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간첩조작사건 충격 미스터리 셋

증거조작부터 자살시도까지…보기 드문 '막장 드라마'

[일요시사=정치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국정원이 간첩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증거를 조작했다는 의혹이다. 사실로 밝혀진다면 우리나라 사법체계의 근간을 뒤흔들 충격적인 일이다. 국정원의 협력자로 알려진 김모씨는 검찰 조사과정에서 "돈을 받고 위조문서를 만들었다"고 진술한 후 자살까지 시도했다. 당초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으로 대중에게 충격을 줬던 이 사건은 지금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1월 탈북자 출신 1호 공무원으로 서울시청에서 근무하고 있던 유우성씨가 간첩혐의로 체포되면서 시작됐다. 당시 이 사건은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으로 불리며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현직 공무원 중에 간첩이 있었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경악할 사건

공안당국에 따르면 유씨는 화교 출신 탈북자로 지난 2001년 경성의학전문학교를 졸업한 뒤 한국에 오기 전까진 북한의 한 병원에서 의사로 일했다. 그러다 지난 2004년 탈북해 한국에 왔다. 하지만 입국하면서 자신이 화교라는 사실은 숨겼다. 화교는 탈북자 지원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화교라는 사실을 숨기고 정착지원금 등 2500만원 가량을 챙긴 부분은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유씨는 한국에 온 지 2년 만인 지난 2006년 북한에 남아있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장례를 치르기 위해 밀입북을 한다. 화교라 가능했던 일이었다. 공안당국은 이 시기에 유씨가 북한에 포섭돼 간첩이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유씨는 2006년 이후 대외활동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공안당국에 따르면 유씨는 서울의 한 명문대에 편입한 것을 시작으로 탈북자들로 구성된 모임이나 대북 관련 사업에 열중했다. 국정원은 이 같은 활동이 탈북자 정보를 모아 북한에 넘기기 위한 것이었다고 보고 있다.

한편 유씨에게는 유가려라는 이름의 여동생이 한 명 있었는데, 그는 지난 2012년 여동생을 한국으로 데려왔다. 그런데 유씨의 여동생인 가려씨가 한국으로 들어오기 위해 잠시 머무는 합동신문센터에서 난데없이 오빠가 간첩이라는 증언을 한다.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 놓은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은 이렇게 시작됐다.

하지만 재판이 진행되면서 사건은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국정원과 검찰은 유씨의 간첩 혐의를 9가지로 정리해 재판에 넘겼지만 1심에서 9가지 모두 무죄가 나왔다. 거의 유일한 증거인 여동생의 자백도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았다.

심지어 가려씨는 재판과정에서 국정원의 가혹행위로 허위진술을 했다고 폭로한다. 또 재판과정에서 공안당국이 제출한 자료와 변호인 측이 제출한 자료의 내용이 달라 진실공방이 벌어졌는데, 공안당국이 증거로 제출한 유씨의 출입국 기록과 그 출입국 기록에 대한 회신문 등에 대해 중국 당국은 위조된 것이라고 밝혀왔다.

게다가 국정원 협력자 김모씨는 검찰 조사과정에서 "(국정원으로부터) 돈을 받고 위조된 문서를 전달했다"고 진술한 뒤 자살까지 시도하면서 사건은 일파만파로 커지기 시작했다. 한 마디로 국정원이 증인에게 가혹행위를 해 허위진술을 받아내고, 증거를 조작해 간첩혐의를 뒤집어 씌웠다는 것이다. 이후 검찰은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에 대한 '조사'를 '수사' 체제로 공식 전환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세 가지 미스터리가 남아있다. 우선 '진짜로 증거가 조작된 것이냐' 하는 의문이다. 여러 가지 정황상 증거가 조작되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여전히 국정원 측은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지난 11일 민주당 의원 5명이 국정원을 규탄방문한 자리에서 서천호 국정원 제2차장은 "문서를 입수한 직원이 진본이라 하고 있고 우리(국정원)는 그 직원을 믿기 때문에 위조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 국정원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지난 9일 국정원이 사과문을 발표한 이유에 대해서도 "업무처리 과정에서의 미숙함으로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한 사과다. 위조이기 때문에 사과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지방선거 앞두고 과잉충성하다 역효과?
유우성, 간첩인가? 무고한 피해자인가?


