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회의원 연금 수급자 재산현황 공개

"너무 하네" 18억 자산가도 의원연금 탔다

[일요시사=정치팀] 그동안 국회의원들은 만65세가 넘으면 무조건 매월 120만원의 연금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것이 과도한 특혜라는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국회는 지난해 7월 헌정회 육성법을 개정하고 올해 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일요시사>가 단독으로 입수한 국회의원 연금 수급자들의 재산현황을 살펴보면 의원들이 기득권을 완전히 내려놓았다고 하기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았다.

정치쇄신 논의가 있을 때마다 정치권에서는 일명 국회의원 연금으로 불리는 '헌정회 연로회원지원금'이 가장 먼저 도마 위에 올랐다. 전직 국회의원들은 그동안 단 하루라도 국회의원을 역임했다면 만 65세부터 매달 120만원의 연금을 지급받아왔기 때문이다. 이 같은 수급액은 일반 국민들의 경우 박봉을 쪼개 20년 이상 연금을 부어도 받기 힘든 금액이다. 여야가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도 꾸준히 수급액을 상승시켜온 결과였다.

갈 길 먼 정치개혁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 2010년 여야 의원들은 국회의원 연금을 90만원에서 120만원으로 상향시킨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는 헌정회 육성법 개정안을 찬반 토론의 과정도 없이 단 하루 만에 통과시켰다. 당시 개정안 표결과정에 참가한 191명의 의원 중 반대표를 던진 의원은 단 두 명뿐이었다.

수많은 민생법안들이 여야의 극한 대립으로 장기간 계류 중이었지만 헌정회 개정안만큼은 여야가 일치단결해 단 하루 만에 법안을 통과시킨 것이었다. 그런 국회를 지켜보며 국민들은 그저 황당해 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국회의원 연금은 연금 대상자의 재산규모나 다른 연금의 수급 여부와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지급하도록 되어 있어 더욱 심각한 문제였다. 그러다 보니 수십억의 자산을 가진 부유층들도 수급대상에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이로 인해 여론의 뭇매를 맞아온 국회는 결국 지난해 7월 국회의원 연금에 대한 대대적인 손보기에 나섰다. 우선 19대 국회에 처음으로 입성한 초선 의원들부터는 연금을 받을 수 없도록 했다. 또 의원 재직 기간 1년 미만, 공무원 재직이나 공기업 임직원에 있으면서 급여를 받는 자, 유죄확정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하거나 집행이 종료되지 않은 자 등이 연금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리고 가구 월평균 소득이 도시근로자 가구 월평균 이상인 경우(가족 구성원 수에 따라 소득 기준이 다름)와 본인과 배우자의 부채를 제외한 자산이 일정 기준액 이상인 자도 제외하기로 했다.

이처럼 국회의원들은 나름대로의 정치쇄신을 이뤘다며 자화자찬했지만 곳곳엔 꼼수도 있었다. 월평균 소득의 경우 연금소득의 2분의1과 동거인 소득은 제외하도록 했고, 가구당 순자산의 기준에 대해서는 헌정회 정관에 위임했다.

헌정회는 순자산가액을 지난해 국회의원 평균 자산인 18억5000만원으로 설정했는데 이는 서울시 가구당 평균 순자산 3억6600만원과 비교하면 5배나 많은 금액이었다. 이는 당초 국회의원 연금을 아예 폐지하겠다는 약속과 비교하면 한참 후퇴된 것이었다.

재산 몇 푼에 기초수급자 탈락한 사람도 있는데…
복지 챙기랬더니 자기들 복지만 챙긴 의원님들


오히려 지금까지 이런 최소한의 기준도 없이 연금이 지급되어 왔다는 사실에 더욱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개정안이 처음으로 시행된 지난 1월 실제로 국회의원 연금을 지급받은 대상자는 지난해 818명에서 올해 420명으로 크게 줄었다. 하지만 이는 그동안 국회의원 연금이 얼마나 무분별하게 지급되어 왔는지를 보여주는 수치이기도 하다.

실제로 현재 시스템 상에서도 얼마든지 억대 자산가들이 연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었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일요시사>가 단독으로 입수한 헌정회 연로회원지원금 지급 대상자 자산 및 소득표를 살펴보면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었다.

올해 연금을 지급받은 전직 국회의원들의 가구당 순자산의 평균은 4억6800여만원이었다. 서울시 가구당 평균 순자산(3억6600만원)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이중 67명은 무려 10억 이상 자산을 가진 이들이었다. 15억 이상 자산을 신고한 수급자도 16명이나 됐다.

수급자 중 자산순위 1위를 기록한 A 전 의원의 경우는 무려 18억3600만원의 순자산을 신고했지만 월120만원의 연금을 고스란히 지급받고 있었다. 반대로 가장 가난한 전직 국회의원의 경우 부채만 38억8200여만원을 신고하기도 했다.


가구당 월평균 소득이 300만원 이상인 전직 국회의원들도 45명이나 됐다. 이중 13명은 가구당 월평균 소득이 400만원이 넘었고, 2명은 500만원을 웃돌았다.

B모 전 의원의 경우 가구 월평균 소득이 554만원에 달했지만 소득슬라이딩제(※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액과 연로회원지원금 월액을 합산한 금액에서 연로회원의 가구 월평균 소득을 제외한 금액만큼 연로회원지원금을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지급하는 제도)를 통해 올해 67만원의 연금을 지급받았다.

물론 헌정회 측도 할 말은 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의원연금제도가 있는데 한국은 의원연금제도가 없다. 때문에 다른 나라들과의 단순비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7선 의원의 경우 영국에선 연금을 400만원 정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겨우 120만원 받는 게 뭐가 문제냐는 것이다.


상식 밖 연금기준

헌정회 권해옥 사무총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작심발언을 하기도 했다. 권 총장은 국회의원 연금에 대한 비난여론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의원연금제도가 없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국가에 헌신한 분들에 대한 지원은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소신이자 바람"이라며 "사실 국회의 특권 내려놓기에 우리 헌정회가 희생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 시민단체의 관계자는 "생활이 어려운 전직 국회의원의 경우 어느 정도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엔 공감한다. 하지만 호적상에 연락도 닿지 않는 자녀가 있다는 이유로 기초연금수급자에서 탈락하는 국민도 있는 마당에 18억 자산을 가진 전직 국회의원이 매달 120만원의 연금을 지급받는다는 것은 결코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며 "국민들의 복지를 챙겨야 할 국회의원들이 지금까지 자신들의 복지만 챙겨온 것은 아닌지 반성해보고 연금 수급 기준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의원연금 포기 급증, 숨겨진 이유는? 
순자산 공개 꺼리고 특권 거부 명분

국회의원 연금 수급 숫자가 올해 들어 지난해보다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국회 사무처의 ‘의원연금(대한민국헌정회 연로회원지원금) 지원 현황’에 따르면, 지난 1월 수급자는 420명 가량으로 총 4억9700만원이 지원됐다. 지난해의 경우 매월 815~822명이 지원받아 월 평균 9억8000만원, 연간 총 117억8520만원이 지급된 것에 비해 지원규모가 급감한 것이다.

연금 수급의 기준이 높아진 탓도 있지만 순자산을 산정하기 위한 자료제공에 동의하지 않는 의원들과 지원 자격이 되지만 스스로 지원 신청을 포기한 전직 의원도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국회의원 연금이 특권으로 치부되는 분위기에서 기득권 포기를 실천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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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