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경제2팀]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
김중수 전 한국은행 총재가 한국은행을 떠났다. 김 전 총재는 끝까지 하고 싶었던 말을 모두 전하고 떠났다.
지난달 31일 김 총재는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에서 ‘고별강연’을 했다. 김 총재의 고별강연의 내용은 엄청난 분량으로 화제가 됐다.
고별강연에 앞서 배포된 강연내용은 빽빽한 글씨로 20페이지를 꽉 채웠다. 밑에 달린 41개 주석까지 합치면 24페이지, 글자수로는 4만자에 이르렀다. 강연내용은 논문형식에 가까웠다는 평가다. 평소 설명하고 토론하기를 좋아하던 김 총재의 성격이 반영된 것이다.
김 총재는 고별강연을 준비하기 위해 지난해 말부터 직접 원고를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세계 유명인사들의 퇴임사를 참고하고 지난 4년간 한은 생활을 회고하며 쓰고 고치기를 반복할 정도로 신중을 기했다고 한다.
A4 20쪽 분량 논문형식 고별강연 화제
이날 김 총재가 고별강연에서 강조한 주제는 ‘글로벌 한국은행’이었다. 고별강연 제목은 ‘선진인류 글로벌 BOK(한국은행)를 기리며!’.
김 총재는 미완의 과제로 금융국제화를 꼽았다. 그는 “글로벌과 선진일류라는 서로 떼려고 해도 뗄 수 없는 두 목표는 지난 4년 동안 단 한시도 나의 머리에서 떠난 적이 없다”며 “외환시장에서 시장원칙에 적합한 과감한 조치가 추진돼 동북아 금융 중심지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 번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총재로서 추진하고자 하는 개혁과제들은 한은의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면서 “얼마나 많은 직원들이 호응하는가보다는 옳은 말을 전달함으로써 비록 소수일지라도 발전하는 것을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효선 기자 <dklo216@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