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천 롯데캐슬 브레이크 걸린 내막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4.01.14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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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그렇게 많더니…기약 없는 겨울잠

[일요시사=경제1팀] '호텔도 구비한 서울 속 미니신도시'로 주목을 받았던 금천 롯데캐슬의 분양이 무기한 연기됐다. 주말에만 5만명이 넘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던 견본주택도 한 달 넘게 휴관 중이다. 추측되는 이유는 두 가지다. 비싼 분양가와 부지에 대한 소유권 문제다.




지난 11월22일 서울 금천구 독산동 롯데캐슬 골드파크 견본주택이 오픈했다. 금요일 첫날부터 주말동안 5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견본주택을 찾는 바람에 300m가 넘는 줄이 이어져 1∼2시간 대기는 기본일 정도로 북새통을 이뤘다.

3일간 5만명 방문
모델하우스 북적

주변에는 이동식 중개업소인 소위 '떴다방' 업자 수십명이 견본주택을 방문한 고객들의 연락처를 따느라 정신 없었다.

롯데캐슬 골드파크는 아파트, 오피스텔, 호텔, 마트, 공원, 학교 등이 모두 단지 내로 들어온 '도시 속의 도시'라는 콘셉트로 분양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게다가 전용 85m²이하 중소형 주택이 94%가량으로 실수요자들의 수요가 가장 많은 평면으로 구성돼 높은 만족도를 이끌어 냈다. 모든 가구가 남향이며 채광과 통풍이 뛰어난 4베이 구조로 설계됐다.

단지 앞에 금천구청, 도서관, 아트홀, 희명병원, 안양천 등도 있어 행정, 생활, 편의시설도 잘 갖춰진 편이다.


걸어서 5분 거리에 서울 지하철 1호선 금천구청역이 있고 금천나들목과 일직나들목을 통해 서해안고속도로와 제2경인고속도로 진입이 수월하다. 2016년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가 개통되면 강남까지 20분대 이동도 가능하다. 서부 간선도로와 경부선 철로도 지하화할 계획이다.

금천구청 관계자도 "해당 부지가 개발을 완료할 경우 인근 지역에 비해 주거 환경이 떨어져 서민동네로 치부되던 금천구가 대변신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이와 함께 구청 앞 공터에 진행 중인 종합병원 부지 개발까지 이뤄지면 지역발전과 주민 숙원사업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방문객 북새통…견본주택 5일 만에 휴관
한달 넘게 문닫은 배경 두고 해석 엇갈려

금천구는 현재 옛 대한전선 부지(현 부영주택 소유)에 서울 모 대형병원을 이전하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서울시 결정을 청원하기 위해 주민 서명운동을 추진 중이다.

롯데건설은 11월 말 1차로 아파트 1743가구를 공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롯데캐슬 골드파크 견본주택은 개관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11월27일 기한 없는 휴관에 들어갔다. 지난 6일 <일요시사>가 찾아간 견본주택 벽면에는 '2014년! 새로운 모습으로 찾아뵙겠습니다!'라는 플래카드가 걸려있었고 굳게 닫힌 출입문에는 '임시 휴관'이라는 표지판과 함께 빨간색 통행금지선이 입구를 막고 있었다.

내부를 지키던 직원에게 이유를 묻자 "잘 모른다. 다른 직원들도 회의 때문에 자리를 비운 상태다"라는 대답이 돌아올 뿐이었다.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 잡겠다고 거창한 출사표를 던진 롯데캐슬이 견본주택을 닫는 무리한 선택을 한 이유는 뭘까? 금천구청 관계자는 아파트가 들어설 부지에 대한 '소유권이전 소송'이 그 이유라고 말했다. 소송으로 인해 분양보증서 발급이 무산되면서 어떨 수 없이 분양 일정을 중단했다는 것. 현행 주택법상 20가구 이상의 공동주택을 분양하기 위해서는 대한주택보증의 분양보증서를 필수적으로 발급받게 하고 있다.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인 부지는 금천구 독산동 441-6번지 일대의 옛 육군도하부대 부지 70만m². 해당부지의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현 부지는 1985년 국가소유로 등기가 되어 2007년 12월 삼양사로 매각됐다가 같은 날 제이피홀딩스피에프브이로 매각됐다. 거래가액은 약 1373억원이다. 하지만 2007년 12월 강모씨, 2008년 6월 이모씨, 2009년 9월 김모씨가 각각 '매매, 증여, 전세권, 저당권, 임차권의 설정 등 기타 일체의 처분행위 금지 가처분신청'을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제기했으나 2009년 12월 모두 말소됐다.

소유권 이전 소송
보증서 발급 미뤄져

이에 강씨 외 2명은 2011년 6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유권이전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대상은 현 토지주인 제이피홀딩스피에프브이를 비롯해 삼양사 등 10명이다.

