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천 롯데캐슬 브레이크 걸린 내막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4.01.14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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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그렇게 많더니…기약 없는 겨울잠

[일요시사=경제1팀] '호텔도 구비한 서울 속 미니신도시'로 주목을 받았던 금천 롯데캐슬의 분양이 무기한 연기됐다. 주말에만 5만명이 넘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던 견본주택도 한 달 넘게 휴관 중이다. 추측되는 이유는 두 가지다. 비싼 분양가와 부지에 대한 소유권 문제다.




지난 11월22일 서울 금천구 독산동 롯데캐슬 골드파크 견본주택이 오픈했다. 금요일 첫날부터 주말동안 5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견본주택을 찾는 바람에 300m가 넘는 줄이 이어져 1∼2시간 대기는 기본일 정도로 북새통을 이뤘다.

3일간 5만명 방문
모델하우스 북적

주변에는 이동식 중개업소인 소위 '떴다방' 업자 수십명이 견본주택을 방문한 고객들의 연락처를 따느라 정신 없었다.

롯데캐슬 골드파크는 아파트, 오피스텔, 호텔, 마트, 공원, 학교 등이 모두 단지 내로 들어온 '도시 속의 도시'라는 콘셉트로 분양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게다가 전용 85m²이하 중소형 주택이 94%가량으로 실수요자들의 수요가 가장 많은 평면으로 구성돼 높은 만족도를 이끌어 냈다. 모든 가구가 남향이며 채광과 통풍이 뛰어난 4베이 구조로 설계됐다.

단지 앞에 금천구청, 도서관, 아트홀, 희명병원, 안양천 등도 있어 행정, 생활, 편의시설도 잘 갖춰진 편이다.


걸어서 5분 거리에 서울 지하철 1호선 금천구청역이 있고 금천나들목과 일직나들목을 통해 서해안고속도로와 제2경인고속도로 진입이 수월하다. 2016년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가 개통되면 강남까지 20분대 이동도 가능하다. 서부 간선도로와 경부선 철로도 지하화할 계획이다.

금천구청 관계자도 "해당 부지가 개발을 완료할 경우 인근 지역에 비해 주거 환경이 떨어져 서민동네로 치부되던 금천구가 대변신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이와 함께 구청 앞 공터에 진행 중인 종합병원 부지 개발까지 이뤄지면 지역발전과 주민 숙원사업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방문객 북새통…견본주택 5일 만에 휴관
한달 넘게 문닫은 배경 두고 해석 엇갈려

금천구는 현재 옛 대한전선 부지(현 부영주택 소유)에 서울 모 대형병원을 이전하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서울시 결정을 청원하기 위해 주민 서명운동을 추진 중이다.

롯데건설은 11월 말 1차로 아파트 1743가구를 공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롯데캐슬 골드파크 견본주택은 개관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11월27일 기한 없는 휴관에 들어갔다. 지난 6일 <일요시사>가 찾아간 견본주택 벽면에는 '2014년! 새로운 모습으로 찾아뵙겠습니다!'라는 플래카드가 걸려있었고 굳게 닫힌 출입문에는 '임시 휴관'이라는 표지판과 함께 빨간색 통행금지선이 입구를 막고 있었다.

