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취임 1주년 '공과' 정밀탐구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거 없고 '빈 수레'가 요란하다?

[일요시사=정치팀] 새정부 출범 1년차는 정권의 명운을 가름하는 해이다. 여론의 기대감이 극대화된 가장 힘이 센 시기로 정권 차원의 프로젝트를 밀어붙일 최적기이기 때문이다. 이 기간을 어영부영 보낼 경우 남은 임기 국정운영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집권 1년차의 공과를 면밀하게 분석하는 것은 남은 임기를 성공적으로 보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25일로 취임 1년을 맞은 박근혜정부의 성적표는 과연 어떨까? <일요시사>가 용인술, 공약이행, 정책, 사회적 시스템 개선 등의 분야로 나눠 세세히 살펴봤다.   
 



국가 경영의 성패는 어떤 사람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갈린다. 때문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용인술은 리더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꼽혀왔다. 특히 현대와 같은 다원화된 시대에서 리더의 용인술이 가지는 중요성은 과거보다 훨씬 더 커졌다. 그러나 지난 1년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박근혜 대통령의 용인술은 후한 점수를 줄 수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수첩의 한계
드러낸 인선
 

박 대통령은 취임 100일을 맞기도 전에 김용준 총리 후보자,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등 장관급 후보자를 포함해 총 14명의 고위직 인사가 낙마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특히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과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은 각각 고위층 별장 성접대 의혹과 대통령 방미 중 성추행 의혹이라는 추잡하고도 한심한 사건에 휘말려 경질됐다. 또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혼외자 의혹에 휘말려 불명예스럽게 자진사퇴했고,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기초연금 공약 이행과 관련해 청와대와 갈등을 빚다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최근에도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잇단 설화로 경질되는 등 박근혜정부 고위층의 수난사는 진행형이다. 

인사 잡음이 반복되며 전문가들은 박근혜정부를 뒤흔들 가장 큰 뇌관으로 재정이나 복지정책, 공약후퇴 논란보다 용인술을 꼽는 경우도 많다. 이는 시스템에 의한 체계적 인선이 아닌 박 대통령의 수첩에서 나온 이른바 '수첩인사' '밀실인사'의 결과라는 것이 청와대 안팎의 대체적 평가다.  

박 대통령이 인사의 중요 원칙으로 내세웠던 '쇄신' '전문성' 등이 실종된 인선의 사례도 많았다. 지난해 8월 김기춘(76) 대통령 비서실장 임명을 시작으로 홍사덕(72)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 현경대(75)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김동호(77) 문화융성위원장, 심대평(73) 지방자치발전위원장, 이원종(72) 지역발전위원장, 한광옥(72) 국민대통합위원장 등 쇄신과는 거리가 먼 충성과 의리가 검증된 원로들이 중용됐다. 또 공천비리로 2차례나 사법부의 처벌을 받은 서청원 의원을 지난해 10월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이 공천한 것도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라는 후문이다.



물론 원로들의 귀환을 꼭 나쁘게만은 볼 수 없지만 인사에 '노·장·청'의 조화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원로들에 편중된 인사는 좋은 평을 받기 어렵다.

윤진숙 전 장관의 후임으로 내정된 이주영 신임 해수부 장관이 해양수산 관련 분야의 경험이 전무함에도 불구하고 임명된 사례서 볼 수 있듯 전문성을 중시하는 원칙도 깨졌다.

취임 초 고위직 후보자 줄줄이 낙마
'고위층 수난사' 아직 현재진행형

더 큰 문제는 인사잡음이 향후에도 불거질 여지가 다분하다는 점이다. 임명 1년 만에 무능력·무소신을 드러냈고 말실수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한 현오석 경제부총리, 군 사이버사 대선개입 의혹의 윗선으로 지목받고 있는 김관진 국방부 장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관련 외압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되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 등에 대한 야권의 사퇴요구가 높아 여론이 쏠릴 경우 이들도 교체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추천→검증→임명→평가→재검증'의 인사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고 지금과 같은 박 대통령의 '나홀로 인사'가 되풀이될 경우 인사문제는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정권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후퇴·지연·파기
공약 '수두룩'
 

박 대통령은 지난 2012년 7월 대선출마를 선언하며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슬로건으로 ▲경제민주화 ▲정치쇄신 ▲국민대통합을 3대 핵심과제로 제시했다. 대선 직전에는 20대 분야 201개의 약속(지역공약 제외)으로 세분화해 공약을 발표했다.