금천구청 관계자를 통해 확인한 사건의 내막은 이렇다. 2007년 국가소유의 해당부지가 삼양사로 매각될 당시 A씨는 강씨를 포함한 일반인 9명에게 국유재산 매각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돈을 모금했다. 그러나 돈을 모금한 A씨가 매각입찰에 참여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망했고 강씨 등 3명이 해당 부지에 대한 소유권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일반인이 국유재산을 매수하기 위해서는 국가기관이나 국유재산을 위탁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나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토지공사에서 실시하는 국유재산 매각입찰에 참가해서 낙찰받으면 된다.

이들이 제기한 소장에 따라 재판은 2011년 12월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10여 차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던 지난 12월27일 최종판결이 나왔다. 재판부의 결정은 원고 패소 판결. 피고였던 모 사에 따르면 재판부는 '원고 측이 해당 부지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만한 근거가 없다'고 판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변 시세보다 높은 분양가 발목
복잡한 부지 소유권 문제도 골치

금천구청 관계자는 "소송이 끝난 만큼 롯데캐슬 측이 보증서 등 각종 서류를 갖춰 조만간 분양 승인을 재신청 할 것으로 보인다"며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이달 중순 쯤에는 재개관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말처럼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비교적 높은 분양가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롯데캐슬의 견본주택 휴관 이유를 '주변 시세를 고려하지 못한 높은 분양가 산정'으로 꼽을 정도다. 한 부동산 정보업체에 따르면 롯데캐슬 골드파크가 들어서는 금천구 아파트 값은 3.3m²당 960만원선. 그중 독산동은 910만원으로 더 낮다.




롯데캐슬은 11월22일 견본주택을 오픈하면서 "롯데캐슬 골드파크 분양가를 서울시로부터 분양승인 받은 3.3m²당 평균 1488만원보다 저렴한 1350만원대로 재측정하기로 했다"며 "최종 청약일정은 분양가 재협의 후 나올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인근 중개업소들은 '여전히 높다'는 반응이다. 독산동 B공인중개사는 "입지가 좋고 대단지라 독산동 뿐만아니라 광명·시흥에서도 문의 전화가 오지만 분양가를 듣고 실망하는 경우가 대다수다"면서 "분양가 하향 조정 없이는 분양 실패가 안 봐도 비디오"라고 말했다.

안양천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광명시 소하동 C 부동산 대표는 "광명시에서 땅값이 제일 비싸다는 철산동이 3.3m²당 1600만원선이고 소하동이 1400만원대, 하안동이 1300만원대다"며 "롯데캐슬 골드파크가 아무리 전철역과 가깝다고 배치도 상 베란다가 철로변으로 나와 있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는데 3.3m²당 1350만원을 주고 살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청약 호조세 이어온 
롯데건설 발목 잡히나

바로 옆 동네인 시흥동의 D 부동산 대표는 "얼마 전까지 분양이 이어진 인근 아파트도 시세보다 훨씬 높은 가격으로 분양을 시작했다가 2년 동안 물량을 털어내지 못했다"며 "결국 할인분양으로 겨우겨우 분양을 마쳤다. 롯데캐슬도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지난 2011년 입주를 시작한 시흥동 '남서울 힐스테이트 아이원'의 경우 지난해 말까지 분양이 이어졌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현대건설과 풍림산업은 애초 1350만원으로 분양을 시작했다가 2년간의 미분양 사태로 인해 1200만원대로 할인분양을 실시했다. 현재는 대부분 분양이 완료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롯데건설과 시행사인 제이피홀딩스피에프브이의 분양가 인하 협의가 잘 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제이피홀딩스페이프브이가 분양가 인하에 난색을 표하면서 양쪽이 금액일치를 못 보고 있다는 것. 다만 양측의 입장을 종합하면 인하 폭을 많이 줄여놨기 때문에 1∼2주 사이에 결정을 짓고 구정 연휴 직후 분양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롯데캐슬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견본주택의 휴관이 분양가 때문인지, 해당 부지에 대한 소유권 소송 때문인지 여부는 모른다"면서도 "구정 연휴가 끝나고 2월 초쯤에는 견본주택을 재개관하고 분양 일정도 문제없이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주변 시세 900만원
롯데캐슬 1350만원


롯데건설은 지난 한 해 평균 12.7대 1(최고 45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덕수궁 롯데캐슬 오피스텔'과 총 2만6133명의 1순위 청약자가 몰리면서 청약자수 BEST 1에 오른 '사직 롯데캐슬', 전 세대 100%에 가까운 계약 성공이 점쳐지는 '율하 롯데캐슬 탑클래스'와 '수성 롯데캐슬 더퍼스트' 등을 앞세워 청약 호조세를 이어오고 있다.

부지 소유권 분쟁과 고분양가 논란에 휘말린 금천 롯데캐슬 골드파크에서도 기세를 이을지, 아니면 여기서 좌절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종해 기자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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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