내부를 지키던 직원에게 이유를 묻자 "잘 모른다. 다른 직원들도 회의 때문에 자리를 비운 상태다"라는 대답이 돌아올 뿐이었다.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 잡겠다고 거창한 출사표를 던진 롯데캐슬이 견본주택을 닫는 무리한 선택을 한 이유는 뭘까? 금천구청 관계자는 아파트가 들어설 부지에 대한 '소유권이전 소송'이 그 이유라고 말했다. 소송으로 인해 분양보증서 발급이 무산되면서 어떨 수 없이 분양 일정을 중단했다는 것. 현행 주택법상 20가구 이상의 공동주택을 분양하기 위해서는 대한주택보증의 분양보증서를 필수적으로 발급받게 하고 있다.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인 부지는 금천구 독산동 441-6번지 일대의 옛 육군도하부대 부지 70만m². 해당부지의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현 부지는 1985년 국가소유로 등기가 되어 2007년 12월 삼양사로 매각됐다가 같은 날 제이피홀딩스피에프브이로 매각됐다. 거래가액은 약 1373억원이다. 하지만 2007년 12월 강모씨, 2008년 6월 이모씨, 2009년 9월 김모씨가 각각 '매매, 증여, 전세권, 저당권, 임차권의 설정 등 기타 일체의 처분행위 금지 가처분신청'을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제기했으나 2009년 12월 모두 말소됐다.

소유권 이전 소송
보증서 발급 미뤄져

이에 강씨 외 2명은 2011년 6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유권이전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대상은 현 토지주인 제이피홀딩스피에프브이를 비롯해 삼양사 등 10명이다.

금천구청 관계자를 통해 확인한 사건의 내막은 이렇다. 2007년 국가소유의 해당부지가 삼양사로 매각될 당시 A씨는 강씨를 포함한 일반인 9명에게 국유재산 매각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돈을 모금했다. 그러나 돈을 모금한 A씨가 매각입찰에 참여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망했고 강씨 등 3명이 해당 부지에 대한 소유권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일반인이 국유재산을 매수하기 위해서는 국가기관이나 국유재산을 위탁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나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토지공사에서 실시하는 국유재산 매각입찰에 참가해서 낙찰받으면 된다.

이들이 제기한 소장에 따라 재판은 2011년 12월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10여 차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던 지난 12월27일 최종판결이 나왔다. 재판부의 결정은 원고 패소 판결. 피고였던 모 사에 따르면 재판부는 '원고 측이 해당 부지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만한 근거가 없다'고 판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변 시세보다 높은 분양가 발목
복잡한 부지 소유권 문제도 골치

금천구청 관계자는 "소송이 끝난 만큼 롯데캐슬 측이 보증서 등 각종 서류를 갖춰 조만간 분양 승인을 재신청 할 것으로 보인다"며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이달 중순 쯤에는 재개관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말처럼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비교적 높은 분양가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롯데캐슬의 견본주택 휴관 이유를 '주변 시세를 고려하지 못한 높은 분양가 산정'으로 꼽을 정도다. 한 부동산 정보업체에 따르면 롯데캐슬 골드파크가 들어서는 금천구 아파트 값은 3.3m²당 960만원선. 그중 독산동은 910만원으로 더 낮다.




롯데캐슬은 11월22일 견본주택을 오픈하면서 "롯데캐슬 골드파크 분양가를 서울시로부터 분양승인 받은 3.3m²당 평균 1488만원보다 저렴한 1350만원대로 재측정하기로 했다"며 "최종 청약일정은 분양가 재협의 후 나올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인근 중개업소들은 '여전히 높다'는 반응이다. 독산동 B공인중개사는 "입지가 좋고 대단지라 독산동 뿐만아니라 광명·시흥에서도 문의 전화가 오지만 분양가를 듣고 실망하는 경우가 대다수다"면서 "분양가 하향 조정 없이는 분양 실패가 안 봐도 비디오"라고 말했다.

안양천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광명시 소하동 C 부동산 대표는 "광명시에서 땅값이 제일 비싸다는 철산동이 3.3m²당 1600만원선이고 소하동이 1400만원대, 하안동이 1300만원대다"며 "롯데캐슬 골드파크가 아무리 전철역과 가깝다고 배치도 상 베란다가 철로변으로 나와 있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는데 3.3m²당 1350만원을 주고 살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청약 호조세 이어온 
롯데건설 발목 잡히나

