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는 민주당에 심어진 악성코드?"

'트로이목마' 의심받는 '친노 죽이기 플랜' 막후

[일요시사=정치팀] "안철수 의원은 '트로이목마'였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꺼낸 말이다.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통합신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난 26일 공식 출범했지만 지지율은 연일 하락세다. 무공천 결정으로 기초선거는 전패할 수도 있다는 비관적인 소식마저 들려온다.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던 민주당 내부에서는 안 의원을 향한 불만이 폭발 직전이다. 이유가 뭘까?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통합신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난 26일 공식 출범했다. 하지만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화학적으로도 완벽하게 결합했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겉으론 웃고 있지만 여전히 물밑에선 치열한 기싸움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악성코드?
치료백신?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안철수 의원이 트로이목마였다"며 푸념 섞인 비토를 쏟아냈다. 그는 특히 안철수 공동대표의 기초선거 무공천 결정에 대해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트로이목마는 잘 알려진 대로 그리스신화 속에 나오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는 안 대표가 컴퓨터 백신 개발회사의 CEO 출신인 점을 언급하며, 안 대표가 악성코드인 트로이목마와 닮았다고 했다. 트로이목마는 정상 프로그램인 줄 알고 실행시키면 중요한 파일을 삭제하거나 자료를 유출시키는 등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악성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새정치연합이 공식 출범했지만 지지율은 연일 하락세다.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의 무공천 결정으로 기초선거는 호남을 제외하고는 전패할 수도 있다는 비관적인 소리마저 들려온다. 시너지효과를 기대했던 민주당 측에서는 안 대표를 향한 불만이 쏟아져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약인 줄 알고 먹었는데 독?
안철수 폭탄, 야권 삼키나?

게다가 안 대표가 합당 선언 이후 공공연하게 친노진영을 겨냥한 발언과 행보를 거듭하면서 새정치연합과 친노진영의 갈등은 극에 달하고 있다. 친노진영에선 안 대표가 '새정치'라는 명분 아래 ‘친노 죽이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의심도 싹트고 있다.
 

실제로 안 대표의 친노 죽이기 플랜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안 대표는 합당을 결정한 직후부터 민주당에 기득권 내려놓기와 민생을 강조하고 나섰다. 원론적인 이야기였지만 민주당 내에서는 이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세력도 있었다.

이들은 "기득권 내려놓기는 곧 공천권이나 지역위원장 자리를 내놓으라는 소리가 아니겠냐"며 "또 그동안 민주당 내부에서는 비노진영의 '민생 우선 노선'과 친노진영의 '민주주의 회복 우선 노선'이 충돌해왔는데 안 대표가 '민생'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결국 친노를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민생 우선
민주주의 우선

실제로 합당작업이 시작된 이후 꾸려진 신당추진단의 각 분과위에서 친노 핵심인사들은 철저히 배제됐다. 여기에 안 대표 측은 기득권 포기의 하나로 민주당에 최고위원제 폐지를 요구하고 나서며 또 한 번 논란을 일으켰다.

안 대표 측은 최고위원제 폐지를 요구한 이유에 대해 최고위원제가 계파정치를 강화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최고위원제가 폐지되면 당 대표의 권한이 그만큼 강화되기 때문에 결국 안 대표의 권한을 강화시키기 위한 사전 작업이 아니냐며 반발했다. 민주당 내 친노 강경파로 분류되는 정청래 의원은 이에 대해 "점령군처럼 행세하지 말라"며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그러나 새정치연합 진영의 친노 죽이기는 계속됐다. 안 대표 측은 민주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최고위원제 폐지에 이어 비례대표의 차기 총선 지역구 출마 금지 방안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안 대표 측은 “비례대표의 취지와 달리 임기 중 지역구 고르기에 매몰돼 의정활동을 소홀히 하는 폐단을 없애자는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후폭풍은 생각보다 거셌다.

민주당은 차기 총선 과정에서 새정치연합의 지분을 늘리기 위한 꼼수라며 반발했다. 민주당 비례대표 출신들의 지역구 진입을 막음으로써 새정치연합 측 후보자들이 좀 더 수월하게 지역구를 확보하게 하기 위한 전략적 요구라는 주장이었다.

