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운 감도는 검찰 폭풍전야 막후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4.01.07 15:2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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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안 vs 특수 '칼자루 전쟁' 터진다

[일요시사=사회팀] 지난 2012년 사상 초유의 '검란' 사태로 위기를 맞았던 검찰은 2013년에도 '정치권력의 시녀'란 오명을 끝내 벗지 못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이 터지면서 순항 중이던 검찰은 태풍 속에 놓였다.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의 수사 외압 논란, 윤석렬 여주지청장의 정직 징계 등 봉합되지 않은 조직내부의 갈등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제 관심은 조직의 명운을 짊어진 김진태 검찰총장과 청와대의 칼자루가 어디로 향할지다.




박근혜정부 1년 동안 검찰은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전두환 전 대통령을 겨냥한 미납 추징금 수사로 국민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검찰은 조직의 수장인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혼외아들 의혹에 휩싸이며 격랑의 한 가운데 섰다.

앞서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은 '검찰총장 찍어내기'와 '수사 외압 시비'에 휘말리며 내홍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케 했다.

채동욱 떠난 검찰
정치검사 부활하나

박근혜정부는 지난 1년 동안 국정원, 경찰, 국세청, 감사원을 차례로 접수했다. 그리고 5대 권력기관의 중추인 검찰도 종국엔 박근혜정부의 수중에 놓였다. 역대 정권마다 반복된 '검찰 길들이기' 관행은 이번 정권에서 똑같이 되풀이됐다.

민주화 이후 검찰의 칼자루를 쥔 진영은 늘 역사의 승리자가 됐다. 이 같은 배경으로 지방선거를 앞둔 올해에는 검찰권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미 정치권은 새해 벽두부터 검찰 개혁을 화두로 팽팽한 줄다리기를 예고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달 상설특검·특별감찰관제 도입을 위한 법안심사소위를 수차례 열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주요 공약이기도 한 상설특검·특별감찰관제 도입은 검찰 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와 맞물려 큰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여야는 검찰 개혁의 상징인 상설특검·특별감찰관법 연내 처리에 실패했다. 대신 이들은 진통 끝에 한 장의 합의서를 마련했다. 합의서에는 "올 2월 임시국회에서 상설특검 및 특별감찰관제 입법과 관련해 진정성을 갖고 합의·처리한다"는 내용이 명시돼있다. 따라서 검찰 개혁의 향배는 다가올 2월이 돼야 명확한 판가름이 날 것으로 보인다.

GH 권력기관 차례로 장악…'길들이기'성공
베일 벗은 상설특검·특별감찰관 두고 정쟁

지난 대선 과정에서 검찰 개혁은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었다. 상설특검·특별감찰관제 도입은 검찰 개혁의 연장선상에서 풀이됐다. '정치권력의 시녀'란 오명 속에 있던 검찰을 '독립된 수사기구'로 견제할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대통령의 친인척과 측근, 1급 고위공직자가 상시 감찰의 대상으로 지목됐다. 감찰의 주체인 특별감찰관은 살아있는 권력의 목줄을 쥘 수 있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입법화를 위한 논의 과정에서 정치권은 슬그머니 개혁의 꼬리를 내렸다.

먼저 새누리당은 "대통령(행정부) 소속인 특별감찰관이 국회의원(입법부)과 법조인(사법부)을 감찰하는 것은 삼권분립 정신에 위배된다"는 논리를 폈다. 때문에 새누리당은 국회의원과 법조인을 감찰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공약 후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민주당은 얼마 전까지 새누리당의 주장에 동조했다가 뒤늦게 국회의원도 감찰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특별감찰관의 권한을 놓고 계좌추적, 통신내역 조회, 현장조사 권한 등 실질적인 조사권을 모두 빠뜨림으로써 입법 취지를 약화시켰다.


공안정국 조성
검찰이 앞장서

검찰의 기소독점권을 견제할 것으로 기대됐던 상설특검제 역시 기존 특검과 별다른 차이점이 없어 '무늬만 특검'이란 비난을 듣고 있다.

원래 상설특검제는 ▲특별감찰관이 고위공직자의 위법행위를 적발하면 ▲특별검사가 검사에 준하는 권한을 갖고 ▲권력의 외압 없이 수사에 착수하는 내용을 골자로 했다.

하지만 협의 과정에서 여야는 특별검사가 별도의 조직과 인력을 거느리고 있는 '기구특검안'을 폐기했다. 대신 필요할 때만 소집되는 '제도특검안'으로 잠정 합의했다. 입법 취지인 '상설'이란 말이 무색해진 셈이다.

