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겨운 금천구 대형병원 유치전 막전막후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4.01.20 15:3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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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병원-부영 신경전에 속터지는 주민들

[일요시사=경제1팀] "병원을 지어주세요." 금천, 관악, 광명, 시흥, 안양 등 수도권 서남부 주민들이 똘똘 뭉쳤다. 금천구청 앞 대형부지에 종합대학병원 유치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다. 종합병원 건립은 서남권 주민들의 오랜 숙원이다. 이미 주민운동본부 주도로 15만 주민서명을 받았다.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서울시 금천구는 광역교통의 요충지다. 가산디지털단지와 구로디지털단지와 인접, 1960년대부터 수출 진흥과 국민경제발전 등 국가 산업기반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왔다.

하지만 금천구는 수도권 서남부의 대표적 의료사각지대로 꼽힌다. 서울 25개 구청 중 가장 소외된 지역으로 주변의 관악, 경기 광명, 시흥, 안양 등 수도권 서남부는 3차 종합병원이 없고 광역적 의료서비스가 취약하다.

제3차 의료급여기관으로 불리기도 하는 3차 종합병원은 모든 진료과목이 있고 1차와 2차에서 치료가 불가능할 경우 이동하는 곳으로 대학병원은 500병상 이상, 대학병원이 아닌 종합병원은 700병상 이상을 기준으로 한다. 최상위 의료기관인 셈이다.

수도권 서남부 지역 주민들은 3차 진료를 위해 인근 구로 고대병원이나 영등포구 가톨릭성모병원, 목동 이대병원 등 원정 진료를 받는 불편함을 겪고 있다. 시흥본동에 종합병원인 희명병원이 있지만 120병상으로 규모가 작다.

계획시설 청원 위해
대규모 서명운동


또한 금천구심에는 대규모 공장부지(대한전선, 기아자동차, 롯데알미늄 등)가 많아 공장·연구소·전시장·업무시설·지식산업센터 등 산업부지에 허용된 용도만으로는 개발 수요를 충족하기 어려워 낙후된 지역의 이미지 쇄신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금천구가 나섰다. 금천구청 앞 대규모 나대지에 종합병원을 유치하기로 한 것. 금천구는 지난 3일부터 15일까지 13일간 금천구를 포함한 서남부의 중학생 이상 주민과 관내 기업·단체·기관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추진했다.

당시 금천구 측은 "종합대학병원 부지가 도시계획시설로 결정이 되면 안정적이고 최상의 의료서비스 혜택과 일자리 창출 등 지역 발전에 파급효과가 크다"며 "지역의 중심적 랜드마크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주민 모두가 하나 된 마음으로 서명운동에 참여해 숙원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룰 수 있도록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종합병원 유치는 금천구민의 숙원사업이다. 그런데도 금천구가 굳이 서명운동을 추진한 이유는 뭘까?

금천구는 지난해 7월 주민들의 의료복지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시흥동 113-121 일대 대한전선 부지를 종합의료시설 부지로 지정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대한전선 부지는 금천구심 지역 공장부지 중 규모가 가장 크고 대중교통 접근성이 용이한 곳이다. 그러나 2004년 공장 이전 후 10여 년간 나대지로 방치됐다.

금천구는 방치된 공장부지(8만3000m²)중 의무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산업부지(약 3만3000m²)의 일부에 2만m²을 종합의료시설 부지로 지정해 도시관리계획안을 만들었으며 지난해 7월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 자문을 득했다.

현재 토지 소유주인 부영주택도 지난해 2월 대한전선 토지를 매입할 당시, 병원수요자가 있을 경우 병원부지로 계획하겠다는 의견을 금천구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영주택은 부영그룹 계열사로 임대주택 사업을 영위한다.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지난해 말 기준 31위다.


수도권 서남부 대표적 의료 사각지대
인근 광명·시흥도 3차 종합병원 전무

부영그룹의 재계 순위는 2004년 36위에서 작년 말 22위로 14계단 올라섰다. 기업경영성과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는 "부영보다 상위에 올라있는 한진, 동부, 현대 등 구조조정을 앞둔 그룹들이 예정대로 자산을 순조롭게 매각한다면 3계단이 상승해 19위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대한전선 부지는 2004년 공장 이전에 이어 2007년 철거된 후 지난해 2월 소유주가 대한전선이 주요 주주로 있는 시흥동복합시설개발피에프브이(주)에서 부영주택으로 변경됐다.

대한전선은 프로젝트파이낸싱 보증 채무 부담 해소 등 재무개선을 위해 8만3000m²에 이르는 대형 부지를 3.3m²당 약 520만원(총 1250억원)에 매각했다. 부영주택은 그간 전국 주요 알짜 토지를 매입하면서 부동산 업계 '큰 손'으로 떠올랐다. 2011년 무주리조트를 1360억원을 주고 사들였으며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내놓은 화성향남택지지구·위례신도시·경북혁신도시·광주전남혁신도시·양산물금지구 등 총 9020억원 어치의 토지를 매입했다.

제주도에서는 제주 앵커호텔에 600억원, 삼화지구에 175억원, 서귀포시 혁신도시에 336억원을 들여 토지를 사들였다. 2012년에는 1721억원을 들여 삼환기업으로부터 중구 소공동 112-9번지 일대 토지와 건물을 매입했다. 