당선 이후 정권의 청사진을 그렸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에서는 '국민이 행복한 희망의 새시대'라는 국정비전 아래 5대 국정목표(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 맞춤형 고용복지, 창의교육과 문화가 있는 삶, 안전과 통합의 사회, 행복한 통일시대의 기반구축)와 20대 국정전략, 140대 국정과제로 다시 정리됐다.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당선에 일조했던 경제민주화 공약은 5대 국정목표 중 하나인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의 하위 국정 전략으로 밀렸다. 

물론 지난해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규제 ▲신규순환출자 금지 ▲하도급 3배 배상제 ▲중기조합 단가조정협의권 ▲부당특약 금지 ▲가맹점주 권리강화 ▲전속고발제 폐지 ▲표시광고법에 동의의결제 도입 등의 경제민주화 법안 입법이 완료됐고, 이에 따른 시행령 개정 등 후속조치도 진행 중이지만 당초 공약에 비해 축소·후퇴했다는 평가가 많다.

정치쇄신과 관련해선 기초단체 선거 정당공천 폐지가 대표적 공약이었지만 새누리당은 '유지' 쪽으로 가닥을 잡았고, 박 대통령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대통합과 관련해선 대통령 직속기구로 국민대통합위원회가 출범했지만 이 기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는 이가 별로 없을 정도로 활약이 미미하다. 오히려 요직에 영남권 인사가 편중되며 영남·보수 중심의 '그들만의 통합'이 이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외에도 복지공약 등 좌클릭 공약들은 줄줄이 후퇴, 지연, 파기됐다. 이미 인수위 시절 주요 공약 150개 가운데 내용후퇴 29건, 내용삭제 41건 등 총70건(47%)의 공약을 후퇴 및 삭제한 박근혜정부는 '공약의 현실화'를 이유로 서서히 복지공약을 뒤집고 있다.

대표적으로 박 대통령의 대표 복지공약인 '기초연금 도입'은 도입 즉시 65세 이상 전원 20만원 지급에서 국민연금과 연계해 소득하위 70%에게 주는 선으로 축소됐다. 현재 여·야·정 협의체를 구성해 국회에서 논의 중이지만 정부안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보건의료 분야의 '4대 중증질환 진료비 전액 국가부담' 공약은 "단계적으로 100% 보장하겠다"에서 가장 부담이 큰 3대 비급여(선택 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는 보장대상에서 제외하는 쪽으로 개선안을 마련해 원안이 폐기됐다.

이외에도 '반값등록금' 공약은 소득 하위 80%까지 소득연계형 국가장학금을 지원해 올해까지 실질적 반값등록금을 실현하기로 했지만, 국가장학금의 지원 기준액을 450만원으로 정해 그보다 학비가 훨씬 비싼 사립대학이 전체 대학의 80%가 넘는 국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또 '고등학교 무상교육' 공약은 올해부터 매년 25%씩 확대해 2017년 전면 무상교육을 실시하기로 했지만 올해 예산에서 완전히 삭감돼 사실상 폐기됐다.

그나마 무상보육 공약은 다른 복지공약과 달리 공약대로 이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재정부담은 지방자치단체에 전가하고 있어 가뜩이나 재정이 궁핍한 지자체의 반발이 심한 상황이다.

공약 대거 파기·수정…해명은 실종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균형외교 성과 

지역공약도 절반가량이 파기 및 후퇴했다. 민주당 민병두 의원이 박근혜정부 출범 1주년 및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가 약속했던 시·도별 공약 121개(핵심공약 106개+세부공약 15개)의 이행 현황을 조사 분석한 결과 지역 핵심공약 중 약 50%가량이(60개) 파기, 후퇴, 지연된 상태로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같은 잇단 공약의 후퇴 및 파기에 박 대통령은 취임 100여일 만에 복지시민단체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의 오건호·최창우 공동운영위원장으로부터 '공약사기죄' '허위사실 유포죄' 등으로 고발당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공약은 전 세계 어느 정치인도 다 지키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다만 별다른 사과나 설명 없이 지나가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내치는 불통
외치는 소통?

