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겨운 금천구 대형병원 유치전 막전막후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4.01.20 15:3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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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병원-부영 신경전에 속터지는 주민들

[일요시사=경제1팀] "병원을 지어주세요." 금천, 관악, 광명, 시흥, 안양 등 수도권 서남부 주민들이 똘똘 뭉쳤다. 금천구청 앞 대형부지에 종합대학병원 유치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다. 종합병원 건립은 서남권 주민들의 오랜 숙원이다. 이미 주민운동본부 주도로 15만 주민서명을 받았다.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서울시 금천구는 광역교통의 요충지다. 가산디지털단지와 구로디지털단지와 인접, 1960년대부터 수출 진흥과 국민경제발전 등 국가 산업기반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왔다.

하지만 금천구는 수도권 서남부의 대표적 의료사각지대로 꼽힌다. 서울 25개 구청 중 가장 소외된 지역으로 주변의 관악, 경기 광명, 시흥, 안양 등 수도권 서남부는 3차 종합병원이 없고 광역적 의료서비스가 취약하다.

제3차 의료급여기관으로 불리기도 하는 3차 종합병원은 모든 진료과목이 있고 1차와 2차에서 치료가 불가능할 경우 이동하는 곳으로 대학병원은 500병상 이상, 대학병원이 아닌 종합병원은 700병상 이상을 기준으로 한다. 최상위 의료기관인 셈이다.

수도권 서남부 지역 주민들은 3차 진료를 위해 인근 구로 고대병원이나 영등포구 가톨릭성모병원, 목동 이대병원 등 원정 진료를 받는 불편함을 겪고 있다. 시흥본동에 종합병원인 희명병원이 있지만 120병상으로 규모가 작다.

계획시설 청원 위해
대규모 서명운동

또한 금천구심에는 대규모 공장부지(대한전선, 기아자동차, 롯데알미늄 등)가 많아 공장·연구소·전시장·업무시설·지식산업센터 등 산업부지에 허용된 용도만으로는 개발 수요를 충족하기 어려워 낙후된 지역의 이미지 쇄신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금천구가 나섰다. 금천구청 앞 대규모 나대지에 종합병원을 유치하기로 한 것. 금천구는 지난 3일부터 15일까지 13일간 금천구를 포함한 서남부의 중학생 이상 주민과 관내 기업·단체·기관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추진했다.

당시 금천구 측은 "종합대학병원 부지가 도시계획시설로 결정이 되면 안정적이고 최상의 의료서비스 혜택과 일자리 창출 등 지역 발전에 파급효과가 크다"며 "지역의 중심적 랜드마크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주민 모두가 하나 된 마음으로 서명운동에 참여해 숙원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룰 수 있도록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종합병원 유치는 금천구민의 숙원사업이다. 그런데도 금천구가 굳이 서명운동을 추진한 이유는 뭘까?

금천구는 지난해 7월 주민들의 의료복지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시흥동 113-121 일대 대한전선 부지를 종합의료시설 부지로 지정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대한전선 부지는 금천구심 지역 공장부지 중 규모가 가장 크고 대중교통 접근성이 용이한 곳이다. 그러나 2004년 공장 이전 후 10여 년간 나대지로 방치됐다.

금천구는 방치된 공장부지(8만3000m²)중 의무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산업부지(약 3만3000m²)의 일부에 2만m²을 종합의료시설 부지로 지정해 도시관리계획안을 만들었으며 지난해 7월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 자문을 득했다.

현재 토지 소유주인 부영주택도 지난해 2월 대한전선 토지를 매입할 당시, 병원수요자가 있을 경우 병원부지로 계획하겠다는 의견을 금천구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영주택은 부영그룹 계열사로 임대주택 사업을 영위한다.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지난해 말 기준 31위다.

수도권 서남부 대표적 의료 사각지대
인근 광명·시흥도 3차 종합병원 전무

부영그룹의 재계 순위는 2004년 36위에서 작년 말 22위로 14계단 올라섰다. 기업경영성과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는 "부영보다 상위에 올라있는 한진, 동부, 현대 등 구조조정을 앞둔 그룹들이 예정대로 자산을 순조롭게 매각한다면 3계단이 상승해 19위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대한전선 부지는 2004년 공장 이전에 이어 2007년 철거된 후 지난해 2월 소유주가 대한전선이 주요 주주로 있는 시흥동복합시설개발피에프브이(주)에서 부영주택으로 변경됐다.

대한전선은 프로젝트파이낸싱 보증 채무 부담 해소 등 재무개선을 위해 8만3000m²에 이르는 대형 부지를 3.3m²당 약 520만원(총 1250억원)에 매각했다. 부영주택은 그간 전국 주요 알짜 토지를 매입하면서 부동산 업계 '큰 손'으로 떠올랐다. 2011년 무주리조트를 1360억원을 주고 사들였으며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내놓은 화성향남택지지구·위례신도시·경북혁신도시·광주전남혁신도시·양산물금지구 등 총 9020억원 어치의 토지를 매입했다.

제주도에서는 제주 앵커호텔에 600억원, 삼화지구에 175억원, 서귀포시 혁신도시에 336억원을 들여 토지를 사들였다. 2012년에는 1721억원을 들여 삼환기업으로부터 중구 소공동 112-9번지 일대 토지와 건물을 매입했다. 

