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전노예 사건으로 본' 2014 신 인신매매 충격보고서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4.02.17 11:5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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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고차 납치 옛말…이제 돈으로 꼬드긴다

[일요시사=사회팀] 최근 불거진 '염전 노예' 사건과 맞물려 인신매매 피해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염전 업주와 직업소개소 직원의 공모로 수년간 노예처럼 일했다는 두 장애인의 눈물겨운 사연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그러나 '인간일 권리'를 노예처럼 사고파는 범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빚을 갚기 위해 강제로 성을 파는 매춘부와 영문도 모른 채 바다로 끌려간 뱃사람, 친부모로부터 버림당한 신생아들은 지금 인신매매의 피해로 몸부림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011년 발표한 '국민인권의식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성매매 여성은 '인권이 가장 존중되지 않는 집단'(전체 응답자의 84.7%)으로 꼽혔다. 뒤를 이어 가장 많은 응답을 얻은 집단은 노숙인(81.2%)이었다.

흔히 이들은 인권을 말할 때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대표 후보군으로 지목된다. 사회적 편견은 물론이고,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어 감금·강제노동·착취로 유인되는 일은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여성과 노숙인
인신매매 타깃

 

무엇보다 이들은 일상 속 다양한 범죄에 노출돼있다. 살인·강간·폭행 등의 강력범죄는 물론이고, 다수의 성매매 여성과 노숙인이 공통으로 경험하는 인신매매는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윤리의 근간을 흔든다는 측면에서 우려의 대상이다.

넓은 범주로 봤을 때 성매매는 인신매매의 한 유형으로 분류된다. 성매매 여성의 상당수는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성매매에 동원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소 '일반인'이라고 지칭되는 여성도 포주에게 붙잡혀 성을 제공하면 '성매매 여성'이 된다. 이들은 유흥주점이나 성매매 업소로 팔려간 뒤 수시로 매춘을 강요당한다.

관계 법령상 노숙인은 아니지만 여성 가출청소년 역시 인신매매의 타깃이다. 주거지가 없으며, 경제적 자립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10대들은 악덕 포주의 손쉬운 먹잇감이 된다.

남성도 인신매매에서 자유롭지 않다. 18세 미만의 가출청소년과 18세 이상의 노숙인 모두 노동을 제공하는 대가로 인신의 자유를 철저히 구속당한다. "재워주고 먹여주겠다"는 유혹에 넘어간 이들은 강제노역의 현장에서 지옥을 경험한다.

이처럼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처지에 놓인 성매매 여성과 노숙인은 돈벌이를 찾는 인신매매단의 주요 표적이다. 또 전자가 인신매매의 결과로 파생한 집단이라면, 후자는 인신매매될 확률이 타 집단보다 높은 것으로 보고된다. 특히 노숙인이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경우라면 범죄의 확률은 더 높아진다.

 

갈수록 지능화
단속의지 있나

 

일반적인 인신매매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성을 착취하기 위한 인신매매와 노동력을 착취하기 위한 인신매매, 범행의 궁극적인 목적은 돈이다.

지난해 여름 있었던 순천 여대생 납치사건'은 생활고에 시달리던 20대 남성 정모씨가 계획한 인신매매 범죄로 뒤늦게 드러났다.


광주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신현범)는 2013년 12월 정씨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특수강도 및 영리약취 등의 혐의를 인정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당시 정씨는 인터넷을 통해 만난 동년배 A씨와 여성을 인신매매한 뒤 성매매업소 등에 넘기자고 공모했고, 같은 해 6월5일 전남 순천에서 A씨와 친분이 있던 20대 여성 B씨를 납치해 현금 2300여만원과 승용차 1대를 빼앗은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1700만원 상당의 빚 독촉을 받던 정씨는 인터넷에서 장기매매를 알선해 준다는 A씨를 만나 이 같은 범행을 공모했다. A씨 역시 인신매매의 한 유형인 장기매매 브로커를 자임한 셈이다.

 

매춘부·노숙인·장애인·가출청소년 피해 반복
성착취·노동착취 목적…대부분 조직범죄 성향

 

B씨의 남자친구와 고교 동창이었던 A씨는 남자친구가 이벤트를 해준다고 속여 B씨의 의심을 덜 수 있었다. 또 A씨 등은 B씨와 함께 원룸에서 거주하던 C씨까지 납치하려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B씨에게 휴대전화를 건네며, 통화로 C씨를 불러내라고 했던 것.

