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붙는 대기업 골프장 전쟁 막전막후

경기회복 온기 도니…그린 유혹에 빠진 재벌들

[일요시사=경제1팀] 2013년 골프 시장은 사상 최악이었다. 분양대금을 놓고 소송전이 이어졌고 골프장은 꾸준히 매물로 나왔다. 올해 역시 골프장업계는 술렁이고 있다. 하지만 이유가 다르다.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가장 장사가 잘 되는 수도권 골프장'인 레이크사이드CC를 삼성이 인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다른 대기업들도 다시 골프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국내 골프장업계가 불황에 몸살을 앓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시장에 핵폭풍을 몰고 왔던 리먼사태 이후 회원권 가격은 연일 바닥을 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법원에 골프클럽 Q안성의 '17% 변제' 판결을 내리면서 하락세에 기름을 끼얹었다.

수원지방법원은 지난해 9월 Q안성의 모기업인 태양시티건설의 회생계획안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기존 회원들에게 입회금의 17%만 돌려주라는 판결을 내렸다. 회원 자격 승계의무를 명시한 '체육시설 및 이용에 관한 법률'과 정면충돌하는 판결이었다. 이를 계기로 계약 만기가 돌아온 골프장 입회금을 돌려받으려는 회원과 입회금 반환을 거부하는 골프장 운영업체의 법적분쟁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입회금 반환요구
법적분쟁 급증

에이스회원권거래소가 발표하는 ACEPI(골프회원권) 지수는 지난해 1월 748.9포인트에서 12월 714.2포인트로 4.6% 하락했다. 회원권 평균가는 1억1172만원에서 1억174만원으로 998만원 하락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174개 골프장 가운데 84개가 자본잠식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골프장의 적자규모는 2009년 1453억원에서 2011년 2677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골프장업계가 빠져나오기 힘든 '벙커'에 빠진 셈이다.

하지만 불황에도 눈 여겨 볼 골프장은 있다. 거대 자본의 뒷받침으로 입회금 반환에서 자유롭고 설사 적자가 나더라고 개의치 않는 대기업 계열 골프장이다. 그 중심에 삼성그룹이 있다.

지난 14일 침체된 골프계를 뒤흔드는 '빅뉴스'가 나왔다. '국내에서 가장 장사가 잘 되는 수도권 골프장'으로 알려진 레이크사이드CC를 삼성이 인수했다는 소식이었다. 이날 삼성물산과 삼성에버랜드는 레이크사이드CC 운영사인 서울레이크사이드의 지분 100%를 35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하고 매각주관사인 우리투자증권과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삼성물산과 에버랜드의 지분 비율은 8대 2이다.


레이크사이드CC는 총 400만m²가 넘는 부지에 홀만 54개, 연매출 약 500억원, 매년 140억원 내외의 흑자라는 메리트를 가지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57억원이다. 이번 인수로 삼성은 총 6개 골프장(안성베네스트·가평베네스트·안양CC·동래베네스트·글렌로스·레이크사이드CC) 등에서 총 162홀을 보유하게 되면서 '골프왕국'으로 거듭났다.

삼성, 레이크사이드CC 인수…판도 변화 전망
불황에 앞다퉈 팔던 다른 기업들도 다시 눈독

'골프왕국'의 정점을 찍고 있는 골프장은 얀양CC로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남다른 문화·예술 사랑이 더해져 한국의 대표적 명품골프장으로 자리 잡았다. 구성수, 이기봉 등 한국을 대표하는 유명작가 작품이 클럽하우스 내에 전시되어 있고 로비에는 수억원대를 호가하는 일본계 미국 아티스트 조지 나카시마의 원목 테이블과 의자가 설치되어 있다. '골프장 내에 심어진 나무 값만 1조원대에 이른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1968년 설립되어 96년 코스 리노베이션을 거쳐 안양베네스트로 변신했으며 2년 전에는 아예 문을 닫고 리노베이션을 실시, 안양CC라는 옛 이름을 되 찾았다. 99년까지 국내 1위 골프장을 유지했으며 최근에는골프전문지 <골프다이제스트>가 선정한 '세계 100대 코스'에서 당당히 40위에 자리했다.

