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경제1팀] 기업의 자회사 퍼주기. 오너 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반칙'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변칙적인 '오너 곳간 채우기'는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관행을 손 볼 태세다. 어디 어디가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정부의 타깃이 될 만한 '얌체사'들을 짚어봤다.
재계 12위(공기업 제외)인 '통신공룡' KT는 55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이 중 내부거래 금액이 많은 회사는 절반에 가까운 무려 20개사에 이른다. 이들 회사는 관계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적지 않은 실적이 '안방'에서 나왔다.
<일요시사>가 KT 전 계열사의 공시를 분석한 결과 매출 대비 내부거래 비중이 50%가 넘는 계열사는 총 20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내부거래 금액이 수천억원대에 이르는 KT 계열사는 5개, 수억∼수백억원인 회사는 11개다. 매출이 모두 계열사에서 나온 회사도 4개나 된다.
모회사에 기생
케이티디에스(시스템 통합·관리)는 지난해 매출 5708억원 가운데 5654억원(99%)을 KT(5539억원) 등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KT로부터 수의계약 방식으로 IT통합·영업전산시스템 유지보수 등을 위탁받았다. 2011년에도 KT(4844억원) 등 계열사들은 매출 4980억원 중 4910억원(99%)에 달하는 일감을 케이티디에스에 퍼줬다.
케이티디에스 외에 케이티이엔에스(네트워크 구축), 케이티스(정보 서비스), 케이티씨에스(정보 서비스), 케이티커머스(통신 판매)도 매년 수천억원을 '집안'에서 채우고 있다. 지난해 내부거래율을 보면 ▲케이티커머스 77%(매출 3181억원-내부거래 2439억원) ▲케이티스 71%(3884억원-2740억원) ▲케이티씨에스 69%(3842억원-2654억원) ▲케이티이엔에스 50%(5006억원-2467억원)로 조사됐다.
케이티미디어허브(인터넷정보매개 서비스)와 케이티클라우드웨어(통신장비 및 부품도매)도 관계사에 매출을 의존하고 있다. 계열사들이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사실상 지속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케이티미디어허브의 지난해 내부거래율은 93%. 매출 144억원에서 내부거래로 거둔 금액이 134억원에 이른다. 케이티클라우드웨어 역시 지난해 매출 39억원에서 내부거래 금액이 38억원(97%)이나 됐다.
계열 절반에 몰려 "매출 50% 이상 20개사"
수백억∼수천억 거래…100% 기대는 회사도
이밖에 매출 대비 내부거래 비중이 50%가 넘는 계열사는 ▲소프닉스(시스템 통합·관리) 88%(8억원-7억원) ▲케이티링커스(사업시설 유지관리) 82%(816억원-668억원) ▲에이치엔씨네트워크(인력공급) 78%(235억원-183억원) ▲케이티에스테이트(부동산 개발·공급) 72%(206억원-148억원) ▲케이티하이텔(컨텐츠 유통) 70%(1269억원-887억원) ▲한국에이치디방송(프로그램 제작·배급) 64%(332억원-212억원) ▲케이티뮤직(유무선 음악서비스) 55%(302억원-165억원) ▲애니맥스브로드캐스팅코리아(프로그램 공급) 54%(56억원-30억원) ▲케이티오토리스(여신금융) 53%(290억원-155억원)로 드러났다.
넥스알(소프트웨어 개발·공급), 케이티와이브로인프라(통신장비 및 부품 도매), 베스트파트너스(사무지원 서비스)는 매출 전액을 내부에서 채웠다. 넥스알도 매출 26억원을 몽땅 '식구'들이 몰아줘 내부거래율이 100%로 나타났다. 케이티와이브로인프라와 베스트파트너스도 100% 계열사들을 등에 업고 지난해 각각 21억원, 15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재계 관계자는 "KT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계열사들은 내부거래로 유지되기 때문에 사실상 '좀비회사'나 다름없다"며 "경쟁적으로 계열사를 늘리다 보니 모회사에 빌붙은 좀비회사들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자립 불가능
이들 20개사는 대부분 KT 자회사다. 케이티이엔에스와 케이티미디어허브, 케이티에스테이트, 베스트파트너스는 KT가 지분 100% 보유하고 있다. KT는 케이티디에스(95.31%), 케이티링커스(93.81%), 케이티클라우드웨어(86.15%), 소프닉스(77.4%), 케이티하이텔(65.94%), 케이티뮤직(57.78%), 케이티와이브로인프라(52%), 케이티스(17.8%), 케이티씨에스(17.8%)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케이티커머스(81%)는 케이티하이텔의 자회사다. 에이치엔씨네트워크(99%)와 한국에이치디방송(74.24%)·애니맥스브로드캐스팅코리아(48%)는 각각 비씨카드, 케이티스카이라이프의 자회사다. 케이티오토리스(100%)는 케이티렌탈, 이니텍(57%)은 에이치엔씨네트워크, 넥스알(99.75%)은 케이티클라우드웨어에 속해 있다.
김성수 기자<kims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일감 받는' KT 계열사 기부는?
KT 계열사 일감을 받고 있는 20개사는 기부를 얼마나 할까.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케이티씨에스는 지난해 매출(3842억원) 대비 0.3%에 해당하는 11억원을 기부금으로 냈다. 케이티스는 매출(3884억원)의 0.2%인 6억원을 기부했다.
다른 계열사들은 ▲케이티디에스 1800만원(매출의 0.003%) ▲케이티이엔에스 4800만원(0.01%) ▲케이티커머스 600만원(0.002%) ▲케이티링커스 2800만원(0.03%) ▲케이티에스테이트 300만원(0.01%) ▲케이티하이텔 1200만원(0.009%) ▲이니텍 3800만원(0.09%)을 기부했다.
에이치엔씨네트워크는 지난해 기부를 한 푼도 하지 않았다. 한국에이치디방송과 케이티뮤직, 케이티오토리스, 케이티와이브로인프라도 기부금은 '0원'이었다. 케이티미디어허브, 케이티클라우드웨어, 소프닉스, 애니맥스브로드캐스팅코리아, 넥스알, 베스트파트너스는 공시하지 않아 기부 내역을 확인할 수 없다.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