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사회팀] 성폭행을 당했다는 딸의 말을 듣고 격분한 아버지가 가해자로 지목된 10대를 찾아가 흉기로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성폭행 여부는 확인 중이다. 성폭행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영화 <돈 크라이 마미> 속 내용이 현실화된 것이다. 이 영화는 딸을 성폭행한 남학생을 부모가 직접 심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화는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했던가. 영화의 내용과 유사한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달 25일 전북 군산경찰서는 자신의 딸이 성폭행 용의자로 지목한 10대를 살해한 박모(49)씨를 살인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전날 늦은 밤 전북 군산시 미룡동의 한 길가에서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다.
한 남성이 다른 누군가와 다투다 흉기를 휘두른 것이다. 흉기에 맞은 최모(19)군은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최군은 출동한 경찰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과다출혈로 끝내 숨을 거뒀다.
이틀간 외박
박씨는 범행 현장에서 달아났지만 1시간 뒤 경찰서를 직업 찾아가 딸(15)과 알고 지내던 남성을 홧김에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박씨는 딸이 이틀간 외박을 한 것에 대해 추궁하던 중 성폭행을 당했다는 딸의 말을 듣고 격분해 딸이 지목한 남성을 찾은 것이었다.
당시 박씨는 아내와 아들 등 친인척과 함께 최군이 아르바이트하고 있던 치킨집으로 찾아갔다. 추궁하는 박씨의 아내에게 최군이 욕설을 내뱉으며 대들자 박씨는 집에서 미리 준비해둔 흉기로 최군을 찔렀다. 최군은 현장에서 200m가량 떨어진 근처 원룸 뒤편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진 채로 발견됐다. 흉기에 맞아 원룸 골목으로 도망친 것이다.
경찰 조사 결과 박씨는 며칠 전 자신의 딸에게 “아는 오빠인 최군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말을 들었다. 박씨 부부는 딸의 휴대폰을 이용해 최군을 불러냈다. 추궁하는 박씨의 아내에게 최군이 대들자 박씨는 미리 준비해간 흉기로 최군을 찔렀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는 딸이 성폭행을 당했기 때문에 범행에 이르렀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도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사건의 발단이 된 ‘성폭행’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한 경위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경찰은 박씨에 대해 살인 혐의로 구속하고, 숨진 최군의 성폭행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할 계획이다.
“아는 오빠가…” 고백 듣고 격분
지목한 남성 찾아가 흉기로 찔러
다음날 26일 군산경찰서는 박씨가 이틀간 외박한 딸의 휴대전화에서 성관계를 암시하는 SNS 메시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죽은 최군과 딸이 주고받은 SNS 메시지에는 강압적이거나 강제적인 성관계 내용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확실한 것은 딸 박양과 최군이 성관계와 관련된 대화를 주고 받았다는 사실뿐이다. 최군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딸은 사건 전부터 최군과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만약 성폭행 사실이 거짓으로 밝혀진다면 최군은 억울한 죽음을 당한 것이 된다. 숨진 최군의 유족은 경찰에서 “어떻게 정확한 정황을 확인하지도 않고 다짜고짜 아이를 죽일 수 있느냐”며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러한 가운데 25일 한 포털사이트 게시판에는 살해당한 남학생 친누나의 지인의 글이 올라와 논란이 커지고 있다. 자신을 살해당한 남학생 친누나의 지인이라고 소개한 A씨는 “친구(남학생의 누나)의 부탁으로 이렇게 글을 쓴다”면서 “현재 본인이 직접 글을 작성할 상황이 아니라 부탁으로 제가 글을 쓰게 됐다”고 운을 뗐다.
이어 “현재 알려진 군산 성폭행범 살인사건은 모든 게 잘못된 내용”이라며 “먼저 그 여학생과 동생은 사귄 지 2주 정도 된 사이였다. 그러던 중 여학생이 동생에게 먼저 성관계를 하자고 했다고 한다. 사귀는 사이기도 하고 아직 성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아이들이었지만 둘은 그렇게 합의 하에 성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했다.
확인 안됐는데…
이어지는 내용은 더 충격적이다. A씨는 “(성관계 후 여학생은 돈을 요구했고) 동생은 이를 거절했다. 그러자 여학생은 먼저 자기 어머니에게 자신이 성폭행을 당했다고 말했다고 한다”면서 “어린 여자애의 거짓된 말 한마디로 인해 동생은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세상으로 가버렸다.
또 잘못된 기사로 억울한 죽음에도 불구하고 성폭행범으로 낙인찍히게 됐다. 제 친구 동생은 절대 성폭행범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당연한 응징?
억울한 죽음?
이어 “모든 기사는 동생 죽인 XXX을 찬양하고 있다”며 “제 친구 동생은 절대로 성폭행범이 아니다”라고 글을 맺었다. 현재 이 사건 기사가 링크된 페이스북 페이지에도 사망한 남학생의 지인들이 위 글과 유사한 주장의 댓글을 올리고 있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두 얼굴의 나가요걸
성관계 맺고 “성폭행”
지난달 30일 인천지검 부천지청 형사3부(김종형 부장검사)는 유흥주점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거짓 고소한 주점 여종업원 A씨(20)를 무고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또 동업자와 정산금 문제로 다툰 후 ‘성추행 당했다’며 거짓으로 고소한 철학관 운영자 B씨(58·여)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1월8일 부천의 한 유흥주점에서 손님과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진 뒤 “성폭행을 당했다”고 거짓 고소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지난해 9월17일께 동업자 C(60)씨와 친밀하게 지내오던 중 동업을 그만두면서 정산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데 앙심을 품고 “4차례에 걸쳐 성추행 당했다”고 거짓으로 고소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A씨는 자연스러운 성관계를 악용해 합의금을 요구하다가 허위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 대담성과 지능적 행태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폭력 사건은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엄중 처벌하되, 억울하게 처벌을 받는 사람이 없도록 하고 성폭력 관련 무고를 성폭력에 버금가게 엄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