바로 옆 동네인 시흥동의 D 부동산 대표는 "얼마 전까지 분양이 이어진 인근 아파트도 시세보다 훨씬 높은 가격으로 분양을 시작했다가 2년 동안 물량을 털어내지 못했다"며 "결국 할인분양으로 겨우겨우 분양을 마쳤다. 롯데캐슬도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지난 2011년 입주를 시작한 시흥동 '남서울 힐스테이트 아이원'의 경우 지난해 말까지 분양이 이어졌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현대건설과 풍림산업은 애초 1350만원으로 분양을 시작했다가 2년간의 미분양 사태로 인해 1200만원대로 할인분양을 실시했다. 현재는 대부분 분양이 완료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롯데건설과 시행사인 제이피홀딩스피에프브이의 분양가 인하 협의가 잘 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제이피홀딩스페이프브이가 분양가 인하에 난색을 표하면서 양쪽이 금액일치를 못 보고 있다는 것. 다만 양측의 입장을 종합하면 인하 폭을 많이 줄여놨기 때문에 1∼2주 사이에 결정을 짓고 구정 연휴 직후 분양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롯데캐슬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견본주택의 휴관이 분양가 때문인지, 해당 부지에 대한 소유권 소송 때문인지 여부는 모른다"면서도 "구정 연휴가 끝나고 2월 초쯤에는 견본주택을 재개관하고 분양 일정도 문제없이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주변 시세 900만원
롯데캐슬 1350만원


롯데건설은 지난 한 해 평균 12.7대 1(최고 45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덕수궁 롯데캐슬 오피스텔'과 총 2만6133명의 1순위 청약자가 몰리면서 청약자수 BEST 1에 오른 '사직 롯데캐슬', 전 세대 100%에 가까운 계약 성공이 점쳐지는 '율하 롯데캐슬 탑클래스'와 '수성 롯데캐슬 더퍼스트' 등을 앞세워 청약 호조세를 이어오고 있다.

