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르포> 연초 물만난 ‘복 아줌마’ 따라가보니…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4.01.13 11: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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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짱끼고 가슴 부비적…대담한 미시들의 위험한 대시

[일요시사=사회팀] 길거리를 걷다보면 ‘복이 많다’며 다가오는 여성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번화가나 지하철 입구에 특히나 많다. 과거부터 꾸준히 성행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미시’로, 요즘에는 그 수법이 다양해지고 있다. 이제는 외모가 출중한 아가씨를 동원하기도 한다. 도대체 이들은 무엇을 위해 ‘복’을 떠드는 걸까. 그 속사정을 알기 위해 한 미시를 따라가 봤다.




지난해 30일,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 서울의 한 번화가를 찾았다. 인근 지하철역 입구에 다가서자 ‘그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사람들에게 ‘복이 많다’며 접근하는 ‘복 전도사’ 미시들은 사냥감을 찾는데 혈안이 돼 있었다. 하이에나처럼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타깃을 찾고 있던 이들은 이내 기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익숙한 멘트가 귀를 때려 박았다. “얼굴에 복이 많으세요.”

‘복…복…복…’
그녀들의 도발

역시나 어김없이 들려온 소리. 복이 많다고 한다. 정말 얼굴에 복이 많아서 그럴까. 도대체 이들은 무엇을 위해 낯선 이들에게 연신 복을 외치는 걸까. 그 ‘복’소리의 진실을 파해치고자 미시를 따라갔다. 미시는 “얼굴에 복이 많다”며 “우리가 이렇게 만난 건 하늘이 정한 것”이라며 깊은 이야기를 나누자고 제안했다. 자신을 도인이라고 설명했다.

카페로 이동한 후 미시는 커피를 주문했다. 그리고 커피 값 계산을 요구하며 유유히 뒤돌아 걸어갔다. 이내 의자에 앉아 종이 한 장과 검은 펜을 꺼냈다. 본격적인 ‘복 이야기’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미시는 우선 만남 자체에 크 의미를 부여했다. 미시와 기자의 만남은 하늘이 내려줬다는 것. 보통 사람이었다면 무시하며 그냥 지나쳤겠지만 그렇지 않았기에 매우 특별한 만남이라고 강조했다.

“평소였으면 그냥 갔겠죠? 그런데 왜 저를 따라왔을까요? 왜냐하면 오늘은 하늘이 내려준 날이기 때문이에요. 운명이라는 거죠.”

미시의 외모는 단정했다. 깔끔한 옷차림에 진지한 말투를 보였다. 살아있는 눈빛에서 프로페셔널한 면을 볼 수 있었다. 그저 장난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그래서 천천히 그의 말에 귀 기울였다.

만남 자체에 대한 의미 부여를 마치고 본격적인 ‘복 분석’에 나섰다. 미시는 기자의 얼굴과 손금 등을 보며 인생을 점치고 과거, 현재, 미래를 풀어냈다.

“손금을 보니까 조상님이 생명줄을 이어줬네. 조상님께 감사해야겠어. 그리고 얼굴을 보니 돈이 많이 모이겠네. 근데 지금은 힘들어 하고 있어. 고민도 많고.”

“도 아십니까”무표정 도인들 없어지고 
“차 한잔해요”미모의 여성들 거리 활개

그녀의 펜은 쉴세 없이 움직여 어느새 흰 종이는 깜지로 변했다. 그녀의 화법이 진지했던 탓일까. 말 한마디 한마디가 전부 가슴에 와 닿았다.

“요즘 하는 일이 잘 안 되지?” “인간관계 때문에 힘들지?” “고민이 많네” 마치 기자의 마음을 꿰뚫어보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누구나 느끼는 보편적 감정에 호소해 무언가 설득하기 위한 작업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쉽게 흔들릴 수 있는 감정에 기대는 느낌이 강했다. 그래서 어느 정도 경계하는 마음으로 그녀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그녀는 기자의 이름과 나이를 묻더니 복잡한 한자어를 종이에 휘갈기기 시작했다.

“큰 복을 타고 났어. 근데 그 복이 제대로 나오지 못하고 있어. 복이 지나가는 맥이 꽉 막혀있어서 그래.”

100년에 한 번 나올까말까 하는 복을 받고 태어났다는 것. 하지만 복을 가로막는 장애물 때문에 현재 어려운 삶을 살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하늘에서 내려오는 복이 제대로 내려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녀는 원한 있는 ‘조상탓’이라며 조상들의 ‘한’이 복을 가리는 막이라고 했다.