대선 직전 불거진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에 대해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모르쇠'로 일관하며 국내 정치는 여야 극한 대치가 1년 내내 이어졌다. 지난해 6월 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후 민주당의 '박 대통령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이 '침묵'하며 파문은 더욱 확산됐다. 민주당은 거리로 나갔고,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등 시민·종교계 일각에선 '대통령 퇴진'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현재 이 사건에 대한 특검 도입을 요구하는 야권과 시민단체의 요구에 새누리당은 '절대 불가'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논란은 향후에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원칙을 강조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균형외교'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박 대통령의 외교에 대해선 긍정적 평가가 많다. 우선 청와대도 외교성과에 대해 "박 대통령이 지난 1년 30여명의 외국 정상과 단독회담을 통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성과를 냈다"고 자평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전임 정부의 친미 일변도의 외교에서 벗어나 '한-중' 관계 강화에 나서 '한중 미래비전 공동성명'을 채택한 것 등은 높이 평가하고 있다.

중국과의 관계를 다지는 한편 미국과는 2015년까지로 예정된 전시작전권 재연기를 추진하는 한편, 미 국방부가 판매자로 나선 F-35A 전투기를 구매하기로 하는 등 동맹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였다.  



남북관계에 있어서는 3년4개월 만에 이산가족상봉 재개라는 성과를 얻었다. 하지만 남북관계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북한의 개혁과 개방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5·24조치 해제,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이 빠진 채 "북한이 먼저 변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상황이다.

갈수록 악화 일변도로 치닫고 있는 한·일 관계는 아베 정권의 극우 행보에 당분간 냉기류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이름으로 공공부분에는 방만경영을 타개하기 위한 개혁이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공공기관의 막대한 부채는 이명박정부의 4대강 사업, 보금자리주택 사업, 원자력 사업 등의 정책을 떠맡아 발생한 부채가 가장 많아 정치적 사업에 공기업이 희생당하지 않기 위해선 여러 외부의 전문가, 시민사회가 참여해 정치적 외압을 차단하는 노력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서는 낙하산 인사의 차단이 급선무지만 박근혜정부는 겉으로는 "낙하산 인사는 없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지속적으로 투입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공기업 파티는 끝났다"라는 현오석 경제부총리의 발언 이후 새로 임명된 40명의 공공기관장·감사 중 15명(37.5%)이 새누리당 출신 정치인이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12월 김성회 전 한나라당 의원은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으로 갔고, 같은 달 한국마사회 회장으로 임명된 현명관씨도 지난 2007년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대선후보 당내 경선캠프 미래형정부기획위원장을 지냈던 인사다. 

낙하산 없다?
실제론 진행형
 

최근에도 지난 17일 한국전력공사 사외이사로 관련 경험이 전무한 이강희·조전혁 전 새누리당 의원, 최교일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임명되는 등 낙하산은 아직 진행형이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지난 18일 "정부가 지난 1년 꾸준히 노력하고 많은 일을 했다고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잘한 게 없다"며 "(새누리)당도 국정원·검찰발 이슈와 청와대를 따라가기에 급급해 국민들에게 뭔가 희망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쓴소리를 가했다.

 

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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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독해진 송영길 역할론

