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홈플러스 개인정보 거래 내막

혈압 재는 데 신상은 왜?

[일요시사=경제2팀] 삼성생명이 경기도 의정부 홈플러스에서 소비자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개인정보 유출사태로 금융업계가 시끄러운 가운데 보험사의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대형마트 행사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소비자의 자발적 동의로 이뤄졌다 하더라도 혈압측정이나 상품상담 등을 미끼로 개인정보를 수집한다는 비난은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혈압 체크 해드립니다. 혈압 측정 전에 이거 하나 작성하고 가시죠.”
삼성생명은 홈플러스에서 혈압체크를 해주고 가입한 보험에 대해 상담 해준다며 소비자들의 개인정보 동의서 작성을 유도했다. 특히 ‘내 보험 알기 서비스’를 통해 가입한 보험 상품에 대해 분석해준다며 홈플러스 고객을 유인했다. 마치 마트 고객을 위한 서비스 같지만 실제 이런 행사는 대부분 보험사가 개인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마련한 기획 행사다.

서비스 같지만…

‘금융 서비스 데스크’ 현수막에는 ‘가입하고 계신 보험에 대해 완벽하게 분석해드립니다. 실손 연금 암 저축 종신 무엇이든 물어 보세요’라고 적혀있다. 소비자들은 혈압측정을 하고 자신이 가입한 보험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개인정보 동의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생명은 상담 전 소비자가 가입한 보험을 조회한다는 명분으로 개인정보 동의서를 요구했다. 동의서에는 ‘실손 의료비 보장·금융상품 가입현황 조회 및 가입설계를 위한 개인(신용)정보 등의 처리 동의서’라고 나와 있다.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 자녀의 이름과 주민번호도 기재하도록 요구했다.

혈압측정을 하거나 가입한 보험 상품에 대해 알아보려 했던 고객은 자신의 개인 정보만 제공한 셈이다. 다른 보험사의 상품을 가입한 고객에게 삼성생명은 순수한 상담보다는 자사 보험 상품으로 갈아타라고 권유했을 가능성도 높다.

삼성생명은 강력 반발했다. 소비자의 자발적 동의하에 받았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혈압측정은 어디서든 받을 수 있는 것인데, 혈압측정을 해준다고 자신의 정보를 그렇게 쉽게 내주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라며 “단순히 혈압체크를 하기 위해서가 아닌 지나가다 삼성생명에 대해 관심 있으신 분들의 동의하에 받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부모의 자녀 정보 제공에 대해 그는 “미성년자 정보는 부모가 동의를 해줘야 하기 때문”이라며 “개인정보를 달라고 강요 한 것도 아니고, 동의 하신 분에 한해 개인정보를 받은 것인데 무엇이 문제냐”고 되물었다.

그러나 자녀의 주민번호의 경우 부모가 공동친권자인 경우 부모 쌍방이 서명해야 한다. 부모 중 일방이 공동명의로 동의할 수 없다. 대부분 한 명의 부모가 동의하고 자녀의 개인정보를 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개인정보보호법 제22조에 따르면 개인정보 처리자는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을 때 각각의 동의 사항을 구분해 정보주체가 이를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알려야 한다.

마트서 혈압측정·보험상담 미끼로 수집
가족과 전화번호·주민번호도 기재 요구

개인정보 수집을 위해 행사를 벌이는 보험사에 자리를 임대해준 홈플러스도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마트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한 보험사가 영업활동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부터 대형마트는 보험사 행사로 개인정보를 빼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홈플러스의 답변은 들을 수 없었다. 여러 차례 전화를 걸고 문자도 보냈지만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그동안 대형마트는 소비자들의 이용 빈도가 높다는 점을 이용해 보험사들과 제휴를 맺고 경품 이벤트를 실시했다. 대형 승용차, 명품시계, 다이아몬드 등을 내건 경품 응모 이벤트를 하면서 응모권에 성명, 성별, 생년월일, 휴대폰 번호 등을 적고 개인정보 수집과 이용, 취급·위탁에 대한 동의를 얻었다. 또한 자녀 수, 부모 연령, 가족 동거 여부도 적도록 유도했다.

지난 1월 이마트 인천 계양점에서 경품 이벤트를 통해 생명보험사의 개인정보를 수집했다. 지난 2월에도 홈플러스와 롯데마트가 경품을 미끼로 소비자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해 빈축을 샀다.

경품 응모 이벤트로 수집된 개인정보는 제휴를 맺은 보험사에 제공된다. 경품 비용을 부담하는 보험사들은 이렇게 수집한 개인정보를 전화영업(TM) 등 보험 마케팅에 활용해 왔다.

개인정보 부당 수집이라는 비난이 거세지자 지난달 홈플러스,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는 보험사와 제휴한 개인정보 수집 이벤트를 하지 않겠다고 주요 보험사에 통보했다.

그러나 여전히 지켜지지 않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냄비나 손세정제 등을 준다고 유혹해 삼성생명이 개인정보를 요구했다는 제보도 있었다.

소비자단체는 삼성생명의 개인정보 수집 방법에 대해 유인행위라며 강력 비판했다.

보험이용자협회 관계자는 “명백한 유인행위”라며 “혈압측정을 한 사람은 의료기관 직원이 아닌 삼성생명 영업판매원일 가능성이 높고, 자녀의 정보를 받는 방식도 부모 둘 다 받는 것이 아닌 한 사람의 동의하에서만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인정보 유출의 피해는 개인정보 수집 동의서를 작성해주는 순간부터 시작된다”며 “소비자의 요구대로 정보를 제공해야 할 보험사가 오히려 소비자의 정보를 빼간 셈”이라고 비판했다.

“뭐가 문제냐”

업계에서는 금융사 개인정보 중 보험사가 가장 위험하다고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안 그래도 요즘 개인정보 유출로 조심스런 분위기인데 보험사와 마트가 이런 식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한다는 것은 눈총 받을 만한 일"이라며 “특히 보험사 정보는 다른 금융사들이 보유한 개인정보보다 워낙 자세한 정보가 많이 담겨있어 한 번 유출되면 가장 위험하기 때문에 가장 조심스럽게 수집하고 다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효선 기자 <dklo21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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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