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어물쩍 앉은 강병규 신임 안전행정부 장관

털어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지만…

[일요시사=사회팀] 박근혜 대통령이 강병규(59)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를 장관에 임명했다. 박 대통령은 유정복 전임 장관이 인천시장에 출마함에 따라 그 빈자리에 안전행정부 제2차관 출신인 강 장관을 후임으로 선임했다. 강 장관은 임명 과정에서 중대한 인사 기준상의 흠결이 밝혀져 여야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그는 과연 건전한 지방자치 발전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까.

지난 2일 강병규 신임 안전행정부 장관이 취임했다. 강 장관은 취임식에서 “국정운영의 중추부처로서 안전행정부는 그 어느 부처보다 각종 국정과제들을 보다 활력 있게 추진해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성과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과 현장 속으로 더 가까이 더 철저하게 다가가겠다는 다짐을 보였다. 다음날인 3일 강 장관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신고식을 치르고 본격적인 행보를 예고했다. 강 장관은 안전행정부가 추진해야 할 역점사안으로 공정한 6·4 전국동시지방선거 관리, 국민안전과 재난·재해 예방 강화, 정부3.0 확산과 성과 창출, 건전한 지방자치 발전 토대 마련을 언급했다.

속전속결 인선
법 위반? 쉿!

박근혜 대통령은 새 안전행정부 장관으로 강병규 전 행정안전부 제2차관을 앉혔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달 7일 브리핑에서 6·4 지방선거 인천시장 출마를 위해 지난달 5일 사임한 유정복 전 장관의 후임으로 강 전 제2차관이 내정됐다고 발표했다. 박 대통령이 인선을 위해 장고했던 과거와 달리 이번 후임 인선은 불과 이틀만에 신속히 이뤄졌다. 민 대변인은 “강 내정자는 안행부 업무 전반에 걸쳐 풍부한 식견과 경험이 있으며 부처와 국회 등 대외기관과 협조가 원활할 뿐만 아니라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는 수평적 리더십과 조직관리 능력을 갖췄고, 조직 내 신망이 두텁다는 점이 발탁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달 24일 국회 인사청문회 결과 위장전입 및 농지법 위반 등을 두고 야당이 강 장관에 대한 자질문제를 지적하면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바 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국회에 인사청문을 요청한 이후 인사청문회법에 규정된 20일 내에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음에 따라 지난 1일 보고서 채택을 재요청한 뒤 강 장관을 임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4일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강 장관은 위장전입 문제로 홍역을 치렀다. 위장전입은 고위 공직자의 인사청문회 때마다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사안이기는 하지만, 안전행정부가 주민등록법을 관장하는 주무부처라는 점에서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더욱 거셌다. 강 후보자는 자녀 교육문제와 연관된 위장전입으로 주민등록법을 위반한 사실을 시인하면서 시종 머리를 숙였다. 강 장관의 배우자와 장남은 1997년과 2000년에 각각 이촌동과 후암동에 있는 지인의 집으로 전입했다. 강 장관은 교육 문제 때문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어차피 이사할 것이니 미리 전입신고를 하는 게 낫지 않나 싶었다”고 말했다. 또 2000년 두 번째 위장전입에 대해서는 “꼭 학군의 이점 때문에 특정 학교를 가야하는 문제가 아니라 아이 사정 때문에 학교가 끝나면 그 학교 주변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했다”고 해명했다.


이 밖에도 강 장관은 미국에서 유학 중이던 87년 2월 구입한 과천 주택에 대해서도 양도세 면제기간을 채우기 위해 발령지인 부산으로의 전입신고를 미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1986년 4월 과천에서 부산으로 발령나 이사했음에도 이듬해 4월에야 부산으로 주민등록을 이전한 것 때문이다. 아파트 양도세를 면제받기 위해 주민등록을 위반한 것이 아니냐는 추궁이 이어졌다. 그는 이 부분에 대해 “유학 후 돌아와서 2개월 만에 부산으로 발령나 2개월밖에 살지 못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투기나 세금면탈 목적은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특히 야당 의원들은 예외 없이 위장전입 문제를 파고들었고, 강 후보자는 그때마다 연거푸 사과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진선미 의원은 “다른 부모들이 교육문제로 위장전입을 한다면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처벌할 수 있겠느냐”면서 “국민이 그런 처벌에 수긍하겠느냐”고 따졌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현 의원은 “주무부처 장관이 주민등록법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청와대는 ‘문제없다’고 판단한 것 아니냐”면서 “이래놓고 어떻게 비정상의 정상화, 법과 원칙을 얘기할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반면 여당은 강 장관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달 25일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강병규 안행부 장관 후보자의 전문성 도덕성에 대해 검증이 이뤄졌다”면서 “주민등록법 위반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또 “불법선거운동 근절에 대한 확고한 약속이 있어 무리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여당은 후보자가 일부 흠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둘러 장관을 임명한 것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행정공백을 최소화하려는 청와대의 의지라며 엄호했다.