이러한 '안양CC 효과'는 삼성의 다른 골프장인 안성·동래·가평베네스트와 글렌로스에 막대한 후광으로 작용해 삼성이 '골프왕국'으로 거듭나는 데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골프장업계는 삼성이 레이크사이드CC를 인수함에 따라 국내 대기업들이 골프장 인수합병(M&A) 또는 추가 오픈에 눈독을 들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당수 골프장이 회원권 분양에 실패하고 입회금 반환 소송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며 "하지만 자금력이 탄탄한 기업들이 운영하는 골프장은 상대적으로 불황에서 자유롭다. 실제로 골프장 인수 제의가 잇따르고 오픈을 앞두고 있는 신생 골프장도 많다"고 말했다.

삼성 못지않게 골프장 늘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곳은 현대차그룹이다. 현대차그룹은 36홀 규모의 해비치제주와 18홀 규모의 해비치서울을 운영하고 있다. 해비치서울은 군인공제회가 짓고 있던 록인 골프장을 2005년 11월 인수해 문을 연 골프장이다. 특히 해비치서울은 50만평의 자연숲속에 위치해 있으며 서울에서 30분 거리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태안 현대기업도시 내에 현대더링스CC를 조성 중이다. 현대더링스CC는 고 정주영 회장이 바다를 막아 농경지를 만든 지 30여년만에 서산간척지 천수만 B지역을 새롭게 도시로 변모시키기 위한 첫 번째 사업으로 한투라티에라PFV가 556억원의 사업비를 투자해 조성한 36홀의 골프장이다.

오는 4월 정식 오픈을 앞두고 있으며 막바지 단장에 한창이다. 태안팔경 중 하나인 백화산을 배경으로 간척지의 특성인 습지를 활용하여 레이크가 어우러진 코스가 특징이다. 현대차그룹은 태안에 추가로 72홀 골프장을인허가 받은 상태다. 모두 완공되면 총 보유홀수가 삼성과 같아진다.

잇따르는 인수 제의
오픈 앞둔 골프장

신안그룹도 골프장업계 영역확대에 한창이다. 박순석 신안그룹 회장은 80년 세운 신안종합건설을 모태로 M&A를 통해 건설·레저·철강·금융업 등으로 사세를 확장했다. 특히 90년대 말부터 골프장을 잇달아 건설하거나 인수하면서 '골프재벌'로 급부상했다.

[현대차] 4월 중 현대더링스CC 오픈
[신안] 골프장 포함 테마파크 조성

신안그룹은 현재 리베라CC(36홀·경기 화성), 신안CC(27홀·경기 안성), 그린힐CC(18홀·경기 광주), 에버리스CC(27홀·제주), 웰리힐리CC(45홀·강원 횡성) 등을 운영 중이다. 총 홀수는 153홀, 삼성이 레이크사이드CC를 인수하기 전까지 업계 1위를 유지했다. 신안그룹은 800억원 안팎을 투자해 성우리조트 유휴부지에 골프텔 160실과 27홀 규모의 골프장이 포함된 테마파크를 조성하고 있다. 신안그룹은 지난 2011년 현대시멘트로부터 신안종합리조트(옛 현대성우리조트)를 인수했다.

계양산에 발목잡힌
롯데그룹 숙원사업

롯데그룹은 '계양산 골프장'을 놓지 못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지난 2월 말 인천시의 계양산 골프장 도시관리계획 폐지 결정이 부당하다며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했다. 계양산 골프장 사업은 1100억원을 들여 12홀 규모의 골프장과 어린이놀이터, X-게임장, 문화마당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인천시 도시계획위원회가 골프장 도시관리계획 폐지안을 심의·의결하면서 중단됐다. 롯데건설과 롯데상사, 신격호 회장은 지난해 2월 인천시가 체육시설로 지정된 계양산 골프장을 다시 공원시설로 지정한 것은 불합리하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인천지법은 인천시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롯데건설이 1심 재판부에서 본인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항소를 제기한 것이다.

롯데는 스카이힐제주(36홀·제주), 스카이힐김해(18홀·경남 김해), 스카이힐성주(18홀·경북 성주), 스카이힐부여(18홀 충남 부여)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중 스카이힐제주는 2009년부터 5년 연속 국내 각종 상을 휩쓸고 있으며 2012년 회원제에서 대중제로 전환한 스카이힐성주는 전환 첫해에 '국내 10대 퍼블릭 코스'에 선정됐다.

