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취임 1주년 '공과' 정밀탐구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거 없고 '빈 수레'가 요란하다?

[일요시사=정치팀] 새정부 출범 1년차는 정권의 명운을 가름하는 해이다. 여론의 기대감이 극대화된 가장 힘이 센 시기로 정권 차원의 프로젝트를 밀어붙일 최적기이기 때문이다. 이 기간을 어영부영 보낼 경우 남은 임기 국정운영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집권 1년차의 공과를 면밀하게 분석하는 것은 남은 임기를 성공적으로 보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25일로 취임 1년을 맞은 박근혜정부의 성적표는 과연 어떨까? <일요시사>가 용인술, 공약이행, 정책, 사회적 시스템 개선 등의 분야로 나눠 세세히 살펴봤다.   
 



국가 경영의 성패는 어떤 사람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갈린다. 때문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용인술은 리더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꼽혀왔다. 특히 현대와 같은 다원화된 시대에서 리더의 용인술이 가지는 중요성은 과거보다 훨씬 더 커졌다. 그러나 지난 1년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박근혜 대통령의 용인술은 후한 점수를 줄 수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수첩의 한계
드러낸 인선
 

박 대통령은 취임 100일을 맞기도 전에 김용준 총리 후보자,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등 장관급 후보자를 포함해 총 14명의 고위직 인사가 낙마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특히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과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은 각각 고위층 별장 성접대 의혹과 대통령 방미 중 성추행 의혹이라는 추잡하고도 한심한 사건에 휘말려 경질됐다. 또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혼외자 의혹에 휘말려 불명예스럽게 자진사퇴했고,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기초연금 공약 이행과 관련해 청와대와 갈등을 빚다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최근에도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잇단 설화로 경질되는 등 박근혜정부 고위층의 수난사는 진행형이다. 

인사 잡음이 반복되며 전문가들은 박근혜정부를 뒤흔들 가장 큰 뇌관으로 재정이나 복지정책, 공약후퇴 논란보다 용인술을 꼽는 경우도 많다. 이는 시스템에 의한 체계적 인선이 아닌 박 대통령의 수첩에서 나온 이른바 '수첩인사' '밀실인사'의 결과라는 것이 청와대 안팎의 대체적 평가다.  


박 대통령이 인사의 중요 원칙으로 내세웠던 '쇄신' '전문성' 등이 실종된 인선의 사례도 많았다. 지난해 8월 김기춘(76) 대통령 비서실장 임명을 시작으로 홍사덕(72)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 현경대(75)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김동호(77) 문화융성위원장, 심대평(73) 지방자치발전위원장, 이원종(72) 지역발전위원장, 한광옥(72) 국민대통합위원장 등 쇄신과는 거리가 먼 충성과 의리가 검증된 원로들이 중용됐다. 또 공천비리로 2차례나 사법부의 처벌을 받은 서청원 의원을 지난해 10월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이 공천한 것도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라는 후문이다.



물론 원로들의 귀환을 꼭 나쁘게만은 볼 수 없지만 인사에 '노·장·청'의 조화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원로들에 편중된 인사는 좋은 평을 받기 어렵다.

윤진숙 전 장관의 후임으로 내정된 이주영 신임 해수부 장관이 해양수산 관련 분야의 경험이 전무함에도 불구하고 임명된 사례서 볼 수 있듯 전문성을 중시하는 원칙도 깨졌다.

취임 초 고위직 후보자 줄줄이 낙마
'고위층 수난사' 아직 현재진행형

더 큰 문제는 인사잡음이 향후에도 불거질 여지가 다분하다는 점이다. 임명 1년 만에 무능력·무소신을 드러냈고 말실수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한 현오석 경제부총리, 군 사이버사 대선개입 의혹의 윗선으로 지목받고 있는 김관진 국방부 장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관련 외압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되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 등에 대한 야권의 사퇴요구가 높아 여론이 쏠릴 경우 이들도 교체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추천→검증→임명→평가→재검증'의 인사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고 지금과 같은 박 대통령의 '나홀로 인사'가 되풀이될 경우 인사문제는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정권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후퇴·지연·파기
공약 '수두룩'
 


박 대통령은 지난 2012년 7월 대선출마를 선언하며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슬로건으로 ▲경제민주화 ▲정치쇄신 ▲국민대통합을 3대 핵심과제로 제시했다. 대선 직전에는 20대 분야 201개의 약속(지역공약 제외)으로 세분화해 공약을 발표했다.