더 독해진 송영길 역할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이미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은 김민석 전 국무총리에게 쏠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그는 누구보다도 ‘정청래 고립 작전’에 힘을 쏟고 있다. 친정청래계의 십자포화를 견디면서까지 존재감을 키우는 그의 의도는 무엇일까? 오는 8월 치러지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전당대회가 다가올수록 당의 내홍도 거세지는 분위기다. 지난달 대표직 사퇴 이후 사실상 연임을 선언한 정청래 전 대표는 ‘민주당 전통성’을 부각시키며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노사모(노무현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 출신인 점 등을 강조하면서 친문(친 문재인) 진영의 표심을 흡수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타깃은 한 명뿐 그런 정 전 대표를 향해 날을 세우는 건 또다른 후보군인 송영길 의원이다. 송 의원은 초반부터 매섭게 정 전 대표를 몰아세우며 그의 적통성 행보를 차단하고 나섰다. 송 의원은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 전 대표가 친노(친 노무현)·친문 등 정체성을 부각한다”는 진행자의 말에 “그는 완전히 노무현 대통령과 등을 져서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며 “다른 분이면 몰라도 정 전 대표는 (친노의) 적통성을 따질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 대표는 2002년 노사모를 기반으로 한 인터넷 정당 ‘정정당당 추진위원회’을 꾸리면서 정치에 입문했지만, 2007년 노무현정부와 대립각을 세운 열린우리당 정동영 당시 의장(현 통일부 장관)과 더 가깝다는 평이 나오면서 적통성을 의심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자 정 전 대표는 “이렇게까지 하느냐. 100% 허위 사실”이라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고, 송 의원은 “당일 정 전 대표를 본 기억이 없어서 (노 전 대통령) 장례식에도 참석도 못했다는 말을 했다”며 사과의 뜻을 건넸다. 송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제 발언의 요체는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 앞에 우리는 모두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라는 사실이다. 다시 이런 비극을 재현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노 전 대통령께서 한미 FTA를 추진할 때 민주당 대부분 의원이 격렬하게 반대했다. 그 선봉에 (당시) 정청래 의원이 있었다”며 또다른 논란을 꺼내 들었다. 이는 친청(친 정청래)계와 친명(친 이재명)계 간의 계파 대리전으로 번졌다.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이제는 한미 FTA 찬반까지 끌어와 당 대표 경선을 혼란스럽게 한다”며 “이런 편파적 파묘 안 하시면 안 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갈등은 필연이지만 팩트로 논쟁하자”며 “적통 논쟁도 하지 말자. 지금은 AI시대”라고 말했다. “네가 친노?” 20년 전 사건까지 파묘 거세게 몰아치는 ‘정청래 고립 작전’ 최 의원은 송 의원의 ‘사당화’ 주장에도 반박했다. 앞서 송 의원은 “대통령과 손발을 맞추려면 할 일이 많은데 우리 민주당은 운동장을 너무 좁게 쓰고 있다. 정 전 대표 측근 아니면 당무에서 거의 배제되고 최고위원도 자기들끼리만 한다”며 사당화를 도마 위로 올렸다. 이에 대해 최 의원은 “송 의원이 정 전 대표를 비난하면 기다렸다는 듯 재래식 언론이 줄줄이 보도한다. 민주당이 극복한 ‘문모닝(하루를 문 대통령 비판으로 시작한다)’의 악몽이 되살아나려 하는데 막을 사람이 바로 송 의원”이라고 주장했다. 논란의 한가운데에 선 정 전 대표는 “소모적 적통 논쟁을 하지 말자”며 싸움을 그만둘 것을 제안했다. 그는 “저는 제 입으로 적통의 적자도 꺼낸 적이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 위대한 대통령 누구의 적통이라고 주장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정 전 대표는 “저는 김대중 대통령을 존경했고, 노무현 대통령을 사랑했으며 문재인 대통령을 좋아했다”며 “이재명 대통령과는 동지이자 전우로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의 폭압을 함께 뚫었다. 12·3 불법 비상계엄 내란의 밤 때는 목숨 걸고 국회 담장을 넘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렇게 말한 것이) 뭐가 문제가 되냐”면서 “제 입으로 말하지도 않은 것을 상상하고 비틀어서 ‘적통이네 아니네’ 하는 언론의 프레임에 맞장구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달 초를 기점으로 민주당의 분위기가 한층 누그러졌다는 평이 나온다. 이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오찬 회동을 하며 지지자 간의 갈등 봉합을 시도했고, 보안수사권 폐지 역시 정부가 먼저 치고 나오면서 논란을 잠재웠다. 퇴로까지 끊었다 정 전 대표의 전당대회 필살기가 사라졌다. 