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10대 보복 성범죄 천태만상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4.02.12 09: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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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 두려워…일진 선배들에게 성상납

[일요시사=사회팀] 여학생이 자신의 남자친구를 시켜 같은 반 친구를 성폭행하는가 하면 남학생이 헤어진 여자친구를 친구들에게 넘겨 집단 성폭행하도록 하는 등 충격적인 성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청소년기의 단순한 일탈을 넘어 보복심과 증오심이 뿌리내린 이들의 범죄는 그 수법에서 상상을 뛰어넘는 악랄함을 보인다. 때문에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들에 대한 법적 처벌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친구에 대한 복수심으로 성폭행을 사주한 고등학생 김모(18)양이 실형을 선고받은 가운데 철없는 10대들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복수심 때문에
친구를 성폭행

지난 2일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윤강열)는 자신의 남자친구를 시켜 학교 친구인 A양을 성폭행하도록 한 김양에게 징역 장기 2년6월(단기 2년)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12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김양의 남자친구인 김모(19)군은 특수강간 등 혐의로 김양과 같은 형량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날 판결문에서 "사소한 복수심 때문에 남자친구에게 피해자를 성폭행해달라며 지속적인 요구를 한 점, 수면유도제 사용을 권한 점 등을 비춰봤을 때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김양의) 나이가 어리고 범죄전력이 없으며 잘못을 반성하는 점,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해 김양은 같은 학교를 다니고 있는 A양으로부터 화장품을 빼앗았다. 그러자 A양은 "김양이 내 화장품을 빼앗았다"며 자신의 담임선생님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담임선생님은 김양을 다그쳤고, 앙심을 품은 김양은 자신의 남자친구에게 A양을 성폭행하라고 요구했다.

최초 김군은 김양의 요구를 흘려 넘겼다. 그러나 거듭된 재촉에 마음이 흔들렸다. 지난해 6월15일 수원의 한 모텔로 A양을 데려간 김군은 수면유도제를 먹인 뒤 성폭행을 시도했다. A양과 강제로 관계를 맺은 김군은 결국 김양과 나란히 법정에 섰다.

남친 시켜 같은반 친구 성폭행
모텔 데려가 수면유도제 먹여

이번 판결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 만연한 학교폭력의 어두운 그림자를 떠올리게 한다. 특히 일부 10대들의 계획적인 성범죄는 평범한 어른들의 눈과 귀를 의심케 한다.

일선에서 학생들을 지도했던 한 교사는 "한 남자 아이가 자신의 친구에게 '누구랑 잤다'며 자랑하는 걸 들은 적이 있는데 알고 보니 그 둘은 잘 아는 사이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즉 친구들의 꼬드김에 여학생과 강제하다사피 성관계를 맺고 이를 훈장처럼 떠벌리는 일이 있다는 것이다.
과거 청소년을 상담했던 한 관계자도 "학기가 시작하면 모르는 여자 아이를 무작위로 찍고 스토커처럼 따라 붙는 것이 남학생들 사이에서 꽤 유행이 됐는데 이 과정에서 성추행은 물론 성폭행을 시도하는 사례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여학생 입장에서는 남학생과의 성관계가 자신의 의사에 반했을 경우 해당 학생을 형사 고소할 수 있다. 그러나 주위 시선 때문에 적지 않은 여학생들은 피해 사실을 숨긴다고 한다.

임신에 낙태까지
처벌은 솜방망이

수원지법 형사11부는 지난해 4월 학교 친구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ㄱ(18)군에게 징역 장기 2년6월(단기 2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ㄴ(19)군에게는 징역 2년6월이 내려졌다.

ㄱ군과 ㄴ군은 2011년 11월 경기도에 있는 친구 B(18)양의 집에서 B양을 번갈아가며 성폭행하는 범죄를 저질렀다. 그리고 이들은 B양의 성관계 사실을 친구들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해 2012년 2월까지 B양을 3차례 더 성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B양이) 피고인들의 범행으로 임신을 했으며 낙태까지 한 육체적·정신적 피해는 복구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청소년이었던 점, 범행을 자백하고 반성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덧붙였다. 앞선 검찰 조사에서  B양은 ㄱ군과 ㄴ군의 처벌을 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양 커플이 저지른 범죄와 ㄱ군과 ㄴ군이 저지른 범죄 모두 자신의 친구를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이 같다. 범행 사전 모의가 있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이들이 받은 형량은 각각 징역 장기 2년6월(소년법 적용을 받지 않은 ㄴ군은 징역 2년6월)로 동일했다. 그러나 가해자가 실형을 받는다고 피해자의 상처가 아무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8월 여중생 C양의 부모는 서울시와 가해학생 7명, 그들의 부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0부(부장판사 한영환)는 "원고에게 총 3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C양은 또래 학생들로부터 집단 성폭행·성추행을 당한 뒤 우울증에 시달려 온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내 한 학교에 다니고 있는 C양은 중학교 1학년 때인 2011년 4월부터 같은 해 9월까지 남학생 7명으로부터 지속적인 성추행을 당했다. 그러나 C양은 자신의 피해사실을 주변에 알릴 수 없었다. 가해학생들은 C양의 알몸과 성추행 장면 등을 휴대전화 동영상으로 찍어 C양을 괴롭혔다. 이들 중 2명은 C양을 수차례 성폭행했다.