더구나 새누리당은 특검 발동의 요건으로 법무부장관의 동의를 요구하고 있다. 사실상 검찰권에서 분리되지 않은 형태의 특검인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을 놓고 보면 상설특검제는 결국 유명무실한 제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명박정권 고강도 사정작업 전망
주가조작·불법대출·자원외교 도마

정치권이 매스를 잘못 댄 사이 검찰은 '채동욱 색깔'을 지우고, 청와대가 보기에 흡족한 조직으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달 박 대통령은 김진태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전달하면서 "헌법을 무시하거나 자유민주주의까지 부인하는 것, 이것에 대해서는 아주 단호하고 엄정하게 법을 집행해서 그런 생각은 엄두도 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김 총장은 자신의 취임식에서 "공동체의 안녕질서를 위협하는 불법 집단행동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라"고 화답했다. 또 최근 있었던 신년사에서는 "법과 원칙은 집단적 위력이나 불법 앞에서 굴복하거나 적당히 타협해서는 안 되며, 어떠한 주장이든 법의 테두리 내에서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옳고 그름을 가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총장은 철도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했다. "대한민국의 법치주의가 중요한 시험대에 놓였다"는 표현도 썼다. 박근혜정부의 국정기조와 묘하게 일치하는 대목이다.

지난달 19일 단행된 검찰 고위간부 인사는 이런 검찰 안팎의 분위기를 십분 드러냈다. 검찰 서열 '넘버2'로 불리는 서울중앙지검장에는 김수남(사법연수원 16기) 전 수원지검장이 낙점됐다.

김 지검장은 지난해 7월 수원지검장으로 취임한 후 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연루된 통칭 'RO사건'을 지휘하며 청와대의 마음을 샀다. 김 지검장은 대검 중수3과장, 서울중앙지검 3차장을 지낸 특수통이지만 광주지검 공안부장 등을 역임하며 공안수사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김 지검장은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일명 '미네르바(박대성씨) 사건'을 지휘한 경력으로 시민단체가 선정한 '검찰권 오·남용 검사' 2위에 오르기도 했다. 때문에 공안수사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는 박근혜정부와 합이 맞을 것이란 평가다.

공안통 약진
국보법 만지작

한 검찰 고위 관계자는 "서울중앙지검장 정도의 인사면 청와대의 의중이 실린 것으로 봐야 한다"며 "이번 인사에서 마지막까지 김 지검장과 경합한 최재경(사법연수원 17기) 인천지검장은 능력은 좋지만 과거 한상대 전 총장과 각을 세운 게 마이너스가 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최 지검장은 현직 최고 특수통으로 채 전 총장과 함께 범MB인사로 분류된다. 때문에 청와대 입장에서 요직을 맡기기에 부담스러웠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최 지검장은 이번 검찰 인사에서 고검장 승진이 좌절됐다.

특수통은 된서리를 맞았지만 공안통들은 대거 약진했다. 대전고검장으로 승진한 김희관(사법연수원 17기) 전 부산지검장은 검찰 내 손꼽히는 공안통이다. 그는 대검 공안기획관과 서울중앙지검 내 공안 부서를 총괄하는 서울중앙지검 2차장 등을 역임했다.

또 울산지검 공안부장을 지낸 조성욱(사법연수원 17기) 서울서부지검장은 광주고검장으로, 대검 공안부장을 지낸 임정혁(사법연수원 16기) 전 서울고검장은 신임 대검차장으로 각각 자리를 옮겼다.


대검 공안기획관 시절 '전교조 시국선언' 수사를 했던 오세인(사법연수원 18기) 대검 공안부장은 반부패부 초대 부장으로 임명된 지 2주일 만에 영전한 케이스다. 오 부장은 중앙지검 2차장, 중앙지검 공안1부장, 대검 공안2과장 등을 지낸 대표적인 공안통이다.

이처럼 공안통들이 검찰 내 요직을 꿰차면서 공안사건의 비중 역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는 대법원 통계도 있다.

지난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람은 모두 102명이다. 이는 10년 동안 가장 많은 수치다. 연도별로 보면 2004년 71명이었던 기소 인원은 이듬해 36명으로 줄었다가 2009년까지 3∼40명 안팎을 유지했다. 그러나 2010년 60명으로 증가한 후 2011년 74명, 지난해 98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또 지난해 국가보안법 사건 중 무죄가 선고된 사람은 모두 4명으로 2006년 참여정부의 0명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하지만 검찰이 공안사건만 주무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검찰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2014년 검찰수사는 투트랙이 가동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형 공안사건을 축으로 특수부가 주도하는 이명박정권에 대한 사정이 동시에 이뤄질 것이란 설명이다.

