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전노예 사건으로 본' 2014 신 인신매매 충격보고서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4.02.17 11:5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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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고차 납치 옛말…이제 돈으로 꼬드긴다

[일요시사=사회팀] 최근 불거진 '염전 노예' 사건과 맞물려 인신매매 피해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염전 업주와 직업소개소 직원의 공모로 수년간 노예처럼 일했다는 두 장애인의 눈물겨운 사연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그러나 '인간일 권리'를 노예처럼 사고파는 범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빚을 갚기 위해 강제로 성을 파는 매춘부와 영문도 모른 채 바다로 끌려간 뱃사람, 친부모로부터 버림당한 신생아들은 지금 인신매매의 피해로 몸부림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011년 발표한 '국민인권의식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성매매 여성은 '인권이 가장 존중되지 않는 집단'(전체 응답자의 84.7%)으로 꼽혔다. 뒤를 이어 가장 많은 응답을 얻은 집단은 노숙인(81.2%)이었다.

흔히 이들은 인권을 말할 때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대표 후보군으로 지목된다. 사회적 편견은 물론이고,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어 감금·강제노동·착취로 유인되는 일은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여성과 노숙인
인신매매 타깃

 

무엇보다 이들은 일상 속 다양한 범죄에 노출돼있다. 살인·강간·폭행 등의 강력범죄는 물론이고, 다수의 성매매 여성과 노숙인이 공통으로 경험하는 인신매매는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윤리의 근간을 흔든다는 측면에서 우려의 대상이다.

넓은 범주로 봤을 때 성매매는 인신매매의 한 유형으로 분류된다. 성매매 여성의 상당수는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성매매에 동원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소 '일반인'이라고 지칭되는 여성도 포주에게 붙잡혀 성을 제공하면 '성매매 여성'이 된다. 이들은 유흥주점이나 성매매 업소로 팔려간 뒤 수시로 매춘을 강요당한다.

관계 법령상 노숙인은 아니지만 여성 가출청소년 역시 인신매매의 타깃이다. 주거지가 없으며, 경제적 자립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10대들은 악덕 포주의 손쉬운 먹잇감이 된다.

남성도 인신매매에서 자유롭지 않다. 18세 미만의 가출청소년과 18세 이상의 노숙인 모두 노동을 제공하는 대가로 인신의 자유를 철저히 구속당한다. "재워주고 먹여주겠다"는 유혹에 넘어간 이들은 강제노역의 현장에서 지옥을 경험한다.

이처럼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처지에 놓인 성매매 여성과 노숙인은 돈벌이를 찾는 인신매매단의 주요 표적이다. 또 전자가 인신매매의 결과로 파생한 집단이라면, 후자는 인신매매될 확률이 타 집단보다 높은 것으로 보고된다. 특히 노숙인이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경우라면 범죄의 확률은 더 높아진다.

 

갈수록 지능화
단속의지 있나

 

일반적인 인신매매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성을 착취하기 위한 인신매매와 노동력을 착취하기 위한 인신매매, 범행의 궁극적인 목적은 돈이다.

지난해 여름 있었던 순천 여대생 납치사건'은 생활고에 시달리던 20대 남성 정모씨가 계획한 인신매매 범죄로 뒤늦게 드러났다.


광주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신현범)는 2013년 12월 정씨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특수강도 및 영리약취 등의 혐의를 인정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당시 정씨는 인터넷을 통해 만난 동년배 A씨와 여성을 인신매매한 뒤 성매매업소 등에 넘기자고 공모했고, 같은 해 6월5일 전남 순천에서 A씨와 친분이 있던 20대 여성 B씨를 납치해 현금 2300여만원과 승용차 1대를 빼앗은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1700만원 상당의 빚 독촉을 받던 정씨는 인터넷에서 장기매매를 알선해 준다는 A씨를 만나 이 같은 범행을 공모했다. A씨 역시 인신매매의 한 유형인 장기매매 브로커를 자임한 셈이다.

 

매춘부·노숙인·장애인·가출청소년 피해 반복
성착취·노동착취 목적…대부분 조직범죄 성향

 

B씨의 남자친구와 고교 동창이었던 A씨는 남자친구가 이벤트를 해준다고 속여 B씨의 의심을 덜 수 있었다. 또 A씨 등은 B씨와 함께 원룸에서 거주하던 C씨까지 납치하려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B씨에게 휴대전화를 건네며, 통화로 C씨를 불러내라고 했던 것.