여권에서도 국정원 협력자 김모씨의 오락가락 진술 한마디로 위조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검찰 수사를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일부 여당 의원은 "중국과 북한이 형제국가"라며 "중국이 어떠한 다른 의도를 가지고 서로 다른 문서를 제출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까지 했다.

여동생 가려씨에 대한 가혹행위 여부도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가려씨는 합동신문센터에서 179일간 독방에 갇힌 채 여러 가지 가혹행위와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국정원 측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두 번째는 만약 공안당국이 정말 증거를 위조했다면 '왜 위험을 무릅쓰고 증거를 조작했느냐' 하는 점이다. 이번 사건의 변호를 맡고 있는 김용민 변호사는 이에 대해 박원순 서울시장 제압문건의 일환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차적으로는 국정원 직원들의 개인적 영달이나 승진이 기본적인 욕구였겠으나 큰 틀에서 보자면 정치적으로 이용됐다고 판단된다"고 추측했다.

김 변호사는 또 "유씨가 체포된 지난해 1월10일과 기소됐던 지난해 2월23일까지는 원세훈 국정원장 재직시절로, 국정원 댓글사건이 한창 크게 문제되고 있을 때였다"며 "탈북자 출신의 서울시 공무원을 겨냥한 것은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흠집내기성이 아니었겠느냐"고 분석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유씨가 서울시 공무원으로 채용된 것은 오세훈 전 시장 때였으나 공안당국은 유씨의 '간첩행위'(탈북자 명단 대북 전송) 시점을 지난 2012년 7월로 특정함으로써 비난의 화살은 현 박원순 시장에게 쏠렸다.

마지막 미스터리는 '유우성씨의 정체'다. 국정원 협력자 김모씨는 자살을 기도하며 남긴 유서에서 "유우성은 간첩이 분명하다. 증거가 없어 처벌이 불가능하면 추방이라도 하라"고 당부했다. 1심에서 무죄판결을 내린 재판부도 판결문에서 "유씨가 간첩활동을 한 게 아닌지 의심이 든다"며 의심의 여지를 남겼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도 증거조작사건과 간첩사건은 따로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이 사건과 관련해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은 지난 9일 공동기자회견을 열었는데, 생중계 기자회견 직전 현수막에 적힌 국정원 '간첩'조작 사건이란 문구를 종이로 덧대 국정원 '증거'조작 사건으로 급하게 고치느라 기자회견이 잠시 늦어지는 해프닝도 있었다.

실제로 유우성씨는 그동안 수상한 행적을 보여왔다. 지난 2008년엔 영국으로 건너가 영국 정부에 망명을 신청하는가 하면, 지금까지 유가강·유광일·조광일·유우성 등 4개의 이름을 사용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공안당국은 이외에도 탈북 뒤 발급된 주민등록번호 변경 등을 거론하며 유씨의 정체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재판과정에서 공안당국이 유씨에게 "여동생과 메신저 프로그램으로 탈북자 명단을 주고받지 않았느냐"고 추궁하자, 유씨는 처음에는 "메신저 프로그램을 쓴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가 공안당국이 유씨 남매가 PC방에서 메신저 프로그램으로 화상통화하는 모습이 담긴 CCTV 화면을 보여주자 그제서야 메신저 프로그램을 쓴 사실을 실토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의혹들에 유씨와 변호인들은 모두 해명을 내놓긴 했지만 여전히 논란은 진행형이다.

