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후보들은 전부 대권에만 정신 팔려 있어"

<6·4지방선거 기획인터뷰> 새누리당 이혜훈 서울시장 예비후보

[일요시사=정치팀] 새누리당 이혜훈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당내 대표적인 경제통이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UCLA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과정을 마친 이 후보는 국회에 입성한 후에는 기획재정위 소속으로 활동하며 한나라당 간사까지 지냈다. 선거 슬로건도 '결국은 경제, 그래서 이혜훈'이다. 이 후보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일자리 문제와 전월세난 만큼은 반드시 해결하는 시장이 되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다음은 이 후보와의 일문일답.

- 서울시장 출마를 결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 역대 시장들을 보면 대권에만 정신이 팔려서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거나 불필요한 대형 건축물을 짓는 등 혈세를 수천억씩 낭비했다. 이런 부분에 그동안 서울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나 분노했는데, 이번에도 대권에 생각이 없는 서울시장 후보는 저밖에 없는 것 같다.

대권 불출마 서약을 하자고 했더니 벌써 몇 달째 이리저리 피하고 있다. 서울시민들이 정말 세금 내기 아깝지 않은 시장 후보를 뽑을 수 있도록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에 출마하게 됐다.

- 만약 서울시장에 당선되신다면 서울시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 시민들이 가장 원하는 것을 이뤄주는 것이 시장이 해야 될 일이다. 그렇다면 시민들이 가장 원하는 게 무엇인가? 모든 여론조사에서 70~80%의 시민들이 일자리, 전월세난 해결을 가장 원하고 있었다. 이것을 가장 먼저 풀어드려야 한다.

결국은 경제문제다.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여기서 조금, 저기서 조금 고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확 뜯어고치는 경제혁명이 필요하다. 현재 서울시장후보들 중 이런 것을 해낼 수 있는 국제통, 경제통은 저밖에 없다.
 
- 최근 뉴타운 공약을 발표했다. 기존 뉴타운사업의 경우 많은 부작용이 있었는데 기존 뉴타운사업과 이 후보의 뉴타운 공약은 어떤 차이점을 가지고 있나?
▲ 기존 뉴타운은 너무 광범위하게 또 너무 급하게 추진됐다. 제가 보기엔 이것도 대권을 노리는 시장의 부작용 중 하나다. 자기 대권 스케줄에 맞춰서 너무 무리하게 추진을 한 것이다. 현재 서울 주거지역의 9.1%가 뉴타운으로 지정되어 있는데 사업추진이 안 되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지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뉴타운으로 지정만 되고 사업이 추진이 안 되면서 비가 새고 집이 허물어져도 제대로 고칠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뉴타운을 무리하게 추진했던 과거 시장도 잘못했지만 이를 2년 반 동안 방치한 현 시장도 문제가 있다. 그래서 저는 추진을 원하는 지역은 날개를 달아주고, 해제를 원하는 지역은 실질적인 도움을 줘서 해제하도록 만들어 주겠다. 또 무리하게 계획된 기반시설 계획들을 전체적으로 조정해서 주민들이 최소한 손해는 안보는 뉴타운을 추진하겠다.  


- 서울광장 집회 금지 공약의 경우는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도 있다. 대안으로 여의도공원에 집회장소를 마련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집회의 자유에는 장소 선택의 자유도 포함된다.
▲ 서울광장 집회 금지 공약은 집회장소를 여의도공원으로 한정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서울광장을 제외한 어디라도, 여의도공원을 포함해 마땅한 집회장소를 확보해드리겠다는 뜻이다.

서울광장에서 집회하는 분들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인근 오피스텔에 근무하시는 분들이나 주변 상인들의 권리도 중요하다. 그 분들은 1년 365일 소음과 교통체증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서울광장에서 매일같이 시위가 벌어지면서 거기서부터 시작된 교통체증이 사대문 안을 다 뒤덮고 있다. 교통체증으로 천만 서울시민이 겪는 고통은 누가 보살펴야 하는가?

집회 시위자의 자유뿐만 아니라 피해를 당하는 사람들의 권리와 자유도 중요하다. 교통체증을 워낙 심하게 일으키는 서울광장은 제외하고 교통체증을 덜 일으키는 다른 곳을 확보해드리겠다는 이야기다.