또 민주당 비례대표 중엔 친노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는데 차기 총선에서 이들을 배제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실제로 민주당 비례대표 중엔 친노 강경파로 평가받는 의원들이 많다.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대선캠프에서 대변인을 지낸 진선미 의원을 비롯해 현역 의원 중에서는 처음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서 논란을 일으켰던 장하나 의원, ‘국정원 저격수’로 불리는 김현 의원, 전병헌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했던 김기식 의원 등이 모두 비례대표다. 

하이라이트는 정강정책과 관련한 논란이었다. 새정치연합 측이 신당의 정강정책 전문에서 6·15, 10·4 남북공동선언에 대해 삭제를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민주당의 반발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그러자 안 대표는 즉각 "대선 전부터 6·15와 10·4선언의 정신은 우리가 발전적으로 계승해야 할 소중한 가치로 누차 천명해왔다"며 "새정치연합이 정강정책 전문에서 6·15, 10·4 남북공동선언에 대해 삭제를 요청했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의 정강정책 초안에는 두 선언에 대한 계승 문제는 분명히 빠져 있었다. 당시 새정치연합 측은 “불필요한 이념논쟁을 부르지 않고 민생을 중시하겠다는 취지에서 6·15, 10·4선언을 정강정책 초안에 언급하지 않았다”며 기자들에게 친절한 설명을 곁들이기도 했다. 따라서 두 선언에 대한 삭제 요청은 DJ와 친노 색깔 빼기의 일환이었으나, 예상보다 반발이 거세자 급하게 말을 바꾼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새정치연합 측은 물론 일련의 사건이 친노 죽이기란 해석은 전혀 사실 무근이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창당 작업 과정에서도 안 대표는 시종일관 친노를 겨냥하는 듯한 행동과 언행을 해왔다. 특히 안 대표는 지난 24일 제주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는 국회의원이 된 후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지난해 7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서해북방한계선) 포기 발언을 놓고 여야가 공방 끝에 남북 정상회담 원본 공개 여부를 국회 표결에 부쳐졌을 때를 떠올렸다.

친노 겨냥?
우연의 일치?

안 대표는 "국익에 해가 될 텐데 어처구니없이 통과가 됐다. 정치하면서 잊혀지지 않는 순간이었다"며 "국민이 원하지 않는데 통과되는 것을 보면서 '새정치를 하려면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아야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당시 대화록 공개는 친노의 수장격인 문재인 의원의 주도로 이뤄진 것이었다. 대화록 공개 과정에서 대화록의 미이관 의혹이 불거지면서 문 의원은 역풍을 맞았고, 민주당도 한동안 책임론에 시달려야 했다. 문 의원에게는 잊고 싶은 정치적 아킬레스건과 같은 사건이었다. 따라서 안 대표의 이날 발언은 결국 문 의원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뒤따르며 한동안 정치권이 시끄러웠다.

시종일관 친노와 선 긋기 의혹
"선거만 끝나고 보자" 불만 고조

안 대표가 친노와 비노진영 간 갈등의 중심에 있는 민주당 조경태 최고위원을 직접 찾아가 만난 것도 눈길을 끌었다. 당시 조 최고위원은 바로 전날 열린 민주당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매노종북 신당배제' 발언으로 곤욕을 치른 후였다.


의원총회에서 일부 친노 의원들은 조 최고위원에게 욕설까지 해가며 강하게 항의했고, 멱살잡이 직전까지 가는 상황이 연출됐었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 안 대표가 조 최고위원을 찾았다는 것은 사실상 조 최고위원에게 힘을 실어주고 비노진영을 결집하기 위함이 아니냐는 분석이 잇따랐다.

지난 대선 당시 '안철수 후보'의 자문 역을 했던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최근 '문재인과 친노 퇴진론'을 언급한 것도 논란이 됐다. 한 교수는 심지어 친노세력에 대해 '배설해야 할 묵은 찌꺼기'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비판이 잇따랐지만 안 대표 측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참여정부에서 국정홍보처장을 지낸 한 인사는 곧바로 '안철수 배후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안 의원이 꼭 지시하지 않았더라도 하나의 정서적 공감대나 흐름이 있다고 보고 있다"며 "예전에 자기의 생각과 다른 발언이 있을 때 안 의원은 '나의 멘토가 아니다'는 식으로 그 말을 즉각 부정했는데 이 발언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상반된 해석
진실은 어디에

