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쌍용건설 흥망스토리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4.01.06 13:4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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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투성 오뚝이 제대로 넘어졌다

[일요시사=경제1팀] 해외건설명가인 쌍용건설에 부도 시한폭탄이 장착됐다. 6년 동안 새 주인을 찾지 못했고, 건설 경기 한파까지 겹치면서 위기에 직면했다. 결국 법정관리를 택하면서 사태는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동시에 화려한 재기를 노렸던 김석준 회장의 날갯짓도 꺾이게 생겼다. 그동안 이곳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역사 속의 흥망성쇠가 깊이 서린 쌍용건설의 과거와 현재를 되짚어봤다.




새해 벽두부터 쌍용건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유동성난에 빠진 뒤 채권단의 지원 중단으로 결국 법정관리를 밟게 됐다. 자본 확충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상장폐지도 확정됐다. 쌍용건설은 국내 시공능력평가 16위를 자랑하지만, 지난해 3월부터 워크아웃을 통한 경영정상화를 추진해 왔다.

매각 불발 탓?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쌍용건설의 법정관리 인가 여부를 결정하면서 법정관리인도 함께 선임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의 운명도 법원의 판단에 맡겨지게 됐다.

당초 쌍용건설 채권단은 두 번째 워크아웃과 해외수주 부진, 경영 실패 등의 책임을 물어 김 회장의 해임을 추진해왔다. 쌍용건설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불발됐지만, 주채권 은행인 우리은행은 채권단에 돌릴 안건에 쌍용건설에 대한 출자전환, 3000억원 자금지원과 함께 김 회장 해임안을 담았다.

하지만 이제 선택권이 법원으로 넘어감에 따라 쌍용건설은 김 회장이 법정관리인으로 선임돼 쓰러져가는 회사를 바로 세워야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 회장은 한때 재계 서열 5위까지 올랐던 쌍용그룹의 창업주 고 김성곤 회장의 차남이다. 그는 불과 29세던 1983년 1월 쌍용건설 사장직에 올라 30여년의 시간동안 회사를 이끌어왔다.

탁월한 경영수완을 발휘해 창립 15년 만에 쌍용건설을 업계 시공순위 7위로 끌어올리는 놀라운 성과를 내기도 했으나 ‘탄탄대로’는 오래가지 못했다.

그에게 처음 찾아온 시련은 IMF 외환위기였다. 1998년 IMF가 닥치면서 쌍용그룹이 해체됐다. 같은 해 11월 첫 번째 워크아웃을 신청하게된다. 이 때문에 보유하고 있던 지분 대부분을 채권단에게 내놓은 뒤 경영 일선에서 잠시 물러났던 그는 채권단의 요청으로 다시 쌍용건설 대표이사로 복귀,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 신분을 달았다.

이후 그는 회사 정상화를 위해 절치부심하며 재기에 몸부림쳤고, 그 결과 워크아웃에 들어간 지 6년여만인 2004년 10월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두번 워크아웃 이어 또 법정관리 신청
협력사 줄도산 우려…김석준 거취 주목

하지만 시련은 또 다시 찾아왔다. 2002년 부실채권정리기금을 이용해 쌍용건설 최대주주가 된 자산관리공사(캠코)는 워크아웃 졸업 후 M&A를 추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2008년 2당시 주당 31000원의 가격을 제시한 동국제강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캠코와의 가격 협상이 결렬돼 결국 불발됐다.


캠코는 쌍용건설을 다시 매각하기 위해 2011년부터 독일계 엔지니어링업체인 ‘M+W’과 홍콩계 시행사 시온, 국내기업인 이랜드 등과 5차례나 매각 협상을 벌였으나 이 역시 모두 무산되고 말았다.

결국 주식 매각을 포기하고 2012년 말 외부 투자자에게 유상증자를 통해 경영권을 주는 방식으로 마지막 매각에 나섰지만 성사 가능성은 희박했다.

잇단 위기 속에서도 김 회장은 ‘건축의 기적’으로 불릴만한 성과를 내놓기도 했다. 그는 국내 주택사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 해외사업으로 눈을 돌렸고 전 세계 곳곳에 랜드마크 건물을 다수 지어왔다.

2010년 6월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호텔 3개동은 쌍용건설을 해외 건축의 명가로 자리매김한 대역사였다. 이를 바탕으로 쌍용건설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의 3대 호텔로 꼽히는 그랜드하얏트호텔 공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고, 싱가폴 ‘W호텔’ 공사에서는 친환경 건설의 신기원을 이룩했다는 찬사도 받았다.

쌍용에 대한 만족도는 곧 매출로 이어졌다. 3년간 해외사업부문에서 1843억원의 이익을 냈고, 2008∼2010년 3년 연속 흑자를 내며 선전하기도 했다.

현재도 쌍용건설은 8개국 16개 현장에서 3조원(29억 달러)가량의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말레이시아 국책사업인 랑카위 개발 프로젝트 1호인 ‘세인트레지스 호텔 랑카위&컨벤션센터’ 사업을 단독 수주해 시공 중이다.

해외에서의 눈부신 성과에도 불구하고 쌍용건설은 연이은 매각 실패와 극심한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로 2년 연속 적자를 냈다. 두번째 워크아웃은 무산되고 법정관리 신청과 함께 상장폐지 위기를 걱정하는 지경에 몰렸다.

쌍용건설 몰락이 가져올 후폭풍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우선 협력업체들의 연쇄 부도가 우려된다. 그룹 계열 건설사를 제외하면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인 쌍용건설은 국내외 현장만 130여 곳이 넘고 협력 업체도 1400여개에 달한다. 피해액도 상당하다. 채권은행들은 지난해만 2450억원의 출자전환과 함께 3100억원의 신규 자금을 지원한 바 있다.

부활 꿈 무산

출자전환으로 주식을 들고 있는 채권단과 소액주주들의 피해도 불가피하다. 현재 쌍용건설 주식을 들고 있는 소액주주는 지난해 3분기 기준 5477명에 달한다. 여기에 쌍용건설의 국내외 신인도 하락은 물론, 국가적 손실 역시 적지 않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전문경영인 신분으로 회사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김 회장의 ‘쌍용건설 되찾기’ 꿈은 사실상 무산됐다. 그가 써내려온 ‘7전8기’ 부활의 날개도 함께 꺾였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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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