"일자리 문제와 전월세난 반드시 해결"
"박원순 시장, 그간 특별한 성과 없어"

- 최근 서울시가 청계천을 생태하천으로 복원하기로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청계천에 대한 견해는?
▲ 그 계획이 의미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수표교를 원위치에 가져다 놓는 역사성을 회복한다든지 그런 부분은 수긍이 되는 면도 있다. 문제는 드는 비용이 얼마인지, 비용을 들여 얻는 효과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지 비교해봐야 한다. 그런데 아직 청계천 복원과 관리, 유지에 얼마의 비용이 드는지 서울시는 밝히지 않고 있다. 만약 1~20억 든다 하면 저는 찬성하겠다. 하지만 천억쯤 든다면 저는 반대하겠다.

- 저소득층의 LPG용기 교체 비용을 전액 서울시가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LPG 안전대책' 공약을 발표했다. 이례적으로 경쟁자인 서울시에서도 좋은 정책이라고 호응하고 나섰다. 하지만 특히 새누리당 지지자들 중에는 '무상공약'에 거부감을 가지는 분들도 많다.
▲ 현재 서울시에는 용기가 낡고, 유통기한이 지났거나 불법으로 제작돼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는 LPG용기가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는 시한폭탄과 같은데 일제단속으로 이를 엄벌하고 극빈자와 차상위 계층만을 대상으로 교체 비용을 지원하는 것이다. 무상급식처럼 모든 사람에게 무상으로 해주는 것이 아니다.
 

- 현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정에 대해 평가한다면? 민주당의 지지율이 바닥을 칠 때도 박 시장은 높은 지지율을 이어왔다. 높은 인기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현역프리미엄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은 국회의원과 완전히 다르다. 국회의원은 자기가 집행할 예산도 없고 휘하에 조직도 없다. 그런데 서울시장은 엄청난 예산을 집행한다. 예산을 집행하는 자체가 매순간 선거운동이다. 그리고 1만명이 넘는 공무원이 다 선거운동원이다.


시정은 공과 과가 있다고 본다. 박원순 시장의 문제의식은 많이 공감한다. 예를 들어 송파 세 모녀 자살사건과 관련해 공동체를 복원하겠다는 문제의식은 공감한다. 그런데 해결방안은 저와 많이 다른 것 같다. 그리고 시장은 시민들이 가장 원하는 것을 해결하는 데 치중해야 되는데 박 시장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상당히 소홀한 것 같다.

제가 보기엔 별로 노력도 안 하셨고, 성과는 더더욱 없었던 것 같다. 뉴타운 문제만 하더라도 사실상 방치하지 않았나?

- 최근 김황식 전 총리와 청와대의 사전교감설이 무성하다. 김 전 총리의 귀국날짜에 맞춰 공천 신청 마감일이 연장되기도 했다. 이른바 서울시장 경선에 '박심'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인데.
▲ 박심 논란은 김 전 총리의 노이즈 마케팅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공천 신청 기간이 연장된 것은 김 전 총리 때문이고, 순회경선을 안하겠다는 것은 정몽준 의원 때문이 아닌가?

지금 유력후보들에 의해 공천기준이 마구 변하고 있는 것은 문제다. 저는 경선의 유불리는 상관이 없지만 공정한 경선이 치러져서 우리 당 후보들의 본선 경쟁력이 높아지길 바랄 뿐이다.

- 최근 정몽준 의원과 빅딜설이 제기됐다. 7월 재보선 출마설도 들린다.
▲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렇다면 제가 정몽준 의원이 하자는 순회경선을 이렇게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나섰겠나? 연대는 무슨 연대인가? 그런 이야기를 하는 자체가 저에게는 모욕이고 선거법 위반이다. 7월 재보선 이야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제가 경선에서 패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 아닌가? 저를 경선에서 패하게 만들려는 사람들이 지어낸 음모론일 뿐이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이혜훈 후보 프로필>

▲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 제17~18대 국회의원
▲ 한나라당 원내부대표
▲ 여의도연구소 부소장
▲ 한나라당 사무부총장
▲ 새누리당 최고위원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