골프장 레저 시설 개발 및 건설·운영 전문기업인 에머슨퍼시픽그룹의 경우 최근 이산가족 상봉과 북한이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사업 확대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에머슨퍼시픽그룹은 전국에 5개 골프장(총 117홀)을 보유하고 있다. 에머슨(27홀·충북 진천), 아난티클럽서울(27홀·경기 가평), 세종에머슨(27홀·세종), 힐튼남해(18홀·경남 남해), 아난티클럽금강산(18홀·북한 금강산) 등이다. 힐튼남해는 2005년 힐튼과 운영 계약을 맺으면서 국내에 고급 리조트 개념을 최초로 소개했고 2007년에 문을 연 아난티클럽금강산은 국제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아난티클럽서울은 골프장 안에 수영장과 테니스장, 캠핑장을 조성해 가족과 함께 즐기는 골프장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에머슨퍼시픽그룹은 부산에 '아난티 펜트하우스 해운대'를 2015년 말 완공 목표로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CJ그룹은 인천 굴업도에 골프장과 리조트 건립을 추진하다가 시와 시민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 굴업도는 십자 모양의 지형에 해안가와 절벽, 염분과 파도에 녹아내린 해식 등으로 유명한 섬으로 인천지역에서 이를 천연기념물로 보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굴업도를 포함해 인천 백령도 인근 도서지역 일대를 지질공원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현재 CJ그룹의 굴업도 골프장 건립사업은 CJ 측이 제출한 사전환경성검토서가 인천시에서 보완 결정이 나면서 사업진행이 중단된 상태다.

[롯데·CJ] 프로젝트 추진 가속
[한화·GS·SK] 기존 사업 확대

CJ그룹은 나인브릿지라는 세계적 골프장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나인브릿지제주와 경기도 여주에 해슬리나인브릿지가 있다. 나인브릿지제주와 해슬리나인브릿지는 <골프다이제스트>가 선정한 '세계 100대 코스'에 각각 59위와 72위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골프장 운영회사인 골프존카운티와 트룬골프는 국내에서 프랜차이즈 골프장 그룹을 추진하고 있다. 전북 고창의 선운산CC를 인수해 골프장 사업에 뛰어든 골프존은 금융투자회사와 함께 법정관리에 들어간 골프장을 인수하고 있다. 골프존은 지난해 말 Q햄튼에 이어 Q안성 인수에 성공했다.
 

강원도 알펜시아리조트를 운영하고 있는 트룬골프는 골프장 설계회사인 로버트트렌드존스, 삼일회계법인, 법무법인 태평양과 1조원대의 펀드를 조성해 '더 골프그룹'을 출범했다. 더 골프그룹은 부실 골프장 50곳을 잇따라 인수해 프랜차이즈 골프장 그룹으로 태어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지만 이들 기업 외에도 골프장 사업 확대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은 많다. 한화그룹은 계열사인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전국에 5개의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다. 플라자용인(36홀·경기 용인), 골든베이(27홀·충남 태안), 플라자설악(18홀·강원 속초), 제이드팰리스(18홀·강원 춘천), 플라자제주(9홀·제주) 등이다. 한화그룹은 일본에 18홀 규모의 오션팰리스도 보유하고 있다.


레이크힐스그룹은 레이크힐스순천(26홀·전남 순천), 레이크힐스용인(27홀·경기 용인), 레이크힐스제주(27홀·제주), 레이크힐스경남(18홀·경남 함안), 레이크힐스안성(9홀·경기 안성)을 보유하고 있다.

쌓여 있는 매물
3년 새 40여개

GS그룹은 엘리시안강촌(36홀·강원 춘천), 엘리시안제주(36홀·제주), 샌드파인(18홀·강원 강릉)을, 코리아 골프 아트빌리지는 경기 용인에 골드(36홀), 코리아(18홀), 코리아퍼블릭(9홀)을 운영하고 있다. SK그룹은 2010년 제주 핀크스골프장을 부채를 떠안는 조건으로 700억원에 사들였고 한국야쿠르트는 2009년 경기 동두천 다이너스티(18홀)을 인수해 티클라우드라는 이름으로 바꿔 운영하고 있다.

국내 M&A시장에는 골프장 매물이 쌓여 있다. 먼저 공기업이 소유한 골프장 매물을 보면 국가보훈처가 소유한 경기 용인의 88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뉴서울, 한국광해관리공단의 블랙밸리, 한국관광공사의 제주중문 등 4곳이다. 

지난해 전남 레이크힐스순천과 경기 양평TPC가 경매로 나왔고 지난 2월 제주도 1호 골프장인 제주CC도 매물로 나왔다. 제주 라헨느와 경기 포천 가산노블리제도 지난해 법원에서 경매가 진행됐다. 2012년에도 9개가 올려지는 등 최근 3년 새 40여개 골프장이 법원 경매 신세가 됐다.

 

한종해 기자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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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