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취재> 정치권 당원명부 관리 실태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4.02.10 11:10:02
  • 댓글 0개

정보유출 카드사 호통 치시더니 본인들은?

[일요시사=정치팀] 2014년 새해가 밝자마자 터진 대규모 카드사 정보유출 사태에 정치권이 오랜만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야는 재발방지대책 마련과 함께 책임자의 처벌을 촉구하며 국정조사와 청문회까지 열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카드사를 호통치던 정치권도 정작 본인들의 당원명부 관리에는 문제점이 있었다. <일요시사>가 정치권의 당원명부 관리 실태를 역으로 점검하는 이색취재해봤다.




새해가 밝자마자 터진 신용카드사 대규모 정보유출 사태로 전국은 그야말로 발칵 뒤집혔다. 1억건 이상의 정보유출로 유명 연예인은 물론이고 금융당국의 수장들과 심지어 대통령까지 개인정보가 유출됐기 때문이다. 노년층과 학생 등을 제외하고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모든 국민의 정보가 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해당 카드사 창구는 한동안 카드 해지와 탈퇴, 재발급을 요청하는 사람들로 아수라장이 됐다.


허점투성이 관리


카드사 정보유출 사태에 대해 정치권은 오랜만에 한목소리를 냈다. 여야는 한목소리로 재발방지대책 마련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고,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5일 전체회의를 열고 카드사 정보유출 사태와 관련해 국정조사와 청문회까지 열기로 합의했다.

이처럼 개인정보 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요즘, 카드사를 호통치던 정치권도 정작 본인들의 당원명부 관리에는 허점이 있었다.

지난 2012년 정치권에서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유출 원인과 규모는 제각각이지만 원내 제1, 2, 3당의 당원명부가 유출되는 사건이 불과 두 달여 사이에 연이어 발생한 것이다. 당원들의 개인 신상정보가 모두 담긴 당원명부는 '정당의 심장'이라고도 불린다.


당시 원내 3당이던 통합진보당의 당원명부는 지난 2012년 5월 검찰이 비례대표 경선 부정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압수하면서 유출됐다. 당시 통합진보당 강기갑 의원은 "당원명부는 우리 당의 심장"이라며 검찰의 당원명부 압수수색에 대해 극렬하게 저항하기도 했다.

이러한 일이 있은 후 불과 20여일 만에 새누리당에선 한 당직자가 무려 220여만명의 당원명부를 고작 400만원에 팔아넘기는 웃지 못 할 사건이 발생했다. 한 명당 2원꼴이었다.




이를 맹비난하던 민주당도 지난해 8월 서울의 한 이벤트대행업체 사무실 컴퓨터에서 민주당 당원 2만7000명의 명단이 발견되면서 머쓱해졌다. 민주당 자체 진상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모 당직자는 해당 명부가 들어있는 7개 파일을 인터넷 가상저장소에 보관해왔으며, 이씨와 함께 일을 하는 이벤트회사 박모 이사가 업무파일을 다운로드 받는 과정에서 해당 명부까지 같이 다운로드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당은 당시 "유출됐다는 7개 명부는 전당대회 관계자들이라면 대부분 취득할 수 있는 공개적인 명단이고, 현재까지 다른 용도로 사용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각 당의 당원명부가 얼마나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사례였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당원명부 관리에 대해 "가장 큰 문제는 선거 때마다 각 선거캠프에 당원명부를 제공하는 것이다. 중앙에서 일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각 선거캠프에서 당원명부를 관리하니 유출될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다"며 "지난 2012년 대규모 당원명부 유출 사태 이후에도 관행이 크게 달라지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당원명부 기재된 개인정보만 10가지 넘어
보안시스템은 비공개 "무조건 믿어 달라"


때문에 일부 당직자들은 개인적으로도 당원명부를 가지고 있고 누군가에게 팔아넘긴다고 해도 흔적이 남는 것도 아니니 당연히 유혹에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실제로 각 당은 선거 때마다 여전히 당원명부를 선거캠프에 제공하고 있음을 시인했다. 당원명부는 CD형태로 제공되는데 새누리당과 정의당의 경우에는 복제방지장치를 하고 선거가 끝난 후 해당 당원명부를 모두 회수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복제방지장치가 만능은 아니다.

어느 정도 컴퓨터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CD복제방지장치를 뚫는 것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현재 간단한 포털사이트 검색을 통해서도 CD복제방지장치를 뚫는 방법을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심지어 민주당의 경우에는 선거가 끝난 후에도 당원명부를 각 선거캠프가 자체적으로 폐기하도록 매뉴얼을 정해놓았을 뿐 실제로 폐기했는지 여부 등에 대해 따로 확인은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선거캠프에 제공되는 당원명부의 경우 주민등록번호 등 민감한 정보는 모두 제외되고 제공된다고 설명했다. 또 선거관리위원가 마련한 기준에 따라 제공되기 때문에 문제 될 것이 없다고 했다.

게다가 각 당은 아무래도 금융권과 전문기업들과 비교해 해킹 등에 대해 취약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새누리당은 지난 2012년 당원명부 유출 사태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3년 해킹을 통해 다시 한 번 당원명부가 유출되는 사태를 겪어야 했다. 당시 유출된 당원명부는 국제해커집단인 어나니머스코리아 해외 사이트에 게재되기도 했다.

이처럼 각 당의 당원명부가 대규모로 유출되면 당원들은 찜찜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다. 우선 가장 우려되는 것은 당원명부가 범죄자들에 의해 이용되는 경우다. 당원명부에 기록되어 있는 신상정보는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직업, 개인 휴대폰 번호와 자택 전화번호, 직장 전화번호, 개인 이메일 주소, 활동지역위원회 등 10가지가 넘는다. 당비를 납부하는 권리당원의 경우에는 거래 은행의 계좌번호까지 노출된다.

작게는 각종 스팸문자와 전화에 노출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범죄자들이 악용하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보이스피싱, 금융사기, 이메일을 이용한 해킹, 신분증 위조 등 수많은 범죄에 이용될 수 있다.


반복되는 사고


그러나 각 당이 현재 당원명부를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자세한 내용은 알 수가 없었다. <일요시사>는 각 정당에 대규모 당원명부 유출사태 이후 어떤 식으로 보안을 강화했는지 질의했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대동소이했다. 보안시스템이 어떤 식으로 구축되어 있는지 또 어떤 부분이 추가되었는지 그 자체가 보안 사안이기 때문에 알려줄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다만 당원명부는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으니 믿어달라는 주장이었다.

새누리당의 경우는 지난 2012년 당원명부가 유출된 후 황우여 대표가 직접 재발방지를 약속했으나 불과 1년 만에 다시 한 번 당원명부가 유출된 경험이 있다. 그저 무조건 믿어달라는 주장이 황당하고 불안한 이유다.

한 정치전문가는 "각 당의 당원명부 관리는 자체 감사를 제외하고는 감사도 받지 않으니 실제로 얼마나 철저하게 당원명부가 관리되고 있는지는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아무리 믿어달라고 하지만 감시에서 벗어나면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 각 당의 당원명부 관리에 대한 공통적 매뉴얼 마련이 시급하고 일반기업들처럼 감시를 받아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