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나비효과' 잘하면 판 확 뒤집힌다!

심상찮은 정치판 6월 특급태풍 지각변동 대예측

[일요시사=정치팀] 지방선거 분위기가 본격적으로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지방선거는 과거부터 3대 선거 중 하나로 손꼽히지만 특히 이번 지방선거는 여야 모두 명운을 건 총력전에 나서면서 이미 과열 양상까지 띠고 있다. 판이 커질 대로 커진 6·4지방선거의 결과는 정치권에 어떤 '나비효과'를 몰고 오게 될까? <일요시사>가 미리 예측해봤다. (※나비효과-나비의 날갯짓처럼 작은 변화가 폭풍우와 같은 커다란 변화를 유발시키는 현상)

지방선거는 지방정부를 새롭게 구성하는 전국단위 선거로 과거부터 중요한 선거 중 하나로 평가받아왔다. 하지만 대선과 총선과 비교해서는 그 무게감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데 이번 지방선거의 경우는 여야 모두 여러 가지 명분을 내걸고 선거에 나서면서 그 의미가 아주 크고 복잡해졌다.

여야 총력전
스타탄생 임박

우선 이번 지방선거는 '대선 전초전' 양상을 띠고 있다. 여야 모두 명운을 걸고 총력전에 나서면서 거물급 인사들이 대거 차출됐기 때문이다.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대선후보로도 어색하지 않은 이들이 부지기수다. 또 통합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의 출현으로 지방선거의 판세가 박빙으로 변하면서 선거에 대한 주목도가 더욱 높아졌다. 스타탄생의 조건이 고루 갖춰진 것이다.

게다가 이들은 스스로도 대권에 뜻이 있다는 사실을 당당하게 밝히고 있는 추세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도지사가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되면 경남사람들이 얼마나 좋겠느냐"면서 "경남지사 출신이 한 6개월 더 지사직을 하는 것보다 대통령이 되는 게 더 낫다"고 주장했다.

제주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새누리당 원희룡 전 의원도 "도지사가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시대가 와야 된다"면서 대선 출마 가능성을 내비쳤다.

대권주자 뜨고 지는 지방선거
당권경쟁 눈치 보기도 '치열'


과거 광역단체장 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이 대권의 꿈을 실제로 품고 있다고 하더라도 대체로 "임기를 끝까지 마치겠다"며 선을 그어온 것과 비교하면 많이 달라진 모습이다. 오는 2017년 차기 대선에 출마하려면 중도 사퇴가 불가피하지만 남은 임기가 1년 미만인 경우 재보선을 치를 필요가 없어 부담이 덜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또 지역에서 큰 인물을 키워달라는 호소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다.

여전히 중도사퇴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대권출마와는 선을 긋고 있는 잠룡들도 있지만 이들도 막상 상대후보들의 대선 불출마 서약 요구에 대해서는 회피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방선거에 직접 출마하진 않지만 충격적인 합당선언으로 승부수를 띄운 새정치연합 안철수 공동대표의 경우도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대권 스케줄이 크게 요동칠 수밖에 없다.

반면 지방선거에 출마한 대권잠룡들의 성적표가 좋지 않다면 반대급부로 이번 지방선거와 거리를 두고 있는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 김문수 경기도지사, 민주당 손학규 상임고문, 문재인 의원 등이 유력 대권주자로 발돋움하게 될 가능성도 크다.

누가 뜨고
누가 질까


지방선거의 영향력은 벌써부터 빛을 발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0~14일에 실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이 처음으로 안철수 공동대표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안 공동대표는 지난 4월부터 줄곧 1위를 차지해 왔었다.

지방선거가 끝나고 나면 여야 내부의 권력구도 역시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의 경우 벌써부터 친박과 비박의 희비가 조금씩 엇갈리고 있다. 박심을 등에 업고 출마한 친박계 후보들은 오히려 박심 논란에 발목이 잡히며 지지율이 답보상태다. 



반면 비박계로 분류되는 정몽준, 남경필, 홍준표 후보 등은 선전하고 있다. 당초 당내 비박계 중진 의원들이 대거 지방선거에 차출된 것을 두고 '비박 몰아내기'라는 분석도 있었으나 만약 비박 중진들이 지방선거에서 대거 살아 돌아온다면 새누리당 내 권력구도는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크게 변화될 가능성도 있다.

새정치연합의 경우에도 내부 속사정이 복잡하다. 새정치연합은 일단 합당선언을 하긴 했지만 당헌·당규를 결정하는 과정에서부터 잡음이 끊임없이 들려오고 있다. 당 일각에선 이렇게 다른 성향의 양당이 과연 결합하는 것이 가능할까에 대한 회의론도 힘을 얻고 있다.

