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공백기’ 재계는 지금…

‘옥중’ 회장님 빈자리 황태자들이 땜빵

[일요시사=경제1팀] 대기업 총수들이 잇따라 사법당국의 심판을 받고 경영전반에서 물러나면서 재계가 오너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오너의 공백이 길어질 것으로 보이는 기업은 후계자 양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본의 아니게 시험대에 오르게 된 3·4세 경영인들은 후계자 자질을 입증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형 확정에 따라 지난달 18일 ㈜한화 등 7개 계열사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김 회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횡령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달 11일 파기환송심 끝에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50억원, 사회봉사 300시간을 선고받았다.

김 회장은 또 지난달 말에는 법무부 보호관찰소에 사회봉사연기 신청을 냈다. 법무부에 따르면 김 회장 측은 "구속 기간 중 당뇨, 만성 폐질환, 우울증 등으로 서울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 왔다"며 "현재 건강상태도 좋지 않아 사회봉사명령 연기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철창행 장기화
"대책을 세워라"

대표이사직을 모두 내려놓고 건강까지 악화된 상황에서 김 회장의 경영복귀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김 회장의 차남 동원씨가 경영일선에 한 발짝 다가섰다.

한화그룹에 따르면 동원씨는 한화L&C의 평직원 신분으로 입사해 한화그룹 경영기획실에 파견돼 근무를 시작한다. 동원씨가 주로 맡게 되는 업무는 디지털마케팅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원씨는 평소 IT와 인터넷 방면에 관심이 많이 필요한 경우 실무회의에도 참석해왔다.


동원씨는 미국 세인트폴고와 예일대 동아시아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에 돌아와 공연기획사를 운영하면서 해외 대중음악 가수들의 공연을 취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동원씨의 한화 입사를 두고 재계는 장남에 이어 차남까지 경영에 참여시키면서 오너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 회장의 장남 동관씨는 앞서 2010년 1월 한화그룹에 차장 직급으로 입사, 2011년 12월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으로, 현재는 그룹 핵심사업인 태양광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동관씨는 태양광 사업 실무를 직접 담당하면서 지난해 매출액을 그가 부임한 해 매출액보다 3배 넘게 끌어 올렸다.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은 2012년보다 무려 17배나 증가한 979억원을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원재료인 폴리실리콘 가격이 지난 연말부터 상승세로 전환하면서 동관씨는 영국에서 태양광 발전소를 수주하고 중국, 미국, 일본, 유럽 등에서도 모듈과 셀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한화 김승연 회장 장남 이어 차남도 입성
웅진가 장남 형덕씨 홀딩스 최대주주 등극

승마 국가대표 출신인 3남 동선씨는 미국 유학 중으로 2006년 도하, 2010년에는 광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잇따라 금메달을 따내 올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선전이 예상된다. ㈜한화 지분 보유율은 김 회장이 22.65%, 장남이 4.44%, 차남과 삼남이 1.67% 등이다.

웅진그룹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경영에서 물러나야 했던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최근 16개월간의 법정관리를 마치고 복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웅진홀딩스는 지난달 11일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기업회생절차 조기종결 결정을 받았다. 웅진홀딩스는 그간 웅진코웨이, 웅진케미칼, 웅진식품 등 계열사 매각과 윤 회장 일가의 사재 출연을 통해 1조5002억원의 부채 가운데 1조1769억원(78.5%)을 상환했다. 나머지 3233억원 중 1767억원도 상반기 중 추가로 갚겠다는 계획이다. 이후에는 전체 채무의 9.8%인 1466억원만 남게 된다.
 

웅진그룹은 법정관리 기간 동안 외형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웅진코웨이, 웅진식품, 웅진케미칼 등 주력 계열사를 매각하면서 반토막이 난 것. 그러나 2012년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던 재무구조는 자본잠식에서 벗어났고 부채비율도 174%로 줄어들었다. 


윤석금 회장
다시 꾸는 꿈

윤 회장은 웅진홀딩스 법정관리 졸업 후 "주어진 책임과 역할을 마다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는 '방판 사업'으로 성공한 윤 회장이 이번에도 역시 방판사업을 발판으로 재기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화장품이나 건강식품 분야를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사업구조는 교육, 출판, 태양광, IT컨설칭, 레저산업으로 재편할 예정이다.