행정가 임명 이유
선거 중립 표방

하지만 야당 일부 의원들은 강 후보자에 대해 행정 전문가로서의 업무 역량을 인정하면서도 위장전입에 대해서는 해명을 요구했다.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몇 가지 문제점들이 지적됐는데 그때 시점으로 봐서는 불가피했을지 모르나 지금 눈으로 보면 잘못이니 솔직하게 인정하라”고 꼬집었다.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은 강 장관의 각종 도덕성 논란과 관련해 “청와대 인사 담당 참모들은 뭐하는 양반들이냐”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그러면서 “안전행정부 장관할 사람이 법 위반한 사람 말고는 없느냐”며 “군대 안 다녀온 사람, 농지법 위반한 사람은 공직에 앉아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주무부처 장관의 위법 사실을 두고 여러 의원들이 문제를 제기했다.

청문회서 위장전입·농지법 위반 뭇매
보고서 채택 무산…박 대통령 임명 강행

일부 의원들은 강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강 장관은 변명하는 모습을 보이진 않았다. 그는 “제 불찰이고 죄송하다”며 “입이 열 개라도 할 말 없다”고 위장전입을 수차례 사과했다. 그러나 사퇴 요구에는 “후보자로서 진퇴 문제를 말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선을 그었다.


위장전입 문제로 홍역을 치른 역대 행정부 장관 후보자는 강 장관 외에도 2010년 취임한 맹형규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있다. 당시 맹 전 장관은 언론사 기자 시절 배우자와 딸이 실제 거주지인 서울 방배동이 아닌 인천 주안동에 주민등록을 이전했다 복귀한 기록이 드러나 주민등록 주무 장관으로서 부적합하다는 야당의 공세에 부딪혔다. 당시 특파원 출국을 앞두고 딸이 호적에 아들로 잘못 기재돼 있어 이를 정정하기 위해 사무처리가 빠른 인천으로 일시적으로 주민등록을 옮긴 것이라고 해명했었다.

그러나 강 장관은 위장전입과 함께 농지관리법을 위반한 기록도 갖고 있었다. 강 장관의 배우자인 김모씨는 2012년 8월 부친으로부터 논밭을 증여받은 후, 실제 경영을 하지도 않으면서 농업 경영계획서를 제출했다.

현행 농지법상 농지는 자신이 농업 경영에 이용하지 않으면 소유할 수 없다. 해당 논지는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소재의 논 4필지와 밭 1필지 등 총 5필지(7246㎡)로, 공시지가로 4억490여만원에 달한다.

강 장관은 “장인으로부터 30년간 위탁경작한 분의 권리를 지켜달라는 부탁이 있었다”며 “법에 저촉된 부분이 없게 했어야 하는데 법무사에게 일임하다보니 챙기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또 토지 처분 여부에 대해 “아직 용인 백안면으로부터 해당 농지를 처분하라는 공문은 받지 못했으나 민간 매각이나 농어촌공사에 위탁매매 의뢰, 혹은 위탁 경장을 의뢰하는 등 위반된 상태가 지속되는 것은 어떤 형태로든 바로 잡겠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강 장관의 이러한 불법·탈법 사실을 미리 알고서도 내정한 것으로 드러나 뒷말이 무성하다. 강 장관은 청와대의 사전 질문서에 ‘위장전입 여부’ ‘농지 불법 취득 여부’ ‘자녀 이중국적 취득 여부’ 등을 물었고 여기에 모두 ‘그렇다’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 김민기 의원은 청문회에서 “청와대가 사전에 검증하기 위해 사전 질문서를 주는 것인데, 사실상 액세서리 아니냐”며 “사전질문서에 후보자가 거짓으로 썼으면 몰라도, 제대로 썼는데도 이렇다면 제대로 인사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중앙·지방 잇는
내무행정전문가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강 장관이 한국지방세연구원장 재직 시절에 업무추진비를 개인적 용도로 지출했을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진선미 의원실에 따르면 강 장관은 지방세연구원장으로 재직한 2011년 2월부터 지난 2월까지 경조사비 용도로 업무추진비 3230만원(321건)을 지출했다.