아직 해결되지 못한 대표적인 특수사건으로는 효성그룹의 탈세 사건, 동양그룹의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 사건, 이석채 전 KT 회장의 배임 사건 등을 꼽을 수 있다.

'날개 단' 공안
'절치부심' 특수
투트랙 가동된다

사안 별로 보면 효성그룹의 탈세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조석래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되자 불구속 기소로 사건을 전환, 법리검토를 고심하고 있다. 또 검찰은 조현준 사장과 조현문 전 부사장, 이상운 부회장 등 오너 일가에 대한 처벌 여부를 놓고 적절한 수위를 검토 중이다.

동양그룹의 사기성 CP 발행 및 판매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현재현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수사팀은 동양그룹 사건이 대규모의 투자자 피해를 양산하고 사안이 중대한 점 등을 고려해 현 회장에 대한 구속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이 전 회장의 배임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도 1월 내에 수사를 종결한다는 방침이다. 앞선 이 전 회장을 4차례 소환조사한 수사팀은 1월 중순께 구속영장을 청구해 이 전 회장의 배임 혐의 등을 입증할 계획이다. 특히 이 전 회장의 이번 배임 사건은 야권의 유력 정치인과 연결된 비자금 수사로 확대될 수 있어 그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회고위층 및 거물 정치인이 연루된 주가조작 의혹, CNK 주가조작 수사, 국민은행 도쿄지점 불법대출 수사 역시 관심의 대상이다. 더불어 검찰은 이명박정부의 자원외교와 관련한 내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위 사건들은 모두 지난 정권의 실세들과 연결돼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미제사건 수두룩
MB 사냥 나설까

비교적 정권으로부터 자유로운 특수수사와 달리 공안수사는 정국의 또 다른 블랙홀이 될 전망이다.

현재 서울중앙지검에는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무단 열람·유출 의혹 사건, 국정원 여직원 감금 의혹 사건 등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새롭게 부임한 김 지검장의 판단에 따라 해당 사건들은 특정 정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검찰 안팎의 분위기는 "청와대의 기대를 저버릴 수 있겠냐"는 쪽으로 쏠린다. 즉 야당에게 유리한 수사결과는 아닐 것이란 예측이다. 

최근 기자와 만난 익명의 검찰 관계자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전했다. "진보진영을 상대로 한 대형 공안사건이 올 지방선거 전 반드시 터질 것"이란 전언이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첩보 형태로 나돌았던 진보진영 유력 정치인의 정치자금 수사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내사가 종결됐다는 얘기도 조심스레 나온다. 죄가 있으면 따지는 게 검찰의 역할이라지만 '정치권력의 시녀'란 오명을 벗기엔 풀어야 할 오해가 너무 많아 보인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검찰 '셀프 개혁' 어디까지?

'바꾸긴 바꿔야 하는데…' 반부패부 특수4부 신설

정치권 안팎에서 검찰에 대한 개혁 요구가 빗발치는 가운데 검찰이 자구적인 조직 개편을 통해 쇄신을 진행 중이다.

먼저 지난 4월 간판을 내린 대검찰청 중수부는 '반부패부'로 조직의 명칭이 변경됐다. 반부패부는 중수부와 달리 직접적인 수사 기능이 없는 부서로 일선 검찰의 특별수사를 지휘·감독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다.

직접 수사 기능이 없는 만큼 수사기획관 직제는 폐지됐다. 원래 법무부와 검찰은 수사기획관 자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작은 정부' 기조에 맞춰달라는 안전행정부의 요구를 수용했다고 한다.

반부패부에는 특별수사지휘과와 특별수사지원과 등 2개 과가 운영되고 있다. 이 중 특별수사지원과는 기존 중수부 산하 첨단범죄수사과 업무에 범죄수익 환수 역할도 맡아 책임이 막중하다.

특히 계좌추적과 회계분석 전문 인력을 갖춘 반부패부는 미납된 추징금과 은닉된 범죄 수익을 찾아내 국고로 환수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편 검찰은 중수부 폐지에 따른 부정부패 수사 공백을 막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특별수사4부를 올 2월쯤 신설할 계획이다. 관심을 끌었던 대검 감찰본부 확대 개편안은 보류됐다.

앞서 법무부는 감찰기능 강화를 위해 대검 산하 감찰기획관과 특별감찰과를 신설하고 고검에도 감찰부를 설치하는 등의 조직 개편 내용을 밝힌 바 있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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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