당선 이후 정권의 청사진을 그렸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에서는 '국민이 행복한 희망의 새시대'라는 국정비전 아래 5대 국정목표(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 맞춤형 고용복지, 창의교육과 문화가 있는 삶, 안전과 통합의 사회, 행복한 통일시대의 기반구축)와 20대 국정전략, 140대 국정과제로 다시 정리됐다.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당선에 일조했던 경제민주화 공약은 5대 국정목표 중 하나인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의 하위 국정 전략으로 밀렸다. 

물론 지난해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규제 ▲신규순환출자 금지 ▲하도급 3배 배상제 ▲중기조합 단가조정협의권 ▲부당특약 금지 ▲가맹점주 권리강화 ▲전속고발제 폐지 ▲표시광고법에 동의의결제 도입 등의 경제민주화 법안 입법이 완료됐고, 이에 따른 시행령 개정 등 후속조치도 진행 중이지만 당초 공약에 비해 축소·후퇴했다는 평가가 많다.

정치쇄신과 관련해선 기초단체 선거 정당공천 폐지가 대표적 공약이었지만 새누리당은 '유지' 쪽으로 가닥을 잡았고, 박 대통령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대통합과 관련해선 대통령 직속기구로 국민대통합위원회가 출범했지만 이 기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는 이가 별로 없을 정도로 활약이 미미하다. 오히려 요직에 영남권 인사가 편중되며 영남·보수 중심의 '그들만의 통합'이 이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외에도 복지공약 등 좌클릭 공약들은 줄줄이 후퇴, 지연, 파기됐다. 이미 인수위 시절 주요 공약 150개 가운데 내용후퇴 29건, 내용삭제 41건 등 총70건(47%)의 공약을 후퇴 및 삭제한 박근혜정부는 '공약의 현실화'를 이유로 서서히 복지공약을 뒤집고 있다.

대표적으로 박 대통령의 대표 복지공약인 '기초연금 도입'은 도입 즉시 65세 이상 전원 20만원 지급에서 국민연금과 연계해 소득하위 70%에게 주는 선으로 축소됐다. 현재 여·야·정 협의체를 구성해 국회에서 논의 중이지만 정부안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보건의료 분야의 '4대 중증질환 진료비 전액 국가부담' 공약은 "단계적으로 100% 보장하겠다"에서 가장 부담이 큰 3대 비급여(선택 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는 보장대상에서 제외하는 쪽으로 개선안을 마련해 원안이 폐기됐다.

이외에도 '반값등록금' 공약은 소득 하위 80%까지 소득연계형 국가장학금을 지원해 올해까지 실질적 반값등록금을 실현하기로 했지만, 국가장학금의 지원 기준액을 450만원으로 정해 그보다 학비가 훨씬 비싼 사립대학이 전체 대학의 80%가 넘는 국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또 '고등학교 무상교육' 공약은 올해부터 매년 25%씩 확대해 2017년 전면 무상교육을 실시하기로 했지만 올해 예산에서 완전히 삭감돼 사실상 폐기됐다.

그나마 무상보육 공약은 다른 복지공약과 달리 공약대로 이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재정부담은 지방자치단체에 전가하고 있어 가뜩이나 재정이 궁핍한 지자체의 반발이 심한 상황이다.

공약 대거 파기·수정…해명은 실종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균형외교 성과 

지역공약도 절반가량이 파기 및 후퇴했다. 민주당 민병두 의원이 박근혜정부 출범 1주년 및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가 약속했던 시·도별 공약 121개(핵심공약 106개+세부공약 15개)의 이행 현황을 조사 분석한 결과 지역 핵심공약 중 약 50%가량이(60개) 파기, 후퇴, 지연된 상태로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같은 잇단 공약의 후퇴 및 파기에 박 대통령은 취임 100여일 만에 복지시민단체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의 오건호·최창우 공동운영위원장으로부터 '공약사기죄' '허위사실 유포죄' 등으로 고발당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공약은 전 세계 어느 정치인도 다 지키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다만 별다른 사과나 설명 없이 지나가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내치는 불통
외치는 소통?

