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겨운 금천구 대형병원 유치전 막전막후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4.01.20 15:3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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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병원-부영 신경전에 속터지는 주민들

[일요시사=경제1팀] "병원을 지어주세요." 금천, 관악, 광명, 시흥, 안양 등 수도권 서남부 주민들이 똘똘 뭉쳤다. 금천구청 앞 대형부지에 종합대학병원 유치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다. 종합병원 건립은 서남권 주민들의 오랜 숙원이다. 이미 주민운동본부 주도로 15만 주민서명을 받았다.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서울시 금천구는 광역교통의 요충지다. 가산디지털단지와 구로디지털단지와 인접, 1960년대부터 수출 진흥과 국민경제발전 등 국가 산업기반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왔다.

하지만 금천구는 수도권 서남부의 대표적 의료사각지대로 꼽힌다. 서울 25개 구청 중 가장 소외된 지역으로 주변의 관악, 경기 광명, 시흥, 안양 등 수도권 서남부는 3차 종합병원이 없고 광역적 의료서비스가 취약하다.

제3차 의료급여기관으로 불리기도 하는 3차 종합병원은 모든 진료과목이 있고 1차와 2차에서 치료가 불가능할 경우 이동하는 곳으로 대학병원은 500병상 이상, 대학병원이 아닌 종합병원은 700병상 이상을 기준으로 한다. 최상위 의료기관인 셈이다.

수도권 서남부 지역 주민들은 3차 진료를 위해 인근 구로 고대병원이나 영등포구 가톨릭성모병원, 목동 이대병원 등 원정 진료를 받는 불편함을 겪고 있다. 시흥본동에 종합병원인 희명병원이 있지만 120병상으로 규모가 작다.

계획시설 청원 위해
대규모 서명운동


또한 금천구심에는 대규모 공장부지(대한전선, 기아자동차, 롯데알미늄 등)가 많아 공장·연구소·전시장·업무시설·지식산업센터 등 산업부지에 허용된 용도만으로는 개발 수요를 충족하기 어려워 낙후된 지역의 이미지 쇄신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금천구가 나섰다. 금천구청 앞 대규모 나대지에 종합병원을 유치하기로 한 것. 금천구는 지난 3일부터 15일까지 13일간 금천구를 포함한 서남부의 중학생 이상 주민과 관내 기업·단체·기관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추진했다.

당시 금천구 측은 "종합대학병원 부지가 도시계획시설로 결정이 되면 안정적이고 최상의 의료서비스 혜택과 일자리 창출 등 지역 발전에 파급효과가 크다"며 "지역의 중심적 랜드마크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주민 모두가 하나 된 마음으로 서명운동에 참여해 숙원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룰 수 있도록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종합병원 유치는 금천구민의 숙원사업이다. 그런데도 금천구가 굳이 서명운동을 추진한 이유는 뭘까?

금천구는 지난해 7월 주민들의 의료복지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시흥동 113-121 일대 대한전선 부지를 종합의료시설 부지로 지정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대한전선 부지는 금천구심 지역 공장부지 중 규모가 가장 크고 대중교통 접근성이 용이한 곳이다. 그러나 2004년 공장 이전 후 10여 년간 나대지로 방치됐다.

금천구는 방치된 공장부지(8만3000m²)중 의무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산업부지(약 3만3000m²)의 일부에 2만m²을 종합의료시설 부지로 지정해 도시관리계획안을 만들었으며 지난해 7월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 자문을 득했다.

현재 토지 소유주인 부영주택도 지난해 2월 대한전선 토지를 매입할 당시, 병원수요자가 있을 경우 병원부지로 계획하겠다는 의견을 금천구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영주택은 부영그룹 계열사로 임대주택 사업을 영위한다.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지난해 말 기준 31위다.


수도권 서남부 대표적 의료 사각지대
인근 광명·시흥도 3차 종합병원 전무

부영그룹의 재계 순위는 2004년 36위에서 작년 말 22위로 14계단 올라섰다. 기업경영성과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는 "부영보다 상위에 올라있는 한진, 동부, 현대 등 구조조정을 앞둔 그룹들이 예정대로 자산을 순조롭게 매각한다면 3계단이 상승해 19위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대한전선 부지는 2004년 공장 이전에 이어 2007년 철거된 후 지난해 2월 소유주가 대한전선이 주요 주주로 있는 시흥동복합시설개발피에프브이(주)에서 부영주택으로 변경됐다.

대한전선은 프로젝트파이낸싱 보증 채무 부담 해소 등 재무개선을 위해 8만3000m²에 이르는 대형 부지를 3.3m²당 약 520만원(총 1250억원)에 매각했다. 부영주택은 그간 전국 주요 알짜 토지를 매입하면서 부동산 업계 '큰 손'으로 떠올랐다. 2011년 무주리조트를 1360억원을 주고 사들였으며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내놓은 화성향남택지지구·위례신도시·경북혁신도시·광주전남혁신도시·양산물금지구 등 총 9020억원 어치의 토지를 매입했다.

제주도에서는 제주 앵커호텔에 600억원, 삼화지구에 175억원, 서귀포시 혁신도시에 336억원을 들여 토지를 사들였다. 2012년에는 1721억원을 들여 삼환기업으로부터 중구 소공동 112-9번지 일대 토지와 건물을 매입했다. 