여기에 친문 의원들조차 “하늘에 계신 분들이 (정 전 대표의 적통성을) 인정하겠나” 등 표현으로 거리를 두면서 고립 직전에 놓였다. 정 전 대표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송 의원의 여론전도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송 의원은 정 전 대표에게 힘을 싣는 여의도 밖 스피커와도 각을 세우고 있다. ‘ABC론’ ‘증축·재건축론’ 등을 주장한 유시민 작가를 향해 “간신은 주군 옆에서 권력을 독점해 똑똑하고 새로운 사람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차단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유 작가는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는 과정에서 열렬히 지켜주고 응원했던 사람들이 원했던 것은 증축이었는데, 대통령은 재건축을 하려고 했던 것 같다. 대통령의 자신감이 지나쳤던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민주 진영 코어 지지층이 바란 것은 중도·보수로의 ‘증축’이지만 이 대통령은 원주민(코어 지지층)과 상의 없이 ‘재건축’에 나서 이들이 이탈하고 있다는 증축·재건축론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송 전 대표는 YTN <장성철의 뉴스명당>에 출연해 “충신은 자기 주군의 성공을 위해서 더 똑똑한 사람, 새로운 사람을 계속 영입한다”며 유 작가의 주장을 반박했다. 연일 송 의원의 견제가 이어지고 있지만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지지를 받는 정 전 대표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따라서 김민석 전 총리와 송 의원 둘 중 누구든 결선에 진출해 ‘반 정청래’ 전선을 꾸리는 것이 1차 목표라는 설명에 힘이 실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현 상황에 대해 “지금으로서는 송 의원은 당 대표를 하겠다는 열망보다 정 전 대표를 막겠다는 열망이 더 강해 보인다”고 봤다. 이처럼 정치권에서는 송 의원을 개별 후보가 아닌 김 총리의 페이스메이커로 보는 분위기다. 명심을 등에 업은 김 총리가 거칠게 나올 경우 국정 운영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만큼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은 송 의원이 ‘정청래 저격수’ 역할을 자처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오래전 큰 그림 송 의원의 의중과 상관없이 두 사람의 단일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번 전당대회서 정 전 대표에게 유리한 것으로 알려진 1인1표제가 적용되는 만큼 김 전 총리와 송 의원이 손을 잡는 것이 안전하다는 이유에서다. ‘김민석+송영길 대 정청래’ 구도로 선거를 치른다면 압승도 가능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정치권에서는 전당대회에 출마한 송 의원이 가장 주목을 받는 시점에 김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선언한 후 사퇴하는 시나리오도 점치고 있다. 자신의 지지층 결집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김 전 총리에게 힘을 실어준 뒤 물러서는 방식으로, 이럴 경우 확실한 1 대 1 구도가 만들어지게 된다. 정치권에서는 송 의원이 전당대회를 통해 체급을 키운 뒤 청와대에 외교부 장관 등 자신이 희망하던 자리를 요구하지 않겠냐는 해석도 나온다. 국회 입성 이후 송 의원의 외교부 장관 입각설 등이 꾸준히 나오는 것 역시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그동안 송 의원은 자칭타칭 ‘외교 전문가’로 이름을 알려왔다. 그는 문재인정부 당시 러시아 특사를 지냈으며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과 민주당 동북아평화협력특별위원회 초기 위원장을 지냈다. 21대 국회 전반기에는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꾸준히 외교·통일 정책 비전을 밝혀왔다. 지난 2월 복당을 앞둔 때에는 향후 외교 분야에서 역할을 맡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송 의원은 부산 벡스코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결과 북극 항로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민주당 부산시당 주최 특강에서 “러시아와 미국 등 외교 현안에서 역할을 감당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송 의원은 러시아와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현재 한국은 러시아보다 우크라이나에 더 가까운 입장”이라며 “전쟁 중이라는 특수성이 있지만 아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극 항로를 열기 위해서는 실용주의 외교가 필요하다”며 이정부의 실용주의 노선과 궤를 같이 했다. 그는 최근까지도 활발한 외교 행보를 보였다. 