다행히 이들의 계획은 C씨의 신고로 비교적 조기에 발각됐으며, B씨 역시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인신매매의 잠재적 위험은 오히려 가까운 곳에 있다는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과거 집창촌 등을 중심으로 성매매가 이뤄졌던 시기에는 고액을 미끼로 여성을 유인한 후 업소로 직접 팔아넘기는 수법의 인신매매가 성행했다. 팔려간 여성 중의 상당수는 10대로 추정됐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다시함께상담센터'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 동안 성매매 여성을 집중 상담한 내용을 살펴보면 10명 중 4명이 13∼19세 때 처음 성매매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 대다수는 가정폭력과 성폭력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즉 가정폭력을 피해 가출했다가 브로커 등을 통해 성매매업소로 유입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여성들은 섬으로 팔려갔다. 불과 5년 전의 사건기록만 봐도 인신매매범들은 납치한 여성을 1인당 400만원을 받고 바닷가 어촌마을로 보냈다. 어촌으로 보내진 여성들은 지역 유흥업소나 티켓다방 등에서 성매매를 강요받았다. 집도 없고, 연고도 없는 이들은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다.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하듯 우리 사법당국은 지난해 3월 '인신매매죄'를 형법에 신설했다. 여성이나 미성년자를 납치해 유흥업소 등에 팔아넘기는 범죄에 대해 지금까지 적용했던 약취·유인죄 대신 인신매매죄를 새로이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개정안을 살펴보면 성 착취나 노동력 착취, 장기 적출 등을 목적으로 하는 인신매매 범죄에 대해서는 최대 15년까지 징역형을 선고하도록 명시했다. 또 성추행이나 성폭행, 결혼 등의 목적으로 사람을 사고판 경우에는 징역 1∼10년에 처하고, 자녀를 입양하기 위해 돈거래를 한 경우에는 브로커와 양부모 모두 형사 처벌을 받도록 조문을 넣었다.

그러나 이 법안은 인신매매법 개정을 추진해온 진영으로부터 환영받지 못했다. 법리 적용이 어려운 유명무실한 법안이기 때문이다. 인신매매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수사기관이 ▲인신매매범들의 구체적인 범행 목적을 증명해야 하며 ▲인신매매한 사람을 제3자에게 팔아넘긴 사실이 있어야 하고 ▲인신매매 당한 사람이 스스로의 의지에 반하여 이동의 자유 등을 구속받거나 착취당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대판 인신매매는 피해자가 인신매매범들의 경제적 유인에 넘어가 착취를 미리 인지하거나 인신의 이동(또는 구속)에 동의하는 경우가 많고 ▲인신매매범들은 "사람을 모집해서 넘길 뿐이지 착취의 목적은 없었다"며 법망을 빠져나갈 공산이 크고 ▲심지어는 납치한 사람을 제3자에게 넘기지 않고 '사유화'하는 일이 잦다.

 

성접대와
금융범죄

 

실제로 성매매는 집창촌이나 유흥업소가 아닌 오피스텔이나 숙박업소 등을 중심으로 활황하고 있다. 온라인이 발달하면서 성매매가 개인 간의 거래로 음성화된 탓이다. 때문에 과거 브로커 역할을 했던 인신매매범들은 이젠 본인이 직접 여성들을 관리하는 포주가 되고 있다.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는 지난달 17일 D양 등 여중생 5명을 유인해 강제로 합숙시키고 성접대를 시킨 혐의(공갈 및 감금)로 빌라 임대업자 우모씨와 성접대 알선책 등 4명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우씨가 "월 100만원을 주겠다"고 여중생 5명을 속여 이들을 경기 안양에 있는 한 아파트에 합숙시키고 지난해 5월부터 11월까지 건설 투자자를 상대로 한 성접대와 술 시중에 동원했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우씨는 여중생을 감금하기 위해 조직폭력배 김모씨 등에게 감시를 맡긴 건 물론 전문 안마사를 불러 성접대 교육까지 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우씨는 투자자 최모씨(사립대 강사) 등을 아파트로 초대해 D양 등에게 성접대를 시키고, 이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어 투자자를 협박한 혐의도 받고 있다.


