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국회의장, '황우여-정의화'로 좁혀진 내막

매력 떨어진 입법부 수장…너도나도 대권·당권 도전?

[일요시사=정치팀] 19대 국회 하반기 국회의장 선출 시기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후보군이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5선)와 정의화 의원(5선)으로 좁혀진 모양새다. 그간 국회의장은 관례적으로 여당 내 최다선 의원이 맡아왔던 만큼 이들보다 급(?)이 높은 후보군이 더 있지만 모두 다른 곳에 관심이 가 있어 5선까지 후보군이 내려온 것이다. 그 내막을 <일요시사>에서 들여다봤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 수장인 국회의장은 국가 의전서열이 대통령에 이어 2위다. 19대 국회 들어 국회선진화법의 영향으로 정치적 힘은 과거에 비해 줄었지만, 여전히 국회의 최고어른으로 영향력도 상당하다. 그런데 강창희 의장에 이어 하반기 국회를 책임질 차기 국회의장을 선출할 시기(5월)가 다가왔음에도 불구하고 유력한 후보군은 이 자리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 이유가 뭘까.

관례상 여당 최다선

국회의장은 국회법상 국회의원 전체의 무기명투표를 통해 선출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국회의장의 권위를 감안해 여당 내부에서 최다선 의원을 추대하고, 투표는 요식행위로 진행하는 것이 관례다. 최다선 의원이 복수이거나 출마의지를 밝히는 중진의원이 있는 경우에는 여당 의원총회에서 투표로 결정해왔다.

이런 기준으로 보면 새누리당 최다선인 7선의 서청원·정몽준 의원과 6선의 이인제 의원이 유력한 후보군이다. 그러나 서 의원과 이 의원은 차기 국회의장보다 차기 당권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 의원은 지난 2일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화하며 후보군에서 아예 빠지게 됐다. 여당 최다선급에선 국회의장을 맡을 만한 인사가 사실상 없는 셈이다.

그 아래인 5선에는 김무성·남경필·이재오·정의화·황우여 의원이 있다. 하지만 김 의원은 당권에 도전할 예정이고, 남 의원은 지난 5일 경기지사 출마를 선언했다. 당내 비주류의 좌장격인 이 의원은 국회의장직에 뜻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또 이 의원은 주요 정치적 사안 마다 박근혜 대통령과 의견을 달리하면서 쓴소리를 가해 당내 주류인 친박(친박근혜)과 감정적 골이 깊다. 때문에 차기 국회의장 출마 의사를 밝히더라도 주류의 반대로 선출 가능성이 낮다.

이처럼 유력한 후보군들이 국회의장을 기피하는 것은 국회선진화법의 영향으로 가장 큰 권한인 직권상정이 제한돼 매력이 감소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임기(2년)를 마치면 사실상 정계은퇴 수순을 밟는 것이 정치권의 오랜 관행이어서 아직 정치에 뜻이 더 있는 인사들이 고의로 기피하는 면도 없지 않다.

국회선진화법 영향 국회의장 권한 감소
유력후보군, 차기 대권·당권에 더 관심

결국 후보군은 자연스레 황 대표와 정 의원으로 좁혀졌다. 실제로 이들은 차기 국회의장에 대한 의지도 강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 중에선 당초 여당 수장인 황 대표의 무난한 우위가 점쳐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당내에서 정 의원 쪽으로 약간 기우는 듯한 기류변화가 감지된다.

6·4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경쟁력 있는 중진들이 당·청의 요청으로 차출돼 선거전에 뛰어들었지만 정작 출마를 강요했던 황 대표는 인천시장 차출론이 꾸준히 거론됐음에도 불구하고 버텼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유정복 전 안전행정부 장관이 출마를 선언하며 황 대표의 인천 차출론은 가라앉았지만, '선당후사'의 솔선수범을 당대표가 보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내부 시선이 곱지 않다.
 

새누리당 한 중진의원은 "(황우여 대표는) 자신은 국회의장으로 나오겠다고 포석을 깔아놓고, 딴사람들만 끌어내는 작업만(중진 차출론) 했다"며 "다른 중진들도 뜻하는 바가 다 있었을 텐데 본인만 뜻대로 하게 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반면 정 의원은 당내 비주류에 인지도가 낮다는 단점이 있지만, 최근 지난 18대 국회 하반기 부의장직을 원활히 수행했다는 평가가 부각되고 있다. 특히 최근 친박 주류의 불만이 높은 국회선진화법 처리에 황 대표가 앞장섰을 때 정 의원은 '국회마비법'이 될 수도 있다는 이유로 반대해 주류들의 호감도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일각에서는 추대가 아닌 당내 경선으로 갈 경우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는 말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같은 달(5월) 치러지는 원내대표 경선 못지않은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변수는 차기 당권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유력 후보들의 상황변화다. 현재 거론되는 인사는 서청원·김무성·이인제 등 3명인데 실제 당대표는 1인밖에 할 수 없다. 때문에 7월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들의 마음에 변화가 생길 경우 차기 국회의장 후보군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로 서 의원은 지난달 초 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당대표 출마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지방선거에 올인하겠다"며 즉답을 피했고, "차기 국회의장은 맡지 않겠다는 것이냐"는 질문에도 "그런 얘기는 하지 말아 달라"고 대답을 회피했다. 당권, 국회의장 모두 가능성을 열어 놓은 셈이다.

선출 일정 지연 변수

6월 지방선거, 7월 재·보궐선거 및 여당 전당대회 등 정치일정상 5월로 예정된 국회의장 선출이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이럴 경우 당권에 뜻을 가진 후보군 중 일부가 당내 주류인 친박과 당권, 국회의장 선출을 놓고 사전 조율을 거쳐 국회의장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하반기 정치일정상 차기 의장 선출이 지연될 수도 있다"며 "대통령에 이어 의전서열 2위인 국회의장의 부재 상황이 발생하면 국가 이미지에도 타격을 줄 수 있어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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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