안 대표는 정말 친노 죽이기에 나선 것일까? 일각에선 섣부른 해석이란 지적도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친노 죽이기로 해석 하는 사안들은 말 그대로 정치쇄신안일 뿐인데 민주당의 기득권과 충돌하다보니 친노 죽이기로 곡해되고 있을 뿐"이라며 "오히려 친노진영이 사사건건 정치쇄신안을 친노 죽이기로 규명하며 안 대표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반대로 여전히 안 대표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정치권의 또 다른 관계자는 "안 대표의 지지율은 정치혐오계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차라리 세비 삭감이나 국회의원 연금 완전 폐지 등과 같은 이슈가 유권자들에게 더 잘 먹힐 텐데 진짜 기득권 포기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고 있다"며 "만약 친노 죽이기가 아니라면 좀 더 신중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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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돌파’ 이재명 사생결단 플랜 B

‘정면돌파’ 이재명 사생결단 플랜 B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순항하던 이재명호가 위기다. 지난 15일 위증교사 사건 1심서 무죄를 받았지만 공직선거법에 대한 여진이 남아있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를 선두로 현 상황을 정면돌파하는 방법을 택했다. 서로를 격려하며 다독였지만 어째서인지 허들만 늘어나는 현실이다. 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서 1심대로 확정될 경우 이 대표는 의원직을 잃고 향후 10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돼 대선 출마가 불가능하다. 대선 과정서 보전받은 434억원도 토해내야 한다. 앞으로 뚜벅뚜벅 민주당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1심 판결서 무죄, 유죄더라도 100만원 이하의 형을 예상했다. 이 대표가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시장 재직 때는 몰랐다”고 한 답변이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특히 어떠한 인물에 대해 ‘안다’와 ‘모른다’는 객관적인 기준을 설정할 수 없어 애초에 기소돼선 안 됐을 사건이라며 무죄에 힘을 실었다. 예상을 깨고 법원이 징역형을 내리자 민주당에서는 당혹스러운 기류가 감지됐다. 이날 굳은 얼굴로 법정을 나선 이 대표는 “오늘 이 장면은 대한민국 현대사의 한 장면이 될 것”이라며 “현실 법정은 두 번 더 남았고 민심과 역사의 법정은 영원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본적인 사실 인정부터 수긍하기 어려운 결론이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상식과 정의에 입각해서 생각하면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를 앞세워 정권교체 준비에 박차를 가하던 민주당이 첫판부터 치명타를 입었다. 여의도 안팎에서는 이 대표의 리더십에 금이 갈 것이란 해석을 내놨다. 그러나 선고 다음날인 지난 16일 민주당은 비상연석회의를 소집하고 “저들이 아무리 이 대표의 정치생명을 끊으려 해도 이 대표는 결코 죽지 않는다”며 오히려 결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대표 역시 서울 광화문서 열린 ‘김건희·윤석열 국정 농단 규탄 및 특검 촉구’ 제3차 집회서 “이재명, 펄펄하게 살아서 인사드린다”며 건재함을 강조했다. 지도부는 리더십 교체에도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민주당 김윤덕 사무총장은 지난 17일 국회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당 대표 교체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민주당은 흔들림 없이 싸우고 주어진 과업을 수행하기 위해 뚜벅뚜벅 나아갈 것이다. 상당히 많은 의원으로부터 격려 전화가 오고 있으며 당이 더 잘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장외 집회에 속도를 냈다. 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지난 21일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30일에는 전국적인 집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재명은 죽지 않는다” 대동단결 민주당 흐르는 법원의 시간…조기 대선 승부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진보당·사회민주·기본소득당 등 다른 야당과 달리 민주당은 ‘대통령 탄핵’보다 ‘김건희 특검법 수용’에 중점을 뒀다. 민주당 지도부 역시 탄핵이라는 직접적인 발언을 삼가며 단어 선택에 신중을 가하고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에 가까워지는 만큼 혹시 모를 역풍에 대비해 특검법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탄핵을 직접적으로 외치지 않았을 뿐, 이 대표 방탄을 위해 ‘탄핵 굴뚝’에 불을 때고 있다고 설명한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대표의 대법원 판결이 나기 전 민주당 주도로 개헌을 하든, 탄핵을 하든 현직 대통령을 끌어내려 조기 선거를 치르려는 속셈”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 역시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할 일은 범죄 방탄, 아스팔트 정치를 중단하고 사법부 판단을 겸허히 기다리는 것”이라며 “그리고 그 판결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선거법 등에 따르면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대법원 선고는 앞으로 6개월 안에 이뤄져야 한다. 