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추적> 광명시 운전면허학원 입찰 의혹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4.02.17 14:2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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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고 친 고스톱' 특정인 밀어주기?

[일요시사=경제1팀] 수도권 서남부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자동차운전면허학원 입찰을 두고 '짜고 친 고스톱'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기존 운영업자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입찰을 밀어주기 위해 일종의 제한 규정을 뒀다는 게 요지다. 관할인 광명시 측은 시민을 위한 조치였다며 관련 내용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 운전면허학원 입찰 과정 중 석연찮은 점을 짚어봤다.




지난해 11월7일 광명시는 한국자산관리공사에서 운영하는 전자자산처분시스템인 온비드와 광명시청 홈페이지를 통해 광명시 하안동 24번지 소재 광명운전면허학원에 대한 '시유 행정재산 사용·수익허가 입찰공고'를 기재했다. 사용료 예정가격(최초 1년분·입찰가)은 9억4734만8000원, 허가기간은 3년으로 했다.

입찰은 제한경쟁·예정가격 이상 최고가 낙찰방식·총액 입찰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공동 도급은 허용하지 않았다. 동일한 가격으로 진행된 1차 입찰과 2차 입찰은 유찰됐다. 약 8억5000만원으로 낮춰져 진행된 3차 입찰도 유찰됐다. 다시 7억5000여만원으로 낮춰져 4차 입찰이 진행됐지만 역시 유찰. 5차에 돼서야 약 6억6000만원에 낙찰됐다.


4차례 유찰 거치며
입찰가 대폭 하락


5차 입찰에는 2명이 참가했다. 시는 최고가를 써낸 윤모씨에게 지난해 12월10일 입찰참가자격을 입증하는 서류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광명시는 2005년도와 2008년도에 진행된 시유 행정재산 사용·수익허가 입찰공고를 공개경쟁입찰방식으로 진행했다. 하지만 이번 2013년도에는 방식을 제한경쟁으로 변경하면서 실적제한과 지역제한을 뒀다.


광명시는 '공고일 전일 기준 최근 10년 이내 자동차운전전문학원을 법정 자격증 보유자(강사, 기능검정원) 수 40인 이상으로 3년 이상 운영한 실적이 있는 자'라는 자격 규정을 추가했다. 여기에 '운영기간에 대한 실적은 공고일 현재 운영 중인 경우 공고일 전일 기준, 휴업 등 미운영중인 경우 운영중지일 전일 기준으로 하며 중복기간은 하나만 계산함'이라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시는 '공고일 전일 기준 경기도에 주된 영업소의 소재지를 둔 법인 또는 개인'만 참여할 수 있다는 지역제한 조항도 추가했다. 이 조항에는 '공고일 전일 기준 만 20세 이상인 자이고 1세대당 1명만 참가 가능하며, 대리인 운영은 불가함'이라는 단서를 붙였다.

윤씨는 공유재산 사용·수익허가 신청서, 본인서명사실확인서, 인감증명서, 주민등록증 사본, 주민등록등본 등 입증 서류를 냈다.

하지만 광명시는 윤씨에게 '제출된 실적증명서에 대표자 성명이 응찰자 본인(윤씨)이 아닌 타인(윤씨의 부친)의 이름으로 기재되어 있으며 응찰자 본인은 학사관리담당자로 기재되어 있어 해당 실적증명서가 응찰자 본인의 실적으로 볼 수 없는 바, 응찰자 본인의 실적을 입증할 보완서류를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윤씨의 부친은 2005년 9월2일부터 2008년 9월30일까지 약 3년간 광명운전면허학원을 운영했다. 같은 기간 윤씨는 학사관리담당자로 학원의 학사관리와 전반적인 업무를 모두 담당했다. 윤씨는 "학원의 성격상 원장 혹은 대표자가 모두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며 "광명운전면허학원의 경우 행정, 전산, 인사 등의 학원 내부 업무를 총괄하는 학사관리자가 실질적인 운영자라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윤씨는 사실 증명을 위해 당시 학감으로 있던 김씨의 인우보증서를 첨부해 시에 제출했다. 이와 함께 43명의 강사와 함께 근무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경기지방경찰청과 주고 받은 '강사 해임안'과 '강사 해임 수리 통지'도 보냈다.