이 사건으로 C양을 성폭행한 2명은 소년원에 송치됐다. 나머지 5명은 보호관찰 처분을 받았다. 그럼에도 C양은 자해 충동 등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한다.

C양의 부모는 2012년 가해학생들과 그들의 부모, 서울시를 상대로 총 1억75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이에 재판부는 "당시 중학생이던 가해학생들은 자기 행위에 대한 책임을 분간할 능력이 있었다"며 배상을 명령했다. 또 "가해학생들의 부모는 자녀가 불법행위를 저지르지 않도록 보호·감독할 의무를 게을리 했으므로 함께 배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재판부는 학교가 소속된 지자체인 서울시가 원고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C양이 다니던 학교 역시 피해 사실을 좀 더 빨리 발견해 추가 사고를 막았어야 할 책임이 있는 것으로 설명했다.

더 잔인하게
더 악랄하게

상기 판례에서 보듯 청소년 성범죄는 수법의 잔인함과 심각성 면에서 어른들의 성범죄 못지않은 가학성을 띤다. 그러나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데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대다수 피해 학생들은 사건이 외부로 드러났을 경우 자신에게 가해질 2차 피해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심리를 악용한 몇몇 남학생들의 성범죄는 이미 도를 넘었다. 특히 애인 관계였거나 가까운 사이일수록 범죄 수위가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8월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김정운)는 자신의 전 여자친구를 동성친구들이 성폭행할 수 있도록 방조한 혐의로 기소된 정모(19)군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정군에게는 보호관찰 1년과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80시간 이수도 함께 내려졌다.

헤어진 여친 친구들에게 넘겨
여러 명이 번갈아가며 몹쓸짓

판결문 등에 따르면 정군은 2012년 5월 자신의 전 여자친구인 D(16)양을 용인의 한 공원으로 불러냈다. 당시 공원에는 정군과 그의 친구 5명이 있었다. 이들은 공원에 나온 D양과 함께 어울리며 술을 마셨고 D양이 술에 취하자 감추고 있던 이빨을 드러냈다.

그런데 D양과 사귀었던 정군은 자신의 친구들이 D양을 성폭행할 수 있도록 범행을 공모했다. 정군의 비호 속에 그의 친구들은 정군의 전 여자친구를 남자화장실로 끌고 가 집단으로 성폭행했다.

이 사건으로 정군 등은 구속됐다. 그러나 이들은 유치장 안에서까지 범행 은폐를 시도하는 등 악랄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진 재판에서 정군 등은 잘못을 반성했다고 한다. D양도 선처를 바랬다고 전해진다. 가담이 경미한 것으로 인정된 정군은 집행유예가, 나머지는 소년부 송치가 결정됐다. 소년부에 송치되면 전과 기록이 남지 않는다.

최근 청소년 성범죄에 대한 권고 형량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이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 4월 고등학교에 입학한 ㄷ(17)군은 자신의 중학교 동창생인 D(17)양에게 지속적인 성관계를 요구하고 협박을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경찰은 ㄷ군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현재 미성년자로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는 만큼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적다"고 영장을 기각했다.

당시 사건을 수사한 서울 양천경찰서에 따르면 ㄷ군은 지난 2010년 같은 중학교에 다니던 D양을 성폭행했다. 그러나 D양은 성관계 사실이 알려지는 것이 두려워 이를 감췄다. 그렇게 3년이 지나고 ㄷ군과 D양은 서로 다른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D양은 휴대전화 번호를 바꿨다.

그러나 ㄷ군은 수소문 끝에 지난해 3월 D양의 연락처를 알아냈다. ㄷ군은 D양의 카카오톡 메시지 등으로 계속해서 성관계를 요구했다. D양이 거부하자 ㄷ군은 '너의 알몸과 성관계를 찍은 사진이 있다'며 이를 빌미로 협박했다고 한다.