지난달 24일 조정식 국회의장 특사 자격으로 미국 출국길에 올라 전방위 외교 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송 전 의원은 미국 워싱턴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와 미 의회 지도부와 연쇄 면담을 갖고, 북핵 문제와 경제 제재 예외 조치 등 한미 간 주요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복당 후 역할은…” 마음은 다른 곳에? ‘미주민주참여포럼(KAPAC)’이 워싱턴DC의 한 호텔에서 개최한 콘퍼런스에서 송 의원이 이 대통령의 서면 축사를 대독에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에 국민의힘 신지호 전 의원은 송 의원이 “양손에 떡을 다 쥘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이같이 주장하며 “누군가 송 의원에게 ‘너 외교부 장관 할래, 당 대표 할래?’라고 묻는다면 바보가 아닌 이상 당 대표라고 답한다. 이번에 당 대표가 되면 공천권을 쥘 수 있기 때문”이라며 “(선거를) 하다가 여의치 않을 경우 외교부 장관으로 가는 것이고, 지금의 이런 것들이 또 외교부 장관으로 가기 위한 과정이 될 수 있다. 지금 양쪽 접근을 다 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유리한 지점에 서 있는 만큼 송 의원의 당권 레이스 완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21년 치러진 전당대회서 당선된 경험이 있는 만큼 이미 민주당에 조직 기반이 있다는 점에서다. 최근에는 경남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당원 등 100여명이 모여 ‘8·17 전당대회, 응답하라 송영길!’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송 의원의 출마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지금 대한민국은 대내외적으로 복합적인 위기와 갈등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며 “이런 시대일수록 국정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고 당을 하나로 묶어낼 검증된 지도력이 절실하다. 송영길 의원은 ‘이재명 국민주권정부’의 성공적인 국정 운영을 가장 안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정치적 경험과 국가 운영 능력을 갖춘 인물”이라며 평가했다. 친명 좌장으로 불리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8월 전당대회와 관련해 “제가 아는 송영길 의원은 (김 전 총리를 위한) 페이스메이커로 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누구든지 1등을 하기 위해서 나가고, 만약에 결선투표로 간다면 1등, 2등 해서 결선에 가서 이기겠다는 생각일 것”이라며 “송 의원이 누구를 위해서 자기가 페이스메이커로 나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양손에 쥔 꽃놀이패 송 의원 역시 본인이 김 전 총리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는 분석에 대해 “후보자들은 일종의 면접시험을 보고 있는 것이고 인사권자인 당원들께서 판단하실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결선투표 제도가 없다면 단일화 논란이 일어날 수 있지만 전당대회는 제도적으로 결선투표제가 있다”며 완주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만일 송 의원이 전당대회를 완주한다면 정 전 대표와 청와대라는 양강 구도에 변수가 된다. 그의 선택에 따라 이번 전당대회 판세가 갈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그가 페이스메이커가 아닌 ‘게임 체인저’로 바뀔지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여의도 복귀 김민석, 전대 신호탄 김민석 전 국무총리가 당권 경쟁자인 정청래 전 대표를 겨냥해 “지금까지 했던 방식으로 굳이 (대표를) 두 번 할 필요나 필연성은 지금 발견하기 어렵다”고 직격했다. 총리직에서 퇴임해 여의도에 복귀하자마자 이같이 밝힌 김 전 총리는 유튜브 채널 ‘오마이TV’가 공개한 영상에서 “이제는 정청래 전 대표와 다른 색깔, 역량, 스타일, 장점을 가진 리더십이 필요한 때”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지방선거로 (정부 출범 후) 최초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당의 역할 폭과 숙제 크기가 더 넓고 커지고 강해졌다. 이제 당이 더 본격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당이 어떻게 가야 하나, 무엇을 해야 하나에 대한 제 나름의 생각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최대한 반영하고 싶다”며 “대한민국 역사의 황금시대 도래, 그 첫 장을 이재명정부가 열고 있다고 보고 그것을 실제로 만들어내는 일에 모든 걸 다 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올해 초 정 전 대표가 시도했다가 무산된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도 꺼내들었다. 김 전 총리는 “그것(합당)을 풀어가는 데 문제 제기와 과정이 잘못돼서 일을 그르쳤다고 본다”며 “같은 세력은 통합하고 다르면 연대하고, 통합과 연대와 확장이 반드시 필요하다. 통합을 할 것이냐 연대를 할 것이냐의 문제에 대해서는 혁신당이 스스로 명확하게 판단하고 (입장을) 드러내는 것이 좋다”고 제언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