다행히 이들의 계획은 C씨의 신고로 비교적 조기에 발각됐으며, B씨 역시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인신매매의 잠재적 위험은 오히려 가까운 곳에 있다는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과거 집창촌 등을 중심으로 성매매가 이뤄졌던 시기에는 고액을 미끼로 여성을 유인한 후 업소로 직접 팔아넘기는 수법의 인신매매가 성행했다. 팔려간 여성 중의 상당수는 10대로 추정됐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다시함께상담센터'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 동안 성매매 여성을 집중 상담한 내용을 살펴보면 10명 중 4명이 13∼19세 때 처음 성매매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 대다수는 가정폭력과 성폭력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즉 가정폭력을 피해 가출했다가 브로커 등을 통해 성매매업소로 유입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여성들은 섬으로 팔려갔다. 불과 5년 전의 사건기록만 봐도 인신매매범들은 납치한 여성을 1인당 400만원을 받고 바닷가 어촌마을로 보냈다. 어촌으로 보내진 여성들은 지역 유흥업소나 티켓다방 등에서 성매매를 강요받았다. 집도 없고, 연고도 없는 이들은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다.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하듯 우리 사법당국은 지난해 3월 '인신매매죄'를 형법에 신설했다. 여성이나 미성년자를 납치해 유흥업소 등에 팔아넘기는 범죄에 대해 지금까지 적용했던 약취·유인죄 대신 인신매매죄를 새로이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개정안을 살펴보면 성 착취나 노동력 착취, 장기 적출 등을 목적으로 하는 인신매매 범죄에 대해서는 최대 15년까지 징역형을 선고하도록 명시했다. 또 성추행이나 성폭행, 결혼 등의 목적으로 사람을 사고판 경우에는 징역 1∼10년에 처하고, 자녀를 입양하기 위해 돈거래를 한 경우에는 브로커와 양부모 모두 형사 처벌을 받도록 조문을 넣었다.

그러나 이 법안은 인신매매법 개정을 추진해온 진영으로부터 환영받지 못했다. 법리 적용이 어려운 유명무실한 법안이기 때문이다. 인신매매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수사기관이 ▲인신매매범들의 구체적인 범행 목적을 증명해야 하며 ▲인신매매한 사람을 제3자에게 팔아넘긴 사실이 있어야 하고 ▲인신매매 당한 사람이 스스로의 의지에 반하여 이동의 자유 등을 구속받거나 착취당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대판 인신매매는 피해자가 인신매매범들의 경제적 유인에 넘어가 착취를 미리 인지하거나 인신의 이동(또는 구속)에 동의하는 경우가 많고 ▲인신매매범들은 "사람을 모집해서 넘길 뿐이지 착취의 목적은 없었다"며 법망을 빠져나갈 공산이 크고 ▲심지어는 납치한 사람을 제3자에게 넘기지 않고 '사유화'하는 일이 잦다.

 

성접대와
금융범죄

 

실제로 성매매는 집창촌이나 유흥업소가 아닌 오피스텔이나 숙박업소 등을 중심으로 활황하고 있다. 온라인이 발달하면서 성매매가 개인 간의 거래로 음성화된 탓이다. 때문에 과거 브로커 역할을 했던 인신매매범들은 이젠 본인이 직접 여성들을 관리하는 포주가 되고 있다.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는 지난달 17일 D양 등 여중생 5명을 유인해 강제로 합숙시키고 성접대를 시킨 혐의(공갈 및 감금)로 빌라 임대업자 우모씨와 성접대 알선책 등 4명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우씨가 "월 100만원을 주겠다"고 여중생 5명을 속여 이들을 경기 안양에 있는 한 아파트에 합숙시키고 지난해 5월부터 11월까지 건설 투자자를 상대로 한 성접대와 술 시중에 동원했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우씨는 여중생을 감금하기 위해 조직폭력배 김모씨 등에게 감시를 맡긴 건 물론 전문 안마사를 불러 성접대 교육까지 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우씨는 투자자 최모씨(사립대 강사) 등을 아파트로 초대해 D양 등에게 성접대를 시키고, 이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어 투자자를 협박한 혐의도 받고 있다.