이는 강 장관이 지난 3년간 쓴 전체 업무추진비 내역 694건 1억5700만원과 비교할 때 집행 횟수 기준으로 46.1%, 집행 금액 기준 30%에 해당한다. 강 장관은 재직기간 경조사비에 연평균 107건 1000만원을 업무추진비로 집행했다. 과도한 경조사비 지출을 두고 개인적 용도로 업무추진비를 집행했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진 의원실은 지방세연구원에 경조사비가 지출된 대상에 관한 상세 자료를 요구했으나 지방세연구원은 이에 불응했다.

강 장관의 재산은 17억여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9월24일 공직자 퇴직 재산신고에서 강 내정자는 본인 소유의 서울 용산구 이촌동의 아파트 7억2000만원 상당과 제주도의 과수원 3306㎡ 2324만원 상당을 신고했다.
 

강 내정자는 또 본인 소유의 2003년식 SM5 743만원 상당과 배우자 소유의 2004년식 뉴EF소나타 932만원 상당 등 자동차 2대를 보유했다고 신고했다. 퇴직 당시 강 내정자 예금은 외환은행 3614만원, 국민은행 2631만원, 배우자 예금은 삼성생명 3577만원 등이다. 강 내정자의 재산은 퇴직 때 그 전년 말 기준 재산신고액과 비교할 때 1401만원 늘어났었다.


청와대 인사시스템은 그동안 공직후보자를 내정할 때마다 논란을 샀다. 박근혜정부 들어서는 이러한 부분을 묵인하는 경향이 짙다는 평가다. 현 정권의 인사 철학과 청와대 인사 시스템을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고 전해진다. 지난해 말에도 청와대는 부실한 인사시스템이 드러나면서 거센 비난을 산 바 있다.

지난해 11월 청와대는 법인카드를 개인적으로 사용한 문형표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도덕성 논란이 일자 “검증할 때 충분히 확인하지 못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즉 기존 공직후보자에 대한 사전 검증 때는 ‘불법’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다는 게 청와대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번 강 후보자의 경우, 사전에 해당 탈법에 대해 알고서도 임명을 강행한 것이어서 논란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권, 사람이 그렇게 없나”
‘먹통’청와대 인사시스템 또 도마

강 장관은 내무부 시절부터 잔뼈가 굵은 행정 전문가로 알려진다. 1977년 행정고시 21회 합격 이후 78년 5월 사무관 시보로 임용됐다. 이어 79년 6월 이등병으로 입대 후 전두환 보안사령관 당시 보안사에서 근무하다 81년 9월28일 육군 병장으로 제대했다.

그는 제대와 동시에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수행비서로 발령받았다. 공직에 입문한 강 장관은 91년 내무부 행정관리담당관을 시작으로 장관 비서관, 행정자치부 감사관, 정책홍보관리실장, 지방행정본부장, 행정안전부 소청심사위원장을 거쳐 2009년부터 1년간 제2차관을 역임했다. 차관 재직 시절 지방자치단체 재정 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국세 일부를 지방세로 돌리는 지방소비세와 지방소득세를 신설했다.

구사일생 일화
독특한 이력도


그는 부산시를 거쳐 경산시 부시장, 대구시 행정부시장을 지내는 등 현장 지방행정 경험도 풍부하다. 5공과 김대중정부 등 두 차례에 걸쳐 청와대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이때 ‘아웅산 테러’ 현장에서 구사일생으로 위기를 넘긴 일화도 있다. 대통령비서실장실에서 일하던 83년 10월9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얀마 방문 때 북한의 폭탄테러가 일어난 아웅산 묘지 현장에서 수행 중이었으나 화를 면했다. 당시 사고로 강 내정자의 상관이던 함병춘 비서실장 등 17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명박정부 시절 행정안전부 2차관을 지낸 뒤에는 한국지방세연구원 초대 원장에 취임, 신생 조직의 초석을 다지는 중이었다. 경북 의성 출신에 고려대를 졸업, 대표적인 TK 행정관료로 분류되지만 경기중·고를 거치는 등 학창시절부터 주로 서울에서 생활했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에 평소 격이 없고 소탈한 성품으로 알려져 있으며 가족으로는 부인 김수미씨와 두 아들을 뒀다. 첫째 아들은 2010년 병장으로 군 복무를 마쳤고 둘째 아들은 고등학교 졸업 후 입시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강병규 장관은?]

▲경북 의성 출생
▲경기고 졸업
▲고려대 법학과 학사, 성균관대 대학원 박사
▲행정고시 21회
▲내무부
▲경산시 부시장
▲행정안전부 감사관
▲행정안전부 자치행정국 국장
▲대구광역시 행정부시장
▲소청심사위원회 위원장
▲행정안전부 제2차관
▲한국지방세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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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