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6·4지방선거 지역별 판세 분석 ④인천광역시

6월 인천상륙작전 '뱃고동' 누가 울릴까?

[일요시사=정치팀] 6·4지방선거를 2개월여 앞두고 여야 정치권이 일제히 지방선거체제로 돌입했다. 여야가 각각 필승의 각오를 다지며 당의 조직과 기능을 선거체제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통합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출현과 새누리당의 총동원령으로 각 지역에 나서는 후보군 윤곽도 드러나며 지방선거 열기도 점점 달아오르고 있는 모양새다. 이에 <일요시사>에서는 특히 관심을 모으고 있는 주요 지역 후보군 면면과 판세를 기획연재로 독자들에게 소개할 예정이다. 4편은 '정권 실세' 유정복 전 안전행정부 장관의 가세로 요동치고 있는 인천광역시다.

지방선거 '빅3(서울·경기·인천)' 중 상대적으로 잠잠했던 인천이 핵심 친박(친박근혜) 유정복 전 안전행정부 장관의 출마 선언으로 요동치고 있다. 당장 유 전 장관의 가세 후 나오고 있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후보로 확실시되는 송영길 현 시장과 유 전 장관의 지지율은 초박빙의 접전으로 나타나고 있다.

0.1%p 차 접전

<매일경제>와 MBN, 메트릭스가 지난 14~16일 인천지역 유권자 6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송 시장과 유 전 장관의 가상 양자대결 결과는 각각 39.1% 대 39.2%로 격차가 불과 0.1%p에 불과했다. 반면 여권에서 안상수 전 인천시장이 나설 경우에는 30.8% 대 47.4%로 송 시장이 16.6%p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스럽게 여권후보 적합도에서도 유 전 장관은 28.4%를 기록, 안 전 시장(19.2%)을 9.2%p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표본오차 : 95% 신뢰수준에 ±4.0%p, 응답률 : 16.4%). 하지만 아직 여권후보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본선은 표의 확장성이 높은 후보가 유리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뒤집어 해석하면 본선에서 송 시장이 현역프리미엄에도 불구하고 밀릴 수도 있다는 의미다.

지방선거에서 현직 후보는 인지도와 지지도는 높지만 유권자들이 그에 대해 알 만큼 알고 있기 때문에 표의 확장성은 적다는 것이 일반적 분석이다. 반면 도전자의 경우는 아직 그에 대해 모르는 유권자들이 많기 때문에 표의 확장성은 상대적으로 더 크다고 정치권에선 보고 있다.


그러나 유 전 장관이 인천에서 초·중·고를 나왔지만 성인이 된 이후에는 서울과 경기도를 거점으로 공직과 정치인 생활을 하며 사실상 '낙하산' 형태로 인천시장에 출마했다는 점에서 지역주민들의 거부감도 상당하다.

특히 현재도 유 전 장관은 경기 김포의 지역구 의원직(3선)을 유지하고 있어 야권을 중심으로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게다가 유 전 장관은 '중진차출론'에 밀려 급하게 출마선언을 했기 때문에 낙하산의 한계가 일찍 드러날 경우 표의 확장성은 의외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유 전 장관도 지난 5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 온몸을 던지는 게 참된 정치인이라는 소신을 따르려 한다"며 중앙의 차출에 의한 출마임을 시사했다. 또 그는 "인천이 국가적으로도 중요하고 여러 어려움도 있기 때문에 능력 있는 사람이 됐으면 하는 게 국민의 바람일 것"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격려도 전했다.

여기에 지난달 25일 인천시장 출마를 선언했던 친박 핵심 이학재 의원이 지난 9일 돌연 불출마 및 '유정복 지지'를 선언하며 청와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여권의 인천시장후보가 움직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물론 이 의원은 불출마 결정에 앞서 당 지도부나 청와대와 논의를 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전혀 없었다"고 답했지만 일련의 사건들을 종합해 보면 액면 그대로 믿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현역프리미엄' 대 '정권실세' 격돌 전망
송영길 39.1%, 유정복 39.2%…'초접전'

야권 핵심관계자는 "심판이 심판을 그만 두고 선수로 나타난 격"이라며 "지방선거관리 주무장관인 안전행정부 장관의 출마선언은 새누리당의 중진차출론을 뛰어넘어서 청와대와의 교감에 의한 하명출마다"라고 주장했다.


여권 일각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인천지역 의원이 6명이나 있는데도 불구하고 지역구가 경기인데다 현직 장관이 느닷없이 장관직을 사퇴하고 인천시장에 출마한 것은 누가 봐도 문제가 있는 결정"이라고 꼬집었다.
 

낙하산 후보에 대한 반발이 만만찮은 것이다. 지역민심도 마찬가지다. 일부 주민들은 현 정권 실세의 등판에 기대감을 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중앙의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원정 시장'에 대한 회의적 시각을 가진 주민들도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현재도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윤상현·이학재 의원 등 인천지역에 실세 의원들이 많지만 '인천 홀대론'이 나올 정도로 중앙에서 인천이 외면 받고 있는 상황에서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시장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감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송 시장도 개인적 지지율에 비해 새정치연합 지지도가 낮다는 점에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의 지난 10~13일 여론조사 결과 정당지지도 조사에서 새누리당은 41%를 기록, 새정치연합(30%)을 11%p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조사대상 : 전국 유권자 1211명, 조사방식 : 휴대전화 전화조사원 인터뷰,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에 ±2.8%p, 응답률 : 14%)

낙하산 후보 논란

한편 새정치연합 측에선 문병호 의원도 후보로 나설 예정이지만 송 시장과의 지지율 격차가 커 송 시장의 무난한 재선 도전이 예상된다. 군소후보로는 통합진보당 신창현 인천시당위원장이 지난 12일 출마를 선언했고, 정의당 김성진 인천시당위원장도 지난달 4일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표밭을 다지고 있지만 진보정당에 대한 인식이 워낙 나빠진 상황에서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결국 현역프리미엄 대 정권실세의 격돌로 좁혀진 차기 인천시장선거에서 시민들은 과연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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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