그러나 우씨 일당에게 씌워진 혐의 중에선 인신매매를 찾아볼 수 없다. 우씨 등은 여중생을 다른 곳에 팔아넘기지 않았을 뿐이지 사실상 성노예로 전락시켰다. UN협약에 명시된 국제기준상 우씨 등이 저지른 범죄는 엄연한 인신매매다. 하지만 형법상 이들에게는 보다 경미한 죄목이 붙는다. 때문에 인신매매가 현재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한 번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부 중·고교생 및 20∼30대 사이에서 퍼지고 있는 인신매매와 관련한 괴담은 범죄가 발생했다는 보고 사례도 드물뿐더러 범행 수법에서 현실과 차이를 보인다. '어두운 밤 젊은 여자가 봉고차에 납치됐다'는 식의 레퍼토리는 그야말로 확인되지 않는 괴담이다.

 

 

인신매매단은 이미 지능화됐다. 불과 50m간격으로 CCTV가 있는 한국에서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납치나 인신매매는 범행이 발각될 위험에 비해 기대 소득이 적다. 지난해 발생한 '노숙인 인신매매' 사건은 달라진 인신매매의 한 단면을 드러낸다.

사건을 수사한 경기 양평경찰서의 설명을 종합하면 인신매매단 총책 김모씨 등 18명은 각각 인신매수책, 범행대상 물색책, 유인매도책 등으로 역할을 나눴다. 그런데 이들의 타깃은 가족이 있는 일반 시민이 아니었다. 김씨 등은 집요하게 노숙인만을 노렸다.

이들은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서울역과 용산역 등지에서 일자리를 주겠다며 노숙인 11명(지적장애인 2명 포함)을 꾀었다. 이어 이들은 인천 등지 오피스텔과 여관 등으로 노숙인을 데려가 합숙시키면서 휴대전화, 금융계좌, 사업자등록증 등을 개설해 20여억원의 이득을 챙겼다.

또 이들은 납치한 노숙인의 신용등급을 조회한 뒤 등급에 따라 각각 가격(3등급 750만원, 4등급 650만원, 5등급 550만원, 6등급 450만원)을 매겨, 인신매수책 임모씨에게 모두 6100만원을 받고 노숙인을 팔았다.

가출 상태였던 E씨(지적장애 1급)는 지난해 7월 서울역에서 "일자리를 구해주겠다"는 말에 한 남자를 따라 나섰다. E씨는 서울 전농동에 있는 한 폐업 다방으로 끌려가 목욕을 하고 이발을 했다. 증명사진도 찍었다. 그러나 인신매매단이 호의를 베푼 속내는 따로 있었다.

다음날 이들은 E씨와 함께 장안동에 있는 주민센터에서 E씨의 주민등록증을 발급받고, 인근 은행에서 E씨 명의로 된 계좌를 개설했다. 또 이들은 이동통신 대리점에서 휴대전화 4대를 개통했다. 이튿날에는 문래동 주민센터에서 E씨의 인감증명서를 떼었으며, 조회된 신용도를 근거로 650만원의 가격을 매겨 E씨를 또 다른 인신매매단에 팔아넘겼다. E씨를 인수한 조직은 E씨 명의로 된 인감증명서를 이용, 카드할인·신용대출 등으로 모두 5000여만원을 뜯어냈다.

이처럼 신종 인신매매는 피해자의 신체가 범행의 최종 목적이 아니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또 지적장애를 앓고 있거나 일정한 거주지가 없는 '사회적 약자'가 범행대상이 됐다는 점에서 궁금증을 자아낸다. 이들은 왜 노숙인을 노리는 것일까.

 

브로커 점차 포주화…처벌규정 미흡
사람 따라 등급 매기고 사고팔아

 

시민단체 홈리스행동의 이동현 대표는 "기본적으로 노숙인은 나쁜 일자리(혹은 범죄)로 유인되기 쉬운 동인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명의도용 사건이나 최근 염전 사건 모두 노숙인의 현실적인 욕구를 건드리면서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노숙인은 집이 없거나 배고픈 상태다. 때문에 범죄자들은 '따뜻한 데서 재워줄게' '밥 사줄게' 등의 말로 노숙인의 약한 고리를 파고든다. 그러나 노숙인을 꾀어낸 이들은 곧 본색을 드러낸다. 명의를 빼내 금융범죄에 이용하거나 염전이나 멍텅구리선과 같은 고된 노역장에 돈을 받고 파는 것이다.