부지 소유권 분쟁과 고분양가 논란에 휘말린 금천 롯데캐슬 골드파크에서도 기세를 이을지, 아니면 여기서 좌절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종해 기자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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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대문’ VS ‘어대명’ 차이 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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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한민국의 흑역사’가 10년도 안 돼 반복되고 있다. ‘평행이론’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비슷한 양상으로 흐르는 모양새다. 하지만 하나씩 뜯어보면 전혀 다른 그림이 보인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그때와 지금, 무엇이 같고 다를까? 2024년 12월은 국민에게 충격과 공포의 시간이었다. 45년 만에 비상계엄이 선포됐고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서 가결됐다. 현직 대통령은 법정형이 사형과 무기징역, 무기금고뿐인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고 있으며 사상 초유의 체포 작전도 진행 중이다. 여기에 여객기 사고로 179명의 아까운 목숨도 잃었다. 8년 만에 재연됐다 순서의 차이만 있을 뿐 10여년 전 우리나라는 이미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2014년 세월호 참사로 295명이 사망했고 9명이 실종됐다. 그로부터 2년 뒤인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서 가결됐다. 2017년 3월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안을 인용하면서 파면됐다. 2000년대 들어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서 가결된 사례는 세 번이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2016년 박 전 대통령,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이다. 노 전 대통령은 헌재서 탄핵안이 기각되면서 직무에 복귀했다. 직무가 정지된 윤 대통령은 헌재의 탄핵 심판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불과 8년 새 두 명의 보수 진영 대통령이 헌재 심판대 위에 섰다. 사건의 발단부터 전개, 절정, 결말에 이르기까지 멀리서 보면 비슷하게 흘러가는 듯하지만 가까이에서 볼수록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단적인 예로 박 전 대통령은 ‘태블릿PC’ 보도가 불씨를 댕겼다면 윤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사태가 시발점이 됐다. 박 전 대통령은 국회의 탄핵안 가결-헌재의 탄핵안 인용-특검 수사-사법 처분 등의 과정을 거쳐 단죄됐다. 특검 수사가 진행되는 사이 조기 대선이 치러졌다.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이 궐위된 때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고 돼있다. 2017년 5월9일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보궐선거가 열렸고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선됐다. 윤 대통령의 상황은 박 전 대통령보다 복잡하다. 헌재의 탄핵 심판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의 내란죄 수사가 동시에 이뤄지면서 양쪽에서 압박하는 형국이다.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는 대통령의 불소추특권도 소용없는 중범죄라서 수사 속도가 박 전 대통령보다 훨씬 빠른 상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 호감도 만큼 비호감도↑ 정치권의 눈은 조기 대선에 쏠려 있다. 헌재는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을 최우선에 놓고 심리 중이다.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퇴임하는 4월18일 이전에 윤 대통령의 파면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탄핵안이 인용되면 6월경에는 헌정사상 두 번째 대통령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여야 잠룡들은 헌재의 탄핵안 인용 가능성을 저울질하고 있다. 파면이 결정된 날부터 두 달 사이에 대선을 치러야 하기에 기존에 인지도와 지지율을 어느 정도 확보한 인물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다. 정치권은 물론 국민의 눈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쏠리는 이유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 대표는 압도적인 차기 대권주자로 인식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2위 그룹과 큰 격차를 보이면서 1위위로 질주하는 중이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통령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이 대표가 31%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오세훈 서울시장(7%), 홍준표 대구시장(7%),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5%),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4%) 등이 뒤를 이었다. ‘없다 또는 모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32%였다. 이번 조사는 국내 통신 3사가 제공하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서 ±3.1%포인트, 응답률은 22.8%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스트레이트뉴스>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지난 4~6일 만 18세 이상 2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차기 대권주자 적합도 조사에서도 이 대표는 45.1%를 얻었다. 홍준표 대구시장(9.7%),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7.8%),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7.2%), 오세훈 서울시장(6.1%) 등이 뒤를 이었다. 빠르면 6월 보궐선거로 이 대표의 지지율은 여당 후보 5인(홍준표·한동훈·원희룡·오세훈·안철수)의 지지율을 모두 합한 수치(33%)보다 오차범위 밖에서 높았다. 이번 조사는 휴대전화 100% RDD 방식으로 실시했고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와 조원씨앤아이 홈페이지 참조). 