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특집③>2010 차세대 경영인 新인맥도 뜯어보기

“이제는 외국 물 마신 친구가 대세예요~”

재계에 3~4세 경영인들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그동안 차곡차곡 경영수업을 받으며 능력을 길러왔던 차세대 경영인들이 최근 그룹 내 인사를 통해 잇달아 경영전면에 나선 것이다. 이에 재계는 벌써부터 이들의 행보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재계 일부에서는 학연과 지연 등 기업과 관계되는 연결고리를 찾으려는 움직임도 분주하다.

그러나 차세대 경영인들의 학연을 살펴보면 과거와는 확연한 차이점이 드러난다. 과거 1~2세대들의 인맥이 국내  SKY대학을 중심으로 형성된 반면 이들은 유학파 출신이 대부분이다. 일찌감치 해외 유학길에 올라 후계자 수업을 받아온 3~4세대들이 증가한 탓이다. 그 결과 재계에는 이들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네트워크가 새롭게 형성되고 있다. <일요시사>가 재계 新인맥도를 살펴봤다.


기업경영 전면에 나선 재계 3~4세 해외 동문 인맥 자랑
하버드·스탠퍼드·뉴욕대 등 미국 명문대 출신 대부분

최근 대대적인 인사발표와 함께 삼성가에 전진 배치된 이재용 부사장은 재계에서도 폭넓은 해외 동문 인맥을 자랑한다. 이 부사장이 서울대 졸업 후 일본 게이오대와 하버드에서 잇달아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덕분이다. 실제 재계에는 이 부사장과 동문이 많다. 임대홍 전 미원그룹 명예회장의 아들 임성욱 세원그룹 회장, 최수부 광동제약 회장의 아들 최성원 광동제약 사장이 게이오대 비즈니스스쿨 출신이다.

해외 명문대 휩쓴 이재용
재계 폭넓은 인맥 자랑

김재철 동원산업 회장의 장남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사장은 1991년 게이오대에서 MBA를 공부했고, 제진훈 전 제일모직 사장은 최고경영자 과정을 수료했다. 또한 예일대 졸업 후 정치학 석사를 취득하기 위해 게이오대로 향했던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장남 조현준 사장은 재학시절 이 부사장과 막역한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1995년 게이오대 석사를 취득한 이 부사장은 이후 하버드 케네디스쿨을 거쳐 비즈니스스쿨 박사과정을 마쳤다. 그는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시절 이현승 SK증권 대표이사와 친하게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차남이자 이 부사장과는 친구 사이인 조현문 효성 부사장과도 하버드 동문이다.

조 부사장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나온 하버드대 법학 박사 출신이다. 하버드대 케네디행정대학원 출신의 이상주 삼성전자 해외법무담당 상무 역시 이 부사장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인물이다.  이 상무는 이명박 대통령의 맏사위이기도 하다. 재계에서는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과 김 회장의 여동생인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 등 하버드대 출신이 다수다.

윤세영 태영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윤석민 태영건설 부회장과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의 아들 박인원 두산엔진 부장은 하버드대 MBA 출신이고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외손녀인 장선윤 호텔롯데 상무는 심리학을 전공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동관씨도 하버드대를 졸업했고 강문석 LGT 부사장은 하버드대 과학기술정책 석사 과정을 마쳤다. 남영우 LG전자 사장과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신재철 LG CNS 사장은 하버드에서 최고경영자 과정을 거쳤다.

또한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은 하버드대의 스페셜 스튜던트 과정을 수료했고 최경화 삼성코닝정밀유리 상무는 비즈니스스쿨 단기과정을 수료했다. 뿐만 아니다. 이 부사장의 가족인 삼성가에도 하버드 출신은 많다. 고 이병철 회장의 손녀이자 이 부사장의 사촌누나인 이미경 CJ엔터테인먼트 부회장이 하버드대에서 동아시아지역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외삼촌인 홍석조 보광훼미리마트 회장도 하버드 법과대학원을 나온 동문이다.

삼성이 하버드를 선호한다면 범LG가는 단연 스탠퍼드 출신이 많다. 최근 결혼과 함께 본격적인 경영수업에 들어간 ‘LG그룹 황태자’ 구광모 LG전자 과장이 대표적이다. 구 과장은 2007년 스탠퍼드대학 경영대학원 석사과정(MBA)을 위해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가 최근 학업을 마치고 귀국했다.