친노 강경파로 분류되는 정청래 의원의 경우 안철수 공동대표를 향해 "점령군처럼 행동하지 말라"며 불편한 심기를 전하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안 공동대표가 지난 17일 친노와 비노 진영 간 갈등의 중심에 있는 조경태 최고위원을 만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안 공동대표는 이날 조 최고위원의 방을 직접 찾아 30분간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진다.

조 최고위원은 바로 전날 열린 민주당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매노종북 신당배제' 발언으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일부 친노 의원들은 조 최고위원에게 욕설까지 해가며 강하게 항의했고 당시 멱살잡이 직전까지 가는 상황이 연출됐다고 전해진다. 그런 다음날 안 공동대표가 조 최고위원을 찾았다는 것은 사실상 조 최고위원에게 힘을 실어주고 비노진영을 결집하기 위함이 아니냐는 분석이 잇따랐다.

친노 대 비노+새정치연합의 대진표가 그려지면서 이번 지방선거는 양대 진영의 명운을 건 대결로 평가되기도 한다. 새정치연합이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안 공동대표와 비노진영에 힘이 실리겠지만 패할 경우 친노진영이 급격하게 결속할 가능성도 있다. 또 지방선거가 끝나면 여야 모두 전당대회가 예정되어 있어 지방선거의 결과는 더더욱 여야의 당내 역학구도와 직결되어 있는 문제다.

이번 지방선거가 대규모 개각과 연결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여권은 이번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당내 중진들을 대거 차출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출마 직전까지도 절대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버티던 인물들이다. 이들이 출마를 결심한 것엔 당내 압박도 있었겠지만 여러 가지 솔깃한 제안도 있지 않았겠느냐는 뒷말이 무성하다.

대규모 개각설
충성 보은인사?

일례로 지난해 10월 재보선 당시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의 화성갑 출마에 반발하던 김성회 전 의원은 갑자기 화성갑 재보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서 의원을 지지하겠다는 선언을 한다. 이후 '보은인사설'이 불거졌고, 김 전 의원은 얼마 후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으로 임명되며 보은인사설이 사실로 드러났다.

5월 중순이 되면 국회의장단과 새누리당 지도부의 임기가 만료되는데 연쇄적으로 순환배치를 하는 과정에서 개각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보은인사가 있을 수도 있다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이미 해수부 장관, 안행부 장관, 방통위원장 인선이 마무리되지 않았나? 개각 수준은 아니고 공기업 낙하산인사 정도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경제팀의 교체설도 나오고 있지만 상식적으로 경제정책을 책임지는 경제부총리 자리에 보은인사를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지방선거는 여의도 정치지형도 크게 흔들어 놓을 전망이다. 지금까지 현역 국회의원 중 공식적으로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사람만 20명이 넘는다. 또 대법원에서 당선무효가 확정된 의원이 2명이고, 현재 법원 2심까지 당선무효형이 확정된 의원도 5명이나 된다. 때문에 오는 7월 재보선은 미니총선을 방불케 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략 15곳에서 많으면 17~18곳에서 재보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있다.

지방선거 이후 대규모 개각?
역대 최대 재보선, 과반 깨질까?


10곳만 넘어도 역대 최다 지역에서 치러지는 재보선이다. 이렇게 되면 지금은 새누리당이 156석으로 과반의석을 차지하고 있지만 과반의석이 깨질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특히 새누리당 의원들은 전국 각지 선거에 출마한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주로 호남지역 출마를 준비하고 있어 중도 사퇴한다고 하더라도 민주당 의석이 줄어들 가능성보단 새누리당의 의석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7월 재보선을 통해 거물급 인사들이 대거 복귀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여권에서는 김문수 경기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나경원 전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고, 야권에서는 손학규 상임고문과 정장선 전 의원, 천정배 전 의원, 새정치연합 이계안 공동위원장 등이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대선까지 내다보고 있는 중진급 의원들이 재보선을 통해 대거 원내에 진입한다면 여의도의 정치지형은 변화할 수밖에 없다. 이 또한 이번 지방선거가 몰고 올 나비효과 중 하나다.

특검공세
이번에 마무리?

마지막으로 야권의 각종 특검 공세도 지방선거 이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박근혜정권은 이번 지방선거를 정권에 대한 '재신임'과 연결시키며 더욱 큰 의미를 부여해왔다. 지방선거에서의 압승으로 1년 넘게 지속해온 부정선거 논란을 끊어버리겠다는 복안이었다.