그러나 우씨 일당에게 씌워진 혐의 중에선 인신매매를 찾아볼 수 없다. 우씨 등은 여중생을 다른 곳에 팔아넘기지 않았을 뿐이지 사실상 성노예로 전락시켰다. UN협약에 명시된 국제기준상 우씨 등이 저지른 범죄는 엄연한 인신매매다. 하지만 형법상 이들에게는 보다 경미한 죄목이 붙는다. 때문에 인신매매가 현재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한 번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부 중·고교생 및 20∼30대 사이에서 퍼지고 있는 인신매매와 관련한 괴담은 범죄가 발생했다는 보고 사례도 드물뿐더러 범행 수법에서 현실과 차이를 보인다. '어두운 밤 젊은 여자가 봉고차에 납치됐다'는 식의 레퍼토리는 그야말로 확인되지 않는 괴담이다.

 

 

인신매매단은 이미 지능화됐다. 불과 50m간격으로 CCTV가 있는 한국에서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납치나 인신매매는 범행이 발각될 위험에 비해 기대 소득이 적다. 지난해 발생한 '노숙인 인신매매' 사건은 달라진 인신매매의 한 단면을 드러낸다.

사건을 수사한 경기 양평경찰서의 설명을 종합하면 인신매매단 총책 김모씨 등 18명은 각각 인신매수책, 범행대상 물색책, 유인매도책 등으로 역할을 나눴다. 그런데 이들의 타깃은 가족이 있는 일반 시민이 아니었다. 김씨 등은 집요하게 노숙인만을 노렸다.

이들은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서울역과 용산역 등지에서 일자리를 주겠다며 노숙인 11명(지적장애인 2명 포함)을 꾀었다. 이어 이들은 인천 등지 오피스텔과 여관 등으로 노숙인을 데려가 합숙시키면서 휴대전화, 금융계좌, 사업자등록증 등을 개설해 20여억원의 이득을 챙겼다.

또 이들은 납치한 노숙인의 신용등급을 조회한 뒤 등급에 따라 각각 가격(3등급 750만원, 4등급 650만원, 5등급 550만원, 6등급 450만원)을 매겨, 인신매수책 임모씨에게 모두 6100만원을 받고 노숙인을 팔았다.

가출 상태였던 E씨(지적장애 1급)는 지난해 7월 서울역에서 "일자리를 구해주겠다"는 말에 한 남자를 따라 나섰다. E씨는 서울 전농동에 있는 한 폐업 다방으로 끌려가 목욕을 하고 이발을 했다. 증명사진도 찍었다. 그러나 인신매매단이 호의를 베푼 속내는 따로 있었다.

다음날 이들은 E씨와 함께 장안동에 있는 주민센터에서 E씨의 주민등록증을 발급받고, 인근 은행에서 E씨 명의로 된 계좌를 개설했다. 또 이들은 이동통신 대리점에서 휴대전화 4대를 개통했다. 이튿날에는 문래동 주민센터에서 E씨의 인감증명서를 떼었으며, 조회된 신용도를 근거로 650만원의 가격을 매겨 E씨를 또 다른 인신매매단에 팔아넘겼다. E씨를 인수한 조직은 E씨 명의로 된 인감증명서를 이용, 카드할인·신용대출 등으로 모두 5000여만원을 뜯어냈다.

이처럼 신종 인신매매는 피해자의 신체가 범행의 최종 목적이 아니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또 지적장애를 앓고 있거나 일정한 거주지가 없는 '사회적 약자'가 범행대상이 됐다는 점에서 궁금증을 자아낸다. 이들은 왜 노숙인을 노리는 것일까.

 

브로커 점차 포주화…처벌규정 미흡
사람 따라 등급 매기고 사고팔아

 

시민단체 홈리스행동의 이동현 대표는 "기본적으로 노숙인은 나쁜 일자리(혹은 범죄)로 유인되기 쉬운 동인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명의도용 사건이나 최근 염전 사건 모두 노숙인의 현실적인 욕구를 건드리면서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노숙인은 집이 없거나 배고픈 상태다. 때문에 범죄자들은 '따뜻한 데서 재워줄게' '밥 사줄게' 등의 말로 노숙인의 약한 고리를 파고든다. 그러나 노숙인을 꾀어낸 이들은 곧 본색을 드러낸다. 명의를 빼내 금융범죄에 이용하거나 염전이나 멍텅구리선과 같은 고된 노역장에 돈을 받고 파는 것이다.