복이 뭐길래…
이렇게 붙잡나

그녀는 이내 손을 꽉 붙잡더니 “손이 차갑다”며 손이 차가운 이유가 무엇일 것 같냐고 질문했다. “겨울이니까요”라는 기자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조상 중에 동상에 걸려 죽은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다소 황당했다. 그녀의 주장은 간단했다. 조상 중에 추위에 떨다 얼어 죽은 사람의 한이 후손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 엉뚱한 논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녀의 주장을 종합해보면, 과거에 원한을 품고 죽은 조상의 영혼이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며 ‘복을 타고난 후손’을 ?아다닌다는 것이었다. 믿을 후손이 본인뿐이기 때문에 조상들이 혼이 들러붙는다는 것. 이런 식으로 ‘선택된 후손’임을 강조하며 억울한 조상들의 원한을 풀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녀에 따르면 부모님이나 가족이 아픈 이유도 억울하게 죽은 조상의 영향이라고 한다. 즉 ‘나’ 자신을 둘러싼 모든 작용이 조상과 연관이 있다는 것. 역설적이지만 복을 타고났기 때문에 조상의 혼이 끊이지 않고 붙는다는 것이다. 믿을 후손은 하나기 때문이라고. 타고난 복은 많은데 기대려는 조상들의 혼 때문에 복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것이다.

“복이 이렇게나 많은데, 지금 이 복을 누리지를 못하고 있어. 왠지 알아? 조상들이 이걸 막고 있어.”

그리고 그녀는 갑자기 ‘효’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지금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자체도 효의 일종이라고 했다. 예의바른 사람이기에 의심치 않고 자신과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예의와 효에 대한 칭찬 세례는 계속됐다. 그리고 복을 받는 맥이 막혀있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참 잘될 사람인데, 복이 막혀 있어서 어떡해…눈물이 나네…”

그녀는 몇 방울의 눈물까지 흘렸다. 답답했는지, 자신의 가슴을 치며 큰 한숨을 쉬었다.

“아주머니 괜찮으세요?”

“당신 복이 너무 아까워, 이 복을 뚫어줘야 되는데…”

“그럼 조상들로부터 복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되죠?”

“그건….”

카페로 이동해 손 꽉 잡고
조상 들먹여 불안심리 조장
결국 제사 핑계로 돈 뜯어

이때부터 본론이 시작됐다. 지금까지의 말은 포장에 불과했다. 이제 내용을 소개할 차례였다. 어떻게 해야 복을 제대로 받을 수 있냐는 질문에 그녀는 환한 미소를 보이며 “역시 우리의 만남은 운명”이라며 “당신은 말 귀 알아듣는 사람이니까 끝까지 잘 들을 거라 생각 한다”고 말했다.

그녀가 말하는 해결책은 간단했다. 막혀있는 맥을 뚫기 위해서는 조상들께 ‘제사’를 지내야한다는 것이었다. 제사를 통해 억울한 조상들의 한을 풀어줘 막혀있는 맥이 풀려 선택된 참 복을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를 따라오면 돼. 방법은 간단해. 제사 지낼 장소가 있으니까 같이 가자.” 기자의 이름과 사주를 적은 종이를 불태우고 제사를 지내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 제사까지는 좋았다. 그냥 해줄 리는 없었다. 그래서 물었다.

“제사 지내는 비용이 얼만데요?” 이 질문에 미시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얼굴을 붉히며 다소 격양된 목소리를 내뱉었다.

“아니 이 사람아. 당신의 인생이 걸린 문젠데, 지금 돈이 중요해?”

“아, 그럼 공짜로 제사를 준비해주세요?”

“아니…이 답답한 양반아… 내가 지금까지 뭐라고 했나…”

그녀는 돈 이야기가 나오자 민감하게 반응하며 회피하는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다시 펜을 들고 설명을 이어갔다.

“오늘은 운명적인 날이야. 무조건 제사를 드려야 돼. 오늘을 놓치면 당신은 평생을 후회하게 될 거야. 제사 한 번으로 인생이 180도 변할 거야. 이렇게 중요한 날에 돈이 무슨 소용이요?”

이런 비슷한 말들이 끊임없이 반복됐다. 제사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그렇지만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할 순 없었다. 기자도 반복적으로 비용을 물었다. 그러자 회피만 하던 그녀의 입에서 돈 이야기나 나왔다. 제사 비용으로 ‘30만원’을 달라는 것. 너무 황당했다. 그리고 ‘너무 비싸요’라고 딱 잘라 말했다. 이때부터 그녀의 강의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돌이킬 수 없는 결과였다.

“오늘이 아니면 절대 안 된다니까. 그깟 30만원이 중요한가? 술 좀 덜 먹으면 될 것 아닌가? 당신 인생이 걸린 문제야.”

“30만원이 없어요.”

“그럼 25만원에 해줄게.”

그녀는 5만원 씩 5만원씩 가격을 내렸다. 절실해 보였다.

“당신 아까 커피 뭐로 샀어? 카드로 샀지? 카드도 돼.”