대한전선 부지가 부영주택에 매각된 후 해당 부지는 지난해 말까지 '한내텃밭'이라는 금천구 친환경 주말농장으로 사용됐다. 그러나 토지를 임대한 금천구가 부영으로부터 퇴거 요청을 받으면서 현재는 연장계약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금천구는 병원부지를 별도로 구획, 대한전선 부지 전체에 대한 개발계획수립 시기와 관계없이 토지 매입 후 종합의료시설 부지 개발을 우선 추진할 수 있도록 도시계획시설 입안을 추진했다. 부영주택이 구체적 개발추진 계획이 없어 토지가격 협의 완료 후에도 토지주의 세부개발추진계획이 불명확할 경우 계획수립이 지연됨으로써 종합병원 유치계획이 무산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시설결정 요청을 받아들이면 해당 부지는 대한전선 부지 전체 세부개발계획과 별도로 병원 부지로 개발이가능해 진다.

'땅부자' 부영
고액 요구했나

금천구는 이와 함께 전국의 500병상 이상 74개 종합병원과 300병상 이상 92개 종합병원을 상대로 병원부지 수요자를 찾아 마침내 지난해 11월 인제대학교 백병원과 1000병상 규모의 종합대학병원 건립 협약(MOU)을 체결한 후, 토지매입에 대해 백병원과 부영주택 간에 협의토록 했다.

김칫국부터 마신 구청
땅주인·병원은 나몰라라

서울 백병원 이전설은 오래 전부터 소문으로만 존재해왔다. 그러던 지난해 3월 백병원이 SH공사가 서울 송파구 문정동 일대에 조성하는 '문정동개발지구'에 이전을 위한 토지매입 의향을 밝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구체적인 지역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이어 지난해 4월에는 최석구 백병원 원장이 직접 기자간담회를 열고 서울 백병원의 현 부지를 메디텔로 건립하자는 부동산투자신탁회사의 제안을 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또 학교법인 인제학원이 지난 9월 서울 백병원의 수익성 악화 등의 이유로 재도약을 위해 서울지역 내 새 병원을 건립해 이전을 계획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외부환경과 진료권 분석 및 운영전략수립을 고려한 타당성 분석을 추진하고자 새병원건립 타당성 분석 용역을 발주하면서 서울 백병원 이전 추진이 기정사실화 됐다.

감정평가 전문가
"윈-윈 할 것"

금천구청과의 MOU 체결은 금천구청 측의 적극적인 구애 결과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금천구 측에 따르면 부영주택은 도시계획시설 결정에 대해 장기미집행시설 우려가 있고 토지의 이용제한과 가치하락 등 막대한 사유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도시계획시설 결정에 반대 의사를 표했다. 서울시도 사유재산권 침해를 우려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백병원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금천구와 MOU를 체결한 것은 맞다"면서도 "아직까지 아무 것도 결정된 사항은 없다. 뭐라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며 언급을 피했다.

금천구 측만 의견이 다르다. 금천구와 서울시, 백병원, 부영주택 모두 실보다는 득이 많다는 것. 금천구 관계자는 "서울시는 준공업정책과 산업정책의 실현이 가능하고 금천구는 지역발전과 주민 숙원사업을 해소할 수 있으며 백병원은 병원부지 개발의 불확실성 해소로 투자의사 결정이 수월해지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부영주택 역시 투자금 조기회수와 잔여 토지의 가치 상승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부동산 감정평가 전문가도 "토지가격 평가에 큰 영향이 없어 우려하는 것만큼의 재산권 침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의 부동산 경기 침체로 개발 수요가 미약한 산업부지에 병원을 유치할 경우, 투자금의 조기회수와 나머지 부지에 개발호재로 작용해 부영주택에게도 불리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서명운동의 결과에 따라 서울시가 금천구의 청원을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금천구가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 백병원과 부영주택이 토지가격에 대한 의견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금천구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백병원은 해당 토지에 대해 감정평가를 실시, 그 결과에 따라  부영주택에 3.3m²당 약 900만원에 구입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그러나 부영주택은 3.3m²당 1480만원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불과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토지가격을 3배 가까이 불렀다는 것. 부영주택은 고액 요구 근거로 지난 2010∼2011년 시흥대교 확장공사 당시 일부 부지가 편입돼 광명시에서 3.3m²당 1350만원에 구입했다는 점을 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 15만명 "지어주세요" 서명했는데…
[백병원] 병원유치 MOU 체결하고 모른 척
[부영] 당초 병원부지 계획 접고 반대

이에대해 금천구 관계자는 "2010년과 2011년은 우리나라 부동산 가치가 최고점을 찍었을 때"라며 "지금은 부동산 경기가 지속적으로 하향세인데 그 때와 같은 조건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부영주택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부영주택 관계자는 '너무 높은 금액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소유주가 매각 금액을 높게 부르는 게 무슨 문제가 있느냐"며 "부영주택이 해당 부지에 대해 구체적인 개발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임대주택 건설 등의 계획 수립을 위해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백병원과 금천구청이 병원 이전을 추진 중이라는 얘기를 언론을 통해 알게 됐다"며 "부영주택 내부 어떤 부서에서도 관련 내용을 알고 있지 않다. 확인해 주기 힘들다"고 전했다.

백병원 관계자도 "확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금천구청 앞 대한전선 사업부지는 병원 이전 지역 후보 중 한 곳일 뿐이다. 송파구 문정동도 유의 깊게 보고 있다"고 밝힌 뒤 "아직까지는 부영주택에 매입 의사를 전달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10년간 논 땅
더 놀아야 하나

결국 금천구청만 안달이 났다. 금천구청 고위 관계자는 "서울시, 백병원, 부영주택 모두 발을 빼고 있다. 백병원은 실속있는 토지 매입을 위해, 부영주택은 최대한의 금액을 위해, 서울시는 법적 분쟁을 피해가기 위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이들의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종합병원 유치가 주민숙원사업임을 감안해 원만한 해결을 바란다"고 말했다.


한종해 기자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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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