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특집③>2010 차세대 경영인 新인맥도 뜯어보기

“이제는 외국 물 마신 친구가 대세예요~”

재계에 3~4세 경영인들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그동안 차곡차곡 경영수업을 받으며 능력을 길러왔던 차세대 경영인들이 최근 그룹 내 인사를 통해 잇달아 경영전면에 나선 것이다. 이에 재계는 벌써부터 이들의 행보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재계 일부에서는 학연과 지연 등 기업과 관계되는 연결고리를 찾으려는 움직임도 분주하다.

그러나 차세대 경영인들의 학연을 살펴보면 과거와는 확연한 차이점이 드러난다. 과거 1~2세대들의 인맥이 국내  SKY대학을 중심으로 형성된 반면 이들은 유학파 출신이 대부분이다. 일찌감치 해외 유학길에 올라 후계자 수업을 받아온 3~4세대들이 증가한 탓이다. 그 결과 재계에는 이들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네트워크가 새롭게 형성되고 있다. <일요시사>가 재계 新인맥도를 살펴봤다.


기업경영 전면에 나선 재계 3~4세 해외 동문 인맥 자랑
하버드·스탠퍼드·뉴욕대 등 미국 명문대 출신 대부분

최근 대대적인 인사발표와 함께 삼성가에 전진 배치된 이재용 부사장은 재계에서도 폭넓은 해외 동문 인맥을 자랑한다. 이 부사장이 서울대 졸업 후 일본 게이오대와 하버드에서 잇달아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덕분이다. 실제 재계에는 이 부사장과 동문이 많다. 임대홍 전 미원그룹 명예회장의 아들 임성욱 세원그룹 회장, 최수부 광동제약 회장의 아들 최성원 광동제약 사장이 게이오대 비즈니스스쿨 출신이다.

해외 명문대 휩쓴 이재용
재계 폭넓은 인맥 자랑

김재철 동원산업 회장의 장남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사장은 1991년 게이오대에서 MBA를 공부했고, 제진훈 전 제일모직 사장은 최고경영자 과정을 수료했다. 또한 예일대 졸업 후 정치학 석사를 취득하기 위해 게이오대로 향했던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장남 조현준 사장은 재학시절 이 부사장과 막역한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1995년 게이오대 석사를 취득한 이 부사장은 이후 하버드 케네디스쿨을 거쳐 비즈니스스쿨 박사과정을 마쳤다. 그는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시절 이현승 SK증권 대표이사와 친하게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차남이자 이 부사장과는 친구 사이인 조현문 효성 부사장과도 하버드 동문이다.

조 부사장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나온 하버드대 법학 박사 출신이다. 하버드대 케네디행정대학원 출신의 이상주 삼성전자 해외법무담당 상무 역시 이 부사장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인물이다.  이 상무는 이명박 대통령의 맏사위이기도 하다. 재계에서는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과 김 회장의 여동생인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 등 하버드대 출신이 다수다.

윤세영 태영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윤석민 태영건설 부회장과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의 아들 박인원 두산엔진 부장은 하버드대 MBA 출신이고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외손녀인 장선윤 호텔롯데 상무는 심리학을 전공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동관씨도 하버드대를 졸업했고 강문석 LGT 부사장은 하버드대 과학기술정책 석사 과정을 마쳤다. 남영우 LG전자 사장과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신재철 LG CNS 사장은 하버드에서 최고경영자 과정을 거쳤다.

또한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은 하버드대의 스페셜 스튜던트 과정을 수료했고 최경화 삼성코닝정밀유리 상무는 비즈니스스쿨 단기과정을 수료했다. 뿐만 아니다. 이 부사장의 가족인 삼성가에도 하버드 출신은 많다. 고 이병철 회장의 손녀이자 이 부사장의 사촌누나인 이미경 CJ엔터테인먼트 부회장이 하버드대에서 동아시아지역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외삼촌인 홍석조 보광훼미리마트 회장도 하버드 법과대학원을 나온 동문이다.

삼성이 하버드를 선호한다면 범LG가는 단연 스탠퍼드 출신이 많다. 최근 결혼과 함께 본격적인 경영수업에 들어간 ‘LG그룹 황태자’ 구광모 LG전자 과장이 대표적이다. 구 과장은 2007년 스탠퍼드대학 경영대학원 석사과정(MBA)을 위해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가 최근 학업을 마치고 귀국했다.