막힌 복 뚫어주는
“제사 지내세요”

구린내가 팍팍 났다. 끝끝내 거절하고 나가려고 하자 또 한 번 ‘오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기자의 옷깃을 붙잡았다. 그리고 번호를 달라고 간곡히 요청했다.

“그럼 언제 시간 돼? 시간 될 때 제사 지내줄게.”

‘오늘’이 아니면 안 된다고 했던 그녀. 굳이 오늘이 아니어도 다른 날에 제사를 지내도 된다며 말을 바꿨다. 바뀐 태도를 지적하자 그녀는 말문이 막혔다. 뒤돌아서서 카페를 나왔다. 그녀는 종이와 펜을 들고 기자를 쫓아왔다. 그리고 자신이 근무하는 ‘사무실’로 가자며 애원했다.

“정말 너무 아까워서 그래. 당신 얼굴에 복이 이렇게나 많은데, 복이 피질 못하고 있다고….”

무시하고 돌아서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역시나 역 주변에는 그녀와 같이 영업(?)을 하는 미시들이 줄지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은 미시들의 손길을 외면했다. 그러나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건수 하나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순진한 사람 하나만 제대로 잡으면 수 십 만원 버는 건 일도 아닌 것이다.

“손이 왜이리 찬지 알아?”

“겨울이니까요”

“아냐, 얼어 죽은 조상이 있어서 그래”

이처럼 ‘복 장사’를 하는 미시들은 전국적으로 퍼져있다. 조직적으로 뭉쳐 다니며 타깃을 ‘복’으로 유혹한다. 간단한 스킨십은 영업의 시작으로 보인다. 이들이 이렇게 양성적으로 번화가를 돌며 활동하는 것을 보면 그만큼 ‘장사’가 잘 되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그만큼 순진한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순진한 사람의 감정을 흔들어 결국 제사까지 이르게 하는 것. 이렇게 돈벌이를 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것이 ‘사기’라는 걸 어느 정도 알고 있다. 낯선 미시들이 ‘복’짜만 꺼내도 바로 거절한다.
그래서일까. 최근에는 그 수법이 조금 변했다.

조상으로 영업하는
거리의 사기꾼들

직장인 A씨는 퇴근길에 뒤에서 ‘복∼’하며 다가오는 여성들을 마주했다. A씨는 순간 짜증났다. 그런데 다시 뒤를 돌아보니 평소에 부딪혔던 미시들이 아닌, 아가씨들이었던 것이다. 그는 순간 설레임을 느꼈다. 낯선 여성이지만 젊고 예쁜 아가씨들이었기 때문이다. 사기라는 걸 의식하면서도 아가씨들과의 대화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결국 A씨는 그녀들과 함께 카페로 이동해 긴 설명을 들었다. 그리고 아가씨들은 제사비용 50만원을 요구했다. 이처럼 최근에는 젊은 여성들까지 거리로 나서 ‘복 사기’를 치고 있다. 이들에 대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얼마나 예쁘길래…

40대 꽃뱀 아줌마가 20대 명문대생 유혹

중국 베이징의 한 중년 여성이 나이와 학력 등을 속이고 17살 연하의 명문대생을 유혹해 사기결혼에 성공한 드라마 같은 사건이 있다. 일명 ‘꽃뱀 아줌마’로 통하는 올해 나이 41세의 쉬샤오윈씨는 지난 2월 지인을 통해 자신보다 17살이나 어린 26세의 칭화대학 대학원생 리모씨를 소개 받았다.

당시 쉬씨는 자신의 나이는 26세로 칭화대 박사과정을 밝고 있으며, 아버지는 전 중국UN대사, 오빠는 국제경찰로 소개했다. 나이완 다르게 늙어보이는 자신의 외모에 대해서는 갑자기 10kg 이상 살이 찌는 바람에 외모가 조숙해졌다고 둘러대는 뻔뻔함까지 보였다. 때문에 리씨는 쉬씨를 한치의 의심도 하지 않은 채 이야기를 나누며 호감을 갖게 됐고, 결국 이들은 여관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이후에도 쉬씨는 리씨에게 미국 명문대로의 유학을 제안하는 등 자신의 재산과 가문을 자랑하면서 이씨에게 환심을 샀고 둘의 관계는 더욱 깊어졌다. 급기야 이들은 결혼을 약속하게됐다. 하지만 쉬씨는 이씨에게 여러 차례 돈을 요구했고 그렇게 5만위안(850만원)을 뜯어냈다. 

이 같은 쉬씨의 행동에 이상함을 느낀 이씨는 그녀의 학적을 확인하고 주변조사를 하면서 자신이 속은 것을 알게됐다. 결국 이씨는 쉬씨를 공안(경찰)에 신고했다. 공안은 쉬씨는 푸단대학을 나온 명문대생이었지만 이미 2번의 사기죄로 복역한 전과가 있다고 전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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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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