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기의 '꼼수정치' 민낯

국정원 비호 위해 대구시장 출마?

[일요시사=정치팀] 국가정보원·검찰의 간첩증거조작 의혹 사건과 관련해 야당의 국회 정보위원회 소집 요구를 거부해온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국회 정보위원장)이 당 후보 공천 신청 마감일을 하루 앞두고 6월 대구시장선거 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당장 야당에서는 "국회 정보위를 열지 않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여당 지도부와 대구에서 출마를 준비 중이던 후보들은 서 의원의 갑작스러운 정치적 결단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여야 모두를 당황케 한 서 의원의 대구시장 출마 뒤에 도사린 꼼수를 <일요시사>가 들여다봤다.

국회 정보위원장을 맡고 있는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이 지난 14일 차기 대구시장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불과 일주일 전 대구지역 국회의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불출마 하겠다"고 했던 입장을 갑자기 바꾼 것이다. 서 의원이 내세운 출마의 주요 배경은 '당의 강력한 요청'과 '지역 국회의원들의 권유'다. 그러나 새누리당 지도부와 지역 국회의원들은 "요청도, 권유도 없었다.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환영받지 못한 출마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서 위원장의 출마와 관련, '당 요청설'에 대해 "금시초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새누리당 당헌당규개정특위원장을 맡고 있는 대구지역 중진 이한구 의원(4선·수성갑)은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당심(黨心)과는 무관한 개인출마로 안다"며 "새누리당은 (정치)개혁 방안으로 내놓은 상향식 공천을 충실히 실천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재원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 부위원장도 "서 의원과는 지난 2월 임시국회 이후 한 차례도 만난 적 없고, 전화 통화를 한 일도 없다"고 일축했다.

이외에도 대구지역 국회의원들 대부분은 "출마를 요청한 적이 없다"며 황당해 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서 의원에 앞서 출마를 선언한 국회 정보위 여당 간사 조원진 의원은 "서 의원이 '나는 안 나간다. 본인의 뜻대로 출마하라'고 말했었다"고 했고,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은 "서 의원이 '당에서 요청이 없으면 출마하지 않는다. 당신을 도와주겠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권영진 전 의원은 "당의 요청과 대구 국회의원들의 요구를 빙자해서 스스로 언론플레이를 한 것"이라고 자가발전 의혹을 제기했다.

이처럼 당 지도부의 요청과 대구지역 국회의원들의 출마권유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지만, 서 의원은 고집스럽게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지난 20일 <뉴스와이>에 출연한 그는 출마 배경을 묻는 질문에 "일찍 출마를 선언한 이들이 많아 안 나가려 했지만 공천 신청 마감일까지의 여론조사를 보면 후보들이 10% 안팎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어 당의 요청에 의해 하루 전날 어쩔 수 없이 나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장이나 도지사에 나갈 정도면 다 당의 지도부나 영향력 있는 분들과 사적으로 의논을 하고 나간다"며 "제 경우도 누군지 밝힐 수는 없지만 강한 권유가 있어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 의원이 본인의 출마 명분을 위해 정치개혁 방안으로 새누리당이 야심차게 내놓은 상향식 공천제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을 언론인터뷰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밝히고 있는 셈이다.

결국 참지 못한 새누리당 심현정 대구시장 예비후보는 성명을 통해 "서 의원의 출마는 당의 요청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고, 대구 초선의원 중심의 출마 권유 역시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서 의원은 대구시민들을 우롱한 것에 대해 사죄한 뒤 후보직을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 후보는 또 "서 의원이 정치개혁의 상징으로 내세운 새누리당의 상향식 공천제에 당 지도부의 강력 요청 운운하며 고춧가루를 뿌렸다"며 "이러한 3류 코미디언도 웃고 갈 출마 행보와 정치 권모술수에 대해 경쟁후보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움과 분노만 치밀 뿐"이라고 비난했다.

국회 정보위 파행 속 뒤늦은 출마
"
당 요청 있었다"…당은 사실무근
여야 모두 '황당' '꼼수' 비판 작렬

여당 못지않게 야당에서도 서 의원의 대구시장 출마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못하다. 국정원·검찰의 간첩증거조작 의혹 사건이 정국의 주요 현안으로 부상한 지 오래지만, 위원장인 서 의원의 국회 정보위 개최 거부로 국회 차원의 추궁이 수개월째 이뤄지지 않던 상황에서 나온 이번 결정은 지방선거까지 완전히 정보위 문을 닫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 의원에 앞서 여당 정보위 간사(조원진 의원)도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만큼 지방선거까지 정보위는 열리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게 사실이다.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신경민 의원은 "검찰은 국정원 앞에서 쩔쩔매고 국회 정보위원장은 국정원을 돕기 위해 몸을 던져 사라졌다"고 꼬집었다.

국정원개혁특별위원회 야당 간사를 맡았던 문병호 의원은 "간첩증거조작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한 정보위 개최를 거부해 온 서 의원의 대구시장 출마는 후안무치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침묵을 제1의 금과옥조로 삼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도 철저한 진상조사를 지시했는데 서 의원만 '요지부동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며 "8차례에 걸친 야당의 정보위 소집 요청을 묵살한 서 의원 때문에 정보위가 석달 가까이 문 닫혀 있다. 이 정도면 간첩증거조작의 국정원장과 재판부 기만의 검찰을 지키는 '충직한 마당쇠'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라고 비꼬았다.

앞서 국회 정보위 소속 야권 의원들은 지난 12일 국회 정보위원장 사무실을 찾아 '서상기 위원장은 즉각 사퇴하라'는 피켓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국·검 지키는 마당쇠?

이와 같이 정보위 개최 요구 및 사퇴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서 의원의 지방선거 출마는 임기를 마치는 5월까지 시간을 끌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서 의원은 "저는 정보위 회의를 한 번도 안 열겠다고 거부한 적이 없다"며 "국회는 법을 만드는 곳이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열어서 법안을 논의하고 남는 시간에 현안 질의를 하자고 야당이 나서면 지금 선거 때문에 정신이 없지만 올라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정보위를 열어 국정원, 국정원장을 흠집 내는 것만 하는 야당에게는 멍석을 깔아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서 의원은 또 당내 일각에서 '남재준 책임론'이 나오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우리 당에서 그런 말이 나온 것은 유감"이라고 남 원장을 옹호했다. 검찰의 국정원 수사에 대해선 "검찰이 국정원을 압수수색하고 상당한 지위에 있는 사람을 구속하는 것은 한편으로는 섭섭하기도 하고 대단한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국정원을 옹호했다.

결국 서 의원의 강경한 태도와 대구시장 출마로 인해 국회에서 국정원의 간첩증거조작사건을 따지는 것을 보는 일은 지방선거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차기 대구시장 여권후보 지지율
서상기, 아슬아슬 1위…1~5위 오차범위 내 접전

대구지역 신문인 <매일신문>과 <TBC>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코리아에 의뢰해 지난 17~19일 대구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이 13.9%의 지지율을 기록, 타 후보들에게 근소하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2위는 조원진 의원(12.4%), 3위는 이재만 전 동구청장(10.5%), 주성영 전 의원(10.5%), 5위는 권영진 전 서울시정무부시장(7.7%)이 차지했다(조사방식 : 방문 및 전화면접 조사,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에 ±3.15%p).

1~5위의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 격차를 보이고 있어 내달 19일 대구지역 경선까지 후보 간 치열한 선거전이 예상된다. <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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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