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친박' 지방선거 출마자 집중해부

지방선거에 드리운 '박근혜 그림자'

[일요시사=정치팀]지난 2012년 총·대선을 계기로 중앙의 주류세력으로 자리 잡은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인사들이 6·4지방선거를 통해 지방권력까지 확보하기 위해 잇달아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이들의 출마 배후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막후 실력 행사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말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실제로 일부 친박 후보들의 '박심(朴心, 박 대통령의 마음) 마케팅'은 이번 지방선거에 박심이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으로 받아들여진다. 박심을 업고 지방선거에 나선 친박 출마자들을 <일요시사>에서 살펴봤다.

'선거의 귀신'이라 불리는 새누리당에서도 친박 후보들의 선거 능력은 특별하다. '선거의 여왕'이라 불렸던 박근혜 대통령과 선거를 치른 경험이 풍부해 타 후보들에 비해 선거 경쟁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은 현 상황에서 이들의 '박심 마케팅'은 효과적인 지방선거 전략일 수 있다. 물론 박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특정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은 선거 중립 위반 때문에 어렵지만, 친박 후보의 박 대통령과의 친밀도는 경선과 본선 과정에서 강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친박, 대거 출격

지방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으로 꼽히는 서울시장에 출마하는 새누리당 후보군 3인방(이혜훈·정몽준·김황식) 중 친박으로 분류되는 인사는 이혜훈 최고위원이다. 이 최고위원은 지난 2007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 때 박근혜 캠프 대변인을 지낸 원조 친박이다. 그러나 최근 잇단 소신 발언으로 박 대통령과의 관계가 다소 멀어진 것으로 알려진다.

대신 김황식 전 총리가 박심을 얻었다는 소문이 정치권에 파다하다. 이 전 총리가 박심을 얻은 것은 이 최고위원보다 경쟁력은 높으면서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정몽준 의원보다 덜 껄끄러운 후보여서 친박 주류가 밀고 있다는 후문이다.

인천에서는 박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핵심 친박 유정복 전 안전행정부 장관이 직접 나선다. 유 전 장관은 지난 5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이 잘 되길 바란다고 하셨다"고 박 대통령과 친밀도를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특히 유 전 장관은 인천에서 초·중·고를 나오긴 했지만 경기 김포에서 민선시장과 3선 의원을 지내는 등 정치적 고향은 경기라는 점에서 그의 인천 출마는 박심이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앞서 지난달 25일 인천시장 출마를 선언했던 핵심 친박 이학재 의원이 유 전 장관의 출마선언 이후 불과 4일 만에 불출마를 선언하며 유 전 장관 지지로 돌아선 것도 박 대통령의 의중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경기지사 도전장을 낸 김영선 전 의원도 친박계에 뿌리를 두고 있다. 김 전 의원은 2006년 대권 도전을 위해 사퇴한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잔여임기 동안 한나라당 대표를 지낸 바 있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서는 친박 인사들이 다수 출사표를 던졌다. 핵심 친박인 조원진 의원을 비롯해 주성영·권영진 전 의원 등이 나선 것이다.

친박 후보들이 다수 나선 만큼 대구에서는 박심 마케팅이 큰 효과를 보지는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대구지역 사정에 밝은 여권 관계자는 "대구에 나서는 후보들이 모두 10~15%대 지지율에 머물러 있어 누구든 지지율 20%를 먼저 넘기는 사람이 공천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부산에서는 친박 핵심인 서병수 의원이 나선다. 서 의원은 부산시장 출마 선언을 하며 "부산은 중요한 곳이니, 하셔야죠"라는 박 대통령의 발언을 전하기도 했다.

대통령된 '선거의 여왕' 지방선거 개입?
친박 출마자 '박심 마케팅' 효과는 의문

지난 6일 새누리당에 입당한 뒤 충북지사 출마를 선언한 이기용 전 충북교육감도 친박이라는 주변 평가에 대해 "나름 일리가 있다"며 친박 인사임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충남지사 선거에는 이명수 의원이 유일한 친박으로 분류된다. 이 의원은 선진통일당 출신이지만 지난 대선 당시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 직후 유한식 세종시장과 박근혜 대선캠프에 합류해 유 전 장관과 함께 직능총괄본부에서 국민운동본부장으로 대선에 기여하면서 친박 주류에 합류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대선에 앞서 치러진 총선에서도 이 의원은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던 박 대통령이 이 의원의 지역구(충남 아산)에 출마한 새누리당 후보에 대한 지원유세를 하지 않는 것으로 우회적 지원을 받기도 했다.

문제는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친박 후보들이 박심 마케팅을 내세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쟁력이 높지 않은 것으로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발표되는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당내 경쟁은 물론 본선에서도 크게 앞서는 친박 후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텃밭인 대구와 부산에서도 야권 후보를 확실히 제압할 후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친박 후보들의 지방선거 성적표가 시원찮을 경우 박근혜정부에 대한 직접적인 중간평가로 받아들여져 박 대통령의 향후 국정운영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뜨지 않는 친박

게다가 박 대통령이 지난달 4일 국무회의에서 "우리 정부에서 선거중립 훼손사례가 발생할 시에는 절대 용납하지 않고 엄단할 것"이라고 다짐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박심이 작용하는 모양새여서 야권의 거센 반발도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민원비서관으로 재직했던 임종훈씨가 지난달 22일 경기도 수원 지역에서 새누리당 간판으로 선거에 출마하려는 도의원, 시의원 후보자 면접에 참여했던 사실도 알려지며 박심의 지방선거 개입 의혹은 점점 커지고 있다. 임씨는 논란이 일자 지난 8일 "조언을 해줬을 뿐"이라는 해명과 함께 사직서를 제출했다.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수원에서 청와대 비서관이 사실상 공천을 다 했다는 게 사실이라면 이런 지역이 여기밖에 없겠는가"라며 "현재 진행되는 상황을 보면 지방선거 후유증은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