이는 내년 5월 이전까지로, 대권주자를 노리는 이 대표에게 있어 길지 않은 시간이다. 대장동·백현동·위례·성남FC 의혹 등 추가 재판이 예정돼 대법원 판결까지 다소 시간이 지연될 수 있지만 2027년 대선까지 대법원이 기다려주지 않을 것이란 해석에 힘이 실린다. 민주당이 장외 투쟁을 통해 조기 대선 분위기를 이끌어내는 데 주력할 것이란 관측이 고개를 드는 이유다. 민주당을 탈당한 개혁신당 조응천 총괄특보단 역시 이 대표의 출구전략으로 윤 대통령의 임기 단축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제시했다. 조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공직선거법 위반과 위증교사 혐의 둘 중 하나는 무조건 당선무효로 피선거권 박탈로 확정이 될 것 같으니까 그전에 대선에 들어가는 트럼프식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지난 대국민 담화서 임기 단축 가능성을 닫아놨고 최근 들어서는 지지율이 회복세에 오른 만큼 이를 꺾기 위한 민주당의 공세 수위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젖은 장작 연기만? 문제는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처럼 민심에 불이 붙지 않는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장외 집회가 열렸던 지난 2일과 9일 각각 30만명, 20만명이 참가했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1만7000명, 1만5000명이 참가했다고 추산했다. 이 대표의 1심 선고가 발표된 직후인 지난 16일 집회 역시 주최 측 추산으로는 30만여명이 모였지만 경찰은 2만500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봤다. 민주당과 혁신당을 비롯한 야당은 ‘분노한 시민’의 참여율이 저조한 점을 원인으로 꼽았다. 집회가 시민의 공감대를 충분히 끌어내지 못해 단순히 당원 결집에 그쳤다는 설명이다. 혁신당 내부에서는 행진 시 정당 깃발을 사용하지 않는 방안을 논의했다. 민주당 역시 각 시도당위원회와 지역위원회에 집회서 깃발 사용과 파란 의상 착용을 자제해달라는 공지를 보냈다. 두 가지 대책 모두 정당 색을 배제하고 시민단체와 일반 시민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그래도 시민이 참여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016년 탄핵 집회는 시민단체가 주도하고 정당이 참여하는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그 반대가 됐다”며 “금투세 폐지 등 최근 민주당이 역행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민단체 측 반발이 있는 것으로 안다. 정당과 당원만으로는 목소리를 내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언뜻 보면 (민주당과 혁신당은)한목소리 같지만 이 대표는 방탄을 위한 임기 단축을, 조국 대표는 복수를 위한 탄핵을 외친다”며 “같은 야당이어도 단합이 안 되다 보니 일반 시민도 ‘꼼수 집회’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집회 참여는 곧 방탄’이라는 선입견을 깨트려야 (일반 시민이)광장에 나오고 성난 파도를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흔들림 없이 이 대표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 대표가 1심서 집행유예를 받은 만큼 앞으로의 발언과 행보에 색안경을 끼고 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당에 화력을 더해야 하지만 그럴수록 ‘방탄용’이라는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최근에 민주당 박희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놓고 여야는 다시 한번 격돌했다. 지난 14일 발의된 해당 개정안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를 삭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물밑서 조용히 박 의원은 법안 발의 배경에 대해 “현행법상 허위사실공표죄와 후보자비방죄는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하고 경쟁 후보의 공직 적격성에 대한 의혹 검증을 위해 확인하는 경우까지 낙선 목적 허위사실공표죄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날에는 민주당서 공직선거법상 피선거권 박탈 기준을 기존 벌금 100만원 이상서 1000만원 이상으로 상향하는 개정안도 연달아 발의했다. 이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사법 시스템을 망가뜨려서라도 이 대표를 구하겠다는 일종의 아부성 법안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장동혁 최고위원 역시 “민주당 입장에서는 법안이 통과되면 최선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반성적 고려에 의해 처벌 규정에 대한 개정 논의만 있어도 법원에서는 이를 유리한 양형 사유로 참작하는 경우가 있다”며 “어떤 경우라도 이 대표를 위한 꼼수 입법”이라고 보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19일 이 대표가 ‘경기도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 혐의로 기소되면서 민주당의 부담이 가중됐다. 