스탠퍼드 사랑한 범LG가
‘황태자’ 구광모 동문 가득

구 과장의 동문으로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장녀 연경씨와 결혼한 블루런벤처스 윤관 사장, 이건희 전 회장의 둘째 사위 김재열 제일모직 전무, 김현종 삼성전자 사장의 여동생 김미형 금호아시아나그룹 부사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SK E&S 부회장 등이 대표인물이다. 이들 중 최재원 SK E&S 부회장은 브라운대를 졸업, 스탠퍼드의 재료공학 석사 취득 후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석사도 받아 폭넓은 재계 인맥을 확보하고 있다.

이밖에도 홍준석 홍진산업 대표이사, 우창표 코너스톤파트너스 대표, 강승원 하나대투증권 상무, 샘표식품 3세 경영인인 박진선 사장 등이 동문이다. 동양그룹의 경우 현재현 회장 일가 전체가 구 과장과 동문을 이룬다. 현 회장을 시작으로 네 명의 자녀가 모두 스탠퍼드 출신인 것이다. 현 회장의 장녀인 현정담 동양매직 상무보는 스탠퍼드에서 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

현 회장의 외아들로 차기 후계자로 주목받고 있는 현승담 동양메이저 부장도 스탠퍼드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최연소 총수 후보로 꼽히는 현 회장의 둘째 딸 현경담 동양온라인 부장과 막내 현행담씨도 스탠퍼드 출신이다. LG에서 독립한 GS가에도 다수의 동문이 눈에 띈다.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장남인 허세홍 GS그룹 전무, 허 회장의 동생인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이 스탠퍼드 출신이다.

범LG·삼성가  특정대학 선호 뚜렷
재계 인맥 한 다리 건너면 ‘친구’

허광수 회장의 장남이자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의 사위인 허서홍씨는 2007년 가을 학기부터 스탠퍼드에서 경영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고 구자홍 LS 회장의 장남 구본웅씨도 경제학을 전공하고 있다. 지난해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재계는 그의 동문인 하버드대와 더불어 컬럼비아대 출신의 인맥을 찾느라 분주했다. 확인 결과 오바마 대통령과 같은 캠퍼스에서 학구열을 불태운 재계 차세대 경영인은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차남인 신동빈 부회장이다.

신 부회장은 일본 아오야마가쿠인대 경제학부 졸업 후 1980년 컬럼비아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땄다. 신 회장의 장남인 신동주 일본롯데 부사장도 컬럼비아대에서 같은 학위를 취득했다. 신 부회장의 컬럼비아대 동문으로는 그룹 후계자로 떠올랐다가 최근 경영성적 미진을 이유로 2선으로 물러난 이준용 대림그룹 명예회장의 장남 이해욱 대림산업 부사장이 있다. 이 부사장은 컬럼비아대에서 응용통계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밖에도 이창엽 한국코카콜라 사장, 김경원 CJ 부사장, 김현종 삼성전자 사장, 백정기 보광훼미리마트 대표이사, 최홍 ING자산운용 사장, 김형곤 동방 부사장, 권순엽 SK 부사장 등이 재계 대표 컬럼비아대 출신이다. 두산그룹의 차세대 경영인 후보군인 그룹 4세들은 모두 뉴욕대 캠퍼스 출신이다.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의 차남인 박지원 두산중공업 사장,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인 박태원 두산건설 전무,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의 장남인 박진원 두산인프라코어 전무와 차남 박석원 두산중공업 상무가 뉴욕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고 박용오 성지건설 회장의 차남인 박중원 성지건설 부사장도 뉴욕대 동문이다. 재계에서는 이호진 태광산업 회장, 조재민 KB자산운용 사장, 이남석 대한방직 사장, 박순풍 엘리어트홀딩스 사장, 홍라영 삼성미술관 리움 총괄부관장 등이 동문이다. 최근 신세계 총괄 대표이사로 승진하며 내년 본격적인 그룹 경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미국 동부의 명문대학인 브라운대 출신이다.

오바마와도 동문 ‘컬럼비아대’
두산그룹 4세는 ‘뉴욕대’ 출신

조석래 회장의 삼남인 조현상 효성 전무가 브라운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재계 대표 동문이다. 이밖에도 김준 경방 사장, 지영조 삼성전자 전무, 김흥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 등이 정 부회장과 같은 학교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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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