대선 직전 불거진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에 대해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모르쇠'로 일관하며 국내 정치는 여야 극한 대치가 1년 내내 이어졌다. 지난해 6월 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후 민주당의 '박 대통령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이 '침묵'하며 파문은 더욱 확산됐다. 민주당은 거리로 나갔고,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등 시민·종교계 일각에선 '대통령 퇴진'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현재 이 사건에 대한 특검 도입을 요구하는 야권과 시민단체의 요구에 새누리당은 '절대 불가'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논란은 향후에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원칙을 강조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균형외교'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박 대통령의 외교에 대해선 긍정적 평가가 많다. 우선 청와대도 외교성과에 대해 "박 대통령이 지난 1년 30여명의 외국 정상과 단독회담을 통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성과를 냈다"고 자평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전임 정부의 친미 일변도의 외교에서 벗어나 '한-중' 관계 강화에 나서 '한중 미래비전 공동성명'을 채택한 것 등은 높이 평가하고 있다.

중국과의 관계를 다지는 한편 미국과는 2015년까지로 예정된 전시작전권 재연기를 추진하는 한편, 미 국방부가 판매자로 나선 F-35A 전투기를 구매하기로 하는 등 동맹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였다.  



남북관계에 있어서는 3년4개월 만에 이산가족상봉 재개라는 성과를 얻었다. 하지만 남북관계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북한의 개혁과 개방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5·24조치 해제,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이 빠진 채 "북한이 먼저 변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상황이다.

갈수록 악화 일변도로 치닫고 있는 한·일 관계는 아베 정권의 극우 행보에 당분간 냉기류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이름으로 공공부분에는 방만경영을 타개하기 위한 개혁이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공공기관의 막대한 부채는 이명박정부의 4대강 사업, 보금자리주택 사업, 원자력 사업 등의 정책을 떠맡아 발생한 부채가 가장 많아 정치적 사업에 공기업이 희생당하지 않기 위해선 여러 외부의 전문가, 시민사회가 참여해 정치적 외압을 차단하는 노력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서는 낙하산 인사의 차단이 급선무지만 박근혜정부는 겉으로는 "낙하산 인사는 없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지속적으로 투입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공기업 파티는 끝났다"라는 현오석 경제부총리의 발언 이후 새로 임명된 40명의 공공기관장·감사 중 15명(37.5%)이 새누리당 출신 정치인이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12월 김성회 전 한나라당 의원은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으로 갔고, 같은 달 한국마사회 회장으로 임명된 현명관씨도 지난 2007년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대선후보 당내 경선캠프 미래형정부기획위원장을 지냈던 인사다. 

낙하산 없다?
실제론 진행형
 

최근에도 지난 17일 한국전력공사 사외이사로 관련 경험이 전무한 이강희·조전혁 전 새누리당 의원, 최교일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임명되는 등 낙하산은 아직 진행형이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지난 18일 "정부가 지난 1년 꾸준히 노력하고 많은 일을 했다고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잘한 게 없다"며 "(새누리)당도 국정원·검찰발 이슈와 청와대를 따라가기에 급급해 국민들에게 뭔가 희망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쓴소리를 가했다.

 

