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 세븐, 2NE1 등 유명 가수들이 소속된 대형 가요기획사 YG엔터테인먼트(대표 양민석·이하 YG)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YG의 임직원들이 연예인 출연료를 가로챈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것. 이들 임직원이 횡령한 금액은 모두 2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4년 넘게 장기간 출연료 등을 횡령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파장이 예상된다.
빅뱅·2NE1 소속…공연·출연료 7~12년 동안 가로채
국세청 고발…연예인 출연 클럽 3곳은 10억 탈세 혐의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백기봉 부장검사)는 지난 1일 소속 연예인들의 공연 계약 체결 및 출연료 등을 관리하면서 이를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YG 임직원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YG 전 실장 L씨는 지난 2004년 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소속 가수들의 방송 출연료 등 총 18억여 원을 가로챈 뒤 개인 생활비와 유흥비로 사용했다.
또 다른 실장이었던 L씨도 같은 수법으로 6억여 원을 횡령했으며 전 이사 P씨도 8600만여 원을 가로챈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소속 연예인들의 출연료를 회사 모르게 자신의 차명계좌로 입금시켜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YG는 이들이 4년 넘게 출연료를 횡령하는 동안 눈치채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수사는 YG를 세무조사한 국세청의 고발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수개월 동안 YG를 내사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연예기획사들은 관련 수사가 확대될 지도 몰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찰은 소속 연예인들의 출연료를 받아 횡령하는 관행이 다른 연예기획사에도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연예기획사들은 불똥이 자신에게 튀지는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검찰이 출연료 횡령을 관행으로 봤다는 점과 YG가 아닌 다른 연예기획사들도 이 같은 관행이 만연해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4년 넘게 출연료 횡령
‘눈치 못 채고 당했다’
방송사에서 지급하는 방송 출연료 외에 연예인들의 공연료나 행사 출연료 등은 종종 현장에서 받기도 해 회사 내부의 감시망을 피하는 데 악용될 소지가 크다. 연예계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가수들 방송 출연료를 ‘매니저 몫’으로 챙겨 가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아는 오래된 관행이라고 한다. 음악방송 출연료와 예능이나 라디오의 단발성 ‘게스트’ 출연 등은 100% 해당 방송을 섭외한 매니저가 챙겨간다는 것.
출연료도 1~20만원의 소액이 대부분이라 다들 크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MC, 패널, 라디오 DJ, 드라마 같은 고정 스케줄, 즉 많은 금액이 오가는 출연료는 제외된다. 보통 스케줄을 관리하는 실장급 매니저라면 출연료가 입금되는 가수 명의의 통장을 직접 관리하며 자기 통장처럼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현금 수령의 경우도 매니저가 방송국 경리부에서 가서 가수 인적사항을 직접 적어서 내고 수령한다.
단발성 출연료
매니저 몫(?)
행사 출연료도 비슷해서 회사와 연예인간의 계약에 의한 비율로 배분하는 것 외에 비공식적으로 행사를 섭외 한 매니저 몫으로 떼어지는 부분도 있다. 일종의 에이전트 피 같은 것인데 1~20만원 용돈으로 떨어지는 소액부터 10~20% 비율로 나누는 몫까지 가수 인지도, 매니저 능력, 회사사정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매니저가 관리하는 연예인 명의의 통장에 출연료가 입금되면 자기 몫을 뗀 나머지를 회사에 입금하는 것으로 출연료 정산이 끝난다. 여기서 통장에 얼마의 출연료가 찍혀 있더라도 주최 측에 ‘꺾기로 얼마를 내어 줬다’ ‘행사 소개비로 얼마가 나갔다’ 등 매니저가 장난(?)을 치는 경우도 있어 연예인은 자기 이름으로 1억원이 입금된 통장을 보고도 8000만원을 벌었다고 믿어야 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심한 경우엔 ‘무료출연’으로 속여 돈을 가로채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지금은 톱스타 반열에 올라선 여자연예인 L양은 첫 드라마 출연 후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후 같이 다니던 매니저가 스케줄이 없는 날이면 소속사 대표 몰래 지방행사를 잡아 돈벌이에 나서기도 했다. 지방행사 출연료는 행사가 끝난 후 현금으로 받는 게 관례였다.
출연료 횡령은 오랜 관행(?)
YG 도덕성·이미지 크게 손상
이런 일이 관행으로 굳어진 이유 중 하나는 과거 매니저들에겐 월급이 없었기 때문이다. 요즘엔 말단 로드 매니저들도 회사에서 월급을 받지만 불과 몇 년 전에는 월급 없이 실장들이 주는 용돈으로 월급을 대신했다. 그 실장들은 출연료에서 떨어지는 이러저러한 떡고물로 그 돈을 충당했음은 불 보듯 뻔한 것.
모 가수 매니저 J실장은 “예전에는 방송국 경리부 데스크 앞에서 돈을 세던 기획사 실장급 매니저들이 막내 매니저에게 ‘네 몫이다’하며 몇 푼 떼어주는 장면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고 밝혔다.
J실장은 “과거에는 현장 매니저가 소속 연예인들의 출연료 등을 슬쩍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으나 지금은 회사가 철저하게 관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라며 “소속 연예인들을 이용해 부정한 방법으로 출연료를 가로채는 것은 파렴치한 행동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이러한 관행들이 뿌리 뽑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으로 가요계에 종사하고 있는 이들의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이 가해지고 있다. J실장은 “일부 매니저들의 몰지각한 행태로 가요계에 종사하는 매니저 전체가 그런 사람들로 비치는 것이 무척 속상하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가요계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으로 가뜩이나 침체된 국내 가요계에 한파가 불어닥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편 이번 사건과 함께 YG의 실소유주인 양현석 대표와 관련이 있는 3곳의 클럽 대표들도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I씨, G씨, K씨 등은 지난 2005년부터 4년간 클럽 입장료를 현금으로 받는 점을 이용해 현금 매출액을 고의로 누락, 지난 1월까지 10억원의 조세(부가가치세·개별소비세)를 포탈한 혐의다.
파렴치한 행동
뿌리 뽑혔으면
이번 사건으로 YG는 도덕성과 이미지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됐다. 빅뱅과 2NE1이라는 인기 아이돌 그룹을 보유하고 있는 굴지의 연예기획사 전 임원들이 어마어마한 액수의 횡령 범죄에 연루됐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요팬들뿐만 아니라 가요계 관계자들은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