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후보 빅4 '아킬레스건' 집중해부

약점 물고 뜯는 살벌한 '수도 쟁탈전' 열렸다

[일요시사=정치팀] 6·4지방선거 최대승부처인 서울시장선거 후보군이 4명으로 좁혀졌다. 야권에서는 박원순 현 시장이 사실상 확정됐고, 여권에서는 '빅3(이혜훈·정몽준·김황식)' 동시 출격이 현실화됐다. 이와 함께 '여 vs 야' '여 vs 여' 복합구도 속 상대 후보의 약점을 들춰내 물어뜯는 진흙탕 선거전도 시작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차기 서울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빅4의 '아킬레스건'은 과연 무엇일까?

지난 2011년 10·26서울시장 재·보궐선거는 네거티브 선거전 양상으로 전개되며 범야권의 박원순 후보에 비해 1억 피부과, 부친 사학재단 논란 등 치명적 의혹이 더 많았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의 패배로 마무리됐다. 승리한 박원순 시장도 병역기피, 아름다운재단 공금 횡령 등 각종 의혹 공세에 시달렸지만 더 센 의혹이 제기된 나 후보가 결국 패한 것이다.

치명적 약점이
승패 가른다?

이외에도 약점을 공략하는 네거티브 선거전략은 역대 선거에서 숱하게 사용됐고, 때로는 잘나가던 후보를 한 방에 주저앉히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후보들의 약점은 성패를 가르는 주요인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당초 야권은 안철수 의원의 '지방선거 전 신당 창당' 선언으로 분열된 채 지방선거를 치를 뻔했지만, 지난 2일 현실정치의 벽을 뼈저리게 절감한 안 의원과 새로운 동력이 절실했던 민주당 김한길 대표의 전격 합의로 통합을 이뤘다. 이와 함께 야권 서울시장후보도 박 시장으로 단번에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박 시장은 현역 프리미엄, 소통의 리더십 등을 바탕으로 확정된 후보군 중 현재 가장 앞서나가고 있다. 지난 17일 <국민일보>와 글로벌리서치가 서울 거주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박 시장은 여권후보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에게 49.4% 대 43.8%로 5.6%p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조사방식 : 유·무선 전화 RDD 전화조사,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 : 17.5%).


하지만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는 정도여서 사소한 네거티브 공세에도 지지율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여권후보들은 아직 후보가 확정이 안돼 견제구를 날리는 선에서 박 시장에 대한 비판공세를 펼치고 있지만, 경선이 끝나고 본선이 시작되면 박 시장의 모든 것을 탈탈 털어 약점을 찾아 공세의 수위를 높일 것으로 관측된다.

'박원순 vs 이혜훈·정몽준·김황식' 대진표
'야 vs 여' '여 vs 여' 복합구도 속 진흙탕

다만 보수 일각에서는 박 시장 아들 주신씨의 병역비리 의혹을 재차 제기하며 '박원순 흔들기'에 이미 나섰다. 인터넷 <민족신문> 김기백 대표는 지난 10일 "박 시장이 서울시장 지위를 이용해 아직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말을 꺼내지 못하도록) 서울시민과 국민들을 협박했다"며 박 시장을 '협박죄'로 고소했다. 앞서 지난달 25일에는 한 보수인사가 주신씨의 병역비리 의혹을 재차 제기하는 청원서를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주신씨의 병역비리 의혹은 이미 수차례의 검·경 수사에서 무혐의로 밝혀진 상황이다. 이와 같은 무차별적 네거티브 공세에 대해 박 시장 측은 선거전이 시작된 만큼 강력히 대응한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이혜훈·정몽준·김황식
내부경쟁부터 넘어야

여권 서울시장후보는 지난 15일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마지막으로 합류하며 앞서 출마를 선언한 이혜훈 최고위원, 정몽준 의원 간 3파전이 확정됐다. 이와 함께 상대후보는 깎아내리고 자신은 돋보이게 하기 위한 치열한 내부 비방전도 시작됐다.  

이들의 약점을 한 명씩 들춰보면 우선 각종 여론조사에서 당내 서울시장후보 적합도 1위를 달리고 있는 정 의원은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부자이미지'가 가장 큰 약점이다.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 의원은 지난 2월 기준 1조6979억원 상당의 지분(10.15%)을 보유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도 손꼽히는 갑부다.


지난 2008년에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버스 기본요금을 묻는 질문에 "한 번 탈 때 70원 하나요?"라고 답해 '서민의 삶을 전혀 모른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유력한 내부 경쟁자인 김 전 총리도 "(정 의원이) 돈이 많다는 게 흠은 아니지 않냐"면서도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는 부정적으로 비춰질 수 있어 약점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고 꼬집었다.

행정경험이 전무하다는 점도 약점으로 지목된다. 서울시장은 서울시의 행정을 담당하는데 정 의원은 7선 의원, 여당 대표 등 여의도 정치경험은 풍부하지만 행정경험은 일절 없다. 또 출마의 계기가 중진차출론에 의한 등 떠밀린 결과라는 점도 약점이 될 수 있다. 차기 대권을 노리다 급하게 서울시장후보로 등판한 만큼 지역맞춤정책 등 공약 선정에서 허점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다만 정 의원은 선거에서 가장 예민한 부분인 병역과 관련해선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재학 시절 ROTC 후보생이 돼 학군13기로 병역을 이행했고, 장남 기선씨 역시 학군43기로 임관해 장교로 병역의 의무를 마쳐 문제가 없다.

