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재승인, 작정하고 '봐주기 심사' 한 것"

<이슈&인터뷰> '종편 저격수'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

[일요시사=정치팀] 반평생을 언론개혁운동에 투신해 온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은 19대 국회에 입성한 후에는 야권의 언론공정성 확보 투쟁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정치인이 언론과 맞선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최 의원은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며 자신의 소명이라고 말했다. 최 의원은 종편 재승인 논란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19일 종편 재승인안을 의결했다. 하지만 야당추천위원들은 부실심의에 항의하며 의결에 참여하지 않고 모두 퇴장했다. 부실심의 논란이 일면서 종편 재승인 건은 법정다툼으로 비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특히 방통위 사무국은 종편 재승인을 심의 의결해야 할 상임위원들에게 채점표 같은 기본적인 자료조차 제출하지 않고 심의를 진행하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점점 꼬여만 가는 종편 재승인과 관련한 논란은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 것일까? <일요시사>가 '종편 저격수'로 불리는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을 만나봤다. 다음은 최 의원과의 일문일답.

- 방통위에서 종편 재승인이 의결됐다. 이 과정에서 어떤 문제점이 있었나?
▲ 이미 종편 봐주기를 하려고 작정하고 한 심사였다. 예고된 참사였다. 문제점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종편에 방송평가점수가 들어간다. 그런데 모든 종편이 거의 최고점을 받았다. 두 번째는 방통위가 작년에 종편심사연구반을 만들어 심사기준을 제안했는데 거기에 보면 과목당 과락을 두게 되어 있었다. 그 과락의 점수가 60점이었다.

그런데 방통위가 과락 점수를 50점으로 낮췄다. 이번에 만약 60점 과락이 있었으면 JTBC를 제외하고는 다 탈락이었다. 세 번째는 심사위원 구성이다. 지금 방통위 구성이 여야 3:2다. 그런데 이번 심사위에서는 심사위원장을 포함해 15명의 심사위원 중 야당 추천 인사가 3명밖에 없었다. 12:3의 편파적인 구도에서 심사가 이뤄진 것이다.
 

- 야권에선 종편승인 과정에서 채점표가 공개되지 않은 점을 문제 삼고 있는데 여당에서는 "채점표를 제공한 전례가 없고, 채점표가 공개될 경우 심사위원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된다"고 주장한다.
▲ 그렇다면 이름을 지우고 제출하면 되지 않나? 우리는 어떤 심사위원이 몇 점을 줬는지 보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 야권에선 컨텐츠 다양화 실패, 막말 방송 등을 이유로 종편을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결국은 정치적 편향성이 가장 큰 문제가 아닌가? 종편으로 인해 미디어산업의 파이가 커지고 있는데 야권이 정파적 이해관계 때문에 미디어산업을 죽이려 한다는 비판도 있다.
▲ 제 개인적으로는 정치적 편향성보다 더 문제되는 것은 막말, 저질, 무소신, 무교양 방송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적 편파성은 큰 문제가 아니다. 예를 들어 민주주의가 정파적 문제인가? 민주주의는 여야 모두 지켜야할 가치다. 그런데 종편에선 민주주의 자체를 훼손하는 방송을 하고 있다.

이런 방송은 우리나라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극단적인 편파방송은 오히려 하나의 작은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는 종편을 폐지하라고 말하지만 그건 사실 정치적 수사일 뿐이고, 종편의 문제점을 파헤쳐보니 종편의 허가를 취소할 만한 사유를 발견해 그렇게 요구했을 뿐이다.

- 종편의 정치적 편향성에 대해 민주당을 비롯한 진보진영이 종편 출연 거부 등으로 스스로 반론권을 포기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 지금 민주당은 당론으로 종편 출연을 자율에 맡기고 있다. 거부하지 않는다. 저 같은 경우 종편에 출연한 적이 없지만 종편으로부터 출연을 요청받은 적도 없다.

"종편에 주어지는 특혜부터 폐지해야"
"종편을 정치적 문제로 만든 건 여당"

- 종편 저격수로도 불린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언론과 싸우는 것에 큰 부담을 느끼는데 두려움은 없었나? 언론과 싸우며 불이익을 당한 경우가 있다면?
▲ 그런 부분은 못 느꼈다. 또 그 정도로 우리 언론이 비겁한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정치인은 인지도가 굉장히 중요하다. 언론과 좋은 관계를 맺어야 언론에 많이 노출되고 인지도가 높아진다는 거 저도 잘 안다. 하지만 모든 정치인이 언론의 문제에 대해 지적하지 않는다면 언론이 시정될 수 있을까?
 

저는 30년 가까이 언론 민주화 운동과 언론 정상화 운동을 해온 사람이다. 정치인이 됐다고 잘못된 언론과 타협하는 것은 제가 살아온 인생을 부정하는 일이다. 언론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일은 소명 같은 거다.