특히 노숙인을 상대로 한 인신매매 및 강제노역은 이들의 삶을 통째로 파괴하는 중범죄임에도 사법기관에 의해 적당한 선에서 무마되는 일이 적지 않다.  

이 대표는 "염전이나 무동력선(멍텅구리선) 등에서 노역을 했던 분들을 만나보면 그야말로 노예 형태의 노동을 수개월에서 수년간 강요받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며 "그분들의 말만 온전히 믿을 수는 없겠지만 '해양경찰과 지역주민들이 모두 한통속'이라는 말을 자주 하신다"고 말했다.

한 노숙인은 동물사료만도 못한 식사, 불법감금, 폭력, 고된 노역을 견디다 못해 어선에서 스티로폼을 타고 탈출했다. 다행히 인근을 순찰 중이던 해경에 의해 구조됐지만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또 염전에서 노예처럼 부림을 당한 노숙인은 구조 후에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린다고 한다. 사람과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늘 불안해하며, '잘못했어요'라고 혼잣말을 하는 등 장기간 폭력에 의한 후유증이 남은 것이다.

그러나 치안당국의 조처는 미흡한 실정이다. 이 대표는 "기본적으로 경찰력 강화가 이 같은 연결고리를 모두 끊어낼 거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노숙인을 명의도용 범죄의 주범으로 조작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냐"고 강조했다.

최근까지 경찰은 노숙인 명의로 금융범죄가 발생하면 노숙인을 공범으로 의심하고 수사를 진행했다. 심한 경우 수사과정에서 피의자가 도피하면 아무 것도 모르는 노숙인이 사건의 주범으로 둔갑하는 일도 있었다는 설명이다. '사회적 약자'인 이들에게 가하는 2차 피해다.

 

예나 지금이나
약자만 당한다

 

전문가들은 "전남 신안에서 일어난 이번 인권유린 사건이 빙산의 일각"이라고 입을 모은다. '제2의 염전 노예', '제3의 섬 노예'는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어두운 곳에서 지금도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더불어 인신매매는 사법당국과 치안당국은 물론 정부 각 유관기관의 강력한 의지 없이는 뿌리 뽑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당장 간단한 인터넷 검색만으로 갓 출산한 신생아를 입양시키겠다는 글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개인 간의 아동 입양은 국내법상 불법이며, 국제법상 인신매매로 정의돼 있다. 그러나 아동을 유기의 수단으로 보는 범죄는 되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검찰이나 경찰뿐만 아니라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등 각 기관의 긴밀한 공조가 필요하다. 또 관할 지자치단체의 진정성 있는 대책 마련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 시민들이 '사람을 수단이나 노예로 보는' 구시대적 관행과 결별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인신매매는 결코 근절되지 않을 것이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인신매매법 표류 '국제 권고 무시'

'땜질식 처방' 피해자 놔두고 가해자 처벌만

인신매매 가해자를 처벌하는 형법은 신설됐지만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안은 논의조차 중단돼 땜질식 처방이란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김춘진 의원이 지난해 발의한 인신매매처벌등에관한법률안은 앞서 통과된 형법개정안과 병합 심사되지 못한 채 아직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해당 법안은 국제법인 '팔레르모 의정서'에 근거한 제정법이며, 인신매매 피해자들의 인권 보호를 중심으로 한 특별법 성격을 갖는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국내법상 인신매매죄가 적용키 어려웠던 범죄자들에 대해 포괄적인 혐의적용이 가능해 진다.

민주당 김춘진 의원실의 유경선 보좌관은 "국제 기준과 달리 국내는 인신매매의 정의를 너무 협소하게 보는 것이 문제"라며 "매년 미 국무부가 발표하는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등급이 강등될까 두려워 형법개정안만 급하게 처리한 뒤 계류 중인 법안을 진지하게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팔레르모 의정서에 따르면 인신매매는 범죄의 '행위' '목적' '수단'의 요건을 갖춘 경우 피해자의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인신매매로 규정하게 돼있으며, 보다 적극적인 형태의 피해자 보호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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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