이 대표와 당시 경기도지사 비서실장 정씨, 전 경기도 공무원 배씨 등은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2018년 7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공무와 무관하게 관용차를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아울러 검찰은 이 대표가 개인 음식값과 세탁비 등을 경기도 법인카드로 결제했다고도 보고 있다. 사적으로 사용한 배임 금액이 1억653만원으로 추산된다는 게 검찰 측 입장이다. 이번 사건으로 이 대표가 기소되면서 재판은 5개로 늘어났다. 가장 먼저 1심 선고가 난 공직선거법 사건을 비롯해 위증교사 사건(지난 25일 무죄 선고), 대장동·백현동 개발비리 및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사건,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의혹 등 재판이 이 대표의 발목을 잡고 있다. 민주당은 곧바로 논평을 내고 검찰을 향해 날을 세웠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검찰이 이토록 집요하게 억지 기소를 남발하는 이유는 분명하다”며 “제1야당 대표이자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정치 지도자를 법정에 가두고 손발을 묶으려는 속셈”이라고 비판했다. 지금은 원팀, 재판 후에는? 3총·3김에 초일회까지 꿈틀 이어 “검찰은 ‘이 대표가 법인카드를 쓴 것도 아닌데 몰랐을 리 없다’는 억지 춘향식 논리를 뻔뻔하게 들이밀었다”며 “이미 경찰 수사에서 이 대표에게 혐의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그런데도 검찰은 부득부득 사건을 되살려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 역시 “증거는 없지만 기소한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 체제를 끝까지 유지하겠다는 민주당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지만 재판이 거듭될수록 당의 고심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 대표가 남은 재판서 줄줄이 유죄를 선고받는다면 ‘이재명 불가론’이 고개를 들 것이란 해석에 힘이 실린다. “이 대표는 민주당을 이끌어야 대권주자로 거듭나는 것이지, 당으로 자신을 방어하려 해서는 민주당도 죽고 본인도 죽는다”는 게 현재 상황을 바라보는 야권 관계자의 평가다. 지도부는 ‘플랜 B’ ‘포스트 이재명’ 등에 대해 딱 잘라 말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과연 차기 당 대표는 누가 될 것인지 저마다 점지하고 나섰다. 친명(친 이재명)계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한발 뒤로 물러설 것이란 이야기가 있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지난 총선서 ‘공천 학살’을 당했던 비명(비 이재명)계가 다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응천 총괄특보단은 “이 대표에 점 하나 찍은 사람이 (대안으로)올라가지 3김(김두관·김경수·김동연·김부겸 등)이나 이런 사람들은 애초에 고려의 대상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권리당원의 반절 이상이 대선 이후에 들어온 강성 친명”이라며 “당원민주주의 한다면서 당헌·당규 같은 것을 다 바꿨다. 강성 당원들의 의지대로, 뜻대로 가게 만들어놨다”고 덧붙였다. ‘3총(이낙연·김부겸·정세균 전직 총리)·3김(김두관·김경수·김동연 등)’의 역할에도 눈길이 쏠린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와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이번 달 초 독일서 회동을 했다. 원외 비명계 모임인 ‘초일회’는 다음달 김부겸 전 국무총리를 초청해 특강을 주최하고 내년 1월에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와의 만남을 예고하면서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다만 비명계는 “나설 때가 아니다” “당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며 목소리를 아끼고 있다. 어쩌면 열린 결말 한 비명계 의원은 이 대표의 법원 선고와 관련해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우리가 우려했던 일이 지금 일어나고 있어 무척 안타깝다”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 본인이 한 일에 대해서는 스스로가 제일 잘 아는 만큼 객관성을 잃은 채 남의 탓으로만 몰아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비명계 세력이 다시 뭉칠 것으로 보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지난해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파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잊으셨냐”면서도 “당장은 정치 공간이 좁아 쉽지 않겠지만 대안이라는 것은 언제든지 존재할 수 있다”고 답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