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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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추석 연휴 직후 진행될 국정감사에선 여야가 수많은 현안을 놓고 공방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안을 밀어붙이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자기 앞가림도 어려운 국민의힘이 이번에도 맹탕 국감을 진행하는 데 머무를지 많은 국민이 지켜볼 예정이다. 2025년 국정감사는 13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진행된다. 첫날인 13일엔 국방위·정무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이하 과방위)·국토교통위·법제사법위(이하 법사위)·행정안전위(이하 행안위)·기획재정위(이하 기재위)의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누가 또… 회피성 출장 정치적인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국회 운영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운영위는 대통령비서실 등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 지난달 24일 전체회의서 증인·참고인 명단을 확정할 때, 당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김현지 제1부속실장 출석 여부는 큰 논란이 됐다. 이번 증인·참고인 명단에 김 실장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자 운영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김 비서관은 절대 불러선 안 되는 존엄한 존재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평가받는 김 비서관을 국회에 보내지 않으면, 뭔가 숨기는 게 있기 때문이란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지난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11명은 한 해도 빠짐없이 국감에 출석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간사인 문진석 의원은 “정부 출범 후 6개월 동안은 정부에 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게 관례”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상혁 의원도 “대통령비서실 최종 책임자는 강훈식 실장”이라며 “비서실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여야의 논쟁이 이어지던 지난달 29일 돌연 김 실장을 제1부속실장으로 발령냈다. 김남준 당시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실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1부속실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할 의무가 없다. 김 실장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다. 이 대통령과의 인연을 맺은 시기는 지난 1998년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이 이 대통령에게 소개한 것을 계기로 당시 이 대통령이 설립했던 성남시민모임에 합류했다. 장성철 공감과정책 소장은 지난 8월 “김 실장이 실세라는 소문은 자자했지만 누구도 만나지 않고, 로비도 안 통한다고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실장의 남편은 세무사인데, 사람이 너무 몰려 견디지 못한 남편은 얼마 못 가 개업한 세무사 사무소를 폐업했다”고 설명했다. 신상 정보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채 ‘대통령의 집사’로 통하는 총무비서관으로 임명됐던 인물 사례로는 박근혜정부 당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있다. 이 전 비서관은 박근혜정부 ‘문고리 3인방’ 중 1명으로 거론됐다. 이런 전례가 있어서 야당도 김 실장에 대한 공세를 준비하려고 했다. 김현지 증인 거론되자 급하게 보직 변경 사이버 레커 피해자 쯔양도 참고인 출석 대통령실은 보직 이동으로 이를 피했고, 이는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정치적 구설수로 연결됐다. 김 실장이 대장동 소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야권의 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김 실장이 국회에 직접 출석해 야당의 공세를 받는 일은 피했지만, 여야 간 공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선 오는 14일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의 신청으로 유튜버 쯔양이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쯔양 측도 “국회 출석에 부담이 있었지만, 고민 끝에 사이버 레커 관련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결정했다”면서 출석 의사를 밝혔다. 쯔양은 구제역·카라큘라·주작감별사·크로커다일 등 온라인견인차 공제회에 소속된 유튜버들로부터 “과거사를 폭로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수익금 수십억원을 갈취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구제역은 항소심에서까지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한 경제지의 법조 전문 기자로 근무하면서 이들이 쯔양을 협박하도록 배후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최우석 변호사는 제1심에서 법정 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그외 유튜버들은 각각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이 쯔양을 공갈한 사실이 알려진 후 “기성 언론사와 비교해 사이버 레커에 대한 법적 규제가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어 ▲수익 창출 정지 ▲처벌법 신설 ▲전담 규제 기관 신설 등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방위 국감에선 쯔양의 피해 증언을 토대로 그동안 제시됐던 관련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많은 논점이 제기돼 여야 간 격론이 가장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교육위원회(이하 교육위)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를 겨냥해 리박스쿨 관련 공세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리박스쿨은 ‘이승만·박정희 학교’의 약자로 알려졌다. 리박스쿨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부정선거론에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각에선 “극우 성향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리박스쿨에 대해선 지난 대선서 일명 ‘자손군(자유 손가락 군대)’로 알려진 댓글 조작팀을 운영했단 의혹이 제기됐다. 자손군은 국민의힘 김문수 당시 대선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달면서, 이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함께 달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뜨거울 교육위 리박스쿨은 불과 하루 동안 진행되는 교육을 이수한 이들에게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을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자격증 발급과 초등학교 방과후 강사 알선을 미끼로 댓글 작성을 제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수강생과 교육 이수자를 상대로 김 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있다. 일각에선 “윤석열정부가 리박스쿨에 특혜를 제공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리박스쿨은 서울교대와의 협약을 토대로 서울 소재 10개 학교서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전직 우체국장이었던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교육부의 교육정책 자문위원 직함을 가졌던 것도 그동안 제기됐던 특혜 의혹의 일부분이다. 민주당에선 신문규 전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의 박사 과정 논문 관련 논란도 재점화될 예정이다. 김씨는 국민대 대학원에서 지난 2007년부터 2년 동안 3편의 논문을 작성했다. 이 중엔 ‘회원 유지’를 영문 ‘Member Yuji’로 표기한 논문도 있어 윤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부터 큰 논란이 돼왔다. 아울러 역술인의 홈페이지와 사주팔자 관련 블로그에 게재된 내용을 출처 표기 없이 무단 전재한 논문도 있었다. 