또 지방선거에서 패할 경우 그동안 특검에만 매달려온 야권 자체적으로도 전략수정이 불가피해 특검 요구로 대립을 거듭해왔던 여야 관계가 일시적으로 개선될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새누리당이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더라도 야권의 공세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현재 국정원특검 등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친노 강경파들은 지방선거 국면에서 한발 물러나 있다. 따라서 안 공동대표와 비노진영이 이끄는 당 지도부가 이번 선거에서 패하고 나면 선명성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친노 강경파가 당권을 장악하고 투쟁을 더욱 강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과연 다가오는 지방선거는 정치권에 어떤 나비효과를 일으키게 될까? 지방선거발 '빅뱅'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정치권이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보사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여야 모두 공감한 분위기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진일보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보다 더 많은 간첩을 잡으려면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이 부활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건 여당이다. 한 달여 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당론 추진’을 언급하면서부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국가정보원장 출신인 박지원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다만 두 당의 개정안에는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과 관련해 차이가 있다. 국회 본회의 테이블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예상 못한 내부 세작 간첩법 개정안은 지난달 군검찰이 군 정보요원의 신상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 A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언급됐다. 앞서 국방부 검찰단은 정보사 요원 A씨를 기소하면서 ▲군형법상 일반이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했다. 국군방첩사령부가 처음 A씨에게 간첩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으나 군검찰은 수사기록 검토 결과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군형법과 형법은 ‘적’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간첩죄를 적용하는데, 여기서 적은 북한을 의미한다. 군검찰이 A씨에게 간첩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북한과 연계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씨에게 간첩죄가 적용되지 않자 정치권에서는 연일 논란이 이어졌다. 먼저 한 대표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적국’으로 한정했던 간첩죄 적용 범위를 ‘외국’으로 대폭 넓히는 간첩법 개정안도 당론으로 추진 중이다. 한 대표는 지난달 말 국회서 열린 간첩법 개정 입법토론회에 참석해 “이번 국회서 두 가지를 반드시 해내자”며 “간첩법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자. 그리고 그 법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부활시키자”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스파이를 적국에 한정해 처벌한 나라가 있느냐”며 “형법 조항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면 된다. 그러면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지난 1일 당 최고위원회의서도 “민주당이 찬성만 하면 ‘적국’서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명 간첩법은 형법 98조다.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북한 연관성 없으면 관련법 적용 불가 적국 아닌 외국으로 조항 신설 추진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인 북한으로 한정해 북한 외 다른 나라를 위해 간첩 행위를 하더라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적국’을 ‘외국 및 외국인 단체’로 고치는 개정안이 지난 2004년부터 끊임없이 발의됐으나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간첩법 개정안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건 국민의힘이다. 강승규 의원은 지난달 같은 당 의원 24명과 함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엔 허위·조작 정보를 유포해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수행하다 적발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았다. ‘외국, 외국인 단체나 외국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자(안보위협인물)가 허위 사실과 왜곡된 정보를 유포할 경우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간첩 행위를 하거나 간첩을 방조한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인지전을 통해 정부 정책 결정 또는 외교관계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쳐 국가안보를 위협한 경우 10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특히 정보기관 소속으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지난달 말 간첩죄의 적용 범위를 적국서 외국과 국내외 단체 및 비국가행위자로 확대하는 간첩법 개정안(형법·군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외국이 국내에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할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고, 군사기밀뿐 아니라 국가의 핵심기술 및 방위산업기술에 대한 유출 행위에 대해서도 간첩죄를 적용토록 했다. 윤 의원 측은 “현행 간첩법인 형법 98조는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를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하게 돼있다”며 “군형법 13조서도 비슷한 취지의 조항을 두고 있지만 실질적인 적국에 해당하는 북한 외에 어느 나라를 위해서든 간첩 행위를 하거나 방조할 경우나 외국이 국내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하게 되면 처벌을 할 수 없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신중한 민주당 민주당은 국정원장을 지낸 박 의원을 필두로 간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의 법안은 법망 미비를 보완하기 위해 ‘적국’은 물론 ‘외국 정부 또는 그에 준하는 단체 및 외국 정부 산하단체’를 이롭게 하기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자도 7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간첩 행위는 ‘국가기밀을 수집·탐지·보관·누설·전달·중개하는 행위’로 명확히 규정했다. 