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임신부 소변’ 구하는 사람들

  • 최현경 mw2871@ilyosisa.co.kr
  • 등록 2013.12.12 17: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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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뱀들의 임신사기 필수품은?

[일요시사=사회팀얼마 전 일일드라마 <유리가면>에서 거짓 임신을 한 여자 주인공이 화장실에 버려진 임신테스트기로 가족들을 속이는 장면이 나왔다. 드라마처럼 현실에서도 타인의 임신테스트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누구일까.




직장인 A씨는 얼마 전 인터넷을 검색하던 중 남자친구와 성관계를 한 임신한 여자가 남자친구에게 임신사실을 밝히자 낙태를 권유받았다는 사연을 읽었다. 순간 “임신했다”고  장난치는 자신에게 아무 말없이 웃음으로만 일관하던 남자친구가 떠오른 A씨는 만약의 경우 자신이 임신했을 때 남자친구의 반응이 궁금해졌다. A씨는 남자친구를 시험해보기 위해 중고 카페에서 양성반응이 나온 임신테스트기를 구입했다.

애인 시험용

임신 진단 키트 또는 임신 진단 시약으로도 불리는 임신 테스트기는  여성의 소변을 통해서 임신 여부를 확인을 하는 기구이다. 임신한 여성은 임신 초기에 태아에게 영양분을 전달하는 태반이 만들어지고, 태반의 주요한 호르몬인 HCG(융모성 생식선 자극 호르몬)가 임신 테스트기에 반응해 임신 여부를 진단하게 된다. 임신테스트기에 빨간 색의 두 줄이 생긴 경우 임신을 의미한다.

이처럼 일부 여성들에 의해 온라인에서는 양성 반응이 확인된 임신테스트기 거래가 성행하고 있다. ‘임신이 확인된 테스트기 삽니다’ ‘양성 반응 임신테스트기 삽니다’로 간혹 올라오는 글들에 ‘저 있어요, 가격이랑 연락처 쪽지로 주세요’라는 댓글들이 달린다. 온라인에서 거래되고 있는 양성 반응 임신테스트기의 정확한 가격을 알 수 없지만 약 2만∼3만원대로 추정된다. 이는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임신테스트기보다 5배 가량 비싼 금액이다.

일부 구매자는 임신한 사람의 소변을 요구하기도 했다. 지난 1월 한 포털 사이트의 게시판에 한 여성이 자신의 임신테스트기 사진과 함께 임신 결과 유무를 묻는 글을 올리자 자신을 여성이라고 밝힌 B씨는 글 작성자의 임신테스트기나 소변을 사고 싶다고 댓글을 적기도 했다.


이렇게 거래된 임신테스트기의 주된 구매자는 여성으로 양성 반응 임신테스트기의 구매 목적은 교제 중인 남자친구의 애정도를 시험해보거나 변심한 애인을 붙잡거나 복수하기 위해 사용된다.

A씨처럼 양성 반응을 보인 임신테스트기를 구입한다는 글을 올린 구매자 C씨는 “아이를 원하는 애인 때문에 1년 동안 잠자리를 가졌지만 아이를 갖지 못해 애인으로부터 이별을 통보 받았다”며 “(애인에게) 양성 반응이 나온 임신테스트기를 보여주면서 뺨 한 대 때리고 쿨하게 돌아서는 게 소원이다”고 구매 이유를 밝혔다.

양성 임신테스트기 인터넷서 2만∼3만원 거래
변심한 애인 복수용으로…남성 등치려 악용도

양성 반응 임신테스트기가 꽃뱀(의도적으로 남성에게 접근해 금품 등을 요구하는 여성)들의 공갈협박용으로 사용된다고 주장하는 한 누리꾼은 “내 친구가 (임신 테스트기 사기에) 당했다”며 “여자가 두 줄 나온 거(양성 반응이 나온 임신테스트기)를 보여주면서 책임지라고 말했다”고 적었다. 이어 “친구가 한 번 더 해보자면서 새로 사온 임신테스트기에 손톱자국을 내고 테스트해보라고 줬는데 여자가 전에 보여준 임신 테스트기를 다시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정확히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일부 네티즌들의 글을 통해 양성 반응이 나온 임신테스트기의 또다른 사용 용도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임산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기업에서 참가자가 임산부임을 확인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거나 불임 부부들 사이에서 부적으로 사용된다는 말도 있다.

미혼 여성이 임신하는 경우 수치스러운 일로 여겨지는 한국에서는 양성 반응 임신테스트기가 비밀리에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충격적인 임신테스트기 거래는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상대적으로 성 문화에 개방적인 미국에서는 각 지역의 여성들이 온라인에 양성 반응이 나온 임신테스트기의 목적 설명과 함께 자신의 임신테스트기 구매를 직접적으로 유도하기도 한다. 미국 뉴욕 버팔로 지역의 한 임산부는 자신의 임신테스트기를 개당 25달러, 한국돈으로 약 2만7000원에 해당하는 가격에 판매하면서 “당신이 어떻게 사용하든 난 상관없다”라고 말했다. 다른 지역의 임산부 또한 “남자친구에게 청혼을 받고 싶으냐”며 두 줄이 나온 임신테스트기를 사용해 남자친구를 속이도록 권유하기도 했다.


이렇게 거래된 임신테스트기는 부모님이나 남자친구에게 장난치거나 연애기간이 오래된 연인들 사이에서 프로포즈를 받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명백한 불법행위

몇 년 전부터 온라인을 통해 임신테스트기의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지금까지 사용한 임신테스트기의 판매가 적발되거나 처벌된 사례는 없다. 현재 온라인에서는 양성 반응을 보인 임신테스트뿐만 아니라 사용하지 않은 임신테스트기까지 개인 간에 거래되고 있는데 이는 합법적인 것일까.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한 식약처 관계자는 “지금까지 사용한 임신테스트기가 판매되고 있다는 말은 처음 듣는다”며 “약사가 아닌 사람이 또는 약국 개설지가 아닌 어떤 장소에서 의약품이 판매되는 것은 불법이다. 사용하지 않은 임신테스트기를 판매하는 것조차도 불법이다”고 말했다.


최현경 기자 <mw287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꽃뱀 임신사기’남성들 대처는?

“정관수술 확인증 삽니다”

일부 온라인 게시판에 올라온 양성 반응 임신테스트기 거래글에 남성들이 격분했다. 꽃뱀들이 거짓 임신으로 남성을 엮기 위해 임신테스트기를 사용한다고 여긴 일부 남성들은 “(양성 반응 임신테스트기를 보여주면) 기뻐하는 척하면서 손 붙잡고 얼른 병원가자고 해봐야 하는 거냐”며 언짢은 심정을 글로 드러냈다.

반면 일부 남성 누리꾼들은 ‘무정자증’으로 재치있게 반격했다. ‘무정자증 삽니다’ ‘정관수술 확인증(처방전) 삽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글에는 양성 반응 임신 테스트기 구매 글을 캡처한 사진과 함께 ‘수술한 지 6개월된 정관수술 진단서 삽니다’라고 적혀있다. “신의 한수다” “대단하다”고 극찬을 하는 누리꾼이 있는가하면 “별짓을 다한다” “세상 참 요지경이다”며 비아냥거리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 누리꾼은 “현역시절 임신한 여자에게 위조한 정관 수술 확인서를 보여준 후임병이 있었는데 여자가 바로 가버렸다. 남자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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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