공개경쟁서 돌연 제한경쟁으로 변경
최고가 써내고도 과도한 규정에 발목


이에 광명시는 '학사관리담당자는 고용된 근로자일 뿐 형식적·실질적으로 학원을 운영한 대표자가 아니다. 이에 대한 의견이 있을 경우 소명자료 제출을 요한다'는 내용의 답변을 했다.


윤씨는 "지난해 12월4일 경 담당과인 치수방재과에 문의를 한 결과 '3년 이상 40인 이상으로 운영한 사실에 대한 증명서 발급이 가능하면 입찰해도 된다'는 말을 듣고 입찰에 참가했다”며 경기지방경찰청 교통과 면허계로부터 받은 '학원운영 사실 증명 통지'라는 공문을 보완서류로 제출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광명시는 '학사관리담당자는 학원을 운영한 대표자가 아니다'라는 의견을 고수했고 결국 윤씨에게 '입찰 무효'를 통보했다.




요점은 입찰 공고 '입찰 참가자격' '나'항의 '운영한 실적이 있는 자'이다. 윤씨는 "최초 공고 내용에 자동차학원을 40인 이상으로 3년 내에 운영한 내용에 대한 실적이 있는 자라고만 표기되어 있을 뿐 대표자라는 말이 전혀 기재되어 있지 않다"며 "시가 기존 운영자에게 입찰을 밀어주기 위해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윤씨는 이 같은 내용으로 시에 입찰무효 통보에 대한 이의 신청을 했다.

하지만 광명시가 윤씨에게 보낸 '이의신청에 대한 통지문'을 통해 "자동차운전 전문학원을 '운영'한 실적이 있는 자라 함은 자동차운전 전문학원의 인적, 물적 시설을 조직, 구성하고 전반적인 관리, 경영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그에 따른 업무처리를 행한 사람으로 법인의 경우 대표자, 개인의 경우 사업자, 즉 자동차운전 전문학원의 경우에는 '학원장'이 이에 해당하고, 직원으로 근무한 사람의 경우는 자동차운전 전문학원을 운영한 실적이 있는 자라고 볼 수 없다"고 답변했다.

결국 광명운전면허학원은 차순위자이자 기존 운영자인 A씨에게 낙찰됐다. 이를 두고 광명시가 입찰참가자격을 현재 운영 중인 업체 외에는 참여하지 못하도록 고의적으로 과도한 참가제한조건을 추가시켰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경찰청은 'OK'
광명시는 'NO'


윤씨 측은 경기도에 주된 영업소의 소재지를 둔 법인 또는 개인 중 40명 이상의 규모를 갖추고 운전면허학원을 운영하는 이는 거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경기지방경찰청에서 공개한 지난해 3/4분기(7∼9월) ‘자동차운전전문학원 교육성과 공개(경기1)’에 따르면 경기 서부지역 51개 학원 중 40인 이상 강사를 두고 운영하는 곳은 광명운전면허학원 한 곳에 불과하다.

아직 4/4분기 교육성과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관련 업계는 경기권 전체로 확대한다 하더라도 40명 이상 강사를 보유한 학원은 1∼2곳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윤씨 측은 단 한 사람의 입찰 참여 없이 4차례 동안 유찰된 점도 시가 기존 운영자에게 '몰아주기'를 했다는 근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입찰 참가자격에 모두 부합하는 사람은 현재 운영자밖에 없는데 굳이 높은 가격에 입찰에 응할 필요가 없으며 유찰이 반복되면서 입찰가가 내려갔고 5차에 돼서야 경쟁 입찰자가 나타나자 입찰에 참여했다는 얘기다.


지역·실적제한
공정성 의문


의혹은 또 있다. 윤씨 측은 "기존처럼 공개경쟁 입찰을 했을 경우 입찰 참여자가 늘어나 최초 1차 입찰가 9억5000여만원을 넘는 가격으로 시세외수입을 확보할 수 있었다"며 "4차 유찰을 거치며 예상 1차보다 3억원 가량 하향 조정되며 세수 감소로 이어졌다. 시가 주장하는 안정된 시세외수입 확보는 핑계일 뿐이다"고 말했다.