대다수 피해학생들은 SNS로부터 파생되는 2차 피해를 두려워한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학생들은 이구동성으로 "한 여학생이 다른 남학생과 성관계를 가졌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금세 소문이 퍼진다"고 했다.

반응은 크게 2가지로 나뉜다. 성관계를 한 여학생이 소위 말하는 '일진'이라면 별 문제없이 넘어가지만 평범한 학생이라면 여자 아이들이 먼저 '더러운 아이'라고 낙인을 찍는다는 설명이다.

여기서 문제는 이른바 일진이라도 언제든 성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잘 지내던 친구들이 등을 돌리면서 생기는 문제는 피해 아이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긴다고 한다.

지난 5일 의정부지검 형사4부(유병두 부장검사)는 동갑내기 E(18)양을 윤간한 혐의로 ㄹ(18)군 등 10대 5명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검찰은 E양의 신체를 만진 혐의(특수준강제추행 등)로 ㄹ군의 친구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동영상 찍어 협박
당하고 신고 못해
성추행만 하기도

검찰에 따르면 ㄹ군 등은 지난 2010년 12월 포천의 한 민박집에서 E양을 성폭행하기로 모의한 뒤 저녁부터 다음날 동이 틀 무렵까지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중학생이었던 이들은 친구의 생일을 맞아 포천에 있는 한 스키장을 찾았다. 이때 ㄹ군은 평소 메시지를 주고받던 E양의 존재를 친구들에게 알렸다. 잊지 못할 생일이 시작된 것이다.

범행을 결심한 일행 중 3명은 E양이 있는 남양주까지 오토바이로 마중을 나갔다. 그리고 포천으로 E양을 데려와 인사불성이 되도록 술을 먹였다. 범행 현장에는 ㄹ군의 친구 14명이 있었다고 한다. 이중 서너명은 친구들의 범행을 말렸다. 그러나 대다수는 밤새도록 E양에게 끔찍한 피해를 입혔다.

이후 E양은 수개월 동안 학교 등에서 2차 피해에 시달리다가 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러나 E양과 관련한 추문은 3년이란 시간이 지나도 잦아들지 않았다. 견디다 못한 E양은 지난해 여름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범죄 발생으로부터 3년여가 지나서야 그 전모가 드러난 셈이다.

올해 ㄹ군 등은 대학 진학을 앞두고 있다. 가해학생 중에는 고등학교 학생회장을 역임한 이도 있다고 한다. 이들은 최초 부모와 함께 모르쇠로 일관하며 결백을 주장했다. 경찰 조사에서도 검찰 조사에서도 무죄를 줄기차게 주장했다. 그러나 영장실질심사까지 가자 끝내는 범행을 자백했다고 전해진다. 이들에 대한 1심 판결은 올 상반기 내로 마무리될 전망이다.

가해자는 떳떳
피해자는 덜덜

최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3년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평생 동안 성폭행 피해를 당한 여성(강간 0.4%, 강간미수 0.5%)은 100명 중 1명꼴이었다. 특히 강간 피해자의 39.3%는 19세 미만인 것으로 조사됐다. 많은 여학생이 잠재적인 성폭력 위협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고등학교를 졸업한 한 대학생은 "지역마다 '뚫리는' 모텔이 있는데 일진 여자들이 자신들한테 대드는 애들을 손보기 위해 남자친구를 시켜 객실에 감금한 뒤 윽박지르거나 옷을 벗기고는 한다"고 말했다.

증거가 남는 성폭행을 피하면서 성추행으로 보복을 가하는 것이다. 피해자들은 '고소해도 증거가 없으니 너만 X된다'는 협박에 절망한다. 그리고 여기서 찍힌 알몸 사진들은 또 다른 성범죄의 빌미가 된다.

요즘 중학교에서는 졸업식을 앞두고 '졸업빵'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평소 마음에 들지 않았거나 가까이 지내는 후배들의 옷을 벗기거나 추행한다는 것. 빈도는 낮지만 여전히 힘 있는 선배들에게 성상납이 이뤄진다고 한다.

이들은 선배와 같은 학교에 배정받은 뒤 따돌림을 당하는 게 두려워 관행적으로 이 같은 악습을 받아들이고 있다. 그리고 자신이 선배가 되면 똑같이 후배들에게 되갚아 줄 거라고 공언한다. 가해자가 피해자를 만들고, 피해자가 다시 가해자가 되는 악순환은 어른들의 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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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