허위·날조 정보를 온·오프라인상에서 가짜뉴스 형태로 퍼뜨려 사회 혼란을 일으키고 정부 정책과 외교관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처벌하는 조항도 담았다. 이런 행위를 외국 등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저지르는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신분을 위조한 외국 정보기관원(흑색요원)이 인지전을 하다 적발될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가핵심기술 유출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하겠단 구상이다. 박 의원은 “지금도 사이버상으로 자생적 공산주의 친북 세력이 교류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서 접선을 하지 않고 중국, 동남아시아 쪽에서 접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특히 산업기술 보호를 위해서도 간첩법 개정이 필수라고 강조하며 “진보적인 민주당서 내가 주장해야 국민을 설득하고 법안이 통과돼 국가를 지탱하고 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국민의힘 측 법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국정원 대공수사권과 관련해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12월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이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 주도로 통과돼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한 대표가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했다고 해도 야권의 반대가 심한 상황이다. 야권은 대공수사권 폐지는 불법사찰과 간첩 조작 사건 등 국정원의 공안 탄압을 없애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한반도 지금 정보전쟁 중 특히 여야는 최근까지도 대공수사·조사와 관련한 국정원 역할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나아가 대공수사권을 넘어 조사권까지 대폭 축소하자면서 사실상 국정원의 대공수사 ‘완박(완전박탈)’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민주당 이기헌·김현·박홍근·윤건영 의원 등은 지난달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과 관련 사실조회 및 자료 제출 요구권을 폐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가정보원법은 ▲방첩·대테러·국제범죄조직에 관한 정보 ▲국가보안법 위반, 반국가단체와 연계가 의심되는 안보침해행위에 대한 정보 ▲사이버안보와 안보 관련 우주 정보 등에 대해 ‘조사권’을 보장하고 있다. 대공수사권이 없는 대신 현장 조사·문서 열람·시료 채취·자료 제출 요구와 진술 요청 등의 방식으로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개정안에는 이 조사권이 오히려 수사권보다 광범위하게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이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사권의 경우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과 영장주의가 엄격하게 적용되지만, 조사권은 이런 견제는 받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압수수색과 신문 조사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다만 민주당 내부서도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까지 없애는 건 과도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 국정원 근무 경력이 있는 박지원·박선원·김병기 의원은 해당 법안 발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경찰의 대공수사가 제대로 자리 잡히지도 않은 상황서 과거로 회귀하면 경찰 내부의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며 “국정원이 경찰 대공수사에 힘을 실어주는 협력관계로 가는 게 더 옳지 않겠냐”고 전했다. 이 의원은 “대공수사와 정보수집 기능을 분리하는 게 글로벌 스탠다드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막기 위한 핵심요소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국정원 및 정보기관 출신 전문가들은 간첩법 개정이 10년 전부터 추진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3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으며 외국 간첩과 스파이들이 국내서 활동하는 경우가 적었으나 경제 대국이 된 지금은 다르다는 설명이다. 여야 국정원 대조권 두고 기싸움 한국은 미·중·러·일 스파이 ‘천국’ 국정원 파견 업무를 수행했던 부장검사는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사라지면서 간첩과 산업스파이 등 국익에 해가 되는 조직과 인물의 범죄 행위를 포착해도 법률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크게 축소된 건 사실”이라며 “중국과 북한 간첩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표면적으로 우리의 우방국도 간첩이 존재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한 정보기관 출신 관계자는 “중국, 북한은 기본이고 일본, 미국, 러시아, 독일 등 해외 강국들은 국내 수도권서 정보활동을 벌인다. 이들은 외교관(회색), 언론사 특파원, 유학생 등으로 신분을 세탁해 블랙으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해외 각국 대사관에는 정보기관 담당 인사만 2명 이상 근무 중”이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대학가에서는 학생 신분으로 위장한 중국인 ‘산업스파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산업스파이들이 유학생과 연구자로 위장해 국내 대학의 연구실, 연구기관 등에서 암약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대학의 연구실을 매개로 대기업 등의 첨단기술 연구소까지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 역시 이 같은 현실을 알면서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중국인 유학생을 받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불가능한 대학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산업스파이 문제를 공론화했다가 중국인 학생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내 대학에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 수는 2022년 기준 16만6892명으로 2013년(8만 5923명) 대비 2배 가까이 늘었으며 이 중 중국인 비중은 통상 4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강대 등 일부 대학은 중국인 전용 강의까지 개설할 정도다. 본희의 통과 가능성은? 앞으로 한국을 향한 중국의 기술 탈취 시도가 더 강력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중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중국이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 비영리기구인 국제교육원(IIE)에 따르면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수는 2022~2023학년 28만9526명으로 집계돼 37만2532명을 기록했던 2019~2020학년 대비 22% 급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