최근 정치권에서 조기 대선 가능성과 함께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8년 전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나돌았던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과 일맥상통하는 표현이다. 그럼에도 한편에서는 당시 문 전 대통령의 상황과 현재 이 대표의 상황은 천차만별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문 전 대통령은 2012년 대선서 박 전 대통령에게 밀려 낙선했다. 당시 대선은 제3당 후보 없이 보수 후보와 진보 후보의 맞대결로 치러졌다. 양측 모두 짜낼 수 있을 만큼 모조리 다 짜낸 선거서 패하자 문 전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큰 상처를 입었다. 이후 지지세를 회복하기까지 꽤 긴 시간을 암흑기로 보냈다. 문 전 대통령을 야권의 압도적인 대선주자로 만든 결정적 한 방은 국정 농단 사태였다.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존재가 드러났고 파생 의혹이 쏟아졌다. 1300만명(누적)의 국민이 거리로 나왔다. 국민적 인기를 등에 업은 문 전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안이 헌재서 인용될 무렵 ‘차기 대통령’으로 완벽하게 눈도장을 찍은 상태였다. 하지만 현재 이 대표의 상황이 당시 문 전 대통령과 비슷한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여론조사 수치상으로는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살얼음판’을 걷는 듯하다는 말이 들린다. 이 대표가 가진 사법 리스크에 더해 ‘비토층’이 상당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윤 대통령도 싫지만, 이 대표도 싫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는 분석이다. 전면 나오면 공격거리 많아 실제 최근 나온 여론조사에서 이 대표는 호감도, 비호감도 모두 1위를 기록했다. <뉴스핌>의 의뢰로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6~7일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차기 대통령 후보 중 가장 호감이 가는 인물은 누구입니까’라는 질문에 39.1%가 이 대표를 꼽았다. 오세훈 서울시장 9.5%, 홍준표 대구시장 9.3% 등이 뒤를 이었다. ‘차기 대통령 후보로 가장 호감이 가지 않는 인물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도 이 대표는 40.8%로 단연 1위였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3.5%, 홍준표 대구시장이 12.2% 등이었다. 흥미로운 대목은 호감도 1~4위(이재명·오세훈·홍준표·원희룡)와 비호감도 1~4위가 같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여야의 대선후보군이 어느 정도 추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대은 미디어리서치 대표는 “대선후보군은 ‘이재명 1강’ 독주 속에 범여권의 춘추전국시대가 펼쳐지는 양상”이라며 “범여권 유력 후보의 지지율을 모두 합쳐도 이 대표 한 명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또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마저 탄핵 정국을 거치며 한 달 만에 지지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지면서 ‘이재명 대항마’는 사실상 실종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의 비호감도 1위 원인으로는 사법 리스크를 지목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때 불거진 대장동 개발비리 특혜 의혹서 시작된 사법 리스크를 여전히 벗지 못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재판만 5개고 검찰서 추가로 수사 중인 사건도 2개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위증교사 의혹은 1심 판결이 나왔다. 특히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라는 당선무효형이 나오면서 대선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대법원서 형이 확정되면 이 대표는 10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사실상 정치생명이 끝날 수 있는 수준이다. 발목 잡는 사법 리스크 박 때와 다른 보수 결집 위증교사 1심 재판에서는 무죄를 받았지만 항소심서 뒤집힐 가능성이 있다. 실제 법조계에서는 선고 전 공직선거법 위반보다 위증교사 혐의의 유죄 가능성을 더 크게 봤다. 위증교사 혐의는 양형 기준에 따라 무죄 아니면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어 항소심서 판결이 바뀌면 이 대표는 벼랑 끝에 몰리게 된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윤석열정부가 출범하기 전부터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 상대 후보의 공격 포인트 역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은 12‧3 비상계엄 사태를 겪으면서 대통령과 그 배우자가 연루된 의혹과 논란에 크게 실망했다. 윤 대통령이 퇴장하고 이 대표가 대선후보로 검증을 받기 시작하면 타격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보수층의 결집이 심상찮은 점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보수 진영은 친박(친 박근혜)과 비박(비 박근혜) 등으로 사분오열했다. 탄핵안 표결 당시 찬반이 갈리면서 물리적으로 분당 사태까지 벌어졌다. 실제 박 전 대통령의 탄핵안은 재적의원 299명 가운데 찬성 234표로 가결됐다. 당시 야당과 야당 성향 무소속 의원 표는 171표였다. 탄핵안 가결에 필요한 표수(200표)는 29표였지만 그보다 많은 63표가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서 나왔다. 당이 쪼개질 수밖에 없는 이탈표였다. 반면 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 때는 2번의 표결 끝에 간신히 정족수를 넘겼다. 찬성은 204표로 국민의힘서 12표가량의 이탈표가 나왔다. 탄핵안이 가결된 뒤에도 국민의힘은 강경 지지층을 등에 업고 결집 중이다. 민주당은 ‘윤석열 지키기’에 나선 보수층과 국민의힘의 힘을 빼기 위해 ‘머릿수’로 밀어붙이고 있지만 이 과정서 중도층의 이탈이 표면화되는 모양새다. 애매한 표수 걸림돌 될까 박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궤멸 직전까지 몰렸던 보수층이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 없다’는 태도로 대응하는 점은 민주당은 물론 이 대표에게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명확하게 지지 후보를 밝히지 않은 유보층이 상당하다는 점을 봤을 때 중도층을 놓치면 대권서 멀어질 수 있다. 진보 진영의 지지만으로는 ‘어대명’은 완성될 수 없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