70세의 고령인 윤 회장은 지난해 말 지분 대부분을 2세 형제들에게 넘겼다. 웅진홀딩스는 지난해 12월26일 기존 최대주주인 윤 회장이 특수관계인인 형덕(장남)씨, 새봄(차남)씨를 대상으로 장내 시간외 대량매매를 통해 보유 주식 전량을 처분, 최대주주가 형덕씨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형덕씨는 148만5197주가 늘어난 156만8595주(3.67%), 새봄씨는 148만5196주가 늘어난 155만2083주(3.63%)를 추가로 보유하게 됐다. 이로써 형덕씨는 웅진홀딩스의 최대주주(12.52%)가 됐다. 새봄씨는 12.48%를 보유, 웅진홀딩스 지분은 두 형제가 모두 25%를 갖고 있다. 웅진홀딩스 채권단은 웅진홀딩스 회생을 위해 오너 일가가 400억원대의 사재를 출연하고 대신 25%의 지분과 경영권을 보장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웅진씽크빅이 형덕씨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오는 21일 주주총회에 상정한다고 금융감독원에 신고했다. 형덕씨는 웅진씽크빅 신사업추진실장으로 근무 중이다. 신사업추진실은 화장품이나 건강식품 분야의 방판사업 진출 등을 주도한다.

주총에서 안건이 통과되면 형덕씨는 웅진씽크빅 등기이사에 오르면서 사실상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된다. 경영기획실장으로 근무 중인 새봄씨도 웅진홀딩스 사내이사로 신규선임 예정이다. 윤 회장은 지난 1월부터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과 배임 혐의로 공판을 받고 있다. 결심판결은 4월이 돼야 날 것으로 예상된다. 윤 회장이 혐의를 받고 있음에 따라 당장 경영 전면으로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당장 형덕씨가 경영을 이어 받는 것도 무리가 있다. 아직 경영 경험이 적고 37세라는 젊은 나이도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재계는 당분간은 윤 회장이 두 아들을 앞세워 경영공백을 최소화 하면서 차근차근 경영권을 넘기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아버지 아들
나란히 재판

총수의 재판이 예정된 효성그룹의 경우 장남과 삼남에게 경영권 전반이 옮겨지고 있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지난 1월9일 5000억원 상당의 분식회계와 1500억원 상당의 조세포탈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뒤 지난달 5일부터 공판이 진행 중이다. 검찰은 효성이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해외사업에서 대규모 부실이 발생하자 10여년 동안 1조원대의 분식회계를 통해 법인세 수천억원을 탈루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효성 일가는 1990년대부터 보유주식을 그룹 임직원 등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관리하는 수법으로 1000억원이 넘는 차명재산을 마련해 양도세를 내지 않은 의혹도 받고 있다. 홍콩에 세운 페이퍼컴퍼니 등을 통한 주식 위장 거래 의혹과 함께 차명계좌를 통한 주식거래와 양도차익에 대한 조세포탈 의혹도 제기됐다.
 

효성그룹의 후계구도는 장남 조현준 사장과 삼남 조현상 부사장의 대결로 압축된 상황이다. 차남인 조현문 변호사는 지난해 경영에서 물러난 상태. 효성은 지난달 19일 이사회에서 조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을 확정하고 오는 21일로 예정된 정기주주총회에 상정키로했다. 안건이 통과되면 조 부사장은 조 회장과 조 사장, 이상운 부회장과 함께 등기이사직을 2년간 수행하게 된다. 효성은 조 부사장의 등기임원 선임에 대해 "탄소섬유 등 신사업을 육성해낸 성과 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세 아들은 현재까지 치열한 지분 경쟁을 벌여왔다. 지난 2010년 본격화되기 시작한 형제들의 지분 매입은 지난해 3월 조 변호사가 경영에서 손을 떼고 효성 주식 240만주(6.83%)를 매각하면서 조 사장과 조 부사장의 집중적 매입이 시작됐다. 지난해 말까지 9.85%의 지분율을 보였던 조 사장은 지난 2월6일과 7일 각각 3만500주와 3039주 등 총 3만3539주를 장내 매수해 9.95%로 끌어올렸고 9.06%였던 조 부사장의 지분율도 같은 날 3만9500주를 장내 매수하면서 9.18%를 기록하고 있다. 두 형제 모두 조 회장의 지분(10.37%)에 필적한다.