- 야권에선 종편 폐지를 주장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다른 보완책은 생각해볼 수 없는가?
▲ 우선 종편의 특혜를 폐지해야 한다. 의무재전송 특혜가 대표적이다. 종편 자체가 의무재전송을 바탕으로 출범한 것이기 때문에 조심스럽지만 과연 종편의 의무재전송이 필요한가 의문이다. 저는 '차라리 종편을 보도전문채널로 승인하고 의무재전송을 폐지해라' 이런 주장을 하고 있다.


그리고 당장 종편이 방송발전기금을 납부하도록 해야 한다. 이제는 재승인까지 받은 마당에 후발주자라고 배려할 이유가 없다. 또 종편의 담합행위를 조사하라고 공정위에 제소했지만 감감 무소식이다. 사실 종편 문제는 박근혜정부가 정부 차원에서 보호하려고 하기 때문에 쉬운 싸움은 아니다. 종편을 정파적 문제로 몰아넣고 있는 건 야당이 아니다. 정부여당과 종편 스스로다.

- 일부 종편의 경우 자신만의 콘텐츠를 생산해내고 최대한 중립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는 지적도 있다. 모든 종편 채널의 재승인을 인정할 수 없는가?
▲ JTBC는 인정을 한다. <아내의 조건>이라는 드라마나 예능프로인 <히든싱어>는 대박을 쳤다. 보도부분에 대해서도 그다지 편파적이지 않은 것 같다. 실제로 심사 결과 JTBC는 2등과 큰 격차를 벌리며 1등을 했다. 점수가 말을 해주는 것 같다. 하지만 저는 채널A의 주주구성의 불법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를 해왔다. 채널A는 우리 의원실이 밝혀낸 위법만으로도 종편 취소가 가능하다고 본다. 이외에 나머지는 판단 유보다.
 

- 3월 국회에서 원자력방호방재법 처리가 무산됐다. 민주당은 현재 원자력방호법과 방송법의 연계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두 법안은 전혀 상관관계가 없다. 원자력방호법에 대해 이견이 없으면서도 처리를 거부하는 것은 납득하기가 어렵다.
▲ 정부여당이 일을 되게 못한 것이다. 원자력방호법이 그렇게 중요했으면 대통령께 보고하고 여당하고 당정협의회에서 미리미리 처리해야 되지 않나? 그리고 정치라는 게 타협인데 그런 중요한 법을 통과시키려면 당연히 야당의 요구도 들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여당이 야당을 파트너로 생각하고 있다면 당연하다. 대통령이 하라고 하면 여당이 자기네들 법안만 딱 빼서 통과시키자고 하고 야당 거는 하나도 안 들어 주겠다고 하는 것이 여당이 할 태도인가? 나는 언론에도 섭섭하다. 왜 언론에서 힘 있는 여당을 비판하지 않고 수세에 빠져있는 야당을 비판하는지 모르겠다.

- 민주당이 원자력방호법과 연계처리를 요구한 방송법도 논란이 되고 있다. (※ 지상파 방송사와 종합편성채녈, 보도전문채널에 사측과 종사자 측이 동수의 비율로 참여하는 편성위원회를 구성하는 내용) 개정안에 대해 민간 방송의 경영과 편성에 간섭하는 위헌적인 발상이라는 비판도 있다.
▲ 그렇다면 국회는 통과를 시킬 테니 종편들이 나중에 위헌소송을 하면 된다. 왜 절차를 지키려고 하지 않나? 얼마나 힘이 있는 집단이길래. 국회에서 법을 만드는 데 여야가 합의한 사안을 뒤집을 수 있는 집단이 몇이나 있나? 그런데 종편에서 여야가 합의한 이 법을 뒤집었다. 중간에 종편이 딱 제동을 거니까 방송법 통과에 찬성했던 새누리당이 입장을 180도 바꿨다. 이런 행태는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것 같다.

- 마지막으로 언론정상화를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 우선 정부여당이 대명천지에 언론을 장악할 생각은 없다고 공언한 것을 실천하면 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공영방송 지배구조법'을 통과시키면 된다. 그러면 언론정상화의 첫발을 내딛는 것이라고 본다. 그렇게 첫발을 내딛고, 이번에는 정치적 편향심사로 종편 솎아내기를 못했지만 3년 후에 다시 열릴 종편 재승인 심사에서 또 차곡차곡 작업을 밟아나가면 된다. 그럼 저질막말 방송도 줄어들 것이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최민희 의원 프로필>

▲ 이화여자대학교 사학학사
▲ 월간 <말> 기자
▲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총장
▲ 언론개혁국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
▲ 제3기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
▲ 국민의 명령 대외협력위원장
▲ 제19대 국회의원(비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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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