스탠퍼드 사랑한 범LG가
‘황태자’ 구광모 동문 가득

구 과장의 동문으로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장녀 연경씨와 결혼한 블루런벤처스 윤관 사장, 이건희 전 회장의 둘째 사위 김재열 제일모직 전무, 김현종 삼성전자 사장의 여동생 김미형 금호아시아나그룹 부사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SK E&S 부회장 등이 대표인물이다. 이들 중 최재원 SK E&S 부회장은 브라운대를 졸업, 스탠퍼드의 재료공학 석사 취득 후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석사도 받아 폭넓은 재계 인맥을 확보하고 있다.

이밖에도 홍준석 홍진산업 대표이사, 우창표 코너스톤파트너스 대표, 강승원 하나대투증권 상무, 샘표식품 3세 경영인인 박진선 사장 등이 동문이다. 동양그룹의 경우 현재현 회장 일가 전체가 구 과장과 동문을 이룬다. 현 회장을 시작으로 네 명의 자녀가 모두 스탠퍼드 출신인 것이다. 현 회장의 장녀인 현정담 동양매직 상무보는 스탠퍼드에서 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

현 회장의 외아들로 차기 후계자로 주목받고 있는 현승담 동양메이저 부장도 스탠퍼드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최연소 총수 후보로 꼽히는 현 회장의 둘째 딸 현경담 동양온라인 부장과 막내 현행담씨도 스탠퍼드 출신이다. LG에서 독립한 GS가에도 다수의 동문이 눈에 띈다.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장남인 허세홍 GS그룹 전무, 허 회장의 동생인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이 스탠퍼드 출신이다.

범LG·삼성가  특정대학 선호 뚜렷
재계 인맥 한 다리 건너면 ‘친구’

허광수 회장의 장남이자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의 사위인 허서홍씨는 2007년 가을 학기부터 스탠퍼드에서 경영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고 구자홍 LS 회장의 장남 구본웅씨도 경제학을 전공하고 있다. 지난해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재계는 그의 동문인 하버드대와 더불어 컬럼비아대 출신의 인맥을 찾느라 분주했다. 확인 결과 오바마 대통령과 같은 캠퍼스에서 학구열을 불태운 재계 차세대 경영인은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차남인 신동빈 부회장이다.

신 부회장은 일본 아오야마가쿠인대 경제학부 졸업 후 1980년 컬럼비아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땄다. 신 회장의 장남인 신동주 일본롯데 부사장도 컬럼비아대에서 같은 학위를 취득했다. 신 부회장의 컬럼비아대 동문으로는 그룹 후계자로 떠올랐다가 최근 경영성적 미진을 이유로 2선으로 물러난 이준용 대림그룹 명예회장의 장남 이해욱 대림산업 부사장이 있다. 이 부사장은 컬럼비아대에서 응용통계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밖에도 이창엽 한국코카콜라 사장, 김경원 CJ 부사장, 김현종 삼성전자 사장, 백정기 보광훼미리마트 대표이사, 최홍 ING자산운용 사장, 김형곤 동방 부사장, 권순엽 SK 부사장 등이 재계 대표 컬럼비아대 출신이다. 두산그룹의 차세대 경영인 후보군인 그룹 4세들은 모두 뉴욕대 캠퍼스 출신이다.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의 차남인 박지원 두산중공업 사장,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인 박태원 두산건설 전무,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의 장남인 박진원 두산인프라코어 전무와 차남 박석원 두산중공업 상무가 뉴욕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고 박용오 성지건설 회장의 차남인 박중원 성지건설 부사장도 뉴욕대 동문이다. 재계에서는 이호진 태광산업 회장, 조재민 KB자산운용 사장, 이남석 대한방직 사장, 박순풍 엘리어트홀딩스 사장, 홍라영 삼성미술관 리움 총괄부관장 등이 동문이다. 최근 신세계 총괄 대표이사로 승진하며 내년 본격적인 그룹 경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미국 동부의 명문대학인 브라운대 출신이다.

오바마와도 동문 ‘컬럼비아대’
두산그룹 4세는 ‘뉴욕대’ 출신

조석래 회장의 삼남인 조현상 효성 전무가 브라운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재계 대표 동문이다. 이밖에도 김준 경방 사장, 지영조 삼성전자 전무, 김흥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 등이 정 부회장과 같은 학교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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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