미궁에 빠진 진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금 이 사건으로 언론들에서 난리가 났지만 사실 아직도 부족하다. 9시 뉴스에서 한 시간 내내 떠들어도 모자라지 않을 사건"이라며 "과거 독재정권에서 입맛에 안 맞는 인사들은 강제로 종북혐의를 씌워 숙청하지 않았나? 그런 일이 2014년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것이다. 이는 누구라도 간첩으로 몰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만약 증거조작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공안당국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땅 바닥에 떨어지고 우리나라의 사법체계는 근간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정치권이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보사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여야 모두 공감한 분위기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진일보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보다 더 많은 간첩을 잡으려면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이 부활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건 여당이다. 한 달여 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당론 추진’을 언급하면서부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국가정보원장 출신인 박지원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다만 두 당의 개정안에는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과 관련해 차이가 있다. 국회 본회의 테이블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예상 못한 내부 세작 간첩법 개정안은 지난달 군검찰이 군 정보요원의 신상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 A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언급됐다. 앞서 국방부 검찰단은 정보사 요원 A씨를 기소하면서 ▲군형법상 일반이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했다. 국군방첩사령부가 처음 A씨에게 간첩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으나 군검찰은 수사기록 검토 결과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군형법과 형법은 ‘적’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간첩죄를 적용하는데, 여기서 적은 북한을 의미한다. 군검찰이 A씨에게 간첩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북한과 연계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씨에게 간첩죄가 적용되지 않자 정치권에서는 연일 논란이 이어졌다. 먼저 한 대표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적국’으로 한정했던 간첩죄 적용 범위를 ‘외국’으로 대폭 넓히는 간첩법 개정안도 당론으로 추진 중이다. 한 대표는 지난달 말 국회서 열린 간첩법 개정 입법토론회에 참석해 “이번 국회서 두 가지를 반드시 해내자”며 “간첩법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자. 그리고 그 법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부활시키자”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스파이를 적국에 한정해 처벌한 나라가 있느냐”며 “형법 조항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면 된다. 그러면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지난 1일 당 최고위원회의서도 “민주당이 찬성만 하면 ‘적국’서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명 간첩법은 형법 98조다.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북한 연관성 없으면 관련법 적용 불가 적국 아닌 외국으로 조항 신설 추진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인 북한으로 한정해 북한 외 다른 나라를 위해 간첩 행위를 하더라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적국’을 ‘외국 및 외국인 단체’로 고치는 개정안이 지난 2004년부터 끊임없이 발의됐으나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간첩법 개정안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건 국민의힘이다. 강승규 의원은 지난달 같은 당 의원 24명과 함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엔 허위·조작 정보를 유포해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수행하다 적발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았다. ‘외국, 외국인 단체나 외국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자(안보위협인물)가 허위 사실과 왜곡된 정보를 유포할 경우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간첩 행위를 하거나 간첩을 방조한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인지전을 통해 정부 정책 결정 또는 외교관계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쳐 국가안보를 위협한 경우 10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특히 정보기관 소속으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지난달 말 간첩죄의 적용 범위를 적국서 외국과 국내외 단체 및 비국가행위자로 확대하는 간첩법 개정안(형법·군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외국이 국내에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할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고, 군사기밀뿐 아니라 국가의 핵심기술 및 방위산업기술에 대한 유출 행위에 대해서도 간첩죄를 적용토록 했다. 윤 의원 측은 “현행 간첩법인 형법 98조는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를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하게 돼있다”며 “군형법 13조서도 비슷한 취지의 조항을 두고 있지만 실질적인 적국에 해당하는 북한 외에 어느 나라를 위해서든 간첩 행위를 하거나 방조할 경우나 외국이 국내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하게 되면 처벌을 할 수 없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신중한 민주당 민주당은 국정원장을 지낸 박 의원을 필두로 간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의 법안은 법망 미비를 보완하기 위해 ‘적국’은 물론 ‘외국 정부 또는 그에 준하는 단체 및 외국 정부 산하단체’를 이롭게 하기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자도 7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간첩 행위는 ‘국가기밀을 수집·탐지·보관·누설·전달·중개하는 행위’로 명확히 규정했다. 허위·날조 정보를 온·오프라인상에서 가짜뉴스 형태로 퍼뜨려 사회 혼란을 일으키고 정부 정책과 외교관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처벌하는 조항도 담았다. 