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제지 '폭탄배당' 흑막

아들 밀어낸 계모 '50억 돈잔치'

[일요시사=경제2팀] 영풍제지의 상식 밖 배당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영풍제지가 폭탄배당을 실시했기 때문이다. 고배당의 배경 중심에는 영풍제지 창업주 이무진 회장의 둘째부인 노미정 부회장이 있다.

영풍제지 창업주의 35세 연하 부인으로 화제가 된 노미정 영풍제지 부회장이 고배당으로 짭짤한 수익을 맛보게 됐다. 이번 배당금으로 노 부회장은 국내 여성 배당갑부 5위를 차지했다. 실적 부진에도 순이익의 대부분을 배당한 영풍제지를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영풍제지의 고배당 배경에 이목이 집중된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영풍제지는 주당 200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지난해에 이은 파격적인 배당으로 시가배당률은 10.54%다. 배당금 총액은 36억9282만원이다.

반면 영풍제지의 실적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풍제지가 6일 보고한 지난해 영업이익은 35억6813만원으로 전년대비 78.3%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943억5972만원으로 전년대비 16.8% 떨어졌다. 당기순이익은 36억9050만원으로 55.1% 줄었다. 영풍제지는 순익을 넘어서는 규모의 현금배당을 실시한 것이다. 회사 측은 실적악화에 대해 "라이너지(골판지 원자재) 판매단가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라고 밝혔다.

여성 배당부자

특히 노 부회장은 이번 배당금으로 24억7000만원을 가져가게 된다. 노 부회장의 지분은 55.63%(123만5182주)로 전체 배당금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벌닷컴이 713개 상장사 배당금 순위를 집계한 조사에서 노 부회장의 배당금은 여성 배당부자 5위를 차지했다. 노 부회장의 배당금은 1위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2위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등과 함께 베스트5 안에 들었다.

영풍제지 창업주인 이무진 회장의 급여까지 더하면 노미정 부회장이 지난해 회사에서 번 돈은 모두 5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9월까지 이 회장, 노 부회장 부부가 받은 보수는 22억7100만원이다. 노 부회장은 22억원의 임원 보수에 배당금 24억원까지 더해 47억원가량을 챙길 수 있다.

노 부회장이 회사 경영권을 넘겨받은 뒤 등기임원 보수는 파격적으로 늘어났다. 등기이사 2인은 이 회장과 노 부회장이다. 지난해 1분기까지만 해도 영풍제지가 두 사람에게 지급한 보수는 약 3억5930만원이었다. 그런데 불과 3개월 만에 지급액은 17억938만원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이후 5억가량이 더 늘어나 22억까지 보수가 올라간 것이다.

앞서 지난 2012년 등기이사 3인에게 지급했던 총 보수는 12억1256만원이었다. 등기이사 1명이 줄었는데도 2명분의 급여가 3인 보수의 2배가량 늘어난 셈이다.

업계에서는 영풍제지가 노 부회장의 증여세 마련을 위해 2년 연속 고배당을 추진했다고 보고 있다. 노 부회장이 내야 할 증여세는 110억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마련하기 위해 자금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분 일부에 대해 주식담보대출이 이뤄진 것도 세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영풍제지는 1970년 설립 이후 40년 넘게 제지산업분야에만 주력해온 중견 판지제조업체다. 영풍제지 창업주인 이무진 회장이 지난해 35세 연하 둘째 부인인 노미정 부회장에게 주식 전량(123만5182주)을 넘겨주면서 화제가 됐다. 노 부회장은 이 회장의 주식을 물려받음에 따라 110억원가량의 증여세를 내야 한다.

하지만 첫 경영을 시작한 노 부회장의 경영 실적은 기대 이하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영풍제지는 파격적으로 배당률을 높였고, 노 부회장은 20억원에 달하는 배당금을 챙겼다. 


실적 부진한데…파격적인 배당 
오너 35세 연하 후처 25억 챙겨
등기임원 보수 22억도 주머니로

폭탄 배당 소식이 또다시 이어지자 영풍제지는 즉각 상한가로 치솟았다. 당일 영풍제지는 코스피 시장에서 전일대비 14.81%(2600원) 상승한 2만150원에 거래를 마쳤다. 고배당 실시 착시효과로 상승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에도 영풍제지는 높은 현금배당으로 상승폭을 높였다. 5월 말 장중최고가 2만5900원으로 고점을 찍었다. 이후 다시 매도세로 돌아서면서 영풍제지 주가는 힘을 못 썼다. 그동안 1만7000원대에 머물다가 이번 고배당 효과로 또다시 급등한 것이다.

영풍제지는 여러 차례의 취재 요구에도 담당자 부재를 이유로 답변을 회피했다. 담당자의 직통번호를 요구했지만 "핸드폰 번호는 명함에도 없고, 알려줄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업계 관계자는 "영풍제지는 회사가 절단이 나건 말건 고배당을 하고 있다"며 "배당과 임원급여로 다 빼먹고 껍데기만 남으면 그때 가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칠 태세다"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영풍제지의 배당정책이 투자자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의를 당부했다.

한국기업구조분석원 관계자는 "기업에 배당을 할 때 평소에 쌓아둔 유보금으로 배당을 할 수도 있지만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순익의 대부분을 배당금으로 가져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오너 일가의 주머니를 채우기 위한 배당 정책은 향후 문제가 될 여지가 많아 보인다"고 당부했다. 지나친 고배당은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부연이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배당금을 많이 하는 것에 대해 좋고 나쁜 것을 떠나 회사의 환경에 따라 배당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지나친 고배당으로 투자자들을 현혹하고 이익을 뽑아내는 것은 위험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찜찜한 고배당

한편 영풍제지 소액주주들은 고배당 소식에도 얼떨떨한 분위기다. 영풍제지 본질가치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영풍제지의 한 소액주주는 "지금 당장은 좋지만 회사의 자산도 못 쌓은 상황에 고배당이라니 뭔가 기분 좋은 배당은 아니다"라며 "장기투자하기에는 찜찜한 회사라 올해 안에 고점을 찍을 시점에 발 뺄 생각"이라고 귀띔했다. 임원들의 보수가 지나치게 높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소액주주는 "회사 실적이 좋지도 않으면서 노 부회장 부부는 보수로만 22억원이 넘는 돈을 챙겼다"고 비판했다.

 

박효선 기자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계모' 부회장은?


노미정 영풍제지 부회장은 ‘베일에 싸인 인물’이다. 알려진 바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노 부회장의 존재가 처음 외부로 알려 진 것은 지난해 3월 영풍제지 2011년 사업보고 공시를 통해서다. 노 부회장은 지난해 말 영풍제지의 창업주 이무진 회장에게서 경영권을 넘겨받으면서 ‘현대판 신데렐라’로 화제를 모았다. 노 부회장은 이 회장의 35세 연하 둘째 부인이다.

당시 이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회사 주식 113만8452주(51.28%)를 자신의 두 아들이 아닌 노 부회장에게 통째로 넘겨줬다. 이로써 노 부회장은 자신이 기존에 갖고 있던 주식 9만6730주(4.36%)를 합해 영풍제지 지분 55.64%를 확보하면서 하루아침에 이 회사의 최대 주주가 됐다.

노 부회장의 등장으로 영풍제지 집안은 난리가 났다. 이 회장의 장남은 노 부회장을 법원과 검찰에 고소·고발했다. 이 회장의 본처는 충격으로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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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