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양회 근로자 추락사 수수께끼

실종 2시간 지나 신고한 까닭은?

[일요시사=경제1팀] 강원도 쌍용양회 공장에서 근로자 한 명이 매몰돼 숨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작업 중 추락해 변을 당한 것인데 단순 사고사로 마무리되는 듯했다. 그러나 유가족 측에서 새로운 주장이 나왔다. 사측의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인재'라는 것. 유가족 주장에 따라 사건을 재구성해봤다.

지난 3일 강원 동해시 삼화동 쌍용양회 동해공장 야적장에서 근로자 김모씨가 매몰돼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김씨는 야적장 위쪽에 위치한 컨베이어벨트에서 작업하다가 추락해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70년대 후반 쌍용양회 정직원으로 입사해 2007년 정년퇴직을 할 때까지 30여년동안 30년 근속기념패 및 우수사원 표창 2회 등을 받을 정도로 성실히 근무했다. 김씨는 자족들의 만류에도 불구 '손주들 과자 값'이라도 벌겠다며 정직원의 50%도 안 되는 임금을 받으며 퇴직 일주일 만에 쌍용양회 하청직원으로 현장에 복귀했다.

30m 상공서 추락

그러던 지난 3일 오후 5시40분께 집으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차량과 사복은 있는데 근무지에 김씨가 사라져서 수색 중이다. 발견 즉시 연락을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가족들은 집에서 걱정되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연락은 없었고 사측은 "수색 중"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가족들은 오후 6시30분경 쌍용양회 동해공장을 찾아갔다. 도착 당시에도 김씨는 발견되지 않은 상황. 유가족 측에 따르면 김씨의 부인과 사위가 "119에 신고를 했으면 바로 핸드폰 위치추적이 되지 않느냐"고 묻자 그제야 사측은 119에 신고를 했다. 사고현장 근처 사무실에서 대기 하던 김씨의 부인은 쇼크로 인해 동해산재병원으로 이동 응급처치를 받았다. 김씨의 부인은 불과 한 달 전 급성심근경색으로 스텐트 삽입술을 받은 상태였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과 구급대는 즉시 휴대폰 위치추적을 실시했다. 추적 결과를 바탕으로 해당 구역에 대한 수색을 실시했고 김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모자가 발견되면서 수색은 급물살을 탔다. 그리고 밤 11시께 김씨의 시신이 발견됐다. 직접적 사망원인에 대한 조사는 아직 진행 중이지만 사인은 후두파열, 갈비뼈골절, 팔개방골절, 질식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 추정시간은 오후 4시, 추락 후 1시간가량 생존했을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가족 측에 따르면 김씨는 삼척시 신기면에서 파쇄되어 컨베이어벨트로 실어온 원석(석회암 덩어리)을 분류해 저장하는 과정에서 기계에 이상이 발생하면 중앙통제실에 연락해 가동중지를 요청하고 이상유무를 점검하고 재가동을 요청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유가족 측은 "(김씨가) 2시30분께 기계에 이상이 발생되어 컨베이어벨트에 원석을 실어 보내지 말라고 중앙통제실로 무전을 보낸 후 작업완료 후 재가동하라는 무전을 보내지도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중앙통제실에서 임의로 원석을 실어 보내 작업 중이던 아버지가 원석에 맞고 추락한 가능성이 많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측에서는 안전바 미착용으로 인한 개인의 잘못으로 이번 사건을 몰고 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유가족 측은 "안전 규정상 2인 1조가 근무를 하게 되어 있으나 인원이 모자란다는 이유로 모든 라인이 혼자 근무하고 있는 실정이다"고 전했다.

컨베이어벨트서 작업하다 떨어져 사망
유족 측, 사고 고의 은폐 의혹 등 제기

유가족은 이어 "아버지가 추락한 이후에도 다음 교대자가 올 때가지 기계를 가동시켜 시신으로 석회석 더미가 쏟아졌다"며 "원석만 실어 보내지 않았다면 사망에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측의 주장은 달랐다. 쌍용양회 계열사인 쌍용자원개발 관계자는 "쌍용양회 동해공장은 이번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는 추락사고나 안전사고가 단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던 공장"이라며 "모든 근로자들에게 안전바 등의 안전장구를 제공하지만 김씨의 시신이 발견됐을 때 김씨는 안전바를 착용하지 않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김씨는 유가족 측 주장처럼 이상유무 점검 업무를 담당한 것이 아니라 석회석을 파쇄하다 보면 나오는 불순물인 '코팅'을 제거하는 청소 업무를 담당했으며 사고 당시 가로 세로 600 정도 되는 작업판에서 작업하다가 추락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김씨가 실종되고 발견될 때까지 해당 컨베이어벨트 라인의 가동은 중단된 상태였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사측이 김씨가 사라진 뒤 2시간가량이 지나서야 경찰에 신고를 한 이유는 뭘까? 현장에 출동했던 동해소방서에 확인한 결과 최초 신고시간은 오후 7시12분. 신고를 받은 뒤 119 구조대가 즉각 출동해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7시32분이었다. 사고 고의 은폐 의혹이 일고 있는 상황.


책임공방 가시화

사측의 설명은 달랐다. 쌍용자원개발에 따르면 사측은 처음에는 김씨가 퇴근을 한 것으로 파악했다. 김씨의 근무 종료 시간이 오후 5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내에서 김씨의 차량과 사복 등의 개인 물품이 발견됐고 사측은 수색에 나섰다. 집에 갔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가족들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오지 않았다'는 말을 들은 현장 관계자들은 '사고가 났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경찰에 신고를 했다.

회사 관계자는 "유가족 측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며 "가족들의 요청과는 상관없이 회사 총무팀장이 최초 신고를 했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서 안타까운 마음이다"며 "유가족들과 원만한 협의를 이뤄내기 위해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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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