연구원이 1988년 공동집필한 정책연구보고서 수십 페이지를 복제 수준으로 베꼈다.


김관용, 아들 병역·측근비리·논문표절 '얼룩'
서병수, 인사청탁 뇌물·측근비리…1심서 '유죄'

이에 대해 권오을·박승호 예비후보는 지난 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예비후보의 아들 병역비리, 논문표절, 측근 뇌물비리 의혹에 대한 진실규명이 없다면 경북지사 경선은 없다"며 진실규명이 이뤄질 때까지 경선을 연기할 것을 요청했다. 또한 김 예비후보를 겨냥해 "즉각 국민과 도민들에게 사과하고 후보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당내 경선임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후보 간 공세 수위가 높은 것은 김 예비후보의 비리 의혹이 심각하다는 판단과 함께 새누리당의 텃밭인 경북에서는 새누리당 공천만 받으면 사실상 당선된 것과 마찬가지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김 예비후보 의혹 관련) 투서가 공천위에 이미 전달됐었다"며 "하지만 당에서는 당 공헌도와 당선 가능성 등을 고려해 김 전 지사를 그대로 밀어붙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친박 핵심 서병수
측근비리에 '곤혹'

부산시장 후보로 나선 친박(친박근혜) 핵심 서병수 의원의 측근비리도 최근 확인됐다. 서 의원의 측근이었던 박모 보좌관은 지난 2009년 한국수력원자력 간부에게 인사청탁 명목으로 거액을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지난 1월24일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800만원을 선고받았다.

특히 판결문에 따르면 박 보좌관은 서 의원의 부산 지역구 사무실에서 버젓이 금품을 주고받아 서 의원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서 의원은 잡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박 보좌관을 즉각 면직처리하고,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적으로 사과하기도 했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 한 관계자는 "서 의원의 최측근인 보좌관이 부산시민이 가장 불안해하는 원자력발전소의 안전 부실을 초래한 비리의 중심에 있다"며 "서 의원도 보좌관의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꼬집었다.

기초단체장선거에 나서는 새누리당 예비후보들의 비리전력도 심각한 수준이다. 경북 예천군수 공천에는 이현준 현 군수와 김학동 근혜동산중앙회 자문위원, 오창근 전 예천경찰서장이 후보 등록을 했는데, 이 중 두 후보의 비리전력이 이미 드러났다.

김 예비후보는 지난해 새누리당 당직자들에게 식당에서 음식물을 제공하는 등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특히 현역 프리미엄을 가진 이 예비후보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건축자재 생산업자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벌금 80만원과 추징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또 이 예비후보는 재임시절 불거진 예천군 공무원 비리에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감사원 감사 결과 예천군 공무원 A씨가 "도청 이전 지역 인근 땅을 싸게 주겠다"고 군민들을 꼬드겨 46억여원을 공금계좌로 받아 빼돌린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현재 피해자들은 예천군을 상대로 여러 건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인데, 이중 한 건에 대해 1심 법원은 "군청에도 50%의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이 예비후보의 책임론이 충분히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기초단체 선거 후보
비리전력자 '수두룩'

경남 사천시장 선거에 나서는 정만규 현 시장은 지난 2000년 선거법 위반으로 시장직을 잃은 전력과 함께 지난해에는 측근인 비서실장이 뇌물수수로 구속 기소됐지만 지난달 31일 컷오프를 통과했다. 정 예비후보의 당내 다른 경쟁자들이 이러한 비리전력을 문제 삼아 공동으로 정 예비후보의 공천배제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부산 영도구청장 선거에 나서는 어윤태 현 구청장은 재임 중 직권남용죄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지만 새누리당 부산시당은 그의 당내 경선 참여를 허용했다. 지난 2월13일 한층 강화된 공직선거법에 따라 이번 지방선거부터는 벌금 100만원 이상의 범죄경력은 모두 선거 공보물에 기재되지만, 이를 크게 문제 삼지 않은 셈이다.

정치쇄신 요구 역행하는 공천심사
당 공헌도, 당선 가능성만 고려?

이외에도 경북 의성군수에 나서는 김주수 예비후보는 음주 뺑소니로 벌금 1000만원을 낸 전력이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김 예비후보 측은 "8년 전 식당에서 밥을 먹고 반주로 술을 한잔하고 차를 빼다가 남의 차를 들이 받아 차를 옆으로 빼 놓은 적이 있다"며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은 것은 맞지만 뺑소니를 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한 지역구에서는 선거법위반, 음주운전, 폭력 등 전과가 있는 공천신청자가 수두룩했지만 대부분 컷오프에서 통과됐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지역 국회의원
개입이 원인?

기초선거 공천에 특히 비리전력자가 더 많은 것은 지원한 후보가 많은 까닭도 있지만, 지역 국회의원들이 공천 과정에 실질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심지어 한 의원은 지역 내 사이가 나쁜 기초단체장선거에 나서는 후보의 탈락까지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다.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공천 과정에서 나오는 잡음은 향후 본선에서도 악재가 될 것"이라며 "지난 총선에서 공천잡음으로 예상 밖 참패를 당했던 민주통합당의 사례가 이번에는 우리에게 적용될 수도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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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