광명시는 "말도 안 된다"며 펄쩍 뛰었다. 광명시 치수방제과 관계자는 "입찰 공고 당시 경기지방경찰청으로부터 받은 공문을 통해 40명 이상 규모 학원이 경기 남부지역 소재 학원만 6곳이라는 사실을 파악했다"며 "시 자체적으로 조사한 학원도 5∼6곳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광명운전면허학원은 광명시 유일한 운전면허학원이고 자체 시험까지 가능해 많은 광명시민들이 면허학원을 이용함에 따라 서비스 요구수준이 매우 높아져 운영에 많은 전문성이 요구된다"며 "시세외수입의 안정적 확보와 시민들의 편익증진 및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 불가피하게 참가제한조건을 강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명시가 시비를 들여 광명운전면허학원 실내 조명을 모두 LED 조명으로 교체해준 점도 의문이다. 윤씨 측에 따르면 그간 광명시는 광명운전면허학원 시설의 개·보수에 드는 비용 일체를 운영자 측에 부담토록 했다. 입찰 공고에도 '사용·수익허가 받은 재산에 우리시의 승인 없이 시설변경 행위를 할 수 없으며, 사용자가 당 시설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시설투자한 금액은 광명시에서 일체 보상하지 않는다'고 기재되어 있다. 각종 수도 및 가스 등 공공요금에 대해서도 광명시에 일체의 부담을 요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광명시 관계자는 "최근 학원에서 조명 교체를 요구해와 실내등을 LED로 교체해준 점은 사실"이라면서도 "그 동안 시설물 일체에 대한 개·보수를 운영자에게 담당케 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시설물에 대한 비용은 모두 시에서 부담해 왔다. 윤씨 측이 트집을 잡고 있는 것이다"고 반박했다.


'강사 40명 이상'…한 곳밖에 없다!
'3년 이상 운영'…한 곳밖에 없다!


이 관계자는 이어 "시가 자체적인 판단으로 입찰 과정을 진행한 것이 아니라 충분한 법적 검토를 마친 사항이다"며 "제기되고 있는 의혹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광명운전면허학원은 설립 초기부터 갖가지 문제점이 이어졌다. 대한주택공사는 안양천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고 지대가 낮아 상습침수지역이었던 하안동 24번지 일대에 방재목적으로 유수지(홍수 등을 대비해 강 주변에 물이 임시로 머물도록 마련된 곳)를 조성했다. 광명시(당시 전창선 시장)는 지난 1990년 3월6일 주택공사와 하안유수지 인계·인수 협약을 체결하고 이튿날 바로 유수지 대부 입찰공고를 냈다. 수익창출을 위해 유수지를 민간에 임대해 시세외수입을 증대한다는 명분이었다. 그 결과 5000여평에 해당하는 골프연습장은 김모씨가, 광명운전면허학원은 채모씨가 수의 계약으로 따냈다.




첫 번째 문제는 해당 건축물 준공검사일이었던 90년 9월8일 경 벌어졌다. 감사원 감사가 벌어진 것. 결과는 도시계획법 위반으로 나왔다. '완충녹지'로 되어 있는 유수지에는 도시계획법상 건축이 허가되지 않는다는 것.


하지만 광명시는 두 업자에게 공유재산 사용허가를 연장해줬다. 이에 감사원은 91년 가을 재감사를 벌여 광명운전면허학원과 골프연습장에 위법 사항이 해결될 때까지 사용 중지 조처 및 이행 여부 철저 확인 처분을 내렸다.

광명시는 감사원 지시를 무시했다. 시설 합법화를 위해 시 조례를 개정하고 경기도에 도시계획시설 변경을 신청했다. 그러던 중 당시 광명시 수도과장이 두 시설물 업자로부터 2000여만원을 받고 시설물 건축허가를 내준 사실이 밝혀지면서 구속됐고 파면 당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시측 "트집 잡기"
관련 의혹 부인


경기도는 광명시의 요구를 연거푸 불허했다. '완충녹지란 유수지 인근 주택가와의 완충 역할이 목적인데 대책 없는 완충녹지 전면 폐지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반려 이유였다.

그러나 2000년 완충녹지가 일반녹지로 변경이 가능하다는 도시계획법이 개정됐고 그제야 정식 준공허가가 떨어져 광명시에 기부채납되면서 건축 10년 만에 광명운전면허학원과 골프연습장은 공유재산 사용허가를 체결했다.

그 후 2003년 11월 임대기간이 만료돼 광명시가 기존 수의계약 방식에서 '공개입찰' 방식의 위탁운영 결정을 내렸지만 기존 운영자들이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2008년에는 운영자가 3개월 분의 사용료를 미납하면서 법적제재에까지 돌입하는 등 문제점은 끊이지 않았다.


한종해 기자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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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