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산건설 M&A 의혹, 제3세력 개입했나?

  • 서영욱 syu@ilyosisa.co.kr
  • 등록 2013.12.27 15: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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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세력 개입 정황 짙어…개인투자자들로 4배 이상 상승 힘들어”

[일요시사=경제2팀] 중동 자본에 최초로 인수될 것으로 점쳐졌던 벽산건설 인수합병(M&A)이 안개 속을 걷고 있다. M&A 본계약을 체결한 아키드 컨소시엄이 지난 23일 인수대금을 납부하지 못하면서 주가조작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 하지만 일각에서는 제3의 작전 세력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달 중동에서 이름을 알린 바다 알다파 회장이 이끄는 알다파그룹의 자회사인 아키드컨소시엄이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되면서 벽산건설 주가는 연일 상종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 과열된 주가에 금융당국이 조사에 나서며 주가는 원상복귀됐다. 여기에 아키드 컨소시엄의 실체 의혹과 함께 지난 23일 기한이었던 잔금 납입을 지키지 못하며 M&A는 무산 위기에 놓였다.

당연히 주가조작 의혹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상황. 당사자의 해명대로 아키드는 정말 억울한 상황에 빠진 것일까?

알다파그룹-아키드 컨소시엄, 관계 의혹

지난달 알다파그룹 투자전문계열사인 아키드컨설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벽산건설을 인수해 한국에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언론을 통해 밝혀진 알다파그룹의 면면은 화려했다. 우선 알다파그룹을 이끌고 있는 바다 알다파 회장은 2007년부터 5년간 국제연합(UN) 사무차장을지냈으며, 건설, 컨설팅,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등 총 7개 사업부문을 두고 있다. 카타르 도하에 본사를 두고 있는 아키드 컨설팅은 이스탄불과 제다, 서울 등 3개 도시에서 투자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아키드는 “알다파그룹이 가지고 있는 중동 네트워크를 활용해 2020년 월드컵 개최를 위해 1,000억 달러가 넘는 인프라 조성을 추진 중인 카타르 건설시장과 세계건조국가연합(GDLA) 관련 담수화 사업 등이 주요 공략 대상”이라며 청사진도 밝혔다. 알다파 회장은 GDLA의 사무총장도 맡고 있다.


특히 알다파 회장은 지난달 10일 아키드 한국법인 설립식에 참석하기 위해 직접 한국을 방문, 실체를 드러내면서 개인투자자들은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줄곧 5,000원을 밑돌던 주식은 알다파 회장의 등장과 함께 급등하기 시작했고 11월27일에는 최고가인 2만2,350원을 기록했다. 주가가 최소한 4배 이상 급등한 셈.

우선협상자 선정과 함께 시장은 금융당국이 단기 과열 종목으로 지정하고 하루 동안 매매거래를 정지시킬 만큼 과열양상을 띄었다. 하지만 12월 들어서 상황은 급변했다. 이상신호를 감지한 검찰과 금융당국이 조사에 착수한 것. 한국법인인 아키드 대표가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 조사를 받는 등 아키드에 관한 의혹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기 시작했다.

언론을 통해서 아키드에는 알다파그룹의 자금이 전혀 들어와 있지 않다는 점, 아키드컨설팅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등의 보도가 이어졌다. 특히 지난 23일 아키드가 540억원의 잔금을 치르지 못하면서 의혹의 눈초리는 더욱 짙어졌다.

당초 아키드는 총 인수 대금 600억원 중 360억원은 국내 기업과 개인 출자금으로 마련하고, 150억원과 90억원은 각각 홍콩 소재 영국계 헤지펀드인 셰나바리인베스트먼트와 인피니트캐피털로부터 빌리기로 하는 등 처음부터 알다파 그룹의 돈이 투자가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셰나바리인베스트먼트가 대출을 거부하면서 결국 대금 마련에 실패했다. 결국 150억원에 발목이 잡힌 셈인데,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형적인 ‘먹튀’ 조짐, 작전세력 침투 가능성 높아”

아키드는 최근 불거진 주가조작설과 관련해 당당히 조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아키드는 지난 20일 입장문을 통해 “벽산건설 M&A를 진행하면서 중동의 자본이 대형으로 직접 참여한다고 주장한 바가 없다”며 “모든 M&A 과정은 적법하게 추진되고 있다. 인수를 방해하는 악의적 세력에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아키드는 “주가조작 등 이러한 허위보도가 나올 때마다 벽산건설 주가는 크게 요동을 쳤으며, 오히려 이로 인해 시세 차익을 목적으로 한 불순한 세력이 있을 것으로 의심된다”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이현진 제이비스탁 연구원은 “만약 주가조작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일찌감치 벽산건설 주식을 사들인 작전 세력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아키드 쪽에서는 주가가 올라서 좋을 점이 하나도 없다는 것.

이현진 연구원이 작전 세력 개입을 의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렇다. 현재 벽산건설의 대주주인 대우건설이 1.84%의 주식 밖에 보유하고 있지 않는 등 주주 구성이 전부 소액 투자자들인데, 이 개인 투자자들로만 9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 누군가 의도적으로 주식을 끌어올렸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벽산건설은 자구적 이행이 사실상 불가능한, 회생가능성이 희박한 회사인데, 인수를 하려는 이유는 벽산건설의 기술력과 상장돼 있는 회사를 매수해서 투자를 받기 위한 도구로 이용될 가능성이 크다”며 “그런 상황에서 주가가 오르면 당연히 인수대금이 더 높아지기 때문에 주가가 오르는 것을 아키드 쪽에서는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이유로 아키드가 당당하게 조사를 받겠다고 밝힐 수 있었다는 것.

이 연구원은 과거부터 있어왔던 전형적인 ‘먹튀’ 사례와 매우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은 상장폐지된 성원건설은 지난 2008년 두바이 도로공사를 수주했다는 공시와 함께 주가가 7배 넘게 올랐지만 그 뒤로는 하한가와 함께 상장폐지로 이어진 전례가 있다”며 또 “최근 T기업은 주식의 70%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대표가 주가가 3배 이상 오르자 전부 처분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단 작전 세력이 아키드나 혹은 벽산건설과 연결돼 있는지는 당국의 조사를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키드가 조작을 했다면 시세 차익을 보려는 움직임이 있었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너무 소극적으로 대했고, 벽산건설 측에서는 역시 주식을 안정시키려는 움직임이 있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상종가를 친 11월 27, 28, 29일, 12월 10, 11일에 주식을 매도한 계좌를 추적하면 답은 나올 것”이라며 “개인 투자자들이 4배 이상 수익을 본 상황에서 매도를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벽산건설 관계자는 “조작하려 해도 주식이 많아야 하지 알다시피 벽산건설은 대주주가 5%의 주식도 보유하지 않은 상황인데, 벽산건설과도 관련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키드 컨소시엄의 인수대금 납입일은 27일까지. 만약 27일까지 인수대금이 납입되지 않는다면 본계약 해지와 함께 M&A는 자연히 무산, 벽산건설은 상장폐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서영욱 기자 <syu@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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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