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여성정책' 잡음 왜?

갑자기 여성 띄우기…여성 대통령 눈치보기?

[일요시사=경제1팀] 롯데그룹이 여성이 일하기 좋은 기업문화 조성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여성가족부와 관련내용으로 업무협약을 맺었고 각 계열사들은 여성 임원을 선임했다. 표면적으로는 '유리천장'을 깨겠다는 의미로 해석되지만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잡음이 새어 나오고 있다.


롯데그룹이 지난 1월28일 단행한 2014년도 정기 임원인사에서 여성임원을 늘리기에 나섰다. 롯데그룹은 그간 두꺼운 '유리천장'으로 논란을 빚어왔다. 이번 인사 전까지 롯데그룹의 여성임원은 5명에 불과했다. 전체 임원수는 550여명. 1%도 안 되는 수치다. 롯데그룹 창립년도인 1948년 이래 여성임원은 지난 2010년에 선임된 박기정 롯데백화점 이사가 최초였다.

줄줄이 승진

하지만 이번 인사에서 롯데그룹은 여성임원을 7명까지 늘렸다. 김지은 롯데백화점 해외패션 상품기획(MD) 팀장이 해외패션부문장(이사대우)로 승진했으며 한유석 대홍기획 글로벌 비즈니스팀장도 이사대우로 승진했다. 원래 임원이던 송승선 롯데마트 이사대우와 박선미 대홍기획 이사대우도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달 26일에는 롯데아울렛에서 첫 여성점장이 나왔다. 롯데백화점은 롯데아울렛 대구율하점장에 한지연 과장을 임명했다. 롯데백화점은 영플라자 3개점 점장을 모두 여성으로 채웠지만 매출규모가 더 큰 아울렛 점장에 여성을 임명한 것은 처음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2012년 전문 여성인력 확보를 위해 전격 영입했던 여성팀장들도 승진인사를 단행했다. 변호사 출신의 이설아 관재법무팀장, 회계사 출신 김민아 법인회계팀장이 차장에서 부장으로 승진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말 롯데그룹은 여성가족부와 여성 일자리 확대와 여성이 일하기 좋은 직장 만들기에 협력하는 업무협약을 맺었다. 롯데는 여성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신입사원 채용 시 여성을 30% 이상 선발하고 재직 여성들을 위한 모성보호시설과 일·가정 양립제도를 확산해 나가기로 했다. 그룹은 또 전 계열사에 매주 수요일을 '가족사랑의 날'로 선포, 정시 퇴근을 장려하고, 수요일 롯데월드·롯데시네마 이용고객을 대상으로 할인혜택도 확대하기로 했다.


또한 출산·육아기 여성들이 직장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수유실·직장어린이집·육아휴직·탄력근무 등을 주문하고 경력단절 여성들을 위해 양질의 시간 선택제 일자리 확대에도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롯데가 여성친화정책에 나선 가운데 업계는 롯데가 그에 맞는 충분한 환경을 갖추지는 못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보여주기 식에 그치고 있다는 것. 롯데의 여성 직원 비율은 지난해 상반기 신입사원 채용 기준 36%를 넘어섰다. 또 2008년 95명에 불과했던 여성 간부사원도 지난해까지 총 689명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여성직원들에게 필수적인 직장어린이집은 서울에 단 2곳만을 운영하고 있다.

2010년 3월 임직원 자녀를 대상으로 하는 '롯데백화점 어린이집'(서울 종로구 재동)을 열면서 '유통업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대대적으로 홍보했으나 3년이 지난 지난해 9월 서울 상계동에 직원 자녀를 위한 '롯데 어린이집' 2호점을 개원했을 뿐 시설확대나 추가적으로 어린이집을 개원하려는 노력은 없었다.

반면 경쟁사인 신세계는 4곳을, 삼성전자는 전국 사업장에 총 10개의 어린이집을 운영 중이며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마리오아울렛도 업계 유일하게 직장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여성임원 7명…전체 1%에 해당
서울 내 직장어린이집 불과 2곳
과도한 혜택 역차별 논란 일어

현재 상시근로자가 500명 이상이거나 상시 여성근로자가 300명 이상인 대규모 사업장들은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직장어린이집 설치가 의무화돼 있다. 하지만 기업들이 설치 의무규정을 어겨도 마땅한 제재수단은 없다.

롯데그룹이 여성 우대 정책을 펼침에 따라 남자직원들에 대한 역차별을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롯데그룹 한 직원은 "여성 임원 비율이 낮은 롯데가 여성인재를 육성하는 것은 그룹 이미지 재고 차원에서 반길만한 일이다"면서도 "다만 외부에서 영입한 인사를 2년 만에 전격 승진시킨 것은 그 때문에 승진기회를 놓친 직원들에게 허탈감을 줄 수 있다. 이를 느끼는 것은 여직원들도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임산부 직원에게 출퇴근용 택시비를 지원하고 있고 출산휴가 후 자동으로 1년간 육아휴직을 하도록 하는 제도를 대기업 중 최초로 시행하고 있다. 이밖에 출산선물 지급, 다자녀 출산격려금 등을 실시하고 있으며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한 달간 휴직을 해서 자녀를 돌볼 수 있는 제도도 운영 중이다.

이와 관련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여성 인력 수요의 증가에 따라 여성 인력 채용을 늘리고 있는 것은 맞지만 역차별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며 "어린이집의 경우 직영은 서울 2곳이 맞지만 지방의 경우 사설어린이집과 제휴를 맺는 방법으로 여러 곳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롯데그룹 내부 관계자는 "그룹 내 남자직원들 사이에서 여직원들이 받고 있는 복지 혜택과 제도에 대해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아이를 낳고 싶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며 "특히 자식을 키우고 있는 유부남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고 전했다.

아직 시기상조

일각에서는 롯데그룹의 여성친화정책에 대해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의 여성 임원이 증가했다고 하더라도 불과 7명으로 비율은 1.27%에 불과하다"며 "다른 그룹에 비해 여성 임원 비율은 여전히 떨어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역차별을 운운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한종해 기자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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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