특히 노숙인을 상대로 한 인신매매 및 강제노역은 이들의 삶을 통째로 파괴하는 중범죄임에도 사법기관에 의해 적당한 선에서 무마되는 일이 적지 않다.  

이 대표는 "염전이나 무동력선(멍텅구리선) 등에서 노역을 했던 분들을 만나보면 그야말로 노예 형태의 노동을 수개월에서 수년간 강요받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며 "그분들의 말만 온전히 믿을 수는 없겠지만 '해양경찰과 지역주민들이 모두 한통속'이라는 말을 자주 하신다"고 말했다.

한 노숙인은 동물사료만도 못한 식사, 불법감금, 폭력, 고된 노역을 견디다 못해 어선에서 스티로폼을 타고 탈출했다. 다행히 인근을 순찰 중이던 해경에 의해 구조됐지만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또 염전에서 노예처럼 부림을 당한 노숙인은 구조 후에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린다고 한다. 사람과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늘 불안해하며, '잘못했어요'라고 혼잣말을 하는 등 장기간 폭력에 의한 후유증이 남은 것이다.

그러나 치안당국의 조처는 미흡한 실정이다. 이 대표는 "기본적으로 경찰력 강화가 이 같은 연결고리를 모두 끊어낼 거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노숙인을 명의도용 범죄의 주범으로 조작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냐"고 강조했다.

최근까지 경찰은 노숙인 명의로 금융범죄가 발생하면 노숙인을 공범으로 의심하고 수사를 진행했다. 심한 경우 수사과정에서 피의자가 도피하면 아무 것도 모르는 노숙인이 사건의 주범으로 둔갑하는 일도 있었다는 설명이다. '사회적 약자'인 이들에게 가하는 2차 피해다.

 

예나 지금이나
약자만 당한다

 

전문가들은 "전남 신안에서 일어난 이번 인권유린 사건이 빙산의 일각"이라고 입을 모은다. '제2의 염전 노예', '제3의 섬 노예'는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어두운 곳에서 지금도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더불어 인신매매는 사법당국과 치안당국은 물론 정부 각 유관기관의 강력한 의지 없이는 뿌리 뽑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당장 간단한 인터넷 검색만으로 갓 출산한 신생아를 입양시키겠다는 글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개인 간의 아동 입양은 국내법상 불법이며, 국제법상 인신매매로 정의돼 있다. 그러나 아동을 유기의 수단으로 보는 범죄는 되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검찰이나 경찰뿐만 아니라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등 각 기관의 긴밀한 공조가 필요하다. 또 관할 지자치단체의 진정성 있는 대책 마련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 시민들이 '사람을 수단이나 노예로 보는' 구시대적 관행과 결별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인신매매는 결코 근절되지 않을 것이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인신매매법 표류 '국제 권고 무시'

'땜질식 처방' 피해자 놔두고 가해자 처벌만

인신매매 가해자를 처벌하는 형법은 신설됐지만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안은 논의조차 중단돼 땜질식 처방이란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김춘진 의원이 지난해 발의한 인신매매처벌등에관한법률안은 앞서 통과된 형법개정안과 병합 심사되지 못한 채 아직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해당 법안은 국제법인 '팔레르모 의정서'에 근거한 제정법이며, 인신매매 피해자들의 인권 보호를 중심으로 한 특별법 성격을 갖는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국내법상 인신매매죄가 적용키 어려웠던 범죄자들에 대해 포괄적인 혐의적용이 가능해 진다.

민주당 김춘진 의원실의 유경선 보좌관은 "국제 기준과 달리 국내는 인신매매의 정의를 너무 협소하게 보는 것이 문제"라며 "매년 미 국무부가 발표하는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등급이 강등될까 두려워 형법개정안만 급하게 처리한 뒤 계류 중인 법안을 진지하게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팔레르모 의정서에 따르면 인신매매는 범죄의 '행위' '목적' '수단'의 요건을 갖춘 경우 피해자의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인신매매로 규정하게 돼있으며, 보다 적극적인 형태의 피해자 보호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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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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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