대한전선 부지가 부영주택에 매각된 후 해당 부지는 지난해 말까지 '한내텃밭'이라는 금천구 친환경 주말농장으로 사용됐다. 그러나 토지를 임대한 금천구가 부영으로부터 퇴거 요청을 받으면서 현재는 연장계약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금천구는 병원부지를 별도로 구획, 대한전선 부지 전체에 대한 개발계획수립 시기와 관계없이 토지 매입 후 종합의료시설 부지 개발을 우선 추진할 수 있도록 도시계획시설 입안을 추진했다. 부영주택이 구체적 개발추진 계획이 없어 토지가격 협의 완료 후에도 토지주의 세부개발추진계획이 불명확할 경우 계획수립이 지연됨으로써 종합병원 유치계획이 무산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시설결정 요청을 받아들이면 해당 부지는 대한전선 부지 전체 세부개발계획과 별도로 병원 부지로 개발이가능해 진다.

'땅부자' 부영
고액 요구했나

금천구는 이와 함께 전국의 500병상 이상 74개 종합병원과 300병상 이상 92개 종합병원을 상대로 병원부지 수요자를 찾아 마침내 지난해 11월 인제대학교 백병원과 1000병상 규모의 종합대학병원 건립 협약(MOU)을 체결한 후, 토지매입에 대해 백병원과 부영주택 간에 협의토록 했다.

김칫국부터 마신 구청
땅주인·병원은 나몰라라

서울 백병원 이전설은 오래 전부터 소문으로만 존재해왔다. 그러던 지난해 3월 백병원이 SH공사가 서울 송파구 문정동 일대에 조성하는 '문정동개발지구'에 이전을 위한 토지매입 의향을 밝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구체적인 지역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이어 지난해 4월에는 최석구 백병원 원장이 직접 기자간담회를 열고 서울 백병원의 현 부지를 메디텔로 건립하자는 부동산투자신탁회사의 제안을 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또 학교법인 인제학원이 지난 9월 서울 백병원의 수익성 악화 등의 이유로 재도약을 위해 서울지역 내 새 병원을 건립해 이전을 계획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외부환경과 진료권 분석 및 운영전략수립을 고려한 타당성 분석을 추진하고자 새병원건립 타당성 분석 용역을 발주하면서 서울 백병원 이전 추진이 기정사실화 됐다.

감정평가 전문가
"윈-윈 할 것"

금천구청과의 MOU 체결은 금천구청 측의 적극적인 구애 결과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금천구 측에 따르면 부영주택은 도시계획시설 결정에 대해 장기미집행시설 우려가 있고 토지의 이용제한과 가치하락 등 막대한 사유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도시계획시설 결정에 반대 의사를 표했다. 서울시도 사유재산권 침해를 우려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백병원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금천구와 MOU를 체결한 것은 맞다"면서도 "아직까지 아무 것도 결정된 사항은 없다. 뭐라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며 언급을 피했다.


금천구 측만 의견이 다르다. 금천구와 서울시, 백병원, 부영주택 모두 실보다는 득이 많다는 것. 금천구 관계자는 "서울시는 준공업정책과 산업정책의 실현이 가능하고 금천구는 지역발전과 주민 숙원사업을 해소할 수 있으며 백병원은 병원부지 개발의 불확실성 해소로 투자의사 결정이 수월해지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부영주택 역시 투자금 조기회수와 잔여 토지의 가치 상승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부동산 감정평가 전문가도 "토지가격 평가에 큰 영향이 없어 우려하는 것만큼의 재산권 침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의 부동산 경기 침체로 개발 수요가 미약한 산업부지에 병원을 유치할 경우, 투자금의 조기회수와 나머지 부지에 개발호재로 작용해 부영주택에게도 불리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서명운동의 결과에 따라 서울시가 금천구의 청원을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금천구가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 백병원과 부영주택이 토지가격에 대한 의견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금천구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백병원은 해당 토지에 대해 감정평가를 실시, 그 결과에 따라  부영주택에 3.3m²당 약 900만원에 구입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그러나 부영주택은 3.3m²당 1480만원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불과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토지가격을 3배 가까이 불렀다는 것. 부영주택은 고액 요구 근거로 지난 2010∼2011년 시흥대교 확장공사 당시 일부 부지가 편입돼 광명시에서 3.3m²당 1350만원에 구입했다는 점을 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 15만명 "지어주세요" 서명했는데…
[백병원] 병원유치 MOU 체결하고 모른 척
[부영] 당초 병원부지 계획 접고 반대

이에대해 금천구 관계자는 "2010년과 2011년은 우리나라 부동산 가치가 최고점을 찍었을 때"라며 "지금은 부동산 경기가 지속적으로 하향세인데 그 때와 같은 조건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부영주택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부영주택 관계자는 '너무 높은 금액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소유주가 매각 금액을 높게 부르는 게 무슨 문제가 있느냐"며 "부영주택이 해당 부지에 대해 구체적인 개발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임대주택 건설 등의 계획 수립을 위해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백병원과 금천구청이 병원 이전을 추진 중이라는 얘기를 언론을 통해 알게 됐다"며 "부영주택 내부 어떤 부서에서도 관련 내용을 알고 있지 않다. 확인해 주기 힘들다"고 전했다.

백병원 관계자도 "확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금천구청 앞 대한전선 사업부지는 병원 이전 지역 후보 중 한 곳일 뿐이다. 송파구 문정동도 유의 깊게 보고 있다"고 밝힌 뒤 "아직까지는 부영주택에 매입 의사를 전달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10년간 논 땅
더 놀아야 하나

결국 금천구청만 안달이 났다. 금천구청 고위 관계자는 "서울시, 백병원, 부영주택 모두 발을 빼고 있다. 백병원은 실속있는 토지 매입을 위해, 부영주택은 최대한의 금액을 위해, 서울시는 법적 분쟁을 피해가기 위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이들의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종합병원 유치가 주민숙원사업임을 감안해 원만한 해결을 바란다"고 말했다.


한종해 기자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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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