부자, MB맨, 인지도…
약점은 누구나 있다

김황식 전 총리는 이명박정부 시절 감사원장, 국무총리를 역임한 이명박정부 공동운명체라는 점이 가장 큰 약점이다. 특히 '4대강 책임론' 등은 선거전 내내 장애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김 전 총리는 "4대강 사업은 가뭄·홍수에 대비하고 수질을 개선하고 주변 환경을 정비해 발전시킬 수 있는 사업"이라며 "일부 지적이 타당한 부분도 있지만, 총체적 부실이라거나 부적절한 사업이라는 내용에 대해서는 납득하지 못한다"고 반박하고 있지만, 여론은 부정적 기류가 강하다.

또한 후보 가운데 가장 고령(만 65세)이라는 점과 정 의원과 마찬가지로 새누리당의 권유로 뒤늦게 출마를 선언한 만큼 준비가 부족하다는 약점도 있다. 실제로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열린 출마 기자회견에서 그는 "서울은 희망의 도시가 아니라 절망의 도시로 변해가고 있다"며 "사람이 죽어가는 서울을 사람을 살리는 서울로 만들겠다"고 출마의 변을 밝혔지만 구체적 방안은 아무것도 내놓지 못했다.

여권 경선 과열…상처투성이 승자 배출
자신 약점은 감추고 상대방 약점 공략?

박심(박근혜 대통령 의중)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는 점도 오히려 약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선에서 당원의 비중이 절반에 달하는 만큼 당내 지지기반이 약한 (3월15일 새누리당 입당) 그에게 박심은 이를 메워줄 훌륭한 보완재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비박계의 반발이 이미 상당한 상황이고, 지방선거에 내려진 박심은 여론의 역풍을 야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선 법관, 행정경험 등 40년간의 공직 경험은 풍부하지만 선출직 정치인은 이번이 첫 도전인 만큼 정치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레 나온다. 이혜훈 최고위원은 "주어진 일을 하는 것을 60대 후반까지 하신 분이 자기주도적 결정을 새로 시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말 바꾸기 전례가 많다는 점도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법관→감사원장→국무총리' 등을 역임하며 3차례의 인사청문회를 거친 그는 병역, 재산관계 등의 의혹에 대해 그때그때 다른 해명을 내놔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 2005년 대법관 인사청문회 당시 판사 시절 자녀 유학비 등 지출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자녀 유학기간 재산이 증가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누나와 장모의 지원'이라는 해명을 했다가 국무총리 인사청문회 때는 '자기부담'으로 말을 바꿨다.


대법관 임기를 3년4개월여 남기고 감사원장직을 수락하며 사법부 안팎의 비판에 시달릴 때에는 "총리 제안을 받았으면 안 간다. 감사원장이기 때문에 간다. 마지막 임명직이라고 생각한다"고 해명했지만, 2년 뒤 국무총리로 자리를 옮겼다.

병역 미필도 다시 한 번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김 전 총리는 지난 1972년 군 신체검사에서 양쪽 시력이 5디옵터 가량 차이가 나면서 부동시 판정을 받아 병역을 면제 받았다. 그런데 앞선 두 차례의 신검에서는 갑상선 이상으로 재검 판정을 받았다가 1971년 법이 개정돼 부동시가 면제사유에 포함되자 세 번째 신검에서 갑자기 부동시 진단서를 제출해 결국 병역면제 처분을 받아 '고의로 병역면제를 받으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과거부터 받아왔다.

여권후보 중 가장 먼저 출마를 선언한 이 최고위원은 다른 후보들에 비해 대중적 인지도가 낮다는 점이 가장 큰 약점이다. 때문에 본인도 다양한 언론 인터뷰, 대학 강연 등으로 대중과의 접촉면 확대를 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효과는 신통치 않은 상황이다.

차기 서울시장
약점을 감춰라

또 '원조 친박'으로 지난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2위로 최고위원에 당선될 정도로 당내에 폭넓은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었으나 최근에는 잦은 쓴소리로 박 대통령에게서 멀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여권 일각에서는 '빅3' 경선이 과열될 경우 흥행이라는 기대효과 외 후보 간 비방 등 네거티브 경선으로 인한 본선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새누리당 핵심관계자는 "경선 승자가 치열한 내부 전투 과정에서 상처를 너무 많이 입어 정작 박원순 시장과의 본선 게임에서 힘을 발휘할 수 없을 것이라는 근심이 커지고 있다"며 "본선에서 박 시장을 이기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경선 이후 후유증 없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말했다.


아직 여권의 후보가 최종 확정되지 않은 만큼 본격적인 네거티브 선거전은 여권 내부를 중심으로 조심스레 시작된 상황이다. 하지만 내달 25일 여권 경선이 마무리되고 '박원순 대항마'가 정해지면 역대 선거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살벌한 네거티브 선거전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선거에 나선 후보들은 자신의 약점을 최소화하고 강점을 최대화하는 선거 전략을 짜야 한다"며 "네거티브 공세에 약점이 크게 부각될 경우 어려운 선거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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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