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 호박씨’ 이수근의 추락…왜?

  • 최현경 mw2871@ilyosisa.co.kr
  • 등록 2013.12.11 14:5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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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쌓은 공든 탑…하루아침에 ‘와르르’

[일요시사=사회팀지난달 불법 도박 혐의로 자숙을 선언한 개그맨 이수근이 이번엔 ‘룸살롱 접대설’에 휩싸였다. 밝고 성실한 이미지로 예능 프로그램의 메인 MC를 도맡았던 그는 카메라 뒤편에서 불법도박 등에 연루돼 영광에 먹칠을 했다. 성공과 실패를 동시에 맛본 그의 지난 10년은 롤러코스터와 같았다.




지난달 10일 개그맨 이수근이 사설 인터넷 스포츠 도박 사이트에서 수억원대 도박을 한 혐의로 조사를 받은 사실이 알려졌다. 불법 도박 혐의로 구설수에 올라 대중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준 그는 “대부분의 혐의를 인정한다. 일단 활동을 중단하고 반성하는 시간을 갖겠다”며 출연 중인 모든 프로그램의 하차를 선언했다.

계속되는 과오

2001년 영화 <선물>로 연예계에 처음 발을 내딛은 이수근은 2003년 KBS 18기 공채 개그맨 시험에 합격해 KBS <개그콘서트>로 데뷔했다. 그러나 무명에 가까운 시절을 보낸 그는  2005년 1월 ‘성폭행 논란’으로 도마에 올랐다.

당시 매니저였던 A씨와 성인오락실에서 만난 20대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혐의로 물의를 일으켜 출연 중이던 <개그콘서트>에서 퇴출당한 그는 방송생활을 중단한 지 3개월 만에 무혐의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이수근은 같은 해 8월 <개그콘서트>로 복귀하면서 잠시 주춤했던 개그활동을 다시 시작했다. 2007년 특유의 저음으로 웃음을 준 ‘고음불가’ 코너로 재조명받기 시작한 그는 ‘키컸으면’ ‘공포의 외인구단’ 등의 코너에서 활약해 제7회 KBS <연예대상> ‘남자부문 베스트 엔터테이너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여세를 몰아 2010년 KBS <1박 2일>의 고정멤버로 합류한 이수근은 간사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국민 앞잡이’ 캐릭터로 맹활약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KBS <승승장구> SBS <달고나> 등의 각종 예능프로에서 뛰어난 입담으로 재치있는 진행을 선보인 그는 수차례 KBS 연예대상 쇼/오락 MC부문 우수상, 최우수상을 거머쥐는가 하면 한 케이블에서 실시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타 20’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또한 얼마 지나지 않아 출연 중인 <1박2일>에서 흡연을 했다는 이유로 논란이 됐다. 2010년 12월 강원도 인제 산골 마을로 떠난 멤버들이 제작진 없이 하루를 보내는 과정에서 저녁식사 후 강호동이 설거지를 하는 동안 처마 밑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이수근의 모습이 방송됐다. 앞서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한 가수 은지원, MC몽의 흡연 논란에 이어 이수근의 흡연 방송까지 노출되자 제작진이 곧바로 “미처 해당 장면을 삭제하지 못했다”며 사과해 논란을 잠재웠다.

과거 성폭행 의혹 이어 도박에 접대설까지
밝고 성실한 이미지 먹칠…모든 프로 하차

2012년 인기 절정을 누리던 그는 <승승장구>에서 어린 시절 무당인 어머니로 인해 받은 상처와 뇌성마비인 둘째 아들, 임신중독증에 걸린 아내가 신장 이식 수술을 받은 사연을 공개하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방송에서 장난꾸러기 같은 밝은 모습만 보여주던 그의 웃음 뒤에 가려진 안타까운 사연에 시청자들은 ‘진정한 희극인’이라며 그의 성실함과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지난달 이수근의 불법 도박 소식에 온라인에는 “사람이 살다보면 실수할 수 있다”며 그의 잘못된 행동을 지탄하기보다는 감싸주는 여론이 많았다.

많은 사람들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불법 도박 파문 이후 자숙을 선택한 이수근은 지난 2일 또 한 번의 폭풍을 맞았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수근을 비롯한 유명 연예인들이 수사관련 청탁과 함께 금품을 건네고 룸살롱에서 경찰관을 접대한 정확이 포착돼 검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검찰은 이수근이 2009년 8월 서울 강남의 한 룸살롱에서 당시 도박 등 연예인의 비리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연예계 비리 전담팀의 경찰관 B씨에게 “잘 봐 달라”, “수사 상황에 대해 알려 달라” 등의 청탁과 함께 금품을 건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 이수근의 소속사 SM C&C 측은 “확인해 본 결과 이수근은 불법 도박 혐의와 관련해 경찰관을 접대하고 수사 관련 청탁을 한 적이 없다. 다른 연예인들에 관해서는 알 수 없지만 이수근은 이에 해당된 사실이 없다. 왜 자꾸 이런 얘기들이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언론 보도를 부인했다.

냉랭한 대중들

이씨 측의 접대설 부인에도 불구하고 접대 정확이 포착됐다는 사실에 네티즌들은 “그동안 감성팔이 한 거냐” “성실한 줄 알았는데 완전히 썩어 빠졌다”며 냉대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면 불법 도박 사건으로 얼룩진 연예계에서는 벌써부터 해당 연예인들의 복귀를 언급하고 있다. 물의를 빚은 수많은 연예인들이 다시 연예계 활동을 해왔던 것처럼 이수근 또한 언젠가는 돌아올 것라는 추측이다. 그동안 이수근의 성실함을 믿고 지난 과오에도 관용까지 베풀었던 대중들이 이번에도 그의 잘못을 묵인해줄지 의문이다.


최현경 기자 <mw287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신정환 놀리던 탁재훈

친구 따라 퇴출

이수근과 함께 불법 도박 사건으로 구설수에 오른 방송인 탁재훈이 과거 ‘컨츄리꼬꼬’로 함께 가수 활동을 했던 신정환을 ‘개그 소재’로 삼아 비난을 받고 있다.

앞서 신정환은 지난 2010년 해외 도박 의혹이 불거지면서 지난 2003년 7월과 2005년 12월 상습도박 혐의로 각각 벌금 500만원과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았다. 2011년 상습도박 혐의로 실형을 받은 신정환은 모든 방송에서 퇴출된 이후로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그의 단짝 탁재훈은  Mnet <비틀즈코드> MBC <승부의 신> 등의 여러 방송에서 ‘신정환의 불법 도박’을 개그 소재로 삼아왔다.

지난해 7월 <비틀즈코드2>에 출연한 탁재훈은 신정환의 근황을 이야기하던 중 “그 분(신정환)은 아직 대본을 볼 준비가 안 된 상태”라는 그의 말에 개그맨 유상무가 “(신정환이) 대본을 어떻게 보냐”고 묻자, 자신의 대본을 들고 마치 포커에서 카드 패를 보는 듯한 동작을 취했다.

지난해 9월에는 <일밤-승부의 신>에서 남자 그룹 신화의 에릭이 뉴스 화면에 나오자 “내 주위에 KBS <9시 뉴스>에 나온 사람들 꽤 있어”라고 발언해 주위 사람들이 만류하기도 했다. 축구 동호회 활동 중 만난 한 회원의 권유로 불법 도박을 시작한 탁재훈은 지난달 10일 불법 도박 혐의로 기소된 이후 현재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고 자숙 중이다.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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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