대한전선 부지가 부영주택에 매각된 후 해당 부지는 지난해 말까지 '한내텃밭'이라는 금천구 친환경 주말농장으로 사용됐다. 그러나 토지를 임대한 금천구가 부영으로부터 퇴거 요청을 받으면서 현재는 연장계약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금천구는 병원부지를 별도로 구획, 대한전선 부지 전체에 대한 개발계획수립 시기와 관계없이 토지 매입 후 종합의료시설 부지 개발을 우선 추진할 수 있도록 도시계획시설 입안을 추진했다. 부영주택이 구체적 개발추진 계획이 없어 토지가격 협의 완료 후에도 토지주의 세부개발추진계획이 불명확할 경우 계획수립이 지연됨으로써 종합병원 유치계획이 무산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시설결정 요청을 받아들이면 해당 부지는 대한전선 부지 전체 세부개발계획과 별도로 병원 부지로 개발이가능해 진다.

'땅부자' 부영
고액 요구했나

금천구는 이와 함께 전국의 500병상 이상 74개 종합병원과 300병상 이상 92개 종합병원을 상대로 병원부지 수요자를 찾아 마침내 지난해 11월 인제대학교 백병원과 1000병상 규모의 종합대학병원 건립 협약(MOU)을 체결한 후, 토지매입에 대해 백병원과 부영주택 간에 협의토록 했다.

김칫국부터 마신 구청
땅주인·병원은 나몰라라

서울 백병원 이전설은 오래 전부터 소문으로만 존재해왔다. 그러던 지난해 3월 백병원이 SH공사가 서울 송파구 문정동 일대에 조성하는 '문정동개발지구'에 이전을 위한 토지매입 의향을 밝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구체적인 지역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이어 지난해 4월에는 최석구 백병원 원장이 직접 기자간담회를 열고 서울 백병원의 현 부지를 메디텔로 건립하자는 부동산투자신탁회사의 제안을 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또 학교법인 인제학원이 지난 9월 서울 백병원의 수익성 악화 등의 이유로 재도약을 위해 서울지역 내 새 병원을 건립해 이전을 계획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외부환경과 진료권 분석 및 운영전략수립을 고려한 타당성 분석을 추진하고자 새병원건립 타당성 분석 용역을 발주하면서 서울 백병원 이전 추진이 기정사실화 됐다.

감정평가 전문가
"윈-윈 할 것"

금천구청과의 MOU 체결은 금천구청 측의 적극적인 구애 결과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금천구 측에 따르면 부영주택은 도시계획시설 결정에 대해 장기미집행시설 우려가 있고 토지의 이용제한과 가치하락 등 막대한 사유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도시계획시설 결정에 반대 의사를 표했다. 서울시도 사유재산권 침해를 우려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백병원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금천구와 MOU를 체결한 것은 맞다"면서도 "아직까지 아무 것도 결정된 사항은 없다. 뭐라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며 언급을 피했다.


금천구 측만 의견이 다르다. 금천구와 서울시, 백병원, 부영주택 모두 실보다는 득이 많다는 것. 금천구 관계자는 "서울시는 준공업정책과 산업정책의 실현이 가능하고 금천구는 지역발전과 주민 숙원사업을 해소할 수 있으며 백병원은 병원부지 개발의 불확실성 해소로 투자의사 결정이 수월해지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부영주택 역시 투자금 조기회수와 잔여 토지의 가치 상승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부동산 감정평가 전문가도 "토지가격 평가에 큰 영향이 없어 우려하는 것만큼의 재산권 침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의 부동산 경기 침체로 개발 수요가 미약한 산업부지에 병원을 유치할 경우, 투자금의 조기회수와 나머지 부지에 개발호재로 작용해 부영주택에게도 불리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서명운동의 결과에 따라 서울시가 금천구의 청원을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금천구가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 백병원과 부영주택이 토지가격에 대한 의견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금천구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백병원은 해당 토지에 대해 감정평가를 실시, 그 결과에 따라  부영주택에 3.3m²당 약 900만원에 구입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그러나 부영주택은 3.3m²당 1480만원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불과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토지가격을 3배 가까이 불렀다는 것. 부영주택은 고액 요구 근거로 지난 2010∼2011년 시흥대교 확장공사 당시 일부 부지가 편입돼 광명시에서 3.3m²당 1350만원에 구입했다는 점을 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 15만명 "지어주세요" 서명했는데…
[백병원] 병원유치 MOU 체결하고 모른 척
[부영] 당초 병원부지 계획 접고 반대

이에대해 금천구 관계자는 "2010년과 2011년은 우리나라 부동산 가치가 최고점을 찍었을 때"라며 "지금은 부동산 경기가 지속적으로 하향세인데 그 때와 같은 조건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부영주택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부영주택 관계자는 '너무 높은 금액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소유주가 매각 금액을 높게 부르는 게 무슨 문제가 있느냐"며 "부영주택이 해당 부지에 대해 구체적인 개발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임대주택 건설 등의 계획 수립을 위해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백병원과 금천구청이 병원 이전을 추진 중이라는 얘기를 언론을 통해 알게 됐다"며 "부영주택 내부 어떤 부서에서도 관련 내용을 알고 있지 않다. 확인해 주기 힘들다"고 전했다.

백병원 관계자도 "확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금천구청 앞 대한전선 사업부지는 병원 이전 지역 후보 중 한 곳일 뿐이다. 송파구 문정동도 유의 깊게 보고 있다"고 밝힌 뒤 "아직까지는 부영주택에 매입 의사를 전달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10년간 논 땅
더 놀아야 하나

결국 금천구청만 안달이 났다. 금천구청 고위 관계자는 "서울시, 백병원, 부영주택 모두 발을 빼고 있다. 백병원은 실속있는 토지 매입을 위해, 부영주택은 최대한의 금액을 위해, 서울시는 법적 분쟁을 피해가기 위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이들의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종합병원 유치가 주민숙원사업임을 감안해 원만한 해결을 바란다"고 말했다.


한종해 기자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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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