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북' 롯데 수난시대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4.02.10 11: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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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견된 철퇴…맞고 또 맞고

[일요시사=경제1팀] 잇단 악재를 만난 롯데그룹. 그야말로 수난시대다. 박근혜정부 들어 시작된 롯데그룹을 향한 이상기류가 차츰 실체를 드러내는 모양새다. 개인정보 유출, 수백억원대 추징금, 검찰 수사 등 창사 이래 최대 위기다.




롯데그룹은 이명박정부 하 막대한 특혜를 받으면서 급성장했다. 부산롯데타운은 시작부터 특혜 의혹에 휩싸였고, 맥주사업 진출도 MB정권 지지를 받아 별 무리 없이 진행됐다. 면세점 시장 점유율 50%를 넘어 독과점 논란을 빚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을 받았고, 경남 김해유통단지·대전 롯데복합테마파크·경기 유니버설스튜디오 등이 특혜설에 휘말리면서 정경유착 의혹이 제기됐다.

2007년 말 46개사에 불과했던 롯데그룹의 계열사 수는 2011년 말 79개사로 크게 늘었다. 2008년 초 43조6790억원이던 보유 자산 총액은 2012년 초 83조3050억원으로 늘었다. 5년새 2배가 불어난 셈이다.

롯데그룹의 무서운 성장은 정권교체기 국세청과 공정위, 감사원 등 사정당국이 칼끝을 겨누면서 주춤하기 시작했다.


최대 규모 추징


서울지방국세청은 지난해 7월 120일 기한으로 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슈퍼·롯데시네마 등 롯데쇼핑 4개 사업본부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조사 기한을 80일 연장했다. 세무조사를 마친 국세청은 600억원대의 추징금을 부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롯데그룹 사상 두 번째로 규모가 가장 큰 추징금이다. 첫 번째는 지난해 2월 롯데호텔을 상대로 부과된 200억대의 추징금이다. 이번에 부과된 추징금 대부분은 롯데시네마의 직영 매점 사업 등을 통한 세금 탈루와 시네마 사업에 대한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에 관련된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롯데시네마 매점 사업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차녀인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이 함께 지분을 보유한 유원실업·시네마통상·시네마푸드가 점별로 나눠 운영했다. 수익은 배당금을 통해 고스란히 오너 일가의 부를 축적하는 데 사용됐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3월 이런 사업 수익구조에 대해 문제제기가 되자 위탁 운영하던 52개 매점을 직영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계약을 해지했어도 1000억원이 넘는 이익이 오너 일가에 흘러들어간 사실은 변함이 없다. 국세청도 이러한 사실에 주목, 롯데쇼핑이 이들 회사에 대해 임대 수수료율을 낮게 책정해 법인세를 탈루했다는 혐의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롯데쇼핑의 역외 탈세 가능성에 대해서도 집중 조사를 벌였지만 특별한 혐의는 발견하지 못해 검찰 고발은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터진 지 1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의 추징금 부과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시름을 한층 깊게 하고 있다.


주요 계열사들 잇단 대내외 악재로 '몸살'
고객정보 유출에 추징금 폭탄…검 수사도


금융당국은 지난 4일 롯데카드에 3개월 영업정지를 결정하고 사전 통보했다. 롯데카드는 오는 17일부터 공익·복지카드 등 비영리 목적 카드를 제외한 모든 카드의 신규 발급이 제한된다. 지난 1월 발생한 사상 최대 규모의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사태에 따른 조치다.

영업정지 3개월 통보는 그간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직접 챙겨온 신 회장의 노력을 무색케 했다. 롯데그룹은 지난 3일 롯데호텔에서 주요 계열사 사장단이 참석한 가운데 '롯데그룹 정보보호 위원회'를 개최했다. 이날 신 회장은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한 조속한 대책 마련과 재발 방지에 대한 강한 의지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그룹 정보보호 위원회는 롯데 내 정보보호 관련 정책 및 정보보호 활동을 점검하고 대응을 관장하는 조직으로 2007년 처음 결성됐다.




수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따른 집단 소송에 대한 손해배상금도 문제다. 롯데카드가 물어야 하는 손해배상금은 352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KB국민카드가 지난달 29일 공시한 일괄신고서를 통해 "보수적으로 판단해 정보가 유출된 고객 중 실제 소송에 참여할 당사자를 전체 피해자 4300만명의 1%로 산정하고 개인당 20만원의 정신적 손해를 인정한 싸이월드 소송 사례를 적용하면 약 860억원의 보상액이 발생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추산 방식을 롯데카드사에 적용한 금액이다. 롯데카드는 손해배상금 외에 재발급 비용으로 75억원, 콜센터 확대 비용으로 12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롯데홈쇼핑 전 임원에 대한 검찰 수사도 신 회장에게 부담을 안겼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 수사1부는 납품 관련 청탁과 함께 업체들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배임수재 등)로 롯데홈쇼핑 전직 임원 A씨를 수사 중이다. A씨는 롯데홈쇼핑 근무 당시 방송 등에 상품을 노출해주는 대가로 수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홈쇼핑 사업자 및 상품기획자(MD)는 그간 납품업체들에 '슈퍼 갑'으로 인식되어 왔다. 홈쇼핑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팔리는 제품 상당수가 중소기업 혹은 신생 회사 물건으로 해당 회사는 홍보 기회를 얻기 위한 로비를 치열하게 벌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지난 2012년 검찰은 홈쇼핑 업체 납품비리를 대대적으로 수사해 홈쇼핑 MD 등 27명DMF 무더기로 기소한 적도 있다. 하지만 당시 롯데홈쇼핑은 수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깊어지는 시름


검찰은 A씨와 납품업자 등에 대한 계좌추적을 통해 자금흐름을 면밀히 분석 중이며 단순 개인비리가 아닌 회사 차원의 조직적 상납이나 뇌물 수수 관행이 있었을 가능성도 열어놓고 살펴보고 있다.

이처럼 롯데그룹과 신 회장이 수난시대를 맞고 있는 것과 관련해 재계 관계자는 "MB정부의 힘을 등에 업고 무섭게 성장한 롯데그룹에 대한 '철퇴'는 사실상 새정부 출범 초기부터 예견되어 왔다"며 "롯데그룹이 박근혜 정부의 최대 국정 과제인 경제민주화와 상충되는 모습을 보여온 만큼 당분간 롯데 입장에서 당혹스러운 일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종해 기자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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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