이런 행위를 외국 등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저지르는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신분을 위조한 외국 정보기관원(흑색요원)이 인지전을 하다 적발될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가핵심기술 유출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하겠단 구상이다. 박 의원은 “지금도 사이버상으로 자생적 공산주의 친북 세력이 교류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서 접선을 하지 않고 중국, 동남아시아 쪽에서 접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특히 산업기술 보호를 위해서도 간첩법 개정이 필수라고 강조하며 “진보적인 민주당서 내가 주장해야 국민을 설득하고 법안이 통과돼 국가를 지탱하고 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국민의힘 측 법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국정원 대공수사권과 관련해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12월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이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 주도로 통과돼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한 대표가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했다고 해도 야권의 반대가 심한 상황이다. 야권은 대공수사권 폐지는 불법사찰과 간첩 조작 사건 등 국정원의 공안 탄압을 없애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한반도 지금 정보전쟁 중 특히 여야는 최근까지도 대공수사·조사와 관련한 국정원 역할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나아가 대공수사권을 넘어 조사권까지 대폭 축소하자면서 사실상 국정원의 대공수사 ‘완박(완전박탈)’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민주당 이기헌·김현·박홍근·윤건영 의원 등은 지난달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과 관련 사실조회 및 자료 제출 요구권을 폐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가정보원법은 ▲방첩·대테러·국제범죄조직에 관한 정보 ▲국가보안법 위반, 반국가단체와 연계가 의심되는 안보침해행위에 대한 정보 ▲사이버안보와 안보 관련 우주 정보 등에 대해 ‘조사권’을 보장하고 있다. 대공수사권이 없는 대신 현장 조사·문서 열람·시료 채취·자료 제출 요구와 진술 요청 등의 방식으로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개정안에는 이 조사권이 오히려 수사권보다 광범위하게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이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사권의 경우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과 영장주의가 엄격하게 적용되지만, 조사권은 이런 견제는 받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압수수색과 신문 조사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다만 민주당 내부서도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까지 없애는 건 과도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 국정원 근무 경력이 있는 박지원·박선원·김병기 의원은 해당 법안 발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경찰의 대공수사가 제대로 자리 잡히지도 않은 상황서 과거로 회귀하면 경찰 내부의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며 “국정원이 경찰 대공수사에 힘을 실어주는 협력관계로 가는 게 더 옳지 않겠냐”고 전했다. 이 의원은 “대공수사와 정보수집 기능을 분리하는 게 글로벌 스탠다드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막기 위한 핵심요소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국정원 및 정보기관 출신 전문가들은 간첩법 개정이 10년 전부터 추진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3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으며 외국 간첩과 스파이들이 국내서 활동하는 경우가 적었으나 경제 대국이 된 지금은 다르다는 설명이다. 여야 국정원 대조권 두고 기싸움 한국은 미·중·러·일 스파이 ‘천국’ 국정원 파견 업무를 수행했던 부장검사는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사라지면서 간첩과 산업스파이 등 국익에 해가 되는 조직과 인물의 범죄 행위를 포착해도 법률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크게 축소된 건 사실”이라며 “중국과 북한 간첩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표면적으로 우리의 우방국도 간첩이 존재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한 정보기관 출신 관계자는 “중국, 북한은 기본이고 일본, 미국, 러시아, 독일 등 해외 강국들은 국내 수도권서 정보활동을 벌인다. 이들은 외교관(회색), 언론사 특파원, 유학생 등으로 신분을 세탁해 블랙으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해외 각국 대사관에는 정보기관 담당 인사만 2명 이상 근무 중”이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대학가에서는 학생 신분으로 위장한 중국인 ‘산업스파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산업스파이들이 유학생과 연구자로 위장해 국내 대학의 연구실, 연구기관 등에서 암약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대학의 연구실을 매개로 대기업 등의 첨단기술 연구소까지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 역시 이 같은 현실을 알면서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중국인 유학생을 받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불가능한 대학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산업스파이 문제를 공론화했다가 중국인 학생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내 대학에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 수는 2022년 기준 16만6892명으로 2013년(8만 5923명) 대비 2배 가까이 늘었으며 이 중 중국인 비중은 통상 4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강대 등 일부 대학은 중국인 전용 강의까지 개설할 정도다. 본희의 통과 가능성은? 앞으로 한국을 향한 중국의 기술 탈취 시도가 더 강력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중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중국이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 비영리기구인 국제교육원(IIE)에 따르면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수는 2022~2023학년 28만9526명으로 집계돼 37만2532명을 기록했던 2019~2020학년 대비 22% 급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