효성그룹은 장자승계 원칙을 표방해왔다. 조 회장 역시 장남으로 고 조홍제 창업주에게 그룹을 물려받았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조 사장이 차기 후계 구도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얘기가 된다. 반론도 있다. 조 사장이 조 회장과 함께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조 부사장에게 기회가 올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조 사장에게 불리한 판결이 날 경우 조 부사장이 치고 들어올 수 있다는 얘기다.

조 회장의 건강상태도 변수다. 조 회장은 세무조사와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건강이 급격이 악화됐다. 조 회장은 정밀 진단이 필요하다는 의료진의 권유를 받아들여 지난 1월21일 암 진단을 위해 미국 LA로 출국했다가 지난달 4일 귀국하기도 했다. 조 회장은 과거 담당 종양으로 수술을 받은 바 있다. 일각에서는 전립선암까지 추가로 발견됐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최근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이재현 CJ 회장은 일부 계열사의 등기이사직에서 사퇴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올해로 임기가 만료되는 일부 계열사의 등기이사에 재선임하지 않는 방식으로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효성 경영승계 조석래 회장 건강이 변수
CJ 1남1녀 주력사에 입사해 경영수업 중

이 회장은 현재 CJ·CJ제일제당·CJCGV·CJ대한통운·CJE&M·CJ오쇼핑·CJ시스템즈 등 7개 계열사의 등기이사를 맡고 있다. 이중 이달 말 임기가 만료되는 계열사는 CJE&M, CJCGV, CJ오쇼핑 등 3곳. 이 회장의 후계자들이 주목을 받는 이유다.

신입사원들 사이에서 '프린스' 찾기 열풍을 몰고 왔던 장남 선호씨는 지난해 6월 CJ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직무교육 차원에서 지주사 내 여러 부서를 거쳐 지금은 CJ제일제당에서 일하고 있다.
 

선호씨가 직무교육을 받을 당시 신입사원들 사이에 '우리들 중 프린스가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그를 찾으려는 소동이 벌어진 일화는 유명하다. 입사동기들은 수더분한 선호씨가 '왕자님'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 후문이다.

장녀 경후씨는 최근 CJ에듀케이션즈에서 CJ오쇼핑 상품개발본부 과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경후씨는 지난 2011년 7월 대리로 CJ 기획팀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시작했으며 그해 12월 CJ에듀케이션즈로 자리를 옮겨 지난해 3월 과장으로 승진했다. 업계는 경후씨가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일을 배워온 만큼 주력계열사인 CJ제일제당에 입성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고 이운형 회장의 세아그룹에서는 장남 이태성 세아홀딩스 상무가 떠오르고 있다. 이 회장이 세상을 등진 후 세아그룹은 지분 상속과 차기 그룹 회장직을 두고 말들이 많았다. 계열분리, 상속 분쟁 등 갖가지 의혹도 난무하기 시작했다. 결국 이 회장의 지분 대부분은 이태성 상무가 승계했고 이후 이태성 상무는 지분율을 늘리기 시작했다. 이 회장 작고 당시만 해도 세아홀딩스 17.95%, 세아제강 10.74%였던 지분율은 세아홀딩스 32.05%, 세아제강 19.12%까지 늘어났다. 이태성 상무와 그의 모친 지분을 합치면 세아홀딩스 지분은 39%대에 이른다.

세아그룹 이태성
새롭게 떠오른 별

비슷한 시기 이 회장의 동생 이순형 회장의 아들 이주성 세아제강 상무도 지분을 늘리기 시작했다. 현재 이순형 회장의 부인과 이주성 상무, 이순형 회장의 세아홀딩스 지분율은 37.16%다.

비어있는 회장직은 이 회장의 미망인 박의숙 세아네트웍스 사장이 채웠다. 이태성 상무는 지난해 12월 세아베스틸 기획본부장으로 겸직 발령됐다. 이로써 이태성 상무는 그룹 경영과 함께 핵심사업까지 맡게 됐다. 그리고 지난달 19일 세아그룹은 이사회를 열고 오는 21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이 상무의 등기이사 신규 선임 안건을 상정키로 했다고 공시했다. 이태성 상무는 미국 미시건대 심리학·언론학을 전공하고 중국 칭와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마쳤다.

 

한종해 기자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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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