논란이 불거진 후 국민대는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국민대는 지난 2021년 “만 5년이 지나 접수된 제보는 처리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검증 시효가 지나 본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혀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여론의 비판을 이기지 못해 재조사에 착수했지만,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학회의 검증 기준을 알 수 없어 검증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의혹을 무마하려고 했다. 김씨의 논문은 지난 2022년 교육위 국감에서도 큰 화제였다. 김지용 국민대 이사장과 임홍재 총장은 해외 일정을 이유로 국감에 출석하지 않았다. 국민대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몰락하고,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난 7월이 돼서야 김 여사의 박사학위를 최종 취소했다. 이에 대해선 “정치 상황 변화에 따른 대응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어, 국감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이사장은 이번 국감서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물론 범여권도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대통령은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이 문재인정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의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려다가 정치적으로 주목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형을 확정받았다가,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딸 조민씨에게도 논문 관련 논란이 있다. 조씨는 한영외고 1학년이었던 지난 2009년 대한병리학회지에 게재된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고, 이를 고려대학교 수시전형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종원 대표 증인으로? 조씨는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 동안 인턴으로 활동한 후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논문은 연구부정행위가 인정돼 게재가 철회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을 둘러싼 비판은 그가 석방된 이후 곧바로 정치 행보에 들어가고 비대위원장까지 맡으며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동원 고려대 총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지난 6월 학생 3명이 사망한 부산 브니엘예고 사태도 국감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사망한 학생들은 전임 강사와 심각한 마찰을 빚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전임 강사의 수업 중 태도를 문제 삼아 고소를 준비하고 있었다. 학교 측에 “부실하게 운영돼 각종 민원이 이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아울러 “교장이 특정 학원과 연결돼 해당 학원에 다녀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선·후배 간 군기도 과도해 폭력적”이란 지적도 이어졌다. 현임숙 브니엘고 교장은 증인으로서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를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정무위에선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연이은 홈플러스 지점 폐쇄가 쟁점으로 두드러진다. 롯데카드에선 지난 8월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약 222만명의 결제 정보가 유출됐고, 47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롯데카드는 지난달 1일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신고했다. 홈플러스는 회생 절차에 돌입한 이후 임대료가 조정되지 않는 점포를 중심으로 총 15개의 점포를 폐쇄했다. MBK 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금융권에서 7조2000억원을 차입했다. 담보는 홈플러스 주식이었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는 5조원대 부채를 떠안았고, 8년 동안 부담한 이자만 약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후 지점 폐쇄에 대해선 “알짜 부동산을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카드와 홈플러스의 최대주주는 MBK 파트너스다. 정무위는 김병주 MBK 파트너스 회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현안 많은 교육위, 여야 불꽃 공방 예상 롯데카드·홈플 논란에 김병주도 국회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선 하이볼 원산지 표기 논란을 놓고,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앞서 백 대표는 매출·수익률 허위 과장 논란이 불거진 연돈볼카츠 사태와 관련해 국감 증인 출석 여부가 거론됐던 적이 있다. 백 대표는 지난 2월 돼지고기 함량 및 가격 논란에 휘말린 빽햄 사태가 불거진 이후 지속해서 그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와 관련해 광범위한 위법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법사위에선 최근 정치권 최대의 이슈로 거론되는 ▲대법관 증원 ▲검찰 해체 ▲조희대 대법원장 논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시도하는 대법관 증원과 검찰 해체 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에 대한 비판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이후 최대 숙원이었던 검찰 해체를 달성했기 때문에 쉽게 물러서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30일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진행했다. 조 대법원장은 출석을 거부했고, 민주당은 고발 조치와 국정감사 증인 소환을 압박 카드로 제시했다. 대법관 증원은 대법원에서 매우 꺼리는 이슈였기 때문에, 이번 법사위 국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사법부의 대결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선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등에 대한 정치적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해선 “윤석열정부가 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반전하기 위해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논란이 이어졌다. 이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으로 신설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경우 “환경부가 재생에너지·원자력 발전을 맡고, 기존 화석연료 정책은 산업부에 남는 등 이원화한다”는 데 따른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선 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국정감사 중 건강보험 재정 등 이슈가 여야 간 공방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간호사 증원 문제도 다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위에선 ▲해병 대원 특검법 ▲비상계엄 사태 ▲합참 이전 비용 등 이슈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선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시설법 위반 논란과 관련해 장형진 영풍 고문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우려되는 맹탕 국감 이번 국감은 이정부 출범 후 처음 진행되는 국감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이 다수의 의석을 앞세워 각종 현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장외 투쟁 ▲중도 공략 ▲특검법 방어 등 당내 현안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많은 현안 앞에서 이전처럼 존재감 부각 목적의 쇼 위주로 